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장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수목장

0 개 1,534 오클랜드 문학회

시인: 권 대웅


나무에게로 가리

해에게도 가지 않고 달에게도 가지 않고

한 그루 큰 말씀 같은 나무에게로 가리

깊고 고요한 잠

나뭇잎은 떨어져 쌓이고 세상에서 나는 잊히고

땅밑을 흐르는 구름과 별들 양치식물들 눈뜨는

시간 속으로 뿌리 같은 손길 하나가 다가와 나를 깨우면

훅, 달의 뜨거운 호흡에 빨려드는 바닷물처럼

나는 푸른 나무의 바다로 들어가리

아득하여라 나무의 바다 속

바람 불고 봄이 오고 빗방울 떨어져

어떤 기운이 꽃봉오리 꼭 잠긴 몸속으로

나를 밀어내면 아, 나를 밀어내면

비로소 알게 되리

햇빛과 꽃잎과 만나 열리는 저 존재의 비밀을

나뭇가지 사이로 반짝이는 하늘과 땅의 팔만대장경을

또다시 나뭇잎은 떨어지고

햇빛과 빗물과 추억은 날아가

살아남은 것들의 들숨이 되고 치유가 되어

이 세상 천지간 무소유로 선

나무에게로 가리

사람에게도 가지 않고

저 세월 속으로도 흐르지 않고

한 잎 피고 지는 것도 화엄인

나무에게로 가리


시인 권 대웅
========

8b85f050f315ee64dcead9d0a11e00b8_1605652038_6926.jpg
 
■ 오클랜드문학회
오클랜드문학회는 시, 소설, 수필 등 순수문학을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으로 회원간의 글쓰기 나눔과 격려를 통해 문학적 역량을 높이는데 뜻을 두고 있습니다. 문학을 사랑하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문의: 021 1880 850 aucklandliterary2012@gmail.com 


삼겹살을 뒤집는다는 것은

댓글 0 | 조회 1,420 | 2019.09.11
시인 : 원 구식오늘밤도 혁명이 불가능하기에우리는 삼삼오오 모여 삼겹살을 뒤집는다.돼지기름이 튀고,김치가 익어가고소주가 한 순배 돌면불콰한 얼굴들이 돼지처럼 꿰액… 더보기

내 젖은 구두를 해에게 보여줄 때

댓글 0 | 조회 1,422 | 2019.03.14
시인 이 문재그는 두꺼운 그늘로 옷을 짓는다아침에 내가 입고 햇빛의 문 안으로 들어설 때해가 바라보는 나의 초록빛 옷은 그가 만들어준 것이다나의 커다란 옷은 주머… 더보기

인생의 네계단

댓글 0 | 조회 1,426 | 2016.06.22
글쓴이: 이 외수사랑의 계단만약 그대가 어떤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면그 사람의 어깨 위에 소리없이 내려앉는한 점 먼지에게까지도 지대한 관심을 부여하라그 사람이 소유… 더보기

바람아 바람아 바람아

댓글 0 | 조회 1,435 | 2016.01.28
글쓴이: 이 강산 바람 부는 해변에 섰다. 궁형의 아름다운 황금(黃金)의 사장(沙場)엔 개를 산책시키는늙수그레한 부부가 몇 보일 뿐 호젓하고 쓸쓸하다. 오네로아 … 더보기

체온의 시

댓글 0 | 조회 1,439 | 2017.04.27
문 정희빛은 해에게서만 오는 것이 아니었다지금이라도 그대 손을 잡으면거기 따스한 체온이 있듯우리들 마음속에 살아있는사랑의 빛을 나는 안다마음속에 하늘이 있고마음속… 더보기

안개 속에 숨다

댓글 0 | 조회 1,440 | 2018.07.15
류시화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더보기

마당을 쓸며 Sweeping the Yard

댓글 0 | 조회 1,443 | 2018.05.27
이 산하옛날 할아버지들은아침에 일어나면 마당부터 쓸었다.매일 쓸지만 어느새 또 어지럽다.오랜만에 집 청소를 한다.잠시 두 가지 방법을 놓고 고민한다.빗자루로 쓰레… 더보기

반가부좌만 하시게

댓글 0 | 조회 1,444 | 2016.04.13
글쓴이: 이 인원무슨 화두(話頭)에얼마나 골몰했으면턱을 괴었던 팔이 다 부러졌을까아니다,부러진 것은 미륵보살님의 팔이 아니다3일도 못 가는 우리들의 작심(作心)이… 더보기

햇살의 그림자

댓글 0 | 조회 1,448 | 2016.10.12
글쓴이: 최 재호토요일도 늦게 눈뜬 아침구름들이 밀려간 하늘은바다를 쏟아 부은 듯 새파랗다구름도 불어 버리고담배 연기도 흩어버리는바람이,아직 차다거실 유리문을 닫… 더보기

새해의 기도

댓글 0 | 조회 1,459 | 2016.01.13
글쓴이 : 이 성선 새해엔 서두르지 않게 하소서 가장 맑은 눈동자로 당신 가슴에서 물을 긷게 하소서 기도하는 나무가 되어 새로운 몸짓의 새가 되어 높이 비상하며 … 더보기

