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근본 체력은 국방력과 조세제도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나라의 근본 체력은 국방력과 조세제도

0 개 1,141 명사칼럼

국방과 조세는 자의적 해석이나 타협-양보-유보를 할 수 없는 문제

근본이 제대로 서야 강국이 되고 국제 주도권 갖는다


축구는 이미 운동 경기라는 테두리를 넘어서서 정치가 되었다. 나라의 총체를 보여주는 무엇인가로 진화했다. 한국 축구는 2002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어 외국인 거스 히딩크 감독을 모셔 왔다. 


히딩크는 국내 감독들이 가져본 적 없는 자율권을 갖고 한국 축구 개혁을 시도하는데, 새롭고 독특한 전술 같은 것이 아니라 의외로 체력에서부터 시작한다.


이 시도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나머지 전술들은 다 체력 이후의 일이다. 체력이 강하면 원하는 전술들을 발휘하는 능력도 자연히 배가된다. 체력이 약하면 어떤 기술도 통제가 되지 않아 적절하게 발휘할 수 없다. 축구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기업도 그렇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근본을 장악하면 나머지 것들은 다 그 자장 안에서 통제되고 빛난다.


나라의 근본 체력은 국방력이다. 한 나라 체력의 총화가 국방력이다. 과학기술, 국가관, 문화 수준, 나라의 비전, 정치력 등이 사실은 모두 국방력으로 집결된다. 나라의 체력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기둥은 조세 제도이다. 그 나라 국민의 의식 수준, 공정함, 행정 집행 능력 등이 모두 조세 제도의 운영으로 모여든다. 제대로 된 나라는 국방과 조세 제도가 튼튼하고, 국방과 조세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면 그 나라는 바로 좋은 나라이자 강국이다. 그 나라의 건강성은 국방과 조세 제도만 들여다보면 다 알 수 있다.


축구에서의 체력, 나라에서의 국방과 조세 문제는 그래서 타협이나 유보나 양보나 자의적 해석이나 편의적인 접근이나 변통과 같은 것들로부터 철저히 격리되어야 한다. 


근본이기 때문이다. 근본이 제대로 되면 강해져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주도권을 갖느냐 갖지 못하느냐는 말은 전략적이냐 전략적이지 못하느냐 하는 말로 바꿀 수 있다. 전략적이지 못한 단계를 전술적이라 한다. 


전략과 전술은 무엇이 다른가. 전략은 판을 짜는 일이다. 자기 뜻대로 재배치하는 일이다. 뜻대로 디자인하는 일이다. 전술은 전략적 차원에서 재배치해 놓은 판 안에서 재배치된 질서를 깨지 않고 거기서 어떻게 살아보려고 이 궁리 저 궁리 하며 자신의 동작을 결정하는 일이다.



전략적 차원에 있는 사람이나 국가는 거칠고 강력하며 과감하다. 그리고 상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전술적 차원에서는 항상 판이 짜지고 디자인되기를 기다리는 데에 익숙해서 상황의 변화에 덜 민감하고 어떻게 될 때까지 기다리는 습성이 생긴다. 


대증요법이 주요 치료 방법이다. 판이 벌어지는 일까지는 자기 일이 아니라고 무의식적으로 인정한다. 일이 터지고서야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다. 게다가 점잖은 말과 인내와 포용과 평화 지상주의가 세련의 탈을 쓰고 나타난다. 


히딩크의 축구도 매우 거칠었다. 얼마나 또 과감했었던가. 판을 주도하려고 노력하는 전략이 돋보였었다. 모두 체력이 강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전술적 차원에 있는 나라는 전략적 차원의 국가들이 만들어 놓은 판 안에서 산다. 거기서 형성된 질서를 받아들이고 그 질서가 유지되도록 구성된 이론을 그대로 수용한다. 전쟁 없이 오랜 세월을 보내면 전쟁은 이 세상에 없는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전쟁이 막상 발발하기 전까지는 자기 일로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쟁은 악이고 평화는 선이라는 진리가 생긴다. 대결은 무조건 나쁘고 화해나 타협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진리도 생긴다. 전략적인 나라는 전술적인 나라들이 지키는 선악 관념을 넘어선다. 선악의 질서를 재배치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대화와 타협이 좋은 것은 맞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들의 전략적 판단하에서 거친 심정으로 얻어진 결정이 아니고, 전술적 차원에서 당연한 것으로 수용된 것이라면 종속적이다. 평화라는 진리도 다르지 않다. 가진 것을 잃을까 봐 주도권에 대한 집착까지 잃으면 안 된다. 잃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설령 잃더라도 그 다음에 더 크게 이룰 야망을 가지면 된다.


