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의 미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밤마다의 미녀

0 개 1,601 한일수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6) 


프랑스의 르네 클레르 감독 작품 영화 『밤마다의 미녀』(1952년 발표)는 낡은 2층 방에서 기거하는 가난한 음악 선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클라우드는 하루 종일 시끄러운 소음이 들리는 생활공간에서도 자신이 작곡한 오페라가 공연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클라우드는 깊은 잠에 빠져 꿈을 꾸는데 꿈속에서 미녀들을 만나 그야말로 꿈같은 사랑을 체험하게 된다. 그는 별 볼일 없는 현실보다 꿈속의 삶을 더 동경하게 되면서 잠을 계속 자려고 하는데 결정적 순간에 깨어버리고 만다.


현실에서는 별 볼일 없는 가난한 음악가, 하지만 꿈속에서는 각기 다른 시대를 오가며 로맨스를 벌이는 상황, 잠을 잘수록 점점 아름답기만 할 줄 알았던 꿈속의 세계가 계속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현실에 살고 있고 현실에서 삶의 가치를 창조해 나가야되지 않을까? 과거는 현재보다 아름다운 것처럼 보이고 동경하게 되지만 진정한 행복은 가까운 현실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리라. “행복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     

       

밤마다의 미녀를 맞이하기 위해 지구의 동남쪽 끝에서 서북쪽 끝까지 비행 시간 만 총 60시간을 들여 노르웨이를 갔다 왔다. 나는 과연 밤마다의 미녀를 만나 달콤한 사랑의 시간을 즐기고 왔을까?  


1216407b5df5d0d13608f58aa18e96e2_1599543628_2537.jpeg
 

우리가 극광(極光)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오로라(Aurora)는 대기의 90km 이상 고도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발광(發光)현상이다. 자극(磁極)에 가까운 북반구와 남반구의 극지방에서 가까울수록 관측이 쉽기 때문에 극광이라고 부르고 있다. ‘오로라’라는 이름은 로마 신화의 새벽과 햇살의 여신 이름 ‘Aurora’(그리스 신화의 ‘Eos’)에서 유래한다. 북반구에서 일어나는 경우 ‘Aurora Borealis(북풍을 의미)’ 또는 ‘Northern Lights’로 갈릴레오가 1619년에 명명했다고 한다. 남반구에서 일어나는 경우 ‘Aurora Australis’ 또는 ‘Southern Lights’ 라고 하는데 Australis는 라틴어로 남쪽이라는 뜻으로 ‘Australia’,라는 나라 이름의 유래가 된 단어이기도하다. 극지방의 주민들은 ‘신의 영혼’ 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고 한다. 


트롬쇠(Tromso)는 오슬로에서 북극점까지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어 1800년대 말 극지 탐험이 시작될 당시부터 극지 탐험의 관문으로 역할을 했다. 지금은 세계 최북단의 대학교가 들어서 젊음이 넘치는 북극권 지역 최대의 도시로 북극의 파리라 불리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노르웨이에서 으뜸가는 오로라 관광 명소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우리 크루즈 팀은 낮에는 케이블카에 올라 주변지형을 살핀 다음 트롬쇠 성당, 북극 수족관, 트롬쇠 박물관 등의 명소를 둘러보고 크루즈 선으로 돌아와 밤이 되기를 기다려 오로라 헌팅에 나서게 되어 있었다. 오로라는 위도 65도에서 70도 사이의 한 겨울 철, 구름이 없는 날 저녁에 선명하게 나타나며 시야가 확 트인 곳에서 관측하기가 유리하다. 기상청에서는 일기예보를 하듯이 오로라 예보를 해주고 있다. 크루즈에서는 오로라 예보를 알려주는데 예상 시간대를 안내하고 거기에 따라 승객들은 옥상 갑판으로 모여 감상을 하도록 되어 있었다. 


1216407b5df5d0d13608f58aa18e96e2_1599543685_7898.jpeg
 

북극권의 겨울 날씨이니 얼마나 춥겠는가? 추위에 떨지 않으려고 파카에 모자에 장갑까지 끼고 옥상으로 갔다. 역시 북극의 바다 바람은 세차게 불어 왔고 차가왔으나 새벽의 여신을 맞이한다는 기대로 추위 따위는 이겨낼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의 주된 목표는 오로라 관광이었으며 여행사 측에서도 오로라 출현을 장담하였으므로 당연히 기대하고 있었다. 다른 관광객들도 많은 사람들이 모였으며 저마다 오로라를 찾느라고 분주하게 서성 거렸다. 전문 카메라맨들은 고성능 기계를 동원해 고도의 기술로 피사체를 담아내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는 듯 했다. 


