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너 잘 되라고 그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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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너 잘 되라고 그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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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이 추석이었다. 모처럼 캄캄한 밤하늘에 걸린 쟁반같이 둥근 달을 새삼 올려다 보게 되었다. 한국을 떠나 이곳 뉴질랜드에 정착하여 20년 넘게 살다보니 추석이라는데도 정서적으로 그닥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인지 아닌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 


어린 시절 추석 명절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풍성함이다. 차례상에 올려진 음식도 넉넉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 평소 자주 만나지 못하던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함께 하는 아주 귀한 시간이었다. 오랜 만에 만나다 보니 반가움의 크기만큼 자연스레 수많은 질문과 대답들이 오고 갔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명절은 피하고 싶은 자리일 수 있다. 요즘 같은 시기에 특히 한국에서 미혼이거나 미취업 중인 젊은 세대에게 결혼이나 취업에 대한 질문들은 어머어마한 스트레스를 가져다 준다. 모처럼 만나서 보인 단순한 관심이 종종 예기치 못하게 쓸데없는 간섭으로 이어져 상대방의 감정을 거슬리고 상처를 주게 된다. 처음 한 두번이야 일가 친척의 관심이나 덕담이라는 생각하고 넘어간다 해도 매번 반복되면 서로 얼굴 붉히지 않기 위해선 차라리 가족모임을 자연스레 피하게 된다. 


유고슬라비아 출신 마리나 아브로모비치는 행위 예술가의 대모로 불리운다. 다양한 퍼포먼스로 관객들과 소통해 온 마리나는 2010년 뉴욕미술관에서 ‘예술가가 여기있다’ 라는 또 하나의 독특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침묵 속에서 관객과 마주 앉아 서로의 눈을 1분간 바라보는 퍼포먼스 였다. 바쁜 뉴요커들이 과연 얼마나 참여할까라는 의구심으로 시작하였으나 736시간 동안 진행된 퍼포먼스에 총 850만의 관람객이 미술관을 방문했다고 한다. 긴 기다림 끝에 자발적으로 마리나 앞에 앉은 관람객들은 그녀의 깊은 눈빛과 예술적 에너지에 형용하기 힘든 감정에 사로잡혀 어쩔줄 몰라 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마리나의 표정은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러나 극적인 반전은 관람객 속에서 22년 전 헤어진 사랑했던 연인이자 예술적 동반자였던 울라이가 그녀 앞에 앉았을 때 였다. 10년 이라는 시간을 함께 하며 뜨겁게 사랑도 했지만 끊임없이 예술적 견해 차이로 부딪히고 대립을 했으며 결국 이별을 한 두 사람이었다. 여느 관람객에게 하듯 침묵 속에 눈을 떠 상대방을 확인한 그녀. 눈앞에 앉은 남자가 세월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그녀의 옛사랑임을 알고 곧바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잠시 뒤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그녀의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결국 눈시울을 붉히며 작품의 규칙을 깨고 마리나는 옛 연인에게 손을 내밀어 눈맞춤과 마주 잡은 손으로 서로의 교감을 나누었다. 옛 연인과 1분동안의 눈맞춤은 이렇게 끝이 났다. 



마리나의 퍼포먼스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이와 비슷한 예능 프로그램이 최근에 시작되었다. 평소 무슨 이유에서건 불편한 관계인 사람들을 마주 앉혀 눈맞춤을 유도하고 이를 지켜보는 관찰 예능이다. 어디서 어긋난 것인지 그리고 과연 감정의 앙금을 털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이다. 눈맞춤의 대상은 소원해진 오랜 동료이기도 하고 부모, 자식 또는 형제 자매이기도 하다. 그러나 막상 침묵속에 눈맞춤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무척 어려워 보인다. 세월에 먼지 쌓이 듯 얼마나 많은 감정들을 우리는 마음 깊은 곳에 숨겨 두었을까? 둘 만이 공유하는 시간 속에 자라고 추억 속에 간직 되었던 사랑, 미움, 서운함, 고마움… 짧은 순간에 동시에 밀려 대부분 뭔가 불편해 하면서 당황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의 시간에서 어긋난 부분을 찾으려 시도를 한다. 각자 다른 사연을 지닌 다양한 관계의 출연자들임에도 대부분의 경우 원인은 관심과 간섭의 경계선을 지키지 못한 것이 그 발단이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관심은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임’이고, 간섭은 ‘직접 관계가 없는 남의 일에 부당하게 참견함’이라 돼 있다. ‘정신경영아카데미’를 운영 중인 문요한 원장은 관심과 간섭을 이렇게 구분한다. 관심은 연민, 호감, 호기심이라는 감정의 토대 위에 대상에 대한 ‘판단 이전의 이끌림’이며 간섭은 감정보다 이성의 토대 위에 상대방의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려는 ‘판단적 개입’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관심의 목적은 상대방의 마음과 행동을 이해하고 함께 하는 데 있지만 간섭의 목적은 상대방의 개별성을 존중하지 않고 생각과 행동을 바꾸고자 하는데 있다”고 말한다. 


가족 안에서, 학교, 직장, 각종 모임이나 단체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확장 발전시켜 나간다. 하지만 때론 타인과의 인간관계가 고차원 수학보다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의 다양한 인간 관계속에서 관심과 간섭의 경계는 늘 모호하다. 간섭은 대개 관심에서 비롯된다. 무관심하다면 간섭을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나는 평소 무의식 중에라도 관심과 간섭의 이상적 거리를 잘 설정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특히 부모로써 자녀에 대한 관심이 그들에게 간섭으로 받아들여진 경우는 없는지 돌아보게 된다. 기회가 되어 내 아이들과 침묵 속에 눈맞춤을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편안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새움터 장요셉> 


※ 새움터는 정신 건강의 건전한 이해를 위한 홍보와 교육을 하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www.saewoomtor.org.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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