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라는 굴레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나이라는 굴레

0 개 1,301 이정현

한국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정현아, 엄마가 이렇게 나이가 많이 든지 몰랐어.” 뉴질랜드에서 열심히 일만 하느라 세월이 가는 줄 몰랐던 이유도 있겠지만, 한국이라는 나라는 유독 “나이”를 밝혀야 할 때가 많다. 뉴질랜드에서는 나 역시 몇 살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내 스스로도 내 나이를 자각하지 못하며 살았던 거 같다. 


한국은 다르다.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때도 서로 나이를 먼저 묻고, 취업을 할 때도 이력서에 반드시 나이를 적어야 한다. 타인의 “나이”를 궁금해하는 데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역시, 수업 내내 내 나이를 묻는다. 한국에서는 나이를 묻는 방법도 참 다양하다. “몇 학번이세요?” 부터 시작해서 “무슨 띠예요?” “00이랑 동갑이세요?” “00언니와는 몇 살 차이에요?” 등 한국인의 기발한 창의성을 “나이” 묻는 데 모조리 쏟아붓는 느낌마저 든다. 


654dfb40b97c20a559b2cbb2a1b90be9_1621987937_4242.png
 

나이에 따른 제약도 상당하다. 30대는 항상 경력직으로 이직만 가능하다. 30대가 되면 새로운 일을 시도할 기회나 길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 일도 해보고, 저 일도 해보며 다양한 커리어를 쌓는 일은 한국에선 불가능하다. 그래서 한 우물을 파야 성공한다는 말이 생겨났나 보다. 


대학 생활도 마찬가지다. 뉴질랜드에서는 사회생활을 좀 한 후, 대학으로 돌아가 전공을 바꿔 다시 공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대학에서 30대 학생을 보는 일이 흔한 뉴질랜드와 달리, 한국 대학에서는 군대나 재수로 1~2년만 늦게 대학에 입학해 “재수생” “복학생” “늦깎이 대학생” 이라고 불린다. 


나이에 민감하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모든 것에 특정한 “때”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의미다. 공부할 “때”, 취직할 “때”, 승진할 “때”, 결혼할 “때”, 출산할 “때”와 같은 “때” 말이다. 


그리고 사회가 정해 놓은 이 “때”에 해야 할 일을 못하면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뉴질랜드에서 중학교 시절, 한인교회를 다녔는데 그 곳에는 김집사님이라고 불리던 여성분이 있었다. 당시 그 분의 나이가 36살이었는데 한국에서 “결혼 안 한 36살 여성”으로 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이민을 왔다고 했었다. 그때는 이민의 이유가 참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분이 한국에서 마주해야 했던 현실을 알기에 그 분이 한국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과거 내게 7년 동안 영어를 배운 학생에게 최근 연락이 왔다. 잘 다니고 있는 대학을 휴학하겠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원하는 대학에 가려고 수능을 4번이나 쳐서 대학에 들어간 학생이라서 휴학을 하겠다는 말이 더 의아하게 들렸다. 그 학생의 말은 이랬다. 군 제대 후, 4수 끝에 대학에 들어가니 이미 또래가 없어서 어울려 놀 친구도 없고, 코로나까지 터져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다 보니 자신이 대학생이 맞나 싶은 생각까지 든다고. 차마 그 학생에게 대학 졸업이 늦어진 만큼 사회생활도 늦어질 것이고, 그러면 회사에서도 또 겉돌 수 있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그냥 응원한다는 말을 전했다. 큰 꿈을 꾸고, 꿈을 쫓으라고 교육하지만, 우리가 꿈을 쫓기보다 시간이나 시기에 쫓기고 있는 기분이 드는 건 혹시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 때문은 아닐까.                  

수능 D-day 90일

댓글 0 | 조회 925 | 2021.08.25
한국 수능 문화에 대한 글을 쓴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거 같은데 올해 수능이 이제 90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말 세월이 쏜살같이 흐른다. 코로나19에 평범한 일… 더보기

결국, ‘절실함’

댓글 0 | 조회 1,303 | 2021.08.10
요즘은 어딜 가나, 누구를 만나나 모두 올림픽 얘기뿐이다. 나 역시도 밤마다 감자칩과 맥주를 끼고 텔레비전 앞에서 올림픽을 관전하는 재미에 빠져있다. 그리고 다음… 더보기

‘호의’라 쓰고 ‘오지랖’이라 읽는다

댓글 0 | 조회 1,084 | 2021.07.28
속상한 일이 생겼다. 영어를 가르치고 있던 남매의 어머니와 작은(?) 마찰이 생겨 수업을 중단하고 환불을 해준 것. 시작의 발단은 어머니가 내게 다른 학생을 소개… 더보기

나의 심장은 코리아로 벅차 오른다

댓글 0 | 조회 1,011 | 2021.07.13
코로나19 탓에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보지 못한 친구 녀석이 약속도 없이 잠시 들르겠다는 문자 한 통만 보내놓고는 갑자기 우리 동네를 찾았다. “무슨 일이 있구… 더보기

오지랖 대마왕

댓글 0 | 조회 1,416 | 2021.06.23
한국 사람들이 보는 외국인 혹은 이민자들에 대한 이미지는 “개인 성향이 무척 강하다”는 거다. 소속감을 답답해하고, 개인사 등의 사적 이야기는 부담스러워한다. 아… 더보기

If...

