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가 끝나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거리두기가 끝나면

0 개 1,019 김성국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


눈치 보며 거리 두던

조심스런 기간이 끝나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요


어깨 부딪치던 분주한 도시를 

살짝씩 스치며 걸어 보고 싶습니다


점심시간 지난 조용한 가게에 들어가

먹을 것 앞에 놓고 감사해하고도 싶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문 닫힌 교회당에서 

우둔했던 나를 먼저 돌아보라 하십니다


교회 담장 밑을 

흔들리며 장식하던 풀 앞에서

빛이 나게 교회당을 꾸며

자랑하고 싶던 헛된 욕망을 내려노라 하십니다


교회마당에 구르는 

먼지 가득한 종이조각도

이제는 한 가닥 풍경이 되어

죄에 물들어 사는 나를 

주님이 은총으로 예쁘게 보아주고 있음을 알아

겸손하라 하십니다 


큰 교회 만들어 

뜨거운 믿음을 자랑하고 싶었는데

휑한 교회 카페에서

쓴맛 싫어하던 커피 한 잔에

놓인 빈 의자 꺼내 앉으면

적막함이 이렇게 따뜻할 줄 몰랐습니다


이제는

기도하러 온 누구라도 만나면

차 한잔 건네며

기도시간을 조금 빼앗아도

미안해하지 않을 겁니다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하려

믿음의 조상이 만났던

그 천사를 지금 만나는 중이니까요


오늘은

성경을 몸으로 읽은 날이어서

일어서며 의자를 다시

탁자 아래에 넣을 때


부딪치는 소리도

빈 내 마음에 

따뜻이 번져옵니다.



현재 거리두기가 끝나면

댓글 0 | 조회 1,020 | 2020.09.22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눈치 보며 거리 두던조심스런 기간이 끝나면무엇부터 해야 할지요어깨 부딪치던 분주한 도시를살짝씩 스치며 걸어 보고 싶습니다점심시간 지난 조용한… 더보기

못 가본 길

댓글 0 | 조회 925 | 2020.09.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어릴 적 자란고향 같은 속초 바닷가설레며 수백 번을 찾아갔어도그리운 그곳으로 가는아직 못 가본 길은 지천입니다태어나고 자랐어도아직 가보지 못… 더보기

봉숭아 물들여 주며

댓글 0 | 조회 1,118 | 2020.08.26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여름 더위로 가득 채워진빨간 봉숭아로아내는 그리움을 만나고 싶은지손톱 물들이겠답니다봉숭아 물이 지기 전에첫눈이 오면첫사랑이 온다지요당신 살다… 더보기

흔적

댓글 0 | 조회 1,064 | 2020.08.11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태어나던 날은 그 해 토요일이었다지요초등학교 입학한 지 56년맹장 수술한 지 55년서울로 이사와서 촌놈 소리 들인지 53년여름날 물에 빠져 … 더보기

생일

댓글 0 | 조회 1,116 | 2020.07.2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육십갑자 오팔 년 개띠해에 맞은 생일다음번 개띠 해에는주일 설교의 짐을 벗었을 테지요그러면 눈이 침침하다는 핑계로더 이상 성경을 읽지 않을 … 더보기

외로움

댓글 0 | 조회 1,622 | 2020.07.1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겨울 끝보다 먼저 온 봄볕을혼자만 쬐고 싶어봄이 왔다고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날이 있었습니다종일 남의 노래만 불러댄빤짝이 옷이어서 더 … 더보기

해바라기

댓글 0 | 조회 960 | 2020.06.23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할머니 이 해바라기 꽃 한 개만 파실 수 있어요팔긴 그냥 가져가우한 개면 되우네 한 개면 돼요뭐하려구 그까짓 한 개만외국에 있는 아들이 좋아… 더보기

두 얼굴

댓글 0 | 조회 1,017 | 2020.06.10
탐욕에 찬 나를가슴 저려도 인정하며그런 나를 연민으로 바라보는그 모습이나 이게 하옵소서정욕에 기울어진 나를매일 부끄러워하면서그 추함의 끝을 아는그 모습이나 이게 … 더보기

아내의 속옷을 빨며

댓글 0 | 조회 1,737 | 2020.05.26
손빨래 통에 있는아내의 분홍색 속옷 몇 개화사했던 분홍빛 시절이점점 닳아져가도 묵인한다는 듯얇은 자기 속옷을정성스레 비빌 아내가불쌍한 몸짓으로 어른거려아내 몰래무… 더보기

이발소

댓글 0 | 조회 2,143 | 2020.05.13
나 어릴 적에 남자들은소월을 알기 전에이발소에 걸린 액자에서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푸쉬킨부터 알았다이어지는 싯구는 외우지 못하고단 두 줄만 읊… 더보기

다시 시작하며

댓글 0 | 조회 2,047 | 2020.03.25
하나님은 그 날 나에게성경을 몇 번이나 읽었는지 묻지 않고몇 번이나 떨림으로 읽었는지 물으실 겁니다몇 개 나라를 여행했는지 묻지 않고걸으며 얼마나 하늘을 쳐다보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