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피는 꽃나무의 신화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늦게 피는 꽃나무의 신화

0 개 928 김지향

기다렸던 손녀가 드디어 세상에 태어났다. 다행히도 내가 오클랜드에 도착한 이후에 출산을 했고, 딸과 손녀는 건강한 모습으로 지금 내 곁에 있다. 이미 딸 바보가 되어버린 사위는 힘든 줄도 모르고 아내와 딸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아기 이름을 유은과 Eden으로 지은 사위와 딸은 아기가 에덴동산의 은혜 속에서 살기를 바랐을 거 같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이 에덴이며 천국이니 당연한 바람일 것이다.


아기의 탄생과 더불어 반가운 소식이 왔다. 미국 애틀란타에 사는 김준호 시인이 세 번째 시집을 출간한다는 것이다. 김준호 시인은 나와 비슷한 시기에 문단에 등단한 시인으로서 지성과 지혜를 겸비한 깊은 영성을 갖춘 시인이다.


뿌리 깊은 기독교인으로서 교회의 높은 성벽을 넘어 우주와 모든 종교와 영성의 총화를 이야기 하는 그의 시들을 읽으면서 감동을 안 할 수 없었다. 


그의 시들에서는 성경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종교적인 색채로부터 벗어나 현대인의 고뇌 속에서 자기완성의 길을 가고 있는 열정이 빛을 발한다.


그가 출판한 첫 번째 시집과 두 번째 시집을 통해 김준호 시인만의 독창적인 시 세계에 마음이 끌렸지만, 세 번째 출간하는 이번 시집은 특별히 더욱더 커다란 감동과 공감을 갖게 했다.


『늦게 피는 꽃나무의 신화- 밝은 어둠의 노래』라는 제목을 통해 시인의 내면세계가 느껴진다. 


그의 시를 보면 모든 세상이 그의 거울이다. 그의 시 속에는 꽃과 나비 그리고 새들이 등장한다. 산과 나무 역시 그의 시상을 떠오르게 하는 대표적인 자연이다. 시의 소재인 모든 자연의 조각들은 해학적이며 풍자적이다. 연극 무대에서의 배우와 무대 장치 소품들 또한 기발한 소재로 그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의 내면은 그의 것만이 아닌 우리의 내면 그대로인 것이다. 


여신 또한 그의 시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이다. 이 시집의 첫 시와 마지막 시에 등장하여, 연극 무대와 함께 시작과 끝을 장식한다.


일단 그의 시들은 재미있다. 시를 읽으면서 영상이 그려진다. 


솔개의 날개를 보고 창공을 나는 나비, 독수리눈을 닮은 참새의 눈, 천재를 닮은 까마귀, 독수리 가면을 쓴 참새, 배 위에서 헐떡거리면서 누워있는 고래, 하늘도 평정하고 싶은 호랑이, 벌레와 나비.......등이 등장하는 시들은 우화 버금가는 재미와 더불어 사색의 시간을 갖게 한다.


산과 강 그리고 바다도 김준호 시인의 훌륭한 시재로, 그를 통해 독특하고 재미있는 도구로 태어난다. 일상에서 늘 함께 하는 개와 고양이들 또한 마찬가지이며, 노숙자와 창녀들 역시 그의 상상력과 지성의 산물이 된다.


벌레, 좀비, 양아치, 지푸라기, 복권......등의 시재들 또한 인간의 본능을 읽게 해주며, 꺼내어 보기 싫어서 깊이 감추어 둔 내면을 들춰내어 보여 준다.


그의 시집을 읽을 땐 블랙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연재소설을 읽는 것 같다. 시집 안에 기승전결이 있고, 시작과 끝이 연결이 된다. 길고 긴 서사시 한편을 읽는 것 같다. 그냥 들춰서 딱 한 편만 읽어도, 단숨에 한 권 전체를 읽어도 재미와 더불어 지혜를 전해준다.



인생은 기다림이기에, 꽃나무인 우리는 기다림의 터널을 통과하여 꽃을 피우기 마련이다. 


깜깜한 자궁 안에 자리를 튼 영혼이 어머니의 넥타를 먹으며 열 달의 기다림 속에 골격이 형성이 되고 살이 붙고 오감을 갖춘 인간의 형상이 된다. 이렇게 안락한 어둠의 세상에서 빛 세상으로 나와 나비처럼 날아다니면서 또 다른 기다림에 빠져든다.


첫 시 『어둠의 탄생』으로 시작하여 마지막 시 『밝음의 탄생』으로 끝나는 이 시집을 읽고 나서 열 달 동안 자궁 속에서 세상의 빛을 보기 위해 기다린 손녀의 손을 가만히 잡아주었다.


빛 세상에 태어나서 젖을 무는 것부터 앞으로 터득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을지.......


시 감상은 참 재미있다. 시 해석은 독자의 몫이니 말이다.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고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것이 시인 것 같다. 그래서 시를 읽는 재미가 쏠쏠한 것이다.


