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변화를 주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새해에는 변화를 주자

2 3,103 왕하지


아침에 일어나면 눈을 크게 뜨고 천정을 바라보며 눈약을 한 방울씩 떨어트린다. 귀에도 뿅뿅 귀약을 넣고 코에는 스프레이 약을 칙칙 뿌리고 입에는 혈압 약과 알레르기 약을 넣고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그러고 보니 구멍이라는 구멍에는 약을 다 집어넣는 셈이다.

새해에는 약도 열심히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더욱 건강해지자, 그리고 뭔가 변화를 갖도록 하자.

폼펠리아 고등학교 학생회장인 프란시스가 머리를 밀었다. 학교에서 암환자 돕기 모금행사로 삭발을 했는데 삭발한 7명중 여학생 한명도 참여했다고 한다. 프란시스의 도토리 같은 머리가 예뻤다. 저렇게 머리를 깎으면 얼마나 시원하고 간편할까, 나도 머리를 밀어버릴까?

성당에서 키위들을 보면 다양하게 개성들이 넘쳐난다. 삭발머리, 긴 머리, 꽁지머리, 수염도 가지각색이다. 반면 한인들을 보면 다 고만고만한 키에 똑같은 머리에 비슷한 옷차림, 개성이 하나도 없다. 왕가레이에서 일식당을 하는 태원이 아빠가 머리를 길러서 묶었다. 꽁지머리가 너무도 잘 어울리고 개성이 흘러넘치고 멋졌다.

나는 젊은 시절 콧수염을 기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새까만 머리털과 다르게 콧수염은 빨간색, 흰색 등 다양했지만 염색을 할 수도 없고 그냥 기르고 다녔다. 몇 년 동안 기른 거 같은데 어느 날 장인어른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보고 깎아버렸다. 장인어른과 같은 연배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 후 머리를 길러 꽁지머리를 하고 싶었는데 무척이나 망설여졌다. 강의도 하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 행사장에도 자주 가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걱정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걱정을 하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그냥 머리를 길러버렸다. 학생들이나 아줌마들에게는 인기가 좋았지만 머리를 관리하기가 너무 귀찮았다. 머리를 감는 게 아니라 북한 말처럼 빨래하듯 머리를 빠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반면 좋은 점도 있었다. 급하게 은행을 가려고 지름길인 골목으로 차를 몰았는데 먼저 들어온 차 한대와 마주치고 말았다. 나는 후진을 잘 못해 그냥 앉아있는데 앞차에서 덩치 큰 사람이 내리더니 씩씩거리며 차 빼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나는 긴장된 마음을 가다듬고 창문을 스윽 내리면서 조용히 말했다.

“당신이 빼쇼.”

그는 내 꽁지머리를 힐끔 쳐다본 후 잽싸게 달려가 차를 빼기 시작했다. 그 당시는 괴팍하거나 기인 같은 사람들만이 머리를 길렀기 때문에 예사롭지 않게 보았을 것이다. 조카 졸업식 때도 그랬었다. 학교 앞 사거리에서 차가 엉켰는데 사방에서 운전자들이 몰려와 여자운전자인 아내에게 차를 빼라고 고함을 질러댔다. 간밤에 먹은 술이 덜 깨 속도 쓰린 나는 열이 확 받쳤다. 차에서 내려 말처럼 머리를 한번 흔들고 고함을 질렀더니 사내들은 모두 꽁지를 내리고 차를 빼기 시작했고 길은 뻥 뚫렸다.

그렇게 좋은 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해 여름 나는 이웃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밀어달라고 했다. 미용실 아줌마가 정말요? 라고 물었다.

“박박 밀어요.~”

2012년, 머리부터 변화를 주기로 마음먹고 아내보고 머리를 밀어달라고 했더니 귀찮다고 딸보고 하라고 하였다.

“아빠, 정말 다 밀어,”

“그럼 뭐, 위는 좀 길게 밀던지... 한국아줌마가 하는 미용실에 키위아저씨가 왔는데 말이야, 아줌마가 친절하게 영어로 말을 했는데 이 아저씨는 뭘 보냐고 묻는 줄 알고 ‘미러’라고 대답을 했대.”

아내가 배를 움켜쥐고 까르르~ 웃어댔다.

“아줌마가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밀어달라는 건 좋은데 반말을 했단 말이야, 그래서 머리가 후근거릴 정도로 아주 박박 밀어주었대.”

