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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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노래

0 개 1,300 한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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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476년 로마의 멸망 이후 유럽은 중세 암흑기로 접어들었으며 전쟁과 굶주림, 흑사병 등 전염병으로 문명의 발전이 사라져버렸다. 900여년이 지난 후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신본주의(神本主義)의 중세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 스스로가 세상의 중심이란 걸 깨닫게 되고 이른바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대략 14세기에서 17세기까지의 르네상스 시대에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위대한 사상가, 작가, 정치가, 과학자, 예술가 들이 활동하였다. 이러한 배경 아래서 음악사에 있어서도 교회에서 신을 위해 연주되던 음악이 귀족의 저택이나 왕의 궁전에서 연주되었고 이 시기를 바로크 음악 시대라고 일컬으며 1700년대 중반까지 바흐, 비발디, 헨델이 주도하였다. 


이후 이어지는 고전주의 음악은 하이든을 필두로 모차르트와 베토벤이라는 천재 음악가의 등장으로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모차르트는 4세 때 피아노 소품에 대해서 연구를 하였고 5세 때 소곡을 작곡하였으며 8세 때는 최초의 교향곡을 작곡하였다. 6세 때부터 유럽 전역 연주 여행을 통해 음악적 소양을 쌓았고 오스트리아 여 황제 마리아 테레지아 앞에서 연주하기도하였다.  이탈리아는 3회에 걸쳐 여행하였으며 교황으로부터 황금박차 훈장을 받기도하였다. 35세로 일생을 마친 짧은 기간 동안 하이든과 함께 고전파의 양식을 확립하였으며 성악과 기악의 모든 영역에서 다채로운 직품을 남겼다.   


운명을 통해 운명을 극복한 진정한 승리자 베토벤이 그 뒤를 이었다. 모차르트보다 14살 연하인 베토벤은 17세 때 31세였던 모차르트를 만났다. 모차르트 이후 빈에서 자리를 잡고 피아노 연주자로서 작곡활동을 활발히 하였으나 30세 때부터 귓병이 악화되자 32세 때 연주가로서의 모든 활동을 포기,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고 작곡에만 전념했다. 34세 때 작곡한 영웅교향곡 이래 10년 동안은 작품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였으나 이후 죽기까지 12년 동안은 베토벤의 후기에 속하는 시기로 귓병이 극도로 악화되어 활동이 저조한 듯했다. 그러나 다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장엄 미사곡과 합창 교향곡 등 위대한 곡들을 내 놓았다. 그의 말기 작품들은 낭만파로의 이행을 준비하는 시기였으며 슈베르트에 의해 낭만파의 시대가 전개된다. 


베토벤보다 27년 늦게 1797년에 태어난 슈베르트는 가곡의 왕으로 칭송되고 있지만 생애 중 가난과 질병, 실연 등 온갖 고초를 겪고 죽고 나서야 빛을 본 비운의 음악가 이었다. 기존의 형식을 타파하고 개인의 자유로운 사상과 감정을 표현하는 낭만주의 음악이 슈베르트 때 태동하기 시작했다. 이 때에는 소설이나 시를 보고 그 내용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표제음악의 시대로 진입하는 시기였다. 슈베르트는 633곡의 가곡을 포함한 998곡에 이르는 곡을 남겼다. 이러한 일이 31년의 생애 동안 이루어졌다는데 그의 음악적 천재성을 엿 볼만 하다. 소심한 성격의 슈베르트는 베토벤을 존경하고 음악적 유산을 물려받기는 하였으나 베토벤이 죽기 일주일전에 단 한 번 조우했을 뿐이었다. 시를 접하면 금방 악상이 떠올라 친구들하고 맥주를 마시다가도 오선지에 악상을 옮겼으며 오선지가 없자 친구가 식당 메뉴판에 오선을 그려주어 작곡을 한 일도 있다.   


‘백조(白鳥)의 노래’는 슈베르트의 3개의 연가곡(連歌曲) 중의 하나로 생애의 마지막 해에 작곡되었으며 14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 7곡은 렐슈타프(Ludwig Rellstab)의 시에, 6곡은 하이네((Heinrich Heine)의 시에 의해 1828년 8월에 작곡되었고 마지막 1곡은 10월 자일드(Johann Gabriel Seidl)의 ‘비둘기의 심부름’ 이라는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슈베르트는 그 해 11월19일에 질병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기 때문에 이 곡이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되고 있다. 백조의 노래라는 제목은 사후 출판업자 하즈링거에 의해 붙여진 이름이지만 백조는 평소에는 울지 않다가 죽기 직전 단 한 번 운다는 백조의 전설에 기반을 둔 것이다. 그리고 이 전설은 죽기 직전에 백조의 노래 가곡집을 완성했던 슈베르트의 음악 인생과 통한다. 특히 4번째 곡 세레나데는 슈베르트 자신의 처지를 나타낸 것으로 아름다운 노랫말과 서정적인 선율이 가슴을 파고들어 애잔한 여운을 남기는 곡이다. 얼마 전에 곁을 떠난 첫 사랑 테레즈와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시를 보고 악상으로 떠올라 즉석에서 작곡하였다고 한다. 테레즈의 부모님은 슈베르트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테레즈는 다른 남자와 결혼해버리고 만다. 그녀의 집 앞 골목길에서 창가를 서성이는 테레즈를 올려다보며 깊은 한 숨을 토해내던 슈베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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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의 세레나데는 학창 시절부터 가곡으로 불리어져 비교적 친숙한 곡이다. 이를 피아노로 표현해보고 싶어 레슨 항목에 넣었다. 그러나 아마추어가 다루기에는 상당히 까다롭고 어려운 곡이라 도대체 진전이 안 되었다. 다행히 코로나 록다운(Lockdown) 덕분(?)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연습 시간을 늘렸더니 겨우 흉내를 낼 수 있었다. 연말이 되면  다니던 피아노 학원에서는 학생들의 발표회를 갖는데 다른 학생들은 작년 코로나 여파로 레슨을 쉬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연습량 부족으로 발표회를 취소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의 주장은 어찌됐건 일 년을 마감하며 결과를 보이고 새해를 맞이하는 게 옳은 일이므로 다른 학생들과 관계없이 나 혼자라도 발표회를 갖겠다고 했다. 가족과 음악을 이해하는 지인 몇 분을 초대해 예년에 하던 데로 학원에서 발표회를 진행하였다. 


슈베르트의 세레나데는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Khatia Buniatishvili) 같은 거장이 연주해야 제격인 법이다. 카티아는 카리스마 넘치는 제스처와 표정 관리로 음악성을 더욱 높게 표현하는 세계적인 연주자이다. 나의 서툰 솜씨로는 작곡자의 감정 표현도 제대로 못하고 악보를 흉내내보는 수준일 수밖에 없었다. 나이 먹어 배운 한계, 갈수록 둔해지는 손놀림, 독보력(讀譜力), 암보력(暗譜力)의 한계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자위해 본다. 인생은 도전이다. 목표에 미달하더라도 해본 만큼 이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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