김준호 시인이 참 대단한 시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에서부터 시들 전체가 어쩌면 그렇게 많은 것을 담고 있는지. 읽으면 읽을수록 쫀득쫀득해지고, 새롭게 발견이 되는 것들이 많았다. 


그저 재미있게 읽다가 그 안에 들어 있는 깊은 뜻에 감탄을 하게 되고, 각각 다른 시들인데도 그 시들이 연결이 되어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가 되며, 읽는 내내 내 안에 감추어져 보이지 않았었던 것들을 발견하게 되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조명이 꺼져 깜깜한 무대 위에서 태어난 아기가 자라나 빛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무대 위에서 여신과 함께 춤을 춘다는 신화. 


여신의 등장이 참 재미있다. 불 꺼진 무대 위에서 태어난 아기가 자라 빛이 쏟아지는 무대 위에 올라왔을 땐, 여신의 짝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신이 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자기완성의 끝판왕인 신이 되었을 걸로 여겨진다.


‘늦게 피는 꽃나무의 신화’란 제목과 빛 속에서 춤을 추는 이야기가 어쩌면 이렇게 잘 매치가 되는지, 


시에 대한 새로운 지평선을 연 김준호 시인에게 축복의 길이 열리길 기대하면서, 시집에 실려 있는 시들 중 한 편을 적으며, 내게 수필형식으로 독후감을 써달라고 한 김준호 시인에게 감사를 전한다.

 


0b54d45f6506702622cc970d7a23f557_1626214111_3296.png
 

  늦게 피는 꽃


  궁금해

 왜 저 나무는

 수십 년이 지나도

 꽃을 피우지 못할까

 좀 더 기다려야 하나

 한 송이도 피우지 못하고

 망각 속으로 시드는 것을 봐야 하나

 갈릴래아의 예수처럼

 이 世上이 나무에게 너무 작은가

 제자들은 예수의 죽음을

 부활로 장식하고

 神話를 완성했는데

 나도 이 앙상한 나무 몸통에

 아름다운 이야기를 새겨 넣고

 생명을 불어넣어 줄까

 잠깐…

 조금만 더 기다려 봐… 

꿈은 꼭 이뤄진다

댓글 0 | 조회 1,055 | 2022.07.13
꿈은 꼭 이뤄진다. - 이 비밀을 알고만 있다면유은이의 돌잔치는 오미클론 때문에 많은 차질이 생겼다. 세 모녀가 오클랜드로 가는 도중 만년설이 눈앞에 펼쳐져있는 … 더보기

여행이 주는 기쁨

댓글 0 | 조회 947 | 2022.06.29
바람이 사납게 불어도 비만 오지 않으면 강가로 여행을 떠난다. 겨울비로 불어난 흙탕물이 거세게 흘러가지만, 그 소리마저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 요즘 나는 … 더보기

내 사랑 파미

댓글 0 | 조회 983 | 2022.06.14
오월을 어찌 보냈는지 기억도 없는데 6월이 한 주를 훌쩍 넘어버려 열흘이라는 시간을 삼켜버렸다.어제부터 무섭게 비바람이 몰아치고, 천둥과 번개까지 동원이 되어 한… 더보기

나의 해방일지

댓글 0 | 조회 1,169 | 2022.05.25
비가 온다. 가을을 미처 즐기기도 전에 겨울이 온 거 같다. 재즈 음악을 틀어놓고 고즈넉한 겨울의 운치를 맛보고 있다. 삶에 대한, 계절에 대한 해방감이 온 몸을… 더보기

복중의 복이 늦복이리라

댓글 0 | 조회 1,121 | 2022.05.11
파미에 살면서 느끼는 것은 갈수록 파미 날씨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파미 생활에 익숙해져서 모든 것이 다 편안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꼭 … 더보기

고구마 꽃이 피었습니다

댓글 0 | 조회 1,070 | 2022.04.27
몇 달 전에 고구마 한 개를 땅에 심었는데, 그 고구마에서 제법 많은 줄기가 자라났다. 도시에서만 살았기에, 텃밭을 가꿀 줄도 모르고, 진득하니 식물을 잘 가꿀 … 더보기

광기와 어리석음

댓글 0 | 조회 937 | 2022.04.13
엊저녁에 한국에 사는 언니와 오랫동안 전화 통화를 하다 보니, 자정을 넘겨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다. 오직 그림을 그리고 수강생들을 가르치면서 살아왔던 나의 큰 자… 더보기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아

댓글 0 | 조회 1,057 | 2022.03.23
푸르른 하늘부터 반겨 준 웰링턴 여행길. 그날은 무척 행복했다. 대선 투표를 마치고 한인 마트에 들려서 파미에서 살 수 없는 물품들을 사고, 해변 가의 멋진 레스… 더보기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다

댓글 0 | 조회 1,613 | 2022.02.23
얼마 전에 언니와 통화를 하다가 대선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는데, 언니는 선거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며, 누가 되든 나라는 망하지 … 더보기

하느님의 자유의지를 커닝했다

댓글 0 | 조회 987 | 2022.02.10
음력 설날에 요양원에 계신 아버지와 전화 통화를 했다. 얼마 전의 통화와 달리 아버지께서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계셨다. 한참을 아버지의 기억을 위해 애를 썼는데… 더보기