“아이고, 아빠가 웃기는 바람에 위 머리까지 밀어버렸어. 어떻게 해.~”

“모두 박박 밀어라~”

어찌됐던 새해 들어 머리를 밀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변화를 주는데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비앙새
하하하, 하지님 다운 볼멘 소리 입니다. 굉장히 멋있으셧을것 같아요, 긴머리 휘날리는 하지님...음..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세월을 피할수 없나 봅니다.
새해에도 변함없는 볼멘소리 부탁합니다.. 왕팬..
왕하지
비앙새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세월을 못 피하다보니 뉴질랜드까지 와서 볼멘소리만 하게 되었군요. ㅎ,
새해엔 머리까지 밀었으니 볼멘소리도 좀 시원스럽게 해야하는데...
왕팬님 왕하지가 감사드립니다. 같은 왕씨로군요. ㅎㅎ,

생명의 은인

댓글 0 | 조회 3,240 | 2010.06.22
사람이 살아가면서 위험에 처해 있을 때 생명의 은인을 만난다는 것은 정말 흔치 않는 일일 것이다. 그것은 마치 선택받은 운명이라고나 할까, 내가 만약 밥숟가락을 … 더보기

동냥아치

댓글 0 | 조회 3,230 | 2009.05.12
뉴질랜드에는 식당에서 먹지 않고 가지고 가는 음식을 파는 가게 테이크어웨이(takeaway)가 많이 있는데 햄버거 가게를 비롯하여 생선튀김, 일본 초밥, 중국요리… 더보기

어머니 덕분에......

댓글 0 | 조회 3,228 | 2010.02.23
어머니가 삶아 말리신 고사리를 한국의 형님 댁에 보냈다. 설날아침 아버님 차례를 지낼 때 제사상에 올려 놓으니 아버님도 뉴질랜드산 고사리를 맛 보셨을 거다. 아내… 더보기

새 집을 짓고 뛰어보자 폴짝~

댓글 1 | 조회 3,222 | 2009.09.08
“새 집을 짓고 뛰어보자 폴짝~ 머리가 천장까지 닿겠네.~” 닭들에게 새 집을 지어주었더니 신이 난 닭들이 횃대에 올라가며 부르는 노래이다. 노래도 잘하지만 횃대… 더보기

지폐를 원해?

댓글 0 | 조회 3,151 | 2009.02.11
집에서 데어리를 가려면 3키로 정도를 가야합니다. 거기엔 데어리랑 같이 하는 주유소가 있고 우체국을 겸한 건자재상, 그리고 자동차 정비소가 있는데 6시면 문을 닫… 더보기

묶은 때를 벗겨 내고....

댓글 0 | 조회 3,146 | 2010.01.12
아주 오래간만에 목욕을 하면 뜨물 같은 하얀 때가 물위에서 평화롭게 동 동 동 떠다닌다. 그 정도면 목욕한다는 것이 얼마나 개운하고 상쾌한 것인지 목욕의 진수를 … 더보기

봄 처녀.....

댓글 0 | 조회 3,137 | 2009.04.16
뉴질랜드는 포플러 나무의 낙엽이 지기 시작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로 접어드는데 한국은 개나리 피고 버들피리 꺾어 부는 봄이 왔다는군요. 살랑살랑 가을바람이 … 더보기

불행을 주는 나의 그림?

댓글 0 | 조회 3,135 | 2008.10.14
어느날 젊은 부부가 나를 찾아왔습니다. "저희 부부를 예쁘게 그려 주세요." 참 잘 생기고 행복해 보이는 한 쌍의 부부였습니다. 나는 부부그림은 그리기 힘들다고 … 더보기

첫 키스만 50번째

댓글 0 | 조회 3,119 | 2008.09.23
언젠가 TV에서 방영한 '첫 키스만 50번째'란 영화를 보았습니다. 교통사고로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여자 주인공은 사고가 나기 전만 기억하며 그 이후에 일어나는… 더보기

말 많은 동네...

댓글 1 | 조회 3,119 | 2012.10.09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길목의 작은 집 하나는 몇 년 사이에 집주인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맨 처음 노부부가 1헥타르 정도의 땅을 사서 게라지 하우스 같은 작은 집… 더보기

안 들려∼

댓글 0 | 조회 3,110 | 2010.01.26
아침에 일어나면 침대 머리맡에는 아내가 써 놓고 간 편지가 자주 놓여 있다.[나 새벽미사가요. 이따가 양주 한 병 사 올게요. 여보, 사랑해요~] 뭐 이런 내용이… 더보기
Now

현재 새해에는 변화를 주자

댓글 2 | 조회 3,104 | 2012.01.18
아침에 일어나면 눈을 크게 뜨고 천정을 바라보며 눈약을 한 방울씩 떨어트린다. 귀에도 뿅뿅 귀약을 넣고 코에는 스프레이 약을 칙칙 뿌리고 입에는 혈압 약과 알레르… 더보기

걸어서 중국집까지....

