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야 놀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오이야 놀자~

5 3,696 왕하지

올봄은 예년에 비해 비바람이 자주 몰아치고 날씨가 쌀쌀했다. 게다가 햇볕까지 별로 없으니 심어놓은 채소들이 자라는 것이 영 시원치가 않았다. 어머니께 뒤 곁에 호박하고 오이를 심느냐고 여쭈었더니 오이만 많이 심으라하신다.

“호박은 뭐해~ 오이나 많이 심어,”

“아니, 왜 오이만 많이 심어요? 호박도 심어야지요. 여보, 고추도 많이 심어~”

아내는 고추를 많이 심고 그걸로 김치까지 담그자고 하였다. 매년마다 장모님이 고추 가루를 보내주시는데 고추 값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그럼 고추도 많이 심고 배추도 심어서 아예 김장거리를 몽땅 만들어 줄게,”

식당 개 3년이면 라면도 끓인다는데 왕가레이 시골에 산지가 벌써 몇 년째인데 김칫거리하나 못 키우고 있으니...

작년에 오이와 호박을 처음으로 잘 키웠는데 호박은 너무 많아 이웃에 나누어 주기까지 하였고 오이도 우리식구 넉넉하게 먹을 수가 있었지만 문제가 있었다.

어머니는 뒤 곁에 자주 가셔서 오이를 세어보시곤 하셨다. 하나, 둘, 셋... 지팡이로 오이나무 잎을 하나하나 들추시며 어라~ 여기도 오이가 숨어 있네, 이쪽도 또 숨어있고 이게 도대체 몇 개야~ 열둘 열셋...

아내가 오이를 따오라고 해서 큰 오이는 모두 따서 소쿠리에 담아 자랑스럽게 갖다 주었는데 아내는 신이 났지만 한참 후 오이가 없어진 것을 안 어머니가 노발대발하셨다.

“아니, 오이를 누가 다 딴 거야~ 내가 하루에도 몇 번씩 오이를 세어보는 재미로 사는데 내가 경로당을 가나, 친구가 있나, 오이 세는 재미밖에 없는데~”

“어머니 그럼 호박을 세어보세요.”

“호박은 재미없어, 너무 크고 몇 개 안되고...”

내가 생각해도 호박은 커다란 게 빤히 보이니까 별 재미가 없겠어,

“그럼 고추를 세어보시지 그래요. 많으니까 온종일 세어보면 심심하지도 않을 텐데...”

어머니는 그 많은걸 어떻게 세냐면서 오직 숨바꼭질 하듯 오이를 찾는 게 제일 재미있다고 말씀하셨다. 그 뒤로 아내가 오이를 따오라고 하면 어머니가 세어보실 수 있게 남겨두고 몇 개씩만 따다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오이를 중간크기까지 왕창 따서 오이지를 담아버렸다. 어머니가 또 노발대발하셨다.

“오이를 누가 다 딴 거야~ 내가 하루에도 몇 번씩 오이를 세면서 노는 재미로 사는데... 경로당을 갈 수 있나, 친구가 있나...”

“아니, 오이를 데리고 놀라고 키워요? 먹으려고 키우는 거지~ 뭐 놀게 없어서 오이랑 노세요, 강아지도 있지, 닭도 있지, 새들, 꽃들도 많지 같이 놀을 게 너무 많고 만, 여보 안 그래?”

“글쎄 말이야, 달마하고 논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오이랑 논다는 얘긴 나도 처음 들어봐, 호박이랑 노시라 했더니 호박은 시시하고, 고추랑 노시라 했더니 고추는 너무 많다고 안노신대, 고춧잎 들춰보면서 고추랑 숨바꼭질 하면 재미있을 텐데 말이야...”