줄이고 또 줄여야

댓글 0 | 조회 1,347 | 2022.01.27
오늘 저녁에 손님들을 초대하여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들을 만나면 내 입 꼬리는 자연스레 올라가고 엉터리 영어지만 창피함을 모르고 함께 떠들게 된다. 그들… 더보기

아가의 웃음소리

댓글 0 | 조회 984 | 2022.01.12
까르르르~~ 유은이의 웃음소리가 우리 집 전체에 울려 펴졌다. 유은이는 둘째 딸이 작년 6월 말에 낳은 아기이다. 코비드가 잠시 종식이 되었을 시기에 태어난 덕분… 더보기

화살 보다 더 빠르게 흘러간 2021년

댓글 0 | 조회 899 | 2021.12.22
한 해도 훌쩍 지나 벌써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올해는 나에게 있어서 아주 특별한 한 해였는데, 그 중 가장 특별했던 일은 손녀를 본 일이다. 코로나 팬… 더보기

지옥의 끝

댓글 0 | 조회 1,047 | 2021.12.08
우리의 삶이란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내 의지에 의하여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죽음마저도 내 의지대로 맞이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우리 인간들은 초자연적인 상… 더보기

크로스오버 인생

댓글 0 | 조회 1,109 | 2021.11.23
큰애가 UCOL Whanganui에서 디자인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데, ‘유쾌한 도깨비’ 프로젝트를 연말 전시회에 출품하게 되었다.‘유쾌한 도깨비’ 프로젝트는 … 더보기

오징어게임 티셔츠

댓글 0 | 조회 1,265 | 2021.11.09
요즘 나는 ‘오징어게임’ 명함의 로고(○△□)와 오징어게임 문양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 시중에서 판매를 하는 것이 아닌 디자이너인 친구가 만들어 준 티셔… 더보기

사과 중에 가장 맛있는 사과

댓글 0 | 조회 2,065 | 2021.10.28
몇 년 전에 돌아가신 형부는 여러 개의 사과가 있다면 그 중 가장 맛있는 사과부터 먹으라고 했다. 아깝다는 생각에 맛없는 것부터 먹다 보면 결국 맛있는 사과는 못… 더보기

코비드도 내 꿈을 막지 못한다

댓글 0 | 조회 1,088 | 2021.10.13
요즘 내 행복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다. 코비드로 인하여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잘 모르겠지만, 내 안의 행복을 빼앗아 갈 능력은 없다.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더보기

10년 후 지금의 세상이 사라진다고 해도

댓글 0 | 조회 1,495 | 2021.08.24
겨울비가 무겁게 쏟아지는 화요일 저녁에 닭볶음탕 하나로 우리 가족들과 친구들이 함께 모여 오붓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세찬 비바람이 유리 창문을 때리건 말건 온기… 더보기

Re - Story Studio

댓글 0 | 조회 736 | 2021.08.10
한 달 만에 집에 와보니, 그동안 우리 집 텃밭의 채소들은 쑥쑥 많이도 자라 있었다. 내가 없는 동안 잘 보살펴 준 흔적이 그대로 보여 기분이 좋았다.거실에 있는… 더보기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댓글 0 | 조회 1,189 | 2021.07.28
둘째 산바라지를 위해 오클랜드에 온 덕분에 오클랜드의 유명한 명소들을 관광하게 되었다. 코리아 포스트 편집장과 사돈들 덕분에 제대로 오클랜드를 여행하게 되었으며,… 더보기
Now

현재 늦게 피는 꽃나무의 신화

댓글 0 | 조회 929 | 2021.07.14
기다렸던 손녀가 드디어 세상에 태어났다. 다행히도 내가 오클랜드에 도착한 이후에 출산을 했고, 딸과 손녀는 건강한 모습으로 지금 내 곁에 있다. 이미 딸 바보가 … 더보기

사람이 재산이다

댓글 0 | 조회 1,040 | 2021.06.23
고구마 잎줄기가 아이비처럼 장식하고 있는 부엌 창문 너머로 가는 겨울 빗줄기가 사선을 그으면서 지나간다. 남편은 커피 원두를 곱게 갈아 에스프레소 커피를 내리고 … 더보기

돈이 따라오는 외모가 있다

댓글 0 | 조회 1,943 | 2021.06.10
요즘 나는 옷들부터 음식들까지 옛 것을 즐기고 있다. 추억의 도시락 반찬을 만들어 먹고, 추억의 옷들을 꺼내어 손질하여 입고, 빈티지 구제 명품 옷과 신발들을 사… 더보기

머니트리 덕분에 부자 되겠네

댓글 0 | 조회 1,543 | 2021.05.25
2021년 신년 꽃꽂이를 하러 꽃집을 돌았었는데, 코로나 영향인지 꽃집에 쓸 만한 꽃들이 없었다. 파미에서 가장 꽃꽂이하기 좋은 소재들이 많은 꽃집은 아예 문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