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자신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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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알라

0 개 1,391 김준

세상은 넓고 먹거리는 많다지만 그 다양하고 풍성한 음식들 가운데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음식으로 유명한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화산활동으로 유명한 나라 아이슬란드입니다. 길고 긴 겨울 때문에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음식 위주로 식문화가 발달하다보니 유독 특이한 음식이 많아졌다고 하는데요..  


상어를 땅에 묻고 소변을 뿌려 발효시킨다는 삭힌 상어로 코스를 시작해서, 양의 관상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양 통머리 훈제와 알싸한 향이 매력적인 삭힌 양 고환으로 메인디쉬를 완성한 뒤, 디저트로 피로 만든 푸딩을 한 그릇 한다면 더 이상 이상할래야 이상할 수가 없는 아이슬란드 음식의 한 상 세트가 완성되겠습니다. 물론 그 이후의 사회생활은 보장할수 없겠습니다만..ㅎㅎ

 

그런데 10여년 전, 화산활동이나 기괴한 음식보다 아이슬란드를 더 유명하게 만든 두 단어가 있었습니다.신문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아이슬란드’의 연관검색어로 등장하던 ‘탐욕’과 ‘교만’ 이라는 단어들이 그것입니다.  


아이슬란드는 2008년 국가부도사태를 선언했는데, 이 말은 이후 300년간 주구장창 청어만 잡아서 빚을 갚아야하는 처지가 되었음을 의미했습니다. 유럽의 떠오르는 금융선진국가에서 한 순간에 채무국가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국제적인 망신과 어이없는 불행의 단초엔 손 쉬운 돈벌이에 눈이 먼 국민들의 탐욕과 자신들의 처지를 지나치게 낙관한 정부의 교만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아이슬란드는 2005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삶의 질과 만족도를 자랑하던 나라였습니다. 주 5일 근무제도 길다해서 주 4일 근무제로의 전환을 고민하던 나라였고 전국민 무료교육을 대학교까지 확대 적용한 교육 선진국 이었습니다. 문맹율 0%라는 높은 국민 교육수준을 보여주는 나라였던 것이죠. 실업율 또한 유럽 최저수준이었으니.. 참 살기좋은 나라인것만은 사실이었던듯 합니다. 대학까지 무료로 공부하고나서 맘에 드는 회사에 취직한 후 월요일 아침부터 목요일 오후까지 일하고는 2박3일간의 휴가를 떠나는 삶.. 참으로 부럽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슬란드의 이러한 높은 생활수준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탄탄한 경제적 기반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전 세계 청어생산량의 2/3를 차지하는 자타공인의 황금어장과 농업에 불리한 지리적 열세를 오히려 강점으로 승화시킨, 화산활동과 오로라를 주 테마로 한 관광상품들은 아이슬란드 국민들이 누리고 있던 변치않는 풍요로움의 근원이었습니다. 어느 누구던지 적당한 직업을 갖고 꾸준히 일을 하다보면 왠만한 사람은 번듯한 집에 살며 벤츠를 탈수 있는 나라가 아이슬란드였던 것입니다. 어찌보면 자신들의 노력보다는 신이 선사하신 천혜의 수산자원과 관광자원을 바탕으로 대자연이 제공하는 경제적 혜택을 누리며 살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겁니다. 

 

그런데 왜 일까요? 그냥 아름다운 자연을 누리면서 소박하고 행복하게만 살았어도 좋았을텐데.. 아마 그들은 뭔가 모험을 하고 싶었었나 봅니다. 


2005년, 아이슬란드 정부는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대폭적인 이자율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한 마디로 예금이자를 많이 주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당연히 고수익을 노린 국제투자자들이 몰려들었고 돈이 오가는 곳에는 언제나 발을 디미는 부동산 투기꾼들도 슬금슬금 끼여 들었습니다. 그뿐인가요. 상대적으로 느슨한 보안규정과 스위스 은행에 버금가는 비밀유지력에 이끌려 세계 각국의 음성자금들도 아이슬란드행 티켓을 끊었습니다. 아이슬란드 은행에는 순식간에 돈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금융업 종사자의 인터뷰에 따르면 출처가 불분명한 검은돈의 보관비용만 받아도 수많은 투자자들의 예금 이자를 주고 남을 정도였다 하니.. 어찌보면 참으로 그럴싸한 경제개발계획이라 아니할 수 없겠습니다. 누군지 머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돌아갔던듯 합니다. 돈가방을 들고 줄을 선 입금자들 덕분에 은행에는 돈이 쌓여갔고 결국에는 넘쳐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하고 국민들에게 펑펑 대출을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시중에 돈이 풀려 경기는 활황세를 탔으며 싼 금리에 장기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모조리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유통되는 돈이 많다보니 당연히 물가는 천정부지로 솟구쳤고 집값과 평균 주가지수도 매일 상한가를 경신하며 계속 치솟았습니다.


