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미학 - 솔베이지의 노래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기다림의 미학 - 솔베이지의 노래

0 개 991 한일수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10) 


여자의 변신(變身)이 무죄라면 여자의 변심(變心)도 무죄이던가? 여자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때 남자는 비로소 철이 들 수 있는 것이리라. 어떤 사람이 하느님한테 가서 소원을 빌었다. “하느님, 소원 하나 들어 주십시오. 하느님이 말해 보아라고하자 LA에서 하와이까지 다리하나만 놓아 달라고 주문했다. 몇 차선을 원하느냐고 하자 2차선이면 충분합니다. 다리가 놓아지면 하와이와 미국 본토의 왕래가 얼마나 편해질 것이며 관광산업 발전에도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입니다. 하느님이 잠시 생각하더니 그건 좀 곤란하겠다. 말이 그렇지 LA에서 하와이까지 다리 건설하는데 얼마나 많은 철근과 시멘트가 소요될 것이며 그 많은 인력을 충원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텐데 차라리 다른 소원을 빌면 어떻겠니? 하시자 그럼 여자의 마음을 읽는 기술을 알려주십시오. 그것은 돈이 전혀 안 드는 일입니다. 하니 하느님이 대뜸 그것만은 불가능하다. 차라리 내가 LA에서 하와이까지 8차선을 놓아주겠다.”      


여자가 변심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흔하지 않은 일이니 문학의 소재가 되고 있으리라. 1971년경에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게재됐던 ‘Going Home’ 이라는 글이 크나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를 ‘노란 손수건’ 이라는 제목으로 오천석님이 번역하여 월간 『샘터』지에 발표한 후 한국 사람들에게도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형무소에서 3년을 보내다가 가석방돼 고향으로 돌아가는 주인공이 가석방이 결정되자 아내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을 용서하고 받아들일 생각이면 마을 어귀 참나무에 노란손수건을 매달아 달라고 적었다. 손수건이 보이지 않으면 버스를 타고 지나쳐 가겠다는 암시였다. 그런데 버스가 마을 어귀에 다다르자 버스 안에서는 일제히 함성이 터져 나왔다. 참나무에는 온통 노란 손수건의 물결로 뒤덮여 있었던 것이다. 사실은 이런 편지 내용을 전해들은 동네사람들이 너도나도 노란 손수건을 매달아 주었다. 노란손수건이 걸려 있기를 기대하는 버스에 탄 모든 사람들이 숨죽여 기다리는 중에 전개된 노란 손수건의 물결은 주인공은 물론 마을 사람들과 버스에 탄 모든 승객들에게 가슴 뭉클한 순간이 되었다.


모든 사물에는 스토리가 가미될 때 그 가치가 증폭된다. 음악만 해도 그렇다. 그냥 듣거나 연주하는 것보다 곡의 스토리를 알고 작곡가의 내면세계에 들어가 연주자의 기교를 음미하면서 감상하면 감동이 다르다. 성악(聲樂) 작품은 작사자와 작곡가, 연주자가 한 몸이 되어 탄생하는 예술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학교 다닐 때부터 흔히 들어왔던 ‘솔베이지의 노래(Solveig’s Song)’는 멜로디가 좋은 외국 가곡으로서만 알고 지내 왔다. 그런데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화요음악회에서 그 노래에 얽힌 배경을 이해하고 들으니 새로운 감흥에 젖게 되었다..       


0c6db65b11572ad95ed030cb05a248a2_1626144535_8311.jpeg
 

노르웨이의 작은 산골 마을에 살던 페르귄트는 같은 동네 솔베이지라는 아리따운 소녀를 사랑했고 결혼을 했다. 남편은 아내를 사랑했지만 가난으로 고생만 하는 아내 솔베이지를 위해 돈을 벌려고 먼 외국으로 떠났다. 부둣가에서 온갖 막일을 하면서도 고향의 아내를 그리며 열심히 일을 해서 많은 돈을 축적한 남편은 10년 만에 모든 재산을 정리해 솔베이지가 있는 그리운 고향으로 향한다. 갖은 고생 끝에 모은 돈을 가지고 설레는 마음으로 돌아오다가 바다 한 가운데서 해적들을 만나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목숨만 건졌다. 고향까지 왔지만 그리웠던 아내를 차마 볼 수가 없었다. 다시 외국으로 떠나 길거리 노숙자로 평생을 살다가 늙고 지치고 병든 몸이지만 고향으로 돌아가 죽는 게 소원이었다. 몇 달 만에 꿈에서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 온 그는 믿어지지 않는 현실에 직면했다. 