고대 중국의 관자(管子)라는 철학책에서는 나라가 망해가는 9가지 현상을 적시하는데, 그 가운데 맨 앞에 배열한 두 가지가 바로 국방을 게을리하는 일과 맹목적인 평화주의가 난무하는 일이다. 깊이 음미하지 않아도 되겠는가.


■ 최 진 석  교수 
서강대 철학과 교수, 건명원 원장   

1335d01041b424f009869e7c2e846d81_1613018167_7743.jpg
 

누가 감히 우크라이나를 조롱하는가

댓글 0 | 조회 1,601 | 2022.03.23
“여기저기서 기관총을 조준사격하고 있었다. 거리에 쓰러진 시민을 구하기 위해 얇은 양철 방패에 의지해 이동하던 시민군에 또 사격이 가해졌다. 임시로 설치된 야전병… 더보기

나를 만든 한 권의 책 <<문학과 미술 사이>>

댓글 0 | 조회 879 | 2022.03.09
대학과 학문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품으며, 1982년 봄 대학신입생이 되었다. 그러나 그 환상이 사라지는 시간은 입학과 동시에 다가왔다. 졸업정원제로 인한 고등학… 더보기

한글학교 - 미래의 자산

댓글 0 | 조회 1,249 | 2022.02.23
5천여 년이란 길고 긴 역사의 물결과 함께 한 중국사람들......부드럽고 은근한 면이 있는가 하면 또 생각이 깊고 앞을 멀리 내다본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늘 … 더보기

SNS 시대, 개인 내면의 소멸?

댓글 0 | 조회 1,072 | 2022.02.10
저는 아무래도 사화관이나 정치관은 (자본주의에 좀 회의적인 만큼) ‘진보적’인지 몰라도 생활적으로 대단히 보수적인 것 같습니다. 전자 기계들을 다룰 때마다 대단한… 더보기

이대남의 생각

댓글 0 | 조회 919 | 2022.01.26
■ 오 길영오늘자 토요판 종이신문에서 이대남(20대 남성)이 생각하는 페미니즘 기획 기사를 읽었다.(기사는 댓글) 시의성 있는 기획이다. 토요판이 알차진 느낌이다… 더보기

백석, 우리 시대 시인들의 시인

댓글 0 | 조회 1,040 | 2022.01.11
■ 백 승종백석은 자신이 태어난 마을의 자연과 인간을 소재로 시를 썼습니다. 마을에 전하는 민속 또는 민간신앙 등을 고향의 구수한 사투리 즉, 토착어(土着語)를 … 더보기

멋 있게 사는 사람들

댓글 0 | 조회 1,143 | 2021.12.21
요즘 팬데믹으로 불편하고 때로는 위축되어 지내다 보니 바쁜 가운데서도 멋 있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생각난다. 마음과 영혼에 신선한 멋을 공급하며 삶을 즐겁게 살아… 더보기

<오징어게임>의 함의

댓글 0 | 조회 914 | 2021.12.07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은 <기생충>에 뒤이어 세계에다 “한국형 신자유주의”를 그 근거 자료로 삼는 또 하나의 화두를 던졌습니다. 물론 이 … 더보기

아빠, 내 이름은 무슨 뜻이야?

댓글 0 | 조회 1,460 | 2021.11.23
최근에 한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 중 특히 나이 어린 학생들이 많이 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민 2세가 태어나 자라고 있어 자랑스럽고 이들을 위한 우리 말과 글의… 더보기

내가 그 때에 왜 행복했는가?

댓글 0 | 조회 914 | 2021.11.10
그제 10살이 된 딸내미와 같이 텔레비전을 보다가 과거 이야기를 좀 나누었습니다. 지금 수십 개의 티비 채널 중에 하나를 골라 볼 수 있는 딸내미는, 아빠가 어렸… 더보기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력은 ‘공감력’에서 출발

댓글 0 | 조회 1,052 | 2021.10.28
늦은 시간 술에 취한 남자가 택시를 잡으려고 비틀비틀 차도 깊숙이 들어갑니다. 씽씽 달리는 차들은 헤드라이트를 켜고 경적을 울려대며 지나갑니다.‘저러다 큰일 나는… 더보기

내 손가락 끝에 모든 것이

댓글 0 | 조회 1,241 | 2021.10.13
언젠가 한 Rotary Club 모임에서 Kiwi참석자와 교민 회원들 간에 젓가락으로 콩을 집어 옆 그릇으로 옮겨 담는 내기를 한 적이 있었다. 웃자고 했었으나 … 더보기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댓글 0 | 조회 1,945 | 2021.08.25
■ 김 무인1차 백신 주사를 며칠 전에 맞았는데 이게 생각보다 후유증이 있다. 콧물에 몸살 증세도 수반되어 sick leave를 내고 집에서 쉬고 있다. 쉬면서 … 더보기

일본문학과 일본 친구를 좋아하는 한 비평가의 생각...

