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 지난칼럼 |
내가 레이를 처음 만난 것은 뉴질랜드를 도착하고 6개월즈음이 되었을 때였다. 레이는 첫인상이 아주 좋은 백발의 영국인 호주 이민자시고 내가 플랫을 들어가게 될 집의 주인이었다.
나는 오클랜드에서 한국인 집에서 플랫을 하다가 일자리를 구하게 되면서, 레이와 페니네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된게 레이를 만나게 된 계기이다.
레이는 그때 60대셨고, 인상이 좋으며 말이 참 많은 아저씨였다. 물론, 지금도 말이 많으시다.
영어도 잘 알아듣지 못하는 나를 붙잡고 무슨 할말이 그리 많으신지, 늘 대화를 했던 것 같다. 덕분에 레이와 빨리 친해질 수 있었고, 그는 여전히 나의 좋은 친구이시다.
레이는 나이든 사람들이 나이든 것을 티내면서 사는 것이 싫다고 하셨다. 그래서, 아직도 장모님의 발바닥을 간지럽히고, 나에게도 유치한 장난을 마구 쳐놓고는 좋다고 혼자 키득대는, 어른이 되기 싫다는 보기드문 70대 철부지이자 멋진 70대 할아버지(?)이시다. 그런데도 밉지는 않아서 사람들과 금방 친해지고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열어놓는 묘한 매력을 가지셨다.
레이와 같이 산지 어느새 10년이 넘어 레이는 올해 만 73세의 생일을 맞이 하셨다. 올해, 그의 와이프인 페니는 레이에게 레이가 아직 해보지 않은, 그의 버킷리스트인 스카이다이빙을 선물하셨다. 이쯤되면 모두들 눈치 챘겠지만, 레이와 페니는 노년에도 불구하고 아직 어떤 젊은 커플들보다 젊게 사시는 분들이시다.
아직도 상어가 있는 바다속 다이빙을 하는 것을 매일 꿈꾸고, 아직 가보지 않은 나라를 여행하는 것에 들뜨며, 스카이다이빙 하는 것이 목표인 레이는 아직 소년같으시다.
레이는 어제 만73세의 나이로 스카이다이빙을 하러 가셨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타우포까지 가야한다며 전날 밤부터 들떠있더니 어제 오후,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에 내게 메세지를 남기셨다. 스카이다이빙을 방금 끝내고 왔노라고 판타스틱 했었다고.. 메세지만봐도 그의 텐션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스카이다이빙 업체가 보내준 사진을 받고는 여전히 흥분한 상태시다. 그렇게 삶에 흥이 넘치는 레이를 보고있으면, 같이 기분이 좋아진다. 73세의 나이에 아직도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용기가 있고, 삶이 재미있는 분을 또 볼수 있을까..
레이보다 훨씬 젊지만, 그다지 삶에 흥분할 일이 많지 않은 나는 그를 보면서, 인생이 저렇게 설레는 일이었던가 하는 생각을 했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 사람이 옆에 있다는 건, 정적인 나에게도 천천히 영향을 미친다. 레이를 보면서 나는 인생의 다른 면들을 볼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지금도 다른 면을 보며 감탄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이제 나이가 적지 않은 레이 아저씨. 조금은 건강도 챙기면 좋겠지만, 레이는 레이로 끝까지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의 멋진 삶이 언제나 즐겁고 흥미진진한 것이 되기를 나는 오늘도 온힘을 다해 응원한다. 레이 화이팅! Ray!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