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의 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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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밤마다의 미녀

0 개 1,582 한일수

북극권에서 세상을 바라보다 (6) 


프랑스의 르네 클레르 감독 작품 영화 『밤마다의 미녀』(1952년 발표)는 낡은 2층 방에서 기거하는 가난한 음악 선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클라우드는 하루 종일 시끄러운 소음이 들리는 생활공간에서도 자신이 작곡한 오페라가 공연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클라우드는 깊은 잠에 빠져 꿈을 꾸는데 꿈속에서 미녀들을 만나 그야말로 꿈같은 사랑을 체험하게 된다. 그는 별 볼일 없는 현실보다 꿈속의 삶을 더 동경하게 되면서 잠을 계속 자려고 하는데 결정적 순간에 깨어버리고 만다.


현실에서는 별 볼일 없는 가난한 음악가, 하지만 꿈속에서는 각기 다른 시대를 오가며 로맨스를 벌이는 상황, 잠을 잘수록 점점 아름답기만 할 줄 알았던 꿈속의 세계가 계속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는 현실에 살고 있고 현실에서 삶의 가치를 창조해 나가야되지 않을까? 과거는 현재보다 아름다운 것처럼 보이고 동경하게 되지만 진정한 행복은 가까운 현실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리라. “행복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     

       

밤마다의 미녀를 맞이하기 위해 지구의 동남쪽 끝에서 서북쪽 끝까지 비행 시간 만 총 60시간을 들여 노르웨이를 갔다 왔다. 나는 과연 밤마다의 미녀를 만나 달콤한 사랑의 시간을 즐기고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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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극광(極光)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오로라(Aurora)는 대기의 90km 이상 고도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발광(發光)현상이다. 자극(磁極)에 가까운 북반구와 남반구의 극지방에서 가까울수록 관측이 쉽기 때문에 극광이라고 부르고 있다. ‘오로라’라는 이름은 로마 신화의 새벽과 햇살의 여신 이름 ‘Aurora’(그리스 신화의 ‘Eos’)에서 유래한다. 북반구에서 일어나는 경우 ‘Aurora Borealis(북풍을 의미)’ 또는 ‘Northern Lights’로 갈릴레오가 1619년에 명명했다고 한다. 남반구에서 일어나는 경우 ‘Aurora Australis’ 또는 ‘Southern Lights’ 라고 하는데 Australis는 라틴어로 남쪽이라는 뜻으로 ‘Australia’,라는 나라 이름의 유래가 된 단어이기도하다. 극지방의 주민들은 ‘신의 영혼’ 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고 한다. 


트롬쇠(Tromso)는 오슬로에서 북극점까지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어 1800년대 말 극지 탐험이 시작될 당시부터 극지 탐험의 관문으로 역할을 했다. 지금은 세계 최북단의 대학교가 들어서 젊음이 넘치는 북극권 지역 최대의 도시로 북극의 파리라 불리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오늘날에는 노르웨이에서 으뜸가는 오로라 관광 명소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우리 크루즈 팀은 낮에는 케이블카에 올라 주변지형을 살핀 다음 트롬쇠 성당, 북극 수족관, 트롬쇠 박물관 등의 명소를 둘러보고 크루즈 선으로 돌아와 밤이 되기를 기다려 오로라 헌팅에 나서게 되어 있었다. 오로라는 위도 65도에서 70도 사이의 한 겨울 철, 구름이 없는 날 저녁에 선명하게 나타나며 시야가 확 트인 곳에서 관측하기가 유리하다. 기상청에서는 일기예보를 하듯이 오로라 예보를 해주고 있다. 크루즈에서는 오로라 예보를 알려주는데 예상 시간대를 안내하고 거기에 따라 승객들은 옥상 갑판으로 모여 감상을 하도록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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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권의 겨울 날씨이니 얼마나 춥겠는가? 추위에 떨지 않으려고 파카에 모자에 장갑까지 끼고 옥상으로 갔다. 역시 북극의 바다 바람은 세차게 불어 왔고 차가왔으나 새벽의 여신을 맞이한다는 기대로 추위 따위는 이겨낼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의 주된 목표는 오로라 관광이었으며 여행사 측에서도 오로라 출현을 장담하였으므로 당연히 기대하고 있었다. 다른 관광객들도 많은 사람들이 모였으며 저마다 오로라를 찾느라고 분주하게 서성 거렸다. 전문 카메라맨들은 고성능 기계를 동원해 고도의 기술로 피사체를 담아내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는 듯 했다. 


북쪽 하늘에 어렴풋이 나타나기도 하는 듯 보였던 오로라는 금방 형체가 없어지고 다시 나타나기를 기다렸으나 허사였다. 모였던 다른 사람들은 하나 둘 씩 숙소로 돌아가기 시작했고 밤은 깊어지고 추위도 심해지는데 오로라는 언제 나타날지 기약이 없는 기다림이었다. 결국 나도 체념하고 다음 날을 기대하면서 돌아오는 수밖에……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 오로라는 나를 피해 갔다. 시기적으로 좀 일찍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해봤다. 10월이니 아직 초겨울에 지나지 않았고 12월, 1월까지는 두어 달이 남아 있으니 오로라가 출현할 채비를 하기에 촉박했지 않았나? 하는 추측도 해봤다. 



이번 여행에서는 오로라 관광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다른 각도에서 현실을 파악해보고 위안을 삼기도 했다. 미인을 즐기려 왔다면 어느 미인이 한 번에 나타나는 일이 있었던가? 미인이 한 번에 모든 걸 다보여주는 법이 있었던가? 미인이 아무한테나 모습을 보여주는 법이 있었던가? 미인이 내 앞에서 모습을 보여주기가 수줍어 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 


크루즈 선의 9층 옥상 갑판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위도의 꼭대기에서 즐길 수 있는 스파(Spa)가 있었다. 스파에 다다르기 위해선 선내 탈의실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간단한 샤워를 마친 후 세찬 바람에 몸이 얼어붙을 것 같은 추위를 뚫고 뛰어서 스파까지 50여 미터를 뛰어야한다. 대신 스파에 몸을 적시는 순간의 기쁨은 형용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과연 스파에 몸을 맡기니 천국이 바로 여기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스파에는 먼저 와 있던 시니어 레이디 몇 명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밤마다의 미녀(?)는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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