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과도 같은 지금 이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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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과도 같은 지금 이 순간

0 개 1,316 김지향

일주일 전에 14년 된 우리 고양이 페로가 식음을 전폐하고 늘어져 있었다. 이틀째가 되니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동물병원에 전화를 하니 그 다음날 오전에 오라고 했다. 의사 선생님이 보더니 탈진상태라고 했다. 수액 주사를 맞혔다.


소변과 피 검사를 하니, 간과 콩팥에는 이상이 없는데, 백혈구 수치가 아주 높다고 하였다. 암 아니면 염증 때문이라고 하여 항생제 주사 또한 맞아야 했다. 나이에 비해 꼬장꼬장하고 이도 괜찮고 털 상태도 아주 좋은 편인데도 잠시 사이에 몸무게가 1Kg나 줄어들었다.


2주 정도 지켜보면서 몸무게를 늘리라고 했다. 절대로 밖으로 내보내지 말라고 당부도 했다. 나이가 많은 고양이는 아프면 집을 나가버리는 성질이 있으니 절대로 내보내지도 말라고 했다.


주사기를 통해 고농도 음식들을 억지로 먹이면서 지내고 있는데, 그 음식 덕분인지 항생제가 잘 듣는지, 하루가 다르게 회복 되는 것이 보였다. 참으로 다행이다.


페로가 아픈 동안 내 주위에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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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에 인연을 맺은 ‘새바 밴드’가 이번에 제 7집 음악 앨범을 제작했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의 힘든 시기에도 불구하고 7명의 멤버들이 앨범 작업에 몰두한 결과물이다. 


어제 그 CD 5장이 집에 도착했는데, 클래식 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느낌으로 곡들마다 독특한 에너지가 흘렀다.


마도원 교수가 편곡하여,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콘트라베이스, 풀륫, 드럼의 아티스트들이 연주한 작품인데, 1년의 기나긴 시간을 걸려서 완성한 앨범이다. 


언니의 그림이 겉표지를 장식하고 큰애의 사진이 첨부 된 친구의 시집도 출간이 되었다. 미국과 한국 그리고 뉴질랜드 사이의 거리가 무색한 시공을 초월한 작업이었다.


한 달 전에 결혼을 한 둘째 또한 임신을 하여 입덧을 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지난 세월의 기억들이 되살아나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둘째가 희귀병에 걸려서 수술하기 전까지 석 달 이상을 매일 배에 혼자서 주사를 놓았던 시절에 입덧과 똑같은 증상으로 고생했었다. 남다른 체험으로 성숙한 둘째가 좋은 짝을 만나 새 생명을 잉태하였으니, 그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이 든다.


큰애의 베스트 프랜드인 키위친구는 2주 만 있으면 둘째를 낳는다고 한다. 만삭인 배로 남편과 함께 아들을 데리고 놀러 와서 전한 말이다.


큰애와 나는 밑반찬 7개를 만들어 그 다음날인 일요일에 그 집으로 찾아갔다. 한국요리를 아주 좋아하며 밥을 즐겨 먹는 부부라서 멸치볶음, 무말랭이, 진미채볶음...등 출산일까지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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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에는 반려 동물이 많다. 개 두 마리, 고양이 3마리, 양 두 마리 그리고 대여섯 마리의 닭들이 있다. 마침 양들 털을 깎는 날이라서 덕분에 좋은 구경을 했다.


두 달 전에 고관절이 부러진 할머니도 재활치료가 끝났다. 어제 할머니께 들려 보니, 탐스러운 노란 장미 5송이가 선반 위에서 활짝 웃고 있었다. 이웃 키위 할머니가 정원에서 키운 장미를 선물로 가져오셨단다.


죽을 줄로만 알았던 페로가 생기를 되살림과 동시에 이렇듯 반갑고 고마운 일들이 줄줄이 일어났다.


동물이건 사람이건 간호를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딱히 크게 도움을 주지 못하면서도 기가 다 빠진다. 더군다나 말 못하는 동물을 돌볼 땐 안타까운 마음이 더하여 애간장이 타들어 간다.


페로가 아픈 동안 내 심장도 힘들었다. 페로가 회복이 되어 가는 동안 늘어나는 어리광도 받아줘야 했다. 하도 안 먹어서 내 손에 사료를 올려놓으면 한두 개 정도 깔짝거린다. 겨우 몇 개의 사료를 먹을 때도 자기 앞에서 꼭 보고 있으란다. 


자기 혼자 잘 먹을 수 있으니 주사기를 사용하여 억지로 음식을 먹이지 말라고 퍼포먼스를 하는 것만 같다. 사람으로 치면 100살이 다 되어가니 우리 가족 머리 꼭대기에 올라 앉아 있을 것이다. 그러고도 남을 페로.


페로가 아픈 동안에 은근히 내 건강에도 자신이 없어졌다. 페로가 자는 동안 나도 옆에서 잠만 잤다. 일부러 잔 게 아니라 그냥 피곤하여 잠이 쏟아졌다. 앉았다 일어날 때도 어지럼증이 심했다. 30분의 산책길이 십리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페로의 아픈 기를 내가 받는 느낌이었다. 페로 때문에 잠까지 설쳤으니.......


간호를 잘 받은 덕분인지 페로가 하루가 다르게 똘망똘망해지고 있다. 소파와 침대 위를 날렵하게 뛰어 오르고 내려온다. 입맛은 아직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지만, 꾹꾹이도 자주 하고, 골골거리는 소리도 커졌다. 다시 열심히 세수하고 온 몸을 혀로 닦는다. 암은 아닌 거 같다.


어제는 가이 폭스 데이였다. 그런데 비가 주룩주룩 오는 바람에 불꽃축제가 오늘로 미뤄졌다. 언덕 위의 이층집인 우리 집은 해마다 집안에서 멋진 불꽃향연을 볼 수가 있다. 우리 가족은 모두 다 2층으로 올라가서 밤하늘을 장식하는 화려한 불꽃을 보면서 이야기꽃을 피웠으나 내 방에 있던 페로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폭죽 터트리는 소리에 놀라서 숨어버린 거 같았다. 불꽃놀이 구경이 끝난 후 한참 후에나 나타난 페로는 비스킷 몇 개를 오도독 씹고는 나를 바라봤다. 언제 아팠냐는 듯 고개를 들어 애교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참 귀여운 모습이다.


“하지만 다음 주까지 영양 죽을 먹어야 한단다. 페로야!”

  

이번 일주일 동안 내가 받은 선물은 너무나도 크고 소중하다.


죽음 앞에서 삶을 선택한 페로, 예술의 혼을 불사르는 새바 밴드 멤버들과 시집을 출간한 예술가들, 새 생명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산모들, 고령의 나이에도 재활에 성공한 여전사. 이들 모두는 기계의 도움으로 뛰고 있는 내 심장에 새로운 활력을 준 폭죽들이다.


어쩜 이렇게 동시에 각자의 아름다운 불꽃을 터뜨릴 수가.......


그 불꽃들이 모여 오늘밤 불꽃축제의 주인공들이 되어 춤추고 있구나!


불꽃과도 같은 지금 이 순간을 나에게 기쁨을 안겨 주는 모든 불꽃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하면서 기운을 충전한다. 이제부터 새로 시작할 일을 위하여 폭죽을 터트린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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