댓글 0 | 조회 1,253 | 2021.06.10
내가 만일 또다시 한국을 떠나 살게 된다면 나는 한국의 무엇을 그리워할까?친하게 지내는 직장동료 한 명이 올 8월 남편과 한국을 떠나 해외로 이민을 가게 됐다. … 더보기
Now

현재 나이라는 굴레

댓글 0 | 조회 1,302 | 2021.05.26
한국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정현아, 엄마가 이렇게 나이가 많이 든지 몰랐어.” 뉴질랜드에서 열심히 일만 하느라 세월이 가는… 더보기

분노공화국, 대한민국

댓글 0 | 조회 2,022 | 2021.05.11
미국, 호주 등에서 아시아에 대한 인종혐오 범죄가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해 교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뉴스를 매일 접하고 있다. 이번주도 예외는 아니다. … 더보기

강남, 그들만의 세상

댓글 0 | 조회 1,332 | 2021.04.29
“심수련 가방, 송혜교 시계, 전지현 반지...”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5억원에 달하는 연예인 아이템을 주저 없이 사들이는 이들이 있다. 한국의 강남 엄마… 더보기

코로나19 시대에 치러진 선거

댓글 0 | 조회 963 | 2021.04.14
“참여하는 사람은 주인이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손님이다.”도산 안창호 선생이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남긴 말이다. 투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 더보기

한국인의 독특한 재테크

댓글 0 | 조회 2,030 | 2021.03.24
한국 사람들의 유별난‘명품 사랑’은 매우 유명하다. 남들의 이목을 신경쓰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이웃과 주변인물의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한 데다, 여기에… 더보기

락다운 vs. 야근

댓글 0 | 조회 2,288 | 2021.03.10
친구를 통해 뉴질랜드는 또다시 락다운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접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자신이 락다운 기간에 집에서 한 요리 사진을 보내준다. 그 후에는 집에서 갇혀(… 더보기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

댓글 0 | 조회 2,915 | 2021.02.24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마스크문화가 정착화됐고, 재택근무가 뉴노멀로 자리잡았으며, 음식점 및 상점은 시간제 운영을… 더보기

소중한 인연

댓글 0 | 조회 1,739 | 2021.02.11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인연이 어딨겠냐만 나는 개인적으로 뉴질랜드에서 알게 돼 현재까지 이어 온 인연을 매우 소중히 여긴다. “전생에 나와 어떤 인연이 있었길래 태… 더보기

댓글 0 | 조회 1,752 | 2021.01.28
공무원영어 모의고사 출제자로 일하면서 난 주로 내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를 출제한다. 창의력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탓에 내가 겪은 경험담, 내가 느끼는 감정들을 … 더보기

한국이 느린 한 가지

댓글 0 | 조회 1,623 | 2021.01.12
지난 칼럼을 통해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는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고, 더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느림의 미학을 지닌 뉴질랜드에서 살다 왔다면 한국의 이런 빨… 더보기

어머니들이 죄인인 나라

댓글 0 | 조회 1,327 | 2020.12.23
한국에서는 유독 남을 원망하지 말고 남 탓하지 말라는 교육을 강조한다. 종교의 가르침에서도 모든 문제에 항상 “내 탓이오”를 외치라 하고, 서점에 널리고 널린 자… 더보기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

댓글 0 | 조회 2,691 | 2020.12.09
각 나라마다 그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 있다. 오래전 뉴질랜드 생활을 막 시작했을 당시 내 눈을 사로잡았던 뉴질랜드의 진풍경은 차량 통행이 잦은 사거리에… 더보기

영어에는 없는 한국어

댓글 0 | 조회 2,065 | 2020.11.25
주변에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 영어 자격증을 준비하는 직장동료들, 한국어를 익히고 있는 외국인들이 많다 보니 “00는 영어로 뭐라고 해요?” “00는 영어로 어떻… 더보기

한국 거주 외국인

댓글 0 | 조회 2,718 | 2020.11.11
올해의 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이 250만 명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2007년 8월 100만 명, 2016년 6월 200만 명을 각각 돌파한 데 이어 … 더보기

열띤 토론

댓글 0 | 조회 1,353 | 2020.10.29
요즘 들어 부쩍 언니와 조카의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 한국에 계속 사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뉴질랜드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나을지… 더보기

그 어느 때보다 핫한 뉴질랜드

댓글 0 | 조회 3,079 | 2020.10.14
“친정이 잘 살아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속담인지 격언인지, 아니면 그냥 옛날부터 구전돼 온 말인지 그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살면서 심심찮게 들어본 표현이다. … 더보기

뉴질랜드에서 만나고 온 사람들

댓글 0 | 조회 3,054 | 2020.09.23
매년 뉴질랜드에 가면 처음 만나는 한국분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생각보다 많다.그다지 외향적인 성격이 아닌데 나이가 들면서 특유의 오지랖(?)이 생긴 탓인지 시티를 … 더보기

To Stay Sane Inside Insanity

댓글 0 | 조회 1,529 | 2020.09.08
“Stay sane inside insanity(비정상 속에서 정상으로 살라).”라는 유명한 문구가 있다. 영국 영화 속 대사였다. 오늘 문득 이 대사가 떠올랐다… 더보기

어른이 돼서 본 뉴질랜드의 삶

댓글 0 | 조회 3,493 | 2020.08.26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듯 나는 뉴질랜드에서의 학교생활을 참 좋아했다. 물론 초반에는 누가 말만 시키면 “pardon?”만 백만 번 외쳐야 했던 언어의 장벽이나 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