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 고귀한 선물을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가족, 그 고귀한 선물을

0 개 1,588 조기조

지역의 한 방송에서 설날에 나갈 멘트를 해 줄 수 있겠느냐고 해서 감히 영광이라고 했다. 독후감처럼, 감명 받은 책의 구절을 소개하고 사람들에게 할 말을 덧붙이라는 것 같은데 2분간의 분량을 녹음해 달라는 것이었다. 우연한 계기로 시 낭송을 해 보았는데 숨소리나 잡음이 들어가지 않도록 녹음해 본 경험이 있고 사이버 강의를 오래도록 해 왔기에 약간의 자신에 차 있었다. 설날이라서 당연히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하리라 정했다.


28세부터 샘터에 연재를 시작한 최인호 작가의 ‘가족’ 이야기를 잊지 못한다. 어쩌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사는 나는 바이러스의 팬데믹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혼자서 설을 보내야 했다. 그는 1975년 9월부터 월간 샘터에 ‘가족’ 연재를 시작해 2009년 10월호까지 34년 6개월간 총 402회를 연재하였다. 암이 발견되자 2008년 7월호 이후 연재를 잠시 중단했다가 2009년 3월호부터 재개하였지만 오래 가지 못하였으나 한 평생을 바친 것이다. 첫 회에서 멋지게 키워보겠다던 아들과 딸, 다혜와 도단이가 정원이와 윤정이의 부모가 되었고, 그가 일생을 매달려 가족이야기를 하다가 세상을 떠난 지도 8년이 지났다. 


52959c1d908944a628ea8b58615a72c3_1614047698_8694.png
 

그가 마지막으로 적은 글은 나를 한 동안 눈이 부어 가라앉지 못하게 하였다. ‘참말로 다시 일어나고 싶다’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요절한 소설가 김유정이 죽기 열흘 전에 쓴 편지를 인용하여, “그 편지를 읽을 때마다 나는 펑펑 울었다”고 적었다. “갈 수만 있다면 가난이 릴케의 시처럼 위대한 장미꽃이 되는 불쌍한 가난뱅이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막다른 골목으로 돌아가서 김유정의 팔에 의지하여 광명을 찾고 싶다”고도 했다. 


그와는 달리 지금 나는 다시 되돌려 준다해도 과거로, 젊은 시절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다만 이대로 좀 오래 있고 싶다. 설령, 늙어 인품이 완숙해 진다해도 더 늙지도 말았으면.....


가정을 수도원에 비유한 최인호 작가는 “..... 타인으로 만나 아이를 낳고, 더불어 온전한 인격 속에서 약속을 신성하게 받아들이고, 노동하고, 사랑하고, 아끼고, 감사하며 살다가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가족이라면, 이건, 가족이 아니라 聖人이고, 그렇게 보면 가정이야말로 엄격한 수도원인 셈” 이라고 하였다. 그러고는, “내 인생에서 만난 가족들과 그대들은 인생의 꽃밭에서 만난 소중한 꽃과 나비인 것이니. 숨은 꽃보다 아름다운 그대들이여, 피어나라!”고 찬양했다.


그는 다시 태어나도 아내랑 결혼하겠다 한다. 이유가 뭘까? 나는 아내랑 결혼하고 싶지만, 미안해서 아내를 또 고생시키고 싶지 않다. 못난 성격 탓에 아내를 이기려고 했었다. 이제 아내는 더 잘나고 넉넉한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어떻게 또 그 고생을 시키겠는가? 지금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내려놓으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못나고 못 된 채로 산다. 


그는 100회 ‘딸의 기도’ 중에서 “이따금 아이들이 얼마만큼 컸는가 알아보려면 문지방에 새겨놓은 키를 잰 눈금을 바라보거나 낡은 사진들을 모아둔 앨범을 펼쳐보면 되겠지만, 세월이 얼마나 흘렀으며 우리들 가족이 얼마만큼 서로 싸우며 때로는 울고, 웃고, 깔깔거리면서 흥겨운 것인가를 가늠해 보고 싶을 때면 나는 ‘샘터’에 실린 지난 호들의 ‘가족’을 읽어보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나는 작가가 아니기에 가족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살았다. 다만 오래도록 작은 신문에 칼럼을 재능기부로 적어왔다. 300여회를 넘긴 내 글의 100회는 ‘조적공’이었는데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 적인성 검사로 조적공이 딱이라는 결과를 듣고는 화가 나고 절망했던 이야기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그 결과가 맞는 것 같다고 적었다. 시골의 읍에 있는 중학교에 20리를 걸어서 다닌 그 당시 60년대 말에는 산업인력이 필요했고 적성 검사 결과 우리들은 조적(組積)이나 미장, 도배를 하는 사람들 중의 하나로 분류되었다. 조적이란 벽돌 쌓기다. 집을 짓거나 굴뚝을 높이 올리는 데에는 벽돌을 곧게 쌓아 올려야 하니 칼럼 100개를 꾸준히 쌓은 것이 바로 조적공의 적성 때문이 아니겠는가?