“아이고~ 고추랑 노시면 너무 재미있겠네, 온종일 심심하지도 않고 식구들 귀찮게 간섭도 안하고... 호호호,”

올 봄에는 오이 씨앗을 2번이나 심었다. 처음 심은 것은 너무 추워서 그런지 죽은 것이 많지만 나중에 심은 것은 모두 살았다. 오이나무가 많으니 뒤 곁과 집 입구 울타리에 잔뜩 심어 놓았으니 어머니가 식구들 오나 벤치에 앉아 기다리며 오이를 세어보면서 놀고 또 놀고...

“어머니 오이가 열리기 시작했어요.~”

어머니는 신이 나서 경로당 친구라도 만나러 가듯 지팡이를 짚고 서둘러 나가신다.

오이야 무럭무럭 자라 주렁주렁 열려서 꼬부랑 할머니랑 온종일 숨바꼭질 하면서 잘 놀아 드려라.
ygna7
하지님! 저 김영나예요.가슴이 짜안---해서 몇 번이나 읽어답니다. 잎새 뒤에 숨어 있는 오이와 노는 재미를 우리는 아직 알 수 없겠죠? 단지 노는 게 아니라---거기엔 너무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 듯 ---.얼마 전 갓 돌 지난 아기와 까꿍 놀이를 했는데, 아기와 내가 너무 행복했어요. 할머님은 오이와  '까꿍'하면서 하지님 키울 때 '까꿍'했던,행복한 시간 속으로 가시곤 하는지도 몰라요. 할머님,내내 건강하시길--- 
왕하지
김영나님 안녕하셨지요? 의미는 뭔 의미요, ㅎㅎ, 슷자세며 놀기에 적당한 크기이니 그러시는 거지요. 아기하고 까꿍 놀이하는 게 훨씬 재미있지요. 우리아들 얼른 장가가서 애기랑 까꿍놀이를 해야하는데... 쩝, 올여름에한번 놀러오시면 호박, 오이, 깻잎, 상추, 고추 등등을 드릴수 있는데... 
ygna7
할머님이 제 외할머니 같아서요, 행동이나 말씀 하시는 것이 눈에 선해요.
오이는 따지 말고 좀 놔두셔야 될 듯 싶어요.
하지님, 텔레파시 강하시네요. 지난 번에 한 일수박사님 출판 기념식에서 누구누구랑 하지님 만나러 북으로 가자고 의논했어요.
야채는 저도 여기서 잘 먹고 있으니 걱정 마시구요. 올 봄, 아니 여름은 너무 추워서 상추니 배추니 모두 벌써 씨를 맺었어요 ㅠㅠㅠ
 
Timothy Cho
다 읽고 보니까 제가 어머님과 비슷한 취미를 가졌네요
저는 산세베리아를 좋아하는데 많이 사기에는 비싸고 해서 조금 사서 꺽꽂이를 해 두었는데 근래 쪼그만한 새끼들이 옆에서 삐죽 삐죽 나오기 시작합니다. 어떤 삽목에는 쌍둥이도 나옵니다. 그리고 하루에 두 번씩도 세어 봅니다.
오늘은 새끼 몇 개가 나왔나하고.
12개, 19개, 여전히 19개,... 오늘은 21번째 새끼가 나왔습니다. 단 몇 개이면 재미가 없고 너무 많으면 머리가 아프고. 딱 정당한 숫자 10-20개 정도는 제 능력안에서.
그 재미 참 좋습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 하챦은 것 같지만 새 생명을 동경하는 사람의 공통 심리라 할까.

봄베이에서
 
왕하지
산세베리아? 그거 오이처럼 따서 먹는건가요? ㅎㅎ,
호박은 매일 따서 먹는데 오이는 이제 꽃 피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고추는 아직도 덜 자라 꽃 피울 생각을 안하는군요.
이번에는 노스랜드로 휴가를 안 오시는지요?
오시면 연락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한다

댓글 1 | 조회 2,836 | 2012.07.10
몇 년 전, 딸내미가 건축회사에 다닐 때 급료를 받으면 다 써버린다고 아내는 항상 걱정을 하였다. “여보 쟤도 이제 돈을 좀 모아야 되는데 월급 받는 … 더보기

진작 내 쫓을 것을...