댓글 0 | 조회 1,001 | 2021.08.10
아마도 나는 누구보다도 일본의 친구들과 일본문학과 문화, 일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는 편이라고 기꺼이 말하고 싶다. 실제가 그렇기도 하다..일본여행과 일본음식… 더보기

역사적인 결정, 초중고 뉴질랜드 역사 교육 의무화 - 역사교육 시리즈 (4)

댓글 0 | 조회 1,199 | 2021.07.27
다양성은 어디에?이번 역사교육 커리큘럼 초안에 대한 Royal Society of New Zealand의 전문가 어드바이스 패널 중에 유일하게 아시안으로 참가한 … 더보기

역사적인 결정, 초중고 뉴질랜드 역사 교육 의무화 - 역사교육 시리즈 (3)

댓글 0 | 조회 1,628 | 2021.07.14
이번의 역사적인 결정이 있기까지2022년부터 초중고에서 뉴질랜드 역사교육을 의무화하는 정부의 결정은 2019년에 발표되었는데 이는 2017년 노동당의 선거 공약에… 더보기

역사적인 결정, 초중고 뉴질랜드 역사 교육 의무화 - 역사교육 시리즈 (2)

댓글 0 | 조회 1,187 | 2021.06.23
■ 김 무인자국 역사교육의 긍정적 효과와 기대위 같은 우려 상황이 분명 있지만, 자국의 과거에 대한 ‘솔직한’ 교육은 이런 우려를 거뜬히 뛰어넘는 긍정적 효과가 … 더보기

역사적인 결정, 초중고 뉴질랜드 역사 교육 의무화 - 역사교육 시리즈 (1)

댓글 0 | 조회 1,520 | 2021.06.10
머리말최근 지인으로부터 초중고교 뉴질랜드 역사교육 의무화에 대한 설명회가 있으니 관심 있으면 참가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선약이 있어 참가는 못했지만, 과연 무슨 … 더보기

어휘력의 한계가 내가 아는 세상의 한계

댓글 0 | 조회 1,092 | 2021.05.26
2007년 10월 3일 평양 외곽 백화원초대소에 있었습니다. 제 2차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에 온 노무현 대통령이 이곳에 묵고 있었지요. 나는 평양 방문 첫째 … 더보기

노만남매를 파키스탄으로 돌려보내야만 했을까?

댓글 0 | 조회 3,065 | 2021.05.11
■ 김 무인머리말이 블로그의 주 탐사 주제는 ‘ethnic relations’와 ‘사회주의적 가치의 재발견/부활’ 이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에서 현재 진행 중인 … 더보기

무위당 장일순, 물질 만능의 세태를 질타하다

댓글 0 | 조회 1,003 | 2021.04.29
장일순(1928~1994)은 평생 단 한 권의 저술도 남기지 않았다. 언어도단(言語道斷) 곧, 말로는 진리를 표현할 수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그는 동서양의 종… 더보기

도강 만세

댓글 0 | 조회 1,060 | 2021.04.14
1960년대인 대학시절에 필자는 경영학과로 진학했었다. 법학과나 상학과는 주위에 전공자가 너무 많았다. 인문계통이면서도 조금은 새롭고 특성이 있는 방향으로의 진학… 더보기

기대하던 영화 ‘미나리’를 봤다

댓글 0 | 조회 1,677 | 2021.03.23
■ 오 길영 충남대학교 교수, 문학평론가기대하던 영화 ‘미나리’를 봤다. 단상을 적는다.- 먼저 간단한 줄거리.“낯선 미국에서 병아리를 감별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 더보기

상처받은 시인의 아름다움

댓글 0 | 조회 1,030 | 2021.03.09
지금으로부터 34년 전인 1987년 봄 27세의 청년 시인이 장편 서사시‘한라산’을 한 잡지에 발표했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반공주의와 역사적 무지를 강타한 이 … 더보기

영웅은 없다

댓글 0 | 조회 979 | 2021.02.24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비극의 주인공은 ‘훌륭한 사람’이어야 했다. 그가 말하는 훌륭한 사람이란 결함이 없는 인품의 소유자가 아니라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을 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