보타니의 겨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보타니의 겨울

rosenz외 1명
0 개 1,220 김성국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냉한 기운의 어두움이

이다지도 서글픈 것은 

밤에 묻힌 교회당을 홀로 나서는 걸음이서 아니라 

이제는 외로움도

티를 내지 않고 살아야 할 나이이기 때문입니다


달빛 꽉 찬 밤하늘이 

텅 빈 서랍처럼 허전한 것은 

내 곁에 누군가 없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들에게서 

내가 점점 잊혀져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꽃잎처럼 날릴 것 같은 초승달에

문득 첫사랑 소식이 궁금해지는 것은 

그대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가슴은 뛰고 발은 한 뼘 떠 있던 

그때의 내가 그리워서입니다


달이 조용한 겨울에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실컷 서러워합니다.


깻잎 모종을 심고서

댓글 0 | 조회 1,534 | 2021.11.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지렁이를 보면손길 피하는 아내가깻잎 모종을심어 달라기에차라리 사 먹는 게모종 값보다 싸겠다며툴툴대며 심어주었더니다음 날물 좀 주라는 잔소리에… 더보기

고요한 날

댓글 0 | 조회 803 | 2021.10.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휑한 자리에는햇빛이 저녁으로 바뀌도록내가 타고 갈 차 하나만종일 고요함을 견디고 있습니다오늘 저녁 길은느린 걸음으로 집에 가고 싶습니다걷다가… 더보기

빨래는 얼면서 마른다

댓글 0 | 조회 930 | 2021.10.13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어린 시절, 추웠던 겨울에어머니는 마당에 빨래를 널었습니다물이 뚝뚝 떨어지는 바지들은가랑이를 벌린 채며칠 동안 딱딱하게 얼어 있었습니다저게 … 더보기

앓고 나서

댓글 0 | 조회 1,363 | 2021.08.2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후줄근하게 앓고 나서나를 알았습니다종일 이불 뒤집어쓴웅크린 짐승이 내 안에 있었구나종일 굶으며 잠에 빠진겨울잠 벌레가 내 안에 있었구나씻지 … 더보기

현재 보타니의 겨울

댓글 0 | 조회 1,221 | 2021.08.11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냉한 기운의 어두움이이다지도 서글픈 것은밤에 묻힌 교회당을 홀로 나서는 걸음이서 아니라이제는 외로움도티를 내지 않고 살아야 할 나이이기 때문… 더보기

식은 수제비를 먹고

댓글 0 | 조회 945 | 2021.07.27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저녁으로 먹고 남아밤새 식은 수제비를데운다는 아내를 말려아침으로 먹는다식어가는 알갱이들은이제는 헤어지지 말자밤새 찬 몸 서로 안고 있었을 거… 더보기

접시꽃 씨앗을 얻어 온 날

댓글 0 | 조회 749 | 2021.07.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아내가 친구에게서 얻어온접시꽃 씨앗을봄이 오면 심자고보물처럼 보여줄 때달달하게 연애하던 소녀에게그 시집을 선물했던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그러면서… 더보기

따뜻한 세상

댓글 0 | 조회 888 | 2021.06.22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봄이면 볕 드는 양지 따라조각 햇빛으로 따뜻해 하고여름에는 나무 그늘아래볼품없는 나를 내려놓고도 부끄러워하지 않고가을이면 색 입혀진 나뭇잎으… 더보기

세상 배우기

댓글 0 | 조회 759 | 2021.06.09
어릴 적 변소에 갈 때는아버지가 네모나게 잘라놓은신문지를 갖고 갔었다손바닥만 한 신문안에는세상사가 모두 있었다박정희 대통령이 유신을 했고김기수가 벤베누티를 이겼고… 더보기

간첩처럼

댓글 0 | 조회 843 | 2021.05.26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간첩질 10년이면작전도 생활이 된다는영화 ‘간첩’을 보고 일어나니어두운 밤입니다아이 키우는 게 더 중요한젊은 엄마간첩한 가정을 어렵게 이끌어… 더보기

노래

댓글 0 | 조회 803 | 2021.05.12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목사님들과 함께하루 여행 떠난 날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노래자랑이 벌어졌습니다내 차례가 되어조용필 노래를 불러일등했습니다교회에 돌아와자랑하고 싶… 더보기