0c6db65b11572ad95ed030cb05a248a2_1626144506_0949.jpeg
 

옛날 젊은 시절 솔베이지와 살았던 오두막집이 다 쓰러져가는 채로 있었고 그 안에는 희미한 불빛 아래서 한 노파가 바느질을 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토록 사랑해왔던 솔베이지였다. 마주보고 있는 백발의 노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부둥켜안고 눈물만 흘렸다. 그날 밤 노인은 아내 솔베이지의 무릎에 누워 조용히 눈을 감는데 차갑게 식어 가는 남편을 위해 마지막으로 솔베이지 노래를 부르며 그녀도 남편을 따라간다. “그 겨울이 지나 또 봄은 가고 또 봄은 가고, 그 여름날이 가면 더 세월이 간다. 세월이 간다. 아 그러나 그대는 내 님일세 내 님일세. 내 정성을 다하여 늘 고대하노라 고대하노라. 아 --아 -- 아-- 아--아-- 아--”  


노르웨이의 현대사를 수놓은 보석 같은 4대 인물이 있다. 여성 해방 운동에 불을 지핀 「인형의 집」 작가 입센(Henrik Ibsen, 1828-1906), 페르퀸트 모음곡(솔베이지의 노래는 제 2 모음곡의 4번 째 곡이다)을 작곡한 그리그(Edvard Grieg, 1843-1907), 인간의 일생과 희로애락을 담아낸 조각가 비켈란(Gustav Vigeland), 표현주의 화가 뭉크(Edvard Munch)가 그들이다. 2019년에 노르웨이 여행을 갔다 왔지만 그 때는 피요르드 해안 크루즈가 중심이었기 때문에 이들 작품들과 생애 흔적들을 살펴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특히 그리그가 말년에 살았던 그의 고향 베르겐 외곽의 트롤하우겐 (Troldhaugen)은 클래식 음악 팬들에게는 성지나 다름없는 곳인데 그 곳을 놓쳤다. 노르웨이의 국민 음악가 시셀 쉬르셰뵈(Sissel Kyrkjebo)는 2019년에 한국을 다녀가기도 하였는데 다이아몬드처럼 찬란한 광채가 나고 계곡 시냇물처럼 티 없이 맑은 목소리로 솔베이지의 노래를 부를 때 감상자들은 그녀의 노래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느낌을 경험한다.  


기다리는 여인의 모습은 아름답다. 언어는 달라도 인간 사회는 음악의 선율을 통해 정서를 공유할 수 있으며 하나가 될 수 있다. 북 유럽의 끝자락 노르웨이에서 태어난 솔베이지의 노래는 오늘날 전 세계인의 가슴 속에 살아 숨 쉬는 영혼의 양식이다.      



3.1 정신과 한민족의 진로

댓글 0 | 조회 784 | 2022.03.08
금년이 3.1운동 103주년이 되는 해이다. 해마다 3.1절이 되면 우리의 과거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각오로 우리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야 되겠다는 다짐을 해보게 된… 더보기

인생 4계절

댓글 0 | 조회 1,230 | 2022.02.09
미국의 예일대학교 임상심리학 교수 대니얼 레빈슨(Daniel J. Levinson) 박사는 성인 발달이론의 대표적인 학자로 인생을 25년 정도의 주기, 4개의 국… 더보기

백두산 호랑이

댓글 0 | 조회 888 | 2022.01.11
“호랑이는 착하고 성스럽고, 문채(文彩)가 좋으면서도 싸움 잘하고, 인자하면서도 효성스럽고, 슬기롭고도 어질고, 엉큼스럽고도 날래고, 세차고도 사납기가 그야말로 … 더보기

파도야 날 어쩌란 말이냐

댓글 0 | 조회 1,260 | 2021.12.07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임은 뭍같이 까닥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날 어쩌란 말이냐”청마(靑馬) 유치환 시인은 「그리움」이란 시에서 이렇… 더보기

잡초야 같이 살자

댓글 0 | 조회 1,140 | 2021.11.10
우리가 뉴질랜드 땅을 처음 밟았을 때 공통적으로 느꼈던 감정은 늘 푸른 들판 풍경이었을 것이다. 1970년대 초에 유행했던 남 진의 노래 “저 푸른 초원 위에 그… 더보기

요동치는 코리안의 물결

댓글 0 | 조회 1,651 | 2021.10.12
바야흐로 민족중흥의 기운이 우리시대에 다가온 것일까? 21세기 들어와 떠오르는 태양으로 한민족이 세계사에 등장한 것일까? 한류(韓流 Korean Wave)의 물결… 더보기

돌을 다듬어 인생살이를 구성하다

댓글 0 | 조회 824 | 2021.08.11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11)노르웨이를 여행 해본 사람이라면 오슬로 외곽에 위치한 비겔란 조각공원을 돌아보면서 광활한 대지가 수많은 조각품들과 어우러져 야외… 더보기
Now