북쪽 하늘에 어렴풋이 나타나기도 하는 듯 보였던 오로라는 금방 형체가 없어지고 다시 나타나기를 기다렸으나 허사였다. 모였던 다른 사람들은 하나 둘 씩 숙소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밤은 깊어지고 추위도 심해지는데 오로라는 언제 나타날지 기약이 없는 기다림이었다. 결국 나도 체념하고 다음 날을 기대하면서 돌아오는 수밖에……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오로라는 나를 피해 갔다. 시기적으로 좀 일찍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봤다. 10월이니 아직 초겨울에 지나지 않았고 12월, 1월까지는 두어 달이 남아 있으니 오로라가 출현할 채비를 하기에 촉박했지 않았나? 하는 추측도 해봤다. 



이번 여행에서는 오로라 관광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다른 각도에서 현실을 파악해보고 위안을 삼기도 했다. 미인을 즐기려 왔다면 어느 미인이 한 번에 나타나는 일이 있었던가? 미인이 한 번에 모든 걸 다보여주는 법이 있었던가? 미인이 아무한테나 모습을 보여주는 법이 있었던가? 미인이 내 앞에서 모습을 보여주기가 수줍어 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크루즈 선의 9층 옥상 갑판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위도의 꼭대기에서 즐길 수 있는 스파(Spa)가 있었다. 스파에 다다르기 위해선 선내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간단한 샤워를 마친 후 세찬 바람에 몸이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를 뚫고 뛰어서 스파까지 50여 미터를 뛰어야한다. 대신 스파에 몸을 적시는 순간의 기쁨은 형용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과연 스파에 몸을 맡기니 천국이 바로 여기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스파에는 먼저 와 있던 시니어 레이디 몇 명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밤마다의 미녀(?)는 그곳에 있었다.

아오테아로아의 꿈은 진행형이다

댓글 0 | 조회 1,251 | 2018.09.13
뉴질랜드 이민 생활은 3차원의 공간과 4차원의 시간이 융합된 시공간의 세계에서 이루어진다. 꿈은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전생에 무슨 좋은 일을 많이 했기에 이렇… 더보기

단군조선 역사의 재조명

댓글 0 | 조회 1,230 | 2018.10.10
​단군조선 역사는 일제 식민사관에 의해 상처를 받았고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해 위기에 처해 있다.홍익인간의 기치아래 8천 5백만 한민족이 똘똘 뭉쳐 ……초등학교 2학… 더보기

생활의 발견과 창조

댓글 0 | 조회 1,095 | 2018.11.14
살아가면서 심미적 추구를 게을리 하지 말고그림과 음악을 사랑하라.책을 즐기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라.인생의 목적은 생활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 더보기

108세에 이르기 까지

댓글 0 | 조회 1,395 | 2018.12.12
“인생은 연속되는 선택의 과정이자 그 결정의 총 집합이다”라고 레프 톨스토이(Lev Tolstoi, 1828-1910)는 말했다. 지난 77년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더보기

부자 되는 돼지 꿈

댓글 0 | 조회 1,633 | 2019.01.16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아 왔다. 나이가 들수록 한 해가 너무 빨리 지나감을 느낄 수가 있다. 이렇게 일 년이 빨리 지나가다보면 어느새 100세 시대에 성큼 들… 더보기

100년 전의 한민족

댓글 0 | 조회 1,352 | 2019.02.13
민족 자결의 원칙은 피 지배 민족들에게자결권을 행사하는 동기를 부여했다.한인 유학생들은 동경에서 독립선언서를 발표하고 실행 계획까지……무릇 모든 역사적 사건에는 … 더보기

3.1절 100주년의 의미와 우리의 각오

댓글 0 | 조회 1,109 | 2019.03.13
1865년 남북전쟁이 끝나고 노예가 해방되었을 때의 일이다. 한 흑인 노예가 전에 모시고 있던 주인을 살해한 것이다. 그 노예가 내 뱉은 말은 “왜 나를 해방시켜… 더보기

오클랜드 한인의 날 회고

댓글 0 | 조회 1,931 | 2019.04.10
뉴질랜드 한인 사회의 원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우리보다 이민 역사가 빨리 시작된 이웃 호주의 경우 정부가 매해 발행하는 1958년도 연감… 더보기