그 결과, 단 3년 사이에 아이슬란드의 은행 총자산은 무려 20배 가까이 뛰어올랐으며 국민 총생산도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이런 상승국면엔 누구라도, 어떤 종목에라도, 투자하는 족족 큰 돈을 벌기 마련이니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이 취직을 하거나 공부를 계속하는 대신 장기 대출을 받아 하루종일 주식 거래소와 부동산 소개소를 들락거리는 진풍경이 연출 되었습니다. 유행에 민감하고 인생에 둔감한 젊은이들만 국가가 주도하는 돈벼락에 흥청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멀쩡히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투자회사를 세우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고 그들의 돈을 최대한 부풀리는데 필요한 온갖 신묘한 기술을 보유한 자산관리사들이 새로이 떠오르는 오피니언 리더로 등극했습니다. 


이 정도면 애초에 정부가 계획했던 금융강국 아이슬란드의 꿈이 어느정도 현실화 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 정도면 북유럽의 춥긴하지만 그런대로 살 만하던 나라에서 유럽 전체를 호령하는 금융국가로의 탈바꿈이 거의 완성된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세상만사 모든 일에는 순기능에 더불어 역기능이 존재한다 하던가요. 금융국가로의 전환은 어느정도 순탄한듯 해 보였지만 그 오랜 세월동안 아이슬란드를 지탱해왔던 고유산업들은 점점 퇴락일로에 서게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년내내 북적대던 청어경매장은 이제 썩어가는 청어 냄새에 파리만 들끓었고 세상의 온갖 화려한 유흥거리는 넘쳐나는 돈냄새에 끌려 아이슬란드로 몰려들었습니다. 실물없이 숫자만으로 돌아가는 경제에 힘(?)입어 국가의 생산력은 날이 갈수록 나약해져 갔지만 그 누구도 패망의 그림자가 하루하루 짙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그 때까지는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어 온 제조업과 수산업이 쇄락해지다 못해 이제는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퇴락했다는 사실에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할 무렵.. 아무런 경고도 없이 국제 경기 침체가 들이 닥쳤습니다. 그리고 아이슬란드 정부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한 발 더 나가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자.. 이제 아이슬란드의 경제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은행들은 공황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연일 줄지어 돈가방들고 입금하러 오던 발걸음은 뚝 끊기고 대신 출금전표를 들이미는 사람들만 늘어났습니다. 은행이 투자했던 기업들은 그 근본부터 흔들려 존속여부마저 불투명해졌고, 국가를 상대로했던 각종 프로젝트들은 모두 최소되어 투자비용만 날리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던 은행들은 당연히 국내 대출금을 환수하기 시작했지만.. 그나마 잘 다니던 직장까지 때려치고서 고정적인 직업도 없이 하루하루 오르기만 하는 주식계좌를 빨아먹으며 사치를 즐기던 국민들에겐.. 당연히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없었습니다. 영원한 꿀단지일것만 같았던 주식계좌가 깡통이 되고나자 국민들이 먼저 개인 파산을 신청했고, 이미 국가의 근간이 되는 전통산업을 폐기처분한 정부는 곧바로 국가 부도를 선언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거품경제의 몰락으로 인한 파국이 비단 아이슬란드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이해하시기 어렵겠지만 국가부도의 여파는 대륙을 건너 몽골에까지 이어졌습니다. 하얀피부에 금발의 장신들이 사는 북유럽 국가와 까무잡잡하고 다부진 체구를 가진 눈 째진 사람들이 사는 몽골 사이의 쌩둥맞은 조합은 ‘염소’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아이슬란드가 돈벼락에 흥청대던 몇년간, 몽골에서만 사육되는 특별한 염소의 털에서 뽑아내는 케시미어 원단을 벼락부자가 된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선호하기 시작했고, 그게 점점 입소문을 타고 주문량이 늘어나더니만 단기간에 수요가 폭발해 원사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입니다. 이제는 같은 무게의 금보다도 비싸진 케시미어를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단체복을 맞춰입듯 대량으로 사들였고, 몽골의 낙농업은 갑작스런 호황을 맞았으며, 농장주들은 장미빛 낙관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모든 불행의 시작이었습니다. 