현재 기다림의 미학 - 솔베이지의 노래

댓글 0 | 조회 992 | 2021.07.13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10)여자의 변신(變身)이 무죄라면 여자의 변심(變心)도 무죄이던가? 여자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때 남자는 비로소 철이 들… 더보기

코리안 키위 - 50년을 날다

댓글 0 | 조회 1,100 | 2021.06.09
생활 26년차인 지금도 나는 ‘뉴질랜드에 사는 한국인(Korean in New Zealand)’ 인가? 아니면 ‘한국계 뉴질랜드인(Korean New Zealan… 더보기

공포와 절망감이 빚어낸 뭉크의 『절규』

댓글 0 | 조회 961 | 2021.05.12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9)지난 2012년 소더비(Sotheby’s) 경매에서 파스텔로 판지에 그린 뭉크의 『절규』라는 작품 하나가 1억1,990만 달러(1… 더보기

권력투쟁

댓글 0 | 조회 987 | 2021.04.13
“주사위는 던져졌다(The die is cast)” 율리우스 카이사르(라틴어 Julius Caesar, 영어발음은 줄리우스 시저)는 BC 59년에서 51년까지 8… 더보기

라이프 리엔지니어링

댓글 0 | 조회 1,168 | 2021.03.09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Business Reengineering)이라는 개념은 마이클 해머(Michael Hammer) 박사가 1990년 ‘Harvard Busin… 더보기

백조의 노래

댓글 0 | 조회 1,301 | 2021.02.11
서기 476년 로마의 멸망 이후 유럽은 중세 암흑기로 접어들었으며 전쟁과 굶주림, 흑사병 등 전염병으로 문명의 발전이 사라져버렸다. 900여년이 지난 후 이탈리아… 더보기

8학년 꽃 중년

댓글 0 | 조회 1,610 | 2021.01.13
지금까지 살아 있는 사람들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힘들었던 경자년(庚子年)을 무사히 보내고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이하게 되니 예년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온다. 신… 더보기

생활의 발견

댓글 0 | 조회 1,707 | 2020.12.09
코로나 19로 얼룩진 경자년(庚子年)을 보내며임어당(林語堂, 1895-1976)은 근대 중국의 대표적인 지성인이자 소설가, 문명 비평가로서 국제적인 인물로 꼽힌다… 더보기

노벨 평화 센터

댓글 0 | 조회 1,454 | 2020.11.10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8)재산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재산을 어떻게 활용하는 가는 더욱 어렵고 중요한 일이다.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이 출현했… 더보기

독도는 한국땅

댓글 0 | 조회 1,676 | 2020.10.27
'독도는 한국땅'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를 조상 대대로 물려받아 살아온지 4353년, 그러나 110년 전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온갖 굴욕을 참으며 살아온 우리 … 더보기

위대한 탐험가 - 아문센의 발자취

댓글 0 | 조회 1,217 | 2020.10.14
“먼 훗날 나는 어디선가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노라고.… 더보기

밤마다의 미녀

댓글 0 | 조회 1,582 | 2020.09.08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6)프랑스의 르네 클레르 감독 작품 영화 『밤마다의 미녀』(1952년 발표)는 낡은 2층 방에서 기거하는 가난한 음악 선생의 이야기를… 더보기

북극권에 진입하다

댓글 0 | 조회 1,681 | 2020.08.12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5)북극권 진입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지구의 북쪽 끝이라는 노스 케이프에서 펼쳐든태극기는 통일의 염원을 담고……여름에는 해가지지 않… 더보기

뉴질랜드에서 태어났습니다

댓글 0 | 조회 2,181 | 2020.07.15
2020년을 맞이한 이래 6개월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전 세계가 비상사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뉴질랜드는 모범적인 대응을 하여 안정을 찾고 일… 더보기

재택근무는 현실이다

댓글 0 | 조회 2,796 | 2020.06.10
벌써 40년 전의 일이다.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Alvin Toffler, 1928-2016)는 1980년에 발표한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산업주의 종말과… 더보기

컨틴전시 플랜 (Contingency Plan)

댓글 0 | 조회 1,978 | 2020.05.12
벌써 오래 전 이야기이다.. 미국에서 가발 행상으로 돈을 모았던 어떤 교민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항상 위험과의 전쟁이었다. 흑인 촌을 누비고 다녔기 때문에 장사도 … 더보기

북쪽으로 가는 길

댓글 0 | 조회 1,552 | 2020.03.11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4)8세기말에서 11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고향 땅인 스칸디나비아로부터 북 유럽과 중앙 유럽까지 항해하며 약탈을 일삼고 교역을 일으켜 … 더보기

작지만 강한 나라 - 덴마크

댓글 0 | 조회 1,984 | 2020.02.12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3)우리는 약소국(弱小國)이라는 호칭에 익숙하다. 우리민족은 주변 강대국에게 둘러싸여 오랜 세월 주변국들의 침략과 수탈에 시달려 왔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