봉숭아나 콩 깍지를 보면 잘 익을수록 톡 터져서 씨앗을 멀리 보내려고 한다. 아마 종족 보전을 하려는 자연의 현상일 것이다. 한 가지에 나고도 가는 곳을 모르니 미타찰(彌陀刹)에서 만나려 도 닦고 기도하련다는 스님, 월명사를 생각하면 애처롭지만 서로 멀리 떠나 있는 것도 섭리라 생각하며 애써 견딘다. 


다시 방송이야기에 맺은 말이다. “여러분, 설날이 설날 같지 않은 우리 이웃은 없는지 챙겨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곳곳에서 이웃을 챙기고 돕는다는 훈훈한 미담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대신해 온 누리에 번지면 좋겠습니다. 가족끼리 서로를 위해 소망을 간절하게 빌어보시지요. 바른 마음으로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들었습니다. 가족, 이 얼마나 귀한 선물입니까!”

미나리꽝

댓글 0 | 조회 2,002 | 2021.04.13
술을 즐기는 사람들은 속풀이나 해장국으로 복국을 즐겨 먹는다. 요리사가 피를 뽑아 물에 잘 헹구어 해독을 한 복을 삶아 두었다가 국물에 삶은 복 덩어리를 뼈째 넣… 더보기

변종 바이러스

댓글 0 | 조회 1,062 | 2021.03.24
그땐 컴퓨터 바이러스가 호흡기로 옮고 그 백신이 알약이나 주사약인 줄로 알았다. 요즈음, 호흡기로 옮는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것이 조직에도 붙고 사회에도 번진다는… 더보기
Now

현재 가족, 그 고귀한 선물을

댓글 0 | 조회 1,589 | 2021.02.23
지역의 한 방송에서 설날에 나갈 멘트를 해 줄 수 있겠느냐고 해서 감히 영광이라고 했다. 독후감처럼, 감명 받은 책의 구절을 소개하고 사람들에게 할 말을 덧붙이라… 더보기

먼 나라 어느 시장의 연설

댓글 0 | 조회 1,680 | 2021.02.10
지구 반대편에 있는 말과 글, 입고 먹고 사는 것이 전혀 다른 어느 도시, 시장의 시정연설을 들었다. 다함께 잘 사는 내 고장, 다함께 잘 사는 우리나라를 넘어 … 더보기

솜바지를 사고, 또

댓글 0 | 조회 1,656 | 2021.01.27
2년 전 겨울 들며 솜바지를 샀다. 거위 털, 오리털이 아닌 인조 솜이다. 10만원을 주고 3개를 사고도 돈이 남아, 이건 싸구려구나 했는데 입고 나가도 촌스럽지… 더보기

더불어!

댓글 0 | 조회 1,264 | 2021.01.12
세 가지 거짓말이라고 있었다. 세상이 변하니 이제는 안 맞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상당기간은 통했다. “장사가 안 남기고 판다. 노인이 빨리 죽고 싶다. 처녀가 시… 더보기

김치 예찬

댓글 0 | 조회 1,001 | 2020.12.22
김치 없이 살 수 있겠는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같지만 김치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다. 이쯤 되면 중독이라 해도 심한 중독이다. 나는 쌀밥에 젓갈과 김… 더보기

어느 일간지의 자살을 보며

댓글 0 | 조회 1,377 | 2020.12.08
이 1896년이다. 이 보다 25년 전인 1871년에 처음 생긴 일간신문 솔트레이크 트리뷴(The Salt Lake Tribune)이 150년 만에 2021년부터… 더보기

홍합 우려먹기

댓글 0 | 조회 1,509 | 2020.11.24
손님이 북적이는 한 중국집은 얼큰한 짬뽕을 시키면 홍합을 껍데기 채 수북이 얹어 준다. 알을 까서 넣었다면 별로 표가 안 날 것이 인심 좋고 넉넉해 보여 사람들이… 더보기

랜선 이모, 랜선 국민

댓글 0 | 조회 1,044 | 2020.11.10
정보기술을 공부하고 가르쳐 온 내가 ‘랜선 이모’란 말이 회자되는 걸 보고 적잖이 놀랐다. 무슨 말인지 몰라서 누가 물어보기 전에 얼른 찾아보고는 뒤로 나자빠질 … 더보기

