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한 해넘이를 보다, 금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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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엄한 해넘이를 보다, 금산사

0 개 783 템플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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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사는 전라북도가 전라도 정도 천년을 기념해 만든 생태문화탐방로인 전북천리길의 시작점이자 종점이다. 이 절이 자리한 모악산은 기가 센 곳으로 유명하다. 후백제 견훤이 아들 신검에게 갇혀 있던 비극의 현장이기도 하다. 권력 앞에서는 부자지간도 넘어서야 하는 적인가 하는 생각에,  아! 인생무상이다. 금산사 템플스테이의 주제인 ‘나는 쉬고 싶다’는 중국 당나라 때 선승 조주 스님의 방하착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한다. 분별하는 마음을 내버려 두라는 말이 방하착이다. 내려놓을 것도, 얻을 것도 없는 경지가 마음 쉬는 도리다. 이것이다, 저것이다, 분별하는 마음에 집착하지 않고 그저 쉰다는, 전라도 말로 “내비둬!”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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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군산 군도


벽골제는 백제가 축조한 저수지다. 둑방을 거닌다. 멀리 가물거리는 것은 논이다. 1970, 80년대만 해도 쌀이 귀했다. 이제 보릿고개가 사라졌지만, 예나 지금이나 논농사는 농업의 근간이다. 밥심이 최고다. 밥이 최고의 선이다. 사람의 모든 욕망이 배불리 먹고 등 따습게 살겠다는 것에서 비롯되지 않던가. 벽골제 축조공사에 동원된 인부들의 짚신을 털어낸 흙이 산을 이뤘단다. 신털미산이 그것이라니 그 크기를 짐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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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골제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지평선 호남평야, 가물거리는 끝이 하늘과 맞닿아 있다. 멀리 봐야 한다. 발등만 내려다봐선 지평선을 볼 수 없다. 조물주가 큰 바늘로 하늘과 땅을 맞잡아 시침질해 버렸다. 걸어 걸어가면 얼마나 걸릴까? 그 옛날 손으로 모를 내던 시절, 논둑에 앉아 달게 새참을 먹고 이랴 이랴 쟁기질하던 모습이 지평선 저쪽에 가물거린다. 휙휙 지름 길로 달아나는 세월인 양, 세상의 모든 길도 세상의 모든 논둑도 빨랫줄처럼 곧기만하다. 그 때문에 세상이 날아가는 건지, 내가 길 재촉하는건지 모른다.지평선을 향해 걷다가 아무 마을 아무 집에나 들러 한 그릇 흰쌀밥을, 한 사발 냉수를 얻어먹고 싶다. 지평선 너머노을이 핏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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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제평야


서해에도 섬이 많다. 고군산 군도(古群山 群島), 군산 서남쪽 신시도 무녀도 선유도 장자도 대장도 등의 풍광이 선경이다.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되고 연륙교로 이어져 이젠 섬 아닌 섬이다. 선유도 해변에서 피보다 붉은 해넘이를 보며 섬을 생각한다. 뭍에서 불과 수백 미터 밀려난 섬부터 수백킬로미터 나앉은 섬까지, 섬은 거리와 크기 상관없이 고독하다. 물에도 분명 길이 있건만 쉽게 들어갈 수도 나올수도 없다. 담도 없고 대문도 없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섬보다 낮은 물 울타리만 있을 뿐인데 탱자나무를 둘러친 듯 멀고 멀다. 우리는 누구나 섬이다. 사람들 사이에만 섬이 있는게 아니라 한 개 섬인 내 안에도 또 섬이 있다. 나조차 다가설 수없는 ‘내 안의 나’, ‘나 아닌 나’다. 내안의 유배지인 그 섬에 가닿고 싶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가? 세상이 복잡해서, 길이 멀어서, 시끄러워서 찾기가 힘이 든다. 차분히 나를 돌아본다, 내 안의 나를 찾아 나선다. 두 눈 부릅뜬 목어처럼 깨어 있을 일이다. 헝클어진 실꾸리의 실마리를 찾듯이 찬찬할 일이다. 비워야 채운다, 놓아야 잡는다. 멀리 수평선 너머 가야 할 길이 멀다. 단 며칠이라도 조금 먹고 조금 생각하자. 가벼워진다, 비워진다. 새벽예불로, 백팔 배로 내가 무겁다는 걸 안다. 내 무릎이 꺾이지 않는다는 걸 안다. 들이쉬고 내쉬는 숨이 느껴진다. 내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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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산사 5층석탑과 방등계단


■ 좋다 싫다 분별하지 않고 그저 쉬어가는 절입니다!


금산사는 1421년 백제 법왕 1년(599)에 호남평야의 젖줄인 김제 모악산 아래에 산문을 연 후 미륵신앙의 근본도량으로 자리매김 해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3층 목조건물로 된 미륵전(국보제62호)이 있는 곳이죠. 금산사 템플스테이는 1박2일 머무는 내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게 하는 것에 모든 활동이 맞춰져 있습니다. 다식을 만들 때도, 차를 마실 때도, 가만히 앉아 있을 때도 그저 바라봅니다. 탁본 체험을 할 때는 물에 젖은 한지를 솔로 두드리거나 먹물 좁쌀주머니로 톡톡톡 치며 나는 소리에 집중합니다. 지금이 순간에 머물러야 생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금산사 템플스테이 브랜드 ‘나는 쉬고 싶다’와 매달 열리는 프로그램 ‘내비둬콘서트’는 상표등록이 되어 있을 정도로 독자성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이 곳에서 여러분의 마음을 쉬게 해보는 걸 권합니다. 


금산사│전라북도 김제시 금산면 모악15길 1│ 010-6589-0108

geumsansa.templest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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