댓글 1 | 조회 3,352 | 2012.06.26
“당신 어쩌면 그럴 수가 있어? 나한테 말 한마디 없이...” 조카들의 학비를 한번 씩 내준 것을 안 아내가 눈을 흘기며 따지고 들었다. &… 더보기

스무 살 처녀귀신

댓글 0 | 조회 3,759 | 2012.06.12
코리아 포스트가 벌써 스무 살 청년이 되었다. 뉴질랜드라는 타국에서 이렇게 잘 자랐으니 여간 대견스러운 게 아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내가 뉴질랜… 더보기

잉꼬부부

댓글 4 | 조회 3,812 | 2012.05.22
아내가 일하는 가게에 수많은 단골손님 중 키위커플이 있는데 그 커플은 항상 같이 붙어 다니는 잉꼬부부라 하였다. 그 부부의 이름은 마이클과 메리인데 바닷가에 살고… 더보기

철의 여인

댓글 2 | 조회 4,019 | 2012.05.08
아내에게 입을 좀 벌려보라고 하고 입안을 들여다보니 모든 게 멀쩡하였다. 목젖이 붓지도 않고 입천장도 멀쩡하고 혓바닥도 매끈거렸다. 지난 일요일은 아내가 리더라고… 더보기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

댓글 2 | 조회 3,815 | 2012.04.24
뉴질랜드에서 오래 살다보니 이제 한국친구들하고는 멀어져가는 느낌이랄까, 내 친구들의 특징이라면 인터넷하고 거리가 좀 멀다는 게 특징이다. 메일을 보내도 별로 답장… 더보기

벌써 열 살

댓글 4 | 조회 3,359 | 2012.04.11
“하지, 성당 끝나고 낸도 가져와~” 낸도가 무슨 물건이냐, 성당에 가는데 손자가 성당 근처에 사는 친구 낸도네 집에 가서 낸도를 데려오라고… 더보기

어머님을 위한 기도...

댓글 7 | 조회 5,019 | 2012.03.27
“정 못 있겠으면 오세요. 네 형이 공항버스 타는 데까지 바라다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네 형은 어디 다녀오면 항상 맛있는 것을 가져오고 나한테 참 잘… 더보기

비굴한 선생님

댓글 2 | 조회 3,977 | 2012.03.13
우리 뒷집 말 목장 풀밭에는 수꿩의 울음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들린다. 그럴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꿩 요리인데 가슴살은 날 것으로 먹고 샤브샤브요리에다 꿩 만두,… 더보기

호박을 말리면서....

댓글 3 | 조회 3,438 | 2012.02.28
딱, 딱, 딱, 너무 두껍게 썰으면 잘 안 마르고 너무 얇게 썰으면 바람에 날아가고 알맞게 썰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호박을 써는 소리가 얼마나 큰지 집안에 … 더보기

호랑이 꿈

댓글 5 | 조회 5,433 | 2012.02.14
“앵무새 한 쌍이 약 천 달러 정도에 거래 되는데 이 앵무새는 때깔 좋지요, 똥냄새도 안 나지요, 먹이 줄 필요도 없고 시끄럽지도 않고 요렇게 얌전하게… 더보기

연상의 여인

댓글 4 | 조회 3,891 | 2012.02.01
강아지가 놀아달라고 귀찮게 굴면 나는 풀밭을 향해 야옹~ 하고 소리를 지른다. 강아지는 으르렁 거리며 달려가 목을 빼고 깡충깡충 뛰면서 풀밭을 헤집고 다닌다. 밖… 더보기

새해에는 변화를 주자

댓글 2 | 조회 3,106 | 2012.01.18
아침에 일어나면 눈을 크게 뜨고 천정을 바라보며 눈약을 한 방울씩 떨어트린다. 귀에도 뿅뿅 귀약을 넣고 코에는 스프레이 약을 칙칙 뿌리고 입에는 혈압 약과 알레르… 더보기