레몬과 멜론

댓글 0 | 조회 1,345 | 2020.10.29
나이 탓인지 어떤 물건이나 이름, 단어가 가물가물하면서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있다. 독립영화제로 유명한 선댄스 영화제를 만든 사람, 로버트 레드포드는 입에 돌기만… 더보기

AESA 레이다 파동

댓글 0 | 조회 1,844 | 2020.10.13
중학생 때 광석검파기라는 것을 조립했다. 전원이 없어도 리시버를 통해 모기소리처럼 들리는 라디오 소리를 들으며 나는 전파라는 것에 고마워했다. 다른 방송 채널로 … 더보기

마스크 사피엔스

댓글 0 | 조회 1,133 | 2020.09.22
융합(融合)이라는 말과 수렴(收斂)이라는 말을 생각해 본다. 영어로는 컨버전스(convergence)로 통하지만 물질이나 정신 등이 합하여 새로운 하나가 되는 것… 더보기

틱톡소리

댓글 0 | 조회 1,027 | 2020.09.08
“시계는 아침부터 똑딱똑딱 언제나 같은 소리 똑딱똑딱 하루 종일 일해요, 쉬지 않고 일해요.” 이 노래를 놀림노래로 부르면 ‘똑딱똑딱’만 반복되는 느낌이다. 째깍… 더보기

MLCC(적층 세라믹 커패시터)

댓글 0 | 조회 1,287 | 2020.08.25
삼십 촉 백열등이 그네를 타는 목로주점 흙바람 벽엔 그녀와의 사랑이 켜켜이 묻어있다. 그때 지리산 계곡의 우리 집에선 물방앗간에서 돌리는 수차에 횟대를 연결해 발… 더보기

젓가락 예찬

댓글 0 | 조회 1,374 | 2020.08.11
조그마한 몸뚱이 위에 철길 같아 보이는 긴 두 줄이 있어 그게 무어냐고 물으니 젓가락이라 하더란다. 그림을 잘 그리는 어떤 사람이 한 스님의 인상을 스케치해서 준… 더보기

스마트로 가는 중소기업

댓글 0 | 조회 1,029 | 2020.07.29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업 종사자의 87.9%가 일하고 있다(2014년 기준). 중소기업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장·발전하… 더보기

데이터 댐

댓글 0 | 조회 1,548 | 2020.07.15
그랜드 캐년을 보고 남쪽에서 라스베이거스로 오는 길엔 후버 댐을 건넌다. 콜로라도 강을 막은 후버 댐의 콘크리트 둑이 바로 길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댐 아래로 … 더보기

NAVER, 나베르 아닝겨?

댓글 0 | 조회 1,274 | 2020.06.23
G2, 미국과 중국이 겨루고 있다. 무역적자가 큰 미국이 그 원인과 해소 방안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중국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중국이 미국에 많은 물건을… 더보기

공인인증서

댓글 0 | 조회 1,966 | 2020.06.09
서류에는 서명 날인을 하는데 도장이 없으면 지장(指章)을 찍었다. 그러다가 어느 사이, 서명(사인이라는 signature)으로 인증이 가능했다. 그래도 중요한 문… 더보기

페르소나(Persona)

댓글 0 | 조회 1,589 | 2020.05.27
J.C. 페니가 파산신청을 했단다. 그럴 때가 온 것이다. J.C. 페니는 텍사스 주의 근교 북부인 플레이노에 본사를 둔 미국의 백화점 체인이다. 이 회사는 미국… 더보기

아마존의 서비스 정글

댓글 0 | 조회 1,496 | 2020.05.12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더니 책도 서점도 없이 책을 팔아먹은 최대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 닷컴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새 책은 물론 헌책도 사고 팔 수… 더보기

OLPC로 날아라!

댓글 0 | 조회 1,801 | 2020.04.22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등교를 못하고 지난 4월 20일 초등학교 까지 모두 온라인 강의를 시작하였다. 입학식을 못한 신입생은 화면에서 처음 선생님을 보는 것이다… 더보기

인간 정보시스템

댓글 0 | 조회 1,832 | 2020.04.15
정보시스템이란 말이 대단하게 먹히던 때가 있었다. 기업의 정보시스템을 경영정보시스템이라 했다. 정보시스템 앞에 단어를 붙이면 거의 다 통했다. 생산, 마케팅, 재… 더보기

언택트로 살기

댓글 0 | 조회 2,125 | 2020.04.08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이 ‘고향의 봄’을 노래한 이원수 선생이 뛰고 놀았다던 천주산에 올랐다. 창원시에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