이사

댓글 0 | 조회 1,463 | 2017.06.28
박 영근1내가 떠난 뒤에도 그 집엔 저녁이면형광등 불빛이 켜지고사내는 묵은 시집을 읽거나 저녁거리를 치운책상에서더듬더듬 원고를 쓸 것이다 몇 잔의 커피와,담배와,… 더보기

고려장

댓글 0 | 조회 1,465 | 2017.07.12
최 재호 10년 전 이른 겨울 커다란 이민 가방에 남은 꿈을 구겨 담으며 떠나 온 고향 행여 하나 빠뜨릴까 바리바리 챙겨 담은 짐 속에 빠져 버린 홀어머니 낯 설… 더보기

딸을 기다리며-고3 아이에게

댓글 0 | 조회 1,467 | 2020.01.15
시인: 박철늦은 밤이다이 땅의 모든 어린 것들이 지쳐 있는 밤너만 편히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이 지구상 어느 나라에 우리처럼가난은 곧 불행이다, 라는 공식을 외우… 더보기

바닥을 친다는 것

댓글 0 | 조회 1,503 | 2019.12.23
이 산하 시인​누군가 인생의 바닥까지 내려가 봤다고 말할 때마다누군가 인생의 바닥의 바닥을 치고 올라왔다고 말할 때마다오래 전 두 번이나 투신자살에 실패했다가수중… 더보기

인간이란 무엇인가 - 쉐마

댓글 0 | 조회 1,509 | 2019.07.24
오늘도 저녁이면 따뜻한 집으로 돌아와다정한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당신.하지만 바로 그 순간에도행복이라는 말조차 모른 채 … 더보기

선운사 도솔암 가는 길

댓글 0 | 조회 1,516 | 2020.04.02
시인 김 영 남만약 어느 여자에게 이처럼아름다운 숲속 길이 있다면난 그녀와 살림을, 다시 차리겠네.개울이 오묘한 그녀에게소리가 나는 자갈길을 깔아주고군데군데 돌무… 더보기

우리 살던 옛집 지붕

댓글 0 | 조회 1,526 | 2017.05.24
이 문재 시인마지막으로 내가떠나오면서부터 그 집은 빈집이 되었지만강이 그리울 때 바다가 보고 싶을 때마다강이나 바다의 높이로 그 옛집푸른 지붕은 역시 반짝여 주곤… 더보기

고독의 온도

댓글 0 | 조회 1,532 | 2018.04.27
문정희침대에 나를 눕힌다두 팔로 내가 나를 안아본다무엇이 여기까지 나를 끌고 왔을까오랫동안 시(詩)에게 물어보았지만시는 답을 주지 않았다내 몸을 흐르는 36도 5… 더보기

푸른 별 노둣돌

댓글 0 | 조회 1,532 | 2019.09.25
시인 이 운룡이빨 다 빠진 잇몸으로바다가 하늘 한 입 우물거리다 넘기지 못해뱉어낸 물거품을 수평선 멀리밀어붙이고 있다.섬들은 마음 아프다는 속말을꾹꾹 눌러 삼키면… 더보기
Now

현재 수목장

댓글 0 | 조회 1,535 | 2020.11.11
시인: 권 대웅나무에게로 가리해에게도 가지 않고 달에게도 가지 않고한 그루 큰 말씀 같은 나무에게로 가리깊고 고요한 잠나뭇잎은 떨어져 쌓이고 세상에서 나는 잊히고… 더보기

댓글 0 | 조회 1,546 | 2017.01.10
글쓴이: 이 홍섭일평생 농사만 지으시다 돌아가신작은할아버지께서는세상에서 가장 절을 잘하셨다제삿날이 다가오면나는 무엇보다 작은할아버지께서 절하시는 모습이기다려지곤 … 더보기

낯선 집

댓글 0 | 조회 1,547 | 2020.05.27
시인 배 창환나 오래전부터 꿈꾸었지내가 살고 있는 이 집 지나다 무작정 발길 이끌어 들르는 때를,그때 이 집에는,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 타고 놀던 밝은 햇살과그늘… 더보기

완행버스를 탔다

댓글 0 | 조회 1,555 | 2017.04.11
공 광규오랜만에 광화문에서일산 가는 완행버스를 탔다넓고 빠른 길로몇 군데 정거장을 거쳐대도시에서 신도시로 직행하는 버스를 보내고완행버스를 탔다이 길 저 길 좁은 … 더보기

사람들은 왜 모를까

댓글 0 | 조회 1,564 | 2017.02.08
글쓴이: 김 용택이별은 손끝에 있고서러움은 먼데서 온다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아침 산그늘 속에산 벚꽃… 더보기

미자의 모자

댓글 0 | 조회 1,575 | 2020.05.01
시인 이 산하시를 쓸 때마다 이창동 감독의 명화 ‘시’가 떠오른다.잔잔한 강물 위로 엎어진 시체 하나가 떠내려 온다.하늘을 바로 보지 못하고 죽어서도 엎어져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