댓글 0 | 조회 3,088 | 2012.11.13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큰 딸이 대학교 전체수석에다가 교사자격증까지 땄다고 한다. “야 대단하군, 정말 자네를 안 닮았어. 우리 딸내미도 수석이지...… 더보기

봄날은 오는가?

댓글 0 | 조회 3,078 | 2010.06.09
어느 날 밤, 내가 멀건이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어머니가 말씀하셨다.“아범, 술 떨어졌지? 계란이라도 한판 갖다가 술이랑 바꿔먹지 그래,”이런 말씀… 더보기

불청객

댓글 0 | 조회 3,053 | 2009.06.09
우리 집은 아스팔트 도로에서 차도를 따라 1키로 정도를 들어오는 맨 마지막 세 번째 집이 우리 집이다. 첫 번째 집은 노부부가 살고 있는 정원과 숲이 아름다운 2… 더보기

할아버지 하나 잘 사귀면...

댓글 4 | 조회 2,997 | 2012.12.11
엘렌 할아버지가 배낚시를 가자고 했다. 날씨가 샤워링이라는데 비가 오면 비를 피할 곳도 없는 작은 보트인데 찝찝했다. 어쨌거나 비가 왕창 쏟아지면 감기 걸릴 확률… 더보기

그림속의 레즈비언

댓글 2 | 조회 2,854 | 2012.11.28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찾아오는 여자가 있다. 초롱초롱한 눈가에 흰 분칠을 하고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기고 야들야들한 몸매에 나를 만나면 몸 둘 곳을 모르고 … 더보기

겨울이 오기 전에?

댓글 2 | 조회 2,838 | 2011.10.11
동네 산책을 하다가 별로 반갑지 않은 로저를 만났다. 차를 타고 지나가거나 먼 발치에서 보게 되면 소리만 한번 지르고 그냥 가면되는데, 로저는 반가운 듯 트랙터를… 더보기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한다

댓글 1 | 조회 2,834 | 2012.07.10
몇 년 전, 딸내미가 건축회사에 다닐 때 급료를 받으면 다 써버린다고 아내는 항상 걱정을 하였다. “여보 쟤도 이제 돈을 좀 모아야 되는데 월급 받는 … 더보기

적과의 동침

댓글 0 | 조회 2,826 | 2009.06.23
지난 여름에는 3마리의 암탉이 병아리들을 부화시켰는데 병아리들은 어미닭과 함께 따로 넣어 놔야 한다. 언제 들 고양이가 병아리를 잡아먹거나 매가 날아와 채 갈지도… 더보기

두목의 형님

댓글 1 | 조회 2,814 | 2012.08.14
쉬는 날이라고는 일요일뿐인 아내는 성당에 다녀온 후 냉장고 청소며 집안청소를 하느라고 부산을 떤다. 아, 내가 좀 도와주어야 하는데... 청소를 하고 싶은 마음은… 더보기

밥 먹을 땐 피켓을 들자

댓글 0 | 조회 2,812 | 2009.01.13
비록 신 김치 한가지하고 밥을 주더라도 아이고 ~ 어쩌면 김치가 이렇게 맛있게 셔 터졌어, ~ 좋은 쌀도 아닌데 밥 요리를 어쩌면 이렇게 맛있게 잘했어, ~ 반찬… 더보기

물놀이나 가자

댓글 0 | 조회 2,806 | 2009.02.24
날씨가 너무 더워 코끼리 형제가 물놀이를 하러 가는데 길을 잘 몰라 헤매고 있었습니다. 형 코끼리가 나무위에 앉아 있는 두루미 자매를 발견하고 도와 달라고 말을 … 더보기

새해인데 인사는 드려야지요

댓글 0 | 조회 2,713 | 2013.01.15
뉴질랜드 시골에 살다보니 새해가 되었어도 인사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해가 바뀌고 올해 환갑을 맞는 친구가 몇이 있고 손자를 본 친구가 누군지... 밥들은… 더보기

전쟁과 평화

댓글 0 | 조회 2,706 | 2012.07.24
어느덧 햇병아리들이 자라서 큰 닭이 됐는데 수탉이 2마리였다. 꽁지도 제법 그럴듯하게 커지자 수탉이라고 암탉들을 곁눈질 하는데 수탉들은 서로 마주치기만 하면 눈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