앞이 안 보인다

댓글 4 | 조회 4,076 | 2011.12.23
우리 집에는 20여종이 넘는 새가 살고 있다. 푸드득거리며 날아다니는 새 몇 마리 바라보는 사이에 한해가 후다닥 지나가 버렸다. 한국에서 여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더보기
Now

현재 오이야 놀자~

댓글 5 | 조회 3,697 | 2011.12.13
올봄은 예년에 비해 비바람이 자주 몰아치고 날씨가 쌀쌀했다. 게다가 햇볕까지 별로 없으니 심어놓은 채소들이 자라는 것이 영 시원치가 않았다. 어머니께 뒤 곁에 호… 더보기

드라큘라 백작

댓글 5 | 조회 3,661 | 2011.11.22
어느 나라에선가는 밀림을 무자비하게 개발하다보니 자연이 파괴되고 야생동물들의 숫자가 줄어들어 흡혈박쥐들이 빨아먹을 피가 모자라 밤만 되면 마을로 습격하여 사람의 … 더보기

고물상

댓글 6 | 조회 3,585 | 2011.11.08
우리 집 TV는 보는 사람이 없으면 자동으로 꺼진다. TV를 보다가 화장실에 잠깐 다녀와도 TV는 이미 꺼져있다. 뉴질랜드 의대를 나온 본은 왕가레이 병원에 근무… 더보기

마술 목걸이....

댓글 4 | 조회 3,282 | 2011.10.26
감기기운이 돌아다닐 때면 미리 약을 먹든가 조심을 하여 몇 년 동안 무사히 잘 넘어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아주 딱 걸려들고 말았다. 거의 초죽음이 됐으니 감기가 이… 더보기

겨울이 오기 전에?

댓글 2 | 조회 2,839 | 2011.10.11
동네 산책을 하다가 별로 반갑지 않은 로저를 만났다. 차를 타고 지나가거나 먼 발치에서 보게 되면 소리만 한번 지르고 그냥 가면되는데, 로저는 반가운 듯 트랙터를… 더보기

엄마의 향기

댓글 4 | 조회 5,016 | 2011.09.27
얼마 전, 손자 샘이 아빠 집에 갔다가 하루 일찍 돌아왔다.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었다며 엄마를 끌어안고 엄마 볼에다 연신 뽀뽀를 해댔다. 옆에서 아내가 “할미도… 더보기

미녀와 돼지

댓글 7 | 조회 4,753 | 2011.09.13
딸이 괜찮은 한인 아가씨가 있다고 오빠에게 말하자 옆에서 아내가 맞장구를 쳤다. “그래~ 아들아 당장 만나보아라~” “어휴~ 엄마, 지금 내 상황이 여자 만날 상… 더보기

우리는...

댓글 7 | 조회 4,137 | 2011.08.23
요즘은 하루세끼 밥 먹듯 하루에 서 너 번씩 비가 내리니 빨래를 벽난로 옆에다 널어두는데 어머니는 빨래를 빨리 개고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들랑날랑하시며 빨래를 … 더보기

너한테만 말하는데...

댓글 7 | 조회 5,565 | 2011.08.09
호이~ 호이~ 어머니가 닭장에서 참새들을 쫓고 계셨다. 참새들은 꼬부랑 할머니를 얕보고 가까이 접근하여 닭의 모이를 축내고 있으니 화가 난 어머니가 소리를 지르신… 더보기

도사님이 말씀하시길...

댓글 8 | 조회 5,660 | 2011.07.26
주방에서 아내가 음식 찌꺼기를 닭 주고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냄새나는 음식 통을 들고 터덜터덜 닭장을 향해 걸어가는데 우드드드~~ 옆집 말 목장 테리가 목장차를 … 더보기

꽃밭에서...

댓글 2 | 조회 4,673 | 2011.07.12
“꽃밭에는 꽃들이 모여살고요~ 우리들은 닭장속에 모여살아요~” 암탉들이 꼬꼬거리며 평화스럽게 노래를 불러대도 닭장 속은 그저 심난하기 만 하였다. 수탉 2마리 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