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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상

6 3,579 왕하지


우리 집 TV는 보는 사람이 없으면 자동으로 꺼진다. TV를 보다가 화장실에 잠깐 다녀와도 TV는 이미 꺼져있다. 뉴질랜드 의대를 나온 본은 왕가레이 병원에 근무를 하는데 본의 어머니가 이 곳에 여행 왔을 때 성당에서 아내와 만나 친구가 되었다. 본의 어머니는 세이셸이라는 작은 섬나라의 선생님이다. 본은 세이셸정부로부터 20만 달러를 빌려 오타고 의대에 다녔다고 한다.

어느 날 우리 집에 놀러온 본이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전화를 받고 와보니 TV가 꺼져있었다. TV를 키고 보다가 또 전화가 와서 받고 와보니 아예 리모컨까지 없어져 버렸다. 리모컨이 없어졌다고 본이 나에게 왔다. 어머니 방에 가보니 어머니가 리모컨을 꼭 쥐고 계셨다. 어머니는 사람이 없는데 TV가 계속 켜져 있어 리모컨을 가져가신 것이다. TV를 켜놔도 전기세 많이 안 나오니까 제발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씀드려도 소용이 없다.

착하고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본 또한 대책이 없을 때가 많다. 본은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세일하는 보트가 있어 보트를 샀다며 같이 낚시를 가자고 하였다.

“너 트레일러 차에 달고 운전 해봤어? 후진할 수 있어?”

본은 트레일러 운전을 한 번도 안 해봤다고 한다. 그런데 보트를 사다니... 나는 본에게 충분한 운전 연습을 하지 않고 그대로 바다로 나가면 물에 빠져 죽을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왕가레이 병원에서 계약기간이 끝난 본은 타 지역 병원으로 옮기면서 집을 구하지 못해 이삿짐을 우리 집에 맡기고 갔다. 혼자 살면서 온갖 잡동사니가 얼마나 많은지 커다란 차고에 꽉 찼다. 게다가 보트까지 갖다 놓았으니 어머니가 한숨을 쉬면서 말씀하셨다.

“차고에 발 디딜 틈이 없어, 어디 다닐 수가 있어야지... 네 형은 아파트 분양받고 이사하는데 아파트 공사가 안 끝나 이삿짐을 맡겼는데 이백만원이나 줬어,”

우리도 돈 받고 맡아주는 거라고 말씀 드렸더니 어머니의 불평은 잠잠해졌다. 그 후 본은 이삿짐을 가져가면서 고물이 된 보트를 헐값으로 팔았는데 결국 한 번도 바다에 띄워보지도 못하고 수천달러를 날린 셈이었다.
본이 며칠간 홀리데이라고 왕가레이에 왔다. 이번에는 며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 집에 있기가 미안했던지 백패커를 예약했다고 밤에 간다는 것이었다.

“우리 집에서 그냥 자면 되지 왜 백패커로 간다는 거야?”아내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우리 집이 바로 백패커인데 왜 다른 백패커로 간다는 거야, 라운지 2층 침대가 모두 비어 있는데...”

아내는 내 말이 만족스러운지 깔깔 웃으면서 본은 우리가족 같으니 왕가레이에 오면 우리 집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올 때마다 남편이 좋아하는 술도 사오는데 그것도 감사하다고 말하여 내가 한마디 거들었다.

“근데, 쟤 술 한 병 사오면 지가 다 먹고 가, 그러니 네가 먹을 술은 따로 사오라고 해.”

다음날 본은 길거리에서 세일하는 차가 마음에 든다고 덥석 샀는데 차 한 대를 우리 집에 두고 갔다. 어머니는 차는 있는데 사람이 없으니 그게 무척이나 궁금하셨다.

“차는 있는데 사람은 없고... 의사가 간 거야 안 간 거야?”

이번에 우리 집에 온 본은 오클랜드에다 집을 사고 싶은데 집은 작아도 땅이 넓은 집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고물차에 낡은 보트가 즐비한 쓰레기장 같은 집이 연상되었다. 본이 넓은 땅을 갖는다면 필경 뉴질랜드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물상 같은 집으로 변할게 뻔하다. 나는 폭탄주를 만들어 본에게 권하면서 말했다.

“너는 의사야, 의사가 폭탄주는 자주 마셔야 되지만 집에서 잔디 깎고 정원 정리할 여유는 별로 없는 것 같다. 내 생각에는 땅은 좁아도 집이 넓은 게 좋다. 땅 넓은 우리 집 좀 봐라, 이게 집이냐 고물상이지, 잡초는 계속 자라고 태풍한번 지나가면 나무는 고꾸라지고... 나는 몸이 안 따라줘 일도 못하고 애들은 밖에 나와 보질 않고... 힘들어, 너는 돈을 더 모으면 시내에 근사한 집을 사서 커다란 내 그림을 걸어놓으면 얼마나 멋지겠나, 그렇다고 내가 그림 값을 비싸게 받느냐하면 그것도 아니지 암,”
달중이
왕하지님의 글은 항상 재미있습니다. 일부러 찾아와서 읽고 가곤 합니다. 마음이 푸근해지고 여유로와지는 왕가레이의 일상을 오랫동안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
왕하지
재미있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오늘 모처럼 따뜻한 햇빛이 이제 여름이 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즐겁고 행복한 여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
창밖풍경
왕하지님,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일상을 따뜻하고 재미나게 글로 옮겨주셔서, 그 글을 읽는 저는 무척 행복하답니다. 감사합니다!
왕하지
무심히 지나치시지 않고 꼭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읽는재미로 행복하시다는 말씀에 더 재밌게 서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군요. 감사합니다.
대신맨
가장관심있는페이지입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훈훈한 이야기 오랫동안 읽을수있는행운이 주어지면 하는 바램입니다!!!!!
왕하지
대신맨님 관심을 갖고 이페이지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한낮은 좀 더웠습니다. 더운 날씨에 으시시하라고 이번호는 '드라큘라 백작'이라는 무서운 글을 썼습니다. 근데, 밤이되니까 도로 춥군요. 덜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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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3,296 | 201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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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조회 3,276 | 201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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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3,250 | 2009.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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