가을에

댓글 0 | 조회 887 | 2021.04.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고국에는 봄꽃이만개했다 하던가요내가 사는 곳은가을이 가득합니다봄볕의 고국과가을로 물든 이곳이서로 다정하여고국이 그립지만내가 사는 여기도 가슴… 더보기

가을 밤하늘

댓글 0 | 조회 1,042 | 2021.04.13
저기 옆으로 누운 십자가저게 남십자성남십자성을 두르고 있는여러 개의 별들을 이으면그게 센타우르스 별자리위는 사람이고아래는 말의 모양이어서사람이라고 부르기도말이라 … 더보기

뒤늦은 깨달음

댓글 0 | 조회 1,049 | 2021.03.24
하나님은 내게좋은 시력은 주셨지만멋진 목소리는 주지 않으셨습니다세상을 향해주님의 소리만 내라는 것이었습니다어느 정도의 키는 주셨지만곧은 다리는 안 주셨습니다주님과… 더보기

생일 저녁상

댓글 0 | 조회 1,459 | 2021.03.10
잡채 갈비 미역국 기본에생일날 제일 먹고 싶은 게 뭐냐고아내가 묻습니다무엇이든지 해주겠냐고무엇이든지 해주겠다고다짐받고서 얘기했습니다잡채 갈비 미역국 다 빼고떡볶기… 더보기

댓글 0 | 조회 1,006 | 2021.02.24
사람들에게 물었어무엇이 가장 그립냐고아기가 대답했지엄마 품이요신나게 놀아줄 친구요소년들이 주먹 쥐며 대답했어인형에 옷 입히던 시절이요아이 키우는데 바쁜 새댁이 말… 더보기

여름

댓글 0 | 조회 1,265 | 2021.02.10
아랫도리 벌거벗은 꼬마가동네 형들 틈에서뒤집힌 무당벌레를 들여다보고 있었다여름 볕 더워진 논에서등짝 검은 방개를 잡아물 담은 검정고무신에 집어넣고늘 으르렁대던 옆… 더보기

그리운 냄새

댓글 0 | 조회 1,200 | 2021.01.28
어머니가 돼지기름으로 만든 볶음밥의첫 숟가락에서 맡아지던 향동네 친구들과 야구놀이 한 후땀 냄새와 섞여진 글러브 가죽 냄새아이를 목욕시킨 후엉덩이에 코를 대고 맡… 더보기

나이

댓글 0 | 조회 1,600 | 2021.01.13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앱 하나 새롭게설치하기 어렵다며나이든 서러움을 탓하지 마라우리에게는방안에 들어온 귀뚜라미에참고 지낸 그리움 터져 나와눈물짓고 싶은 마음 있지… 더보기

성탄절

댓글 0 | 조회 1,097 | 2020.12.22
이번 성탄절에는짐승의 구유 하나면누울 자리 충분했던 아기 예수 앞에서숨겨진 나의 탐욕에 얼굴 붉혀야 한다누추한 목자들의 빈손 방문에도아기 예수 앞에서 겸손한 부모… 더보기

아들아!

댓글 0 | 조회 1,697 | 2020.12.08
우리가 바깥나들이를 힘들어하는 때가 오면 짐스러워하지 말고너무 안타까워하지도 말거라나의 어머니 아버지께서도 그럴 때가 있었고 이젠 우리 차례가 되었을 뿐우리는 인… 더보기

웰링톤 가는 기차

댓글 0 | 조회 1,831 | 2020.11.2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태고를 마주하며북섬의 끝자락까지 가 보자기차 밖 저 목동은교회당에 들어간 본 적 없어도미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사내다울타리 안에서손 흔드… 더보기

오래된 부부

댓글 0 | 조회 1,594 | 2020.11.10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이제는 키스할 때보다는손잡고 다니는 게더 짜릿해진 나이다용돈을 받을 때 보다깔끔하게 다림질 해 놓은셔츠를 입을 때가 더 기분 좋은 나이다반찬… 더보기

반찬

댓글 0 | 조회 1,444 | 2020.10.28
도루묵찌개파래무침양미리조림어머니 그리워지는 반찬먹고 싶다 무심코 한 말에세 번의 저녁마다 감동을 준 아내의 배려그날 밤 우리천국에서도다시 부부로 살아가자 말하려다… 더보기

울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댓글 0 | 조회 1,335 | 2020.10.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때로는 저무는 저녁노을 앞에서울음 울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나를 꾸중하지 못한 비겁한 지난 날들이어서끄트머리 생은 반드시나만 응시하며 살겠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