사람이 재산이다

댓글 0 | 조회 1,473 | 2019.05.14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당시 두 대통령은 북한을 방문하고 통일 방안을 논의하였다. 이는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었으며 한민족의 통일에 대한 열망이 빛을 보는… 더보기

해외 한인회의 수난

댓글 0 | 조회 2,804 | 2019.06.11
1902년 12월 22일 제물포(현재의 인천)에서는 한국 역사상 첫 공식 이민선이 미지의 땅 하와이를 향해 떠났다. 이 때는 떠나는 사람이나 떠나보내는 사람이나 … 더보기

코리안 디아스포라

댓글 0 | 조회 1,776 | 2019.07.09
우리가 이민 온 후 2000년대 들어 한국사회도 급속히 다민족화, 다문화화라는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이주 노동자, 국제결혼에 의한 이주자로 발생한 현상이지만 우… 더보기

방탄소년단과 한민족의 신바람 문화

댓글 0 | 조회 1,695 | 2019.08.13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원래 독일의 괴테가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라고 말한 바 있는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 말을 입에 담고 … 더보기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아난다

댓글 0 | 조회 1,911 | 2019.09.10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동시에 국내 정세도 파국 일보 직전까지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마치 격한 풍랑(風浪)을 맞고 있는 항해 중… 더보기

도 법 자 연 道 法 自 然

댓글 0 | 조회 1,555 | 2019.10.09
플라톤(BC 428-BC 347 ?)은『국가론(國家論)』에서 ‘이상국가란 철학자들이 국가를 통치하지 않는 한, 혹은 통치자가 철학을 공부해 국가를 다스리지 않는 … 더보기

12년 만의 외출

댓글 0 | 조회 2,028 | 2019.11.13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1)그리스의 장군 오디세우스는 10년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마무리하고 귀향길을 서둘렀다. 그러나 뜻하지 않았던 갖가지 모험에 … 더보기

못 살아도 자 알 사는 나라

댓글 0 | 조회 2,114 | 2019.12.11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2)스칸디나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노르딕 국가들이 국민 행복지수 조사에서 왜 세계… 더보기

가장 길었던 기해년 끝자락과 경자년 정초

댓글 0 | 조회 1,187 | 2020.01.14
일 년이 한 달 같이, 한 달이 일주일 같이, 일주일이 하루같이 빨리 지나가버리는 요즈음 생활이다. 흔히 떠도는 말로 인생의 속도를 10대는 시속 10km, 20… 더보기

작지만 강한 나라 - 덴마크

댓글 0 | 조회 2,005 | 2020.02.12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3)우리는 약소국(弱小國)이라는 호칭에 익숙하다. 우리민족은 주변 강대국에게 둘러싸여 오랜 세월 주변국들의 침략과 수탈에 시달려 왔고 … 더보기

북쪽으로 가는 길

댓글 0 | 조회 1,569 | 2020.03.11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4)8세기말에서 11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고향 땅인 스칸디나비아로부터 북 유럽과 중앙 유럽까지 항해하며 약탈을 일삼고 교역을 일으켜 … 더보기

컨틴전시 플랜 (Contingency Plan)

댓글 0 | 조회 1,996 | 2020.05.12
벌써 오래 전 이야기이다.. 미국에서 가발 행상으로 돈을 모았던 어떤 교민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항상 위험과의 전쟁이었다. 흑인 촌을 누비고 다녔기 때문에 장사도 … 더보기

재택근무는 현실이다

댓글 0 | 조회 2,814 | 2020.06.10
벌써 40년 전의 일이다.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Alvin Toffler, 1928-2016)는 1980년에 발표한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산업주의 종말과… 더보기

뉴질랜드에서 태어났습니다

댓글 0 | 조회 2,199 | 2020.07.15
2020년을 맞이한 이래 6개월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전 세계가 비상사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뉴질랜드는 모범적인 대응을 하여 안정을 찾고 일… 더보기

북극권에 진입하다

댓글 0 | 조회 1,699 | 2020.08.12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5)북극권 진입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지구의 북쪽 끝이라는 노스 케이프에서 펼쳐든태극기는 통일의 염원을 담고……여름에는 해가지지 않… 더보기
Now

현재 밤마다의 미녀

댓글 0 | 조회 1,602 | 2020.09.08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6)프랑스의 르네 클레르 감독 작품 영화 『밤마다의 미녀』(1952년 발표)는 낡은 2층 방에서 기거하는 가난한 음악 선생의 이야기를… 더보기

위대한 탐험가 - 아문센의 발자취

댓글 0 | 조회 1,236 | 2020.10.14
“먼 훗날 나는 어디선가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노라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