몽골의 농장주들은 대출받은 돈으로 게르(몽골전통주택)를 떠나 아파트로 이주했고 전통적인 이동수단이었던 말 대신 유명회사의 대형 사륜오토바이를 할부로 사서 들판을 달렸습니다. 일견 현대화이고 얼핏 효율성 향상인듯 했지만 그것은 사상누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몽골 농부들의 버팀목이었던 무역흑자는 영원하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몇 년 못가 무너지고 말았고 그에 따른 결과는 다들 예상하시듯 빚더미에 올라앉는 일 뿐이었습니다. 결국 몽고의 낙농업이 파산직전까지 치달으며 급격한 경공업으로의 전환을 야기했으니.. 한 나라의 산업 근간을 뒤흔들 정도로 아이슬란드의 케시미어 구매력이 대단했음을 알게하는 대목이겠습니다. 더불어 남의 돈으로 피워낸 거품더미가 얼마나 사치스러웠는지, 그리고 그들이 자신들의 불로소득으로 얼마나 향략을 즐기는데 집중했는지 가늠할 수 있을 듯합니다. 

 

아마 아이슬란드의 국민들은 자신들의 급성장한 경제력이 뛰어난 투자감각과 성실한 정보분석의 결과라고 믿고 있었을는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세계경제 동향을 하나하나 분석하며 투자를 유도했을 것이고 수많은 개미군단이 최대의 수익률을 위해 밤잠 자지않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절치부심과 절차탁마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그들이 시기를 잘 만나 운이 좋았을 뿐, 스스로의 노력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제 2020년은 8월의 후반부를 지나고 있습니다. 곧 9월이 될거고 약 한달이 지나면 캠브리지 시험을 시작으로해서 본격적인 연말 시험기간에 들어갈겁니다. 이미 예정된 수순이고 pandemic의 영향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절대 변경될 수 없는 미래입니다. 뿌릴때가 있으면 거둘때가 있고 오는 날이 있으며 가는 날이 있는 것처럼 매년 돌아오는 연말 시험은 단 한번도 그 시기를 어긴적이 없었습니다. Covid-19으로 얼룩졌던 올해라고 해서 연말시험이 비껴갈리는 없는 것이지요.  


우리 어른들이 기억하는 젊은날의 연말 시험기간은 입에 맞지도 않는 쓴 커피를 홀짝거리며 날밤을 새우고 하루라도 코피를 쏟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한 노력과 정성의 집합체였습니다. 시험기간에 얼굴이 번듯한것은 죄스러운 일이요 다크써클의 길이가 노력의 잣대로 활용되던 그런 시기였지요. 


그뿐인가요. 시험기간에 TV근처에서 알짱거렸다간 부모님의 호된 불호령은 물론이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큰 형의 몽둥이 찜질을 예약해야만 했던 ‘알아서 몸조심 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다행이 엄마라는 무한지원 부대가 계셔서 온갖 심부름에, 먹거리에, 마실거리에, 짜증해소까지 다 해결할 수 있기는 했습니다만.. 돌이켜보면 참으로 죄송할뿐입니다.. ㅎㅎ

 

그런데 2020년의 8월.. 우리의 아이들에게선 긴장의 기색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틀려져서 연말시험도 그렇게 스트레스가 많은 과정은 아닌가보다.. 하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가 보기엔 우리 어릴때나 지금이나 External 시험이 갖는 중요성은 별반 다를게 없고, 따라서 시험준비에 임하는 학생들의 자세 또한 다를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한 해를 뒤흔들었던 Pandemic과 lockdown에 책임을 전가한다 쳐도 시험장에 앉는 것은 결국 학생들이니 Covid가 웬수야... 하며 손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만약 진짜로 바이러스유행 때문에 적절한 학습의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더 긴장해서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려 노력해야 할텐데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가 하늘에 별따기 입니다. 게으르다는 표현말고는 딱히 묘사할 방법이 없는 듯 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런 학생들의 게으름에도 성적에 따른 차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우선 상위권 학생들은 시험기간이 공지되는 그 날로 게으름에 종지부를 찍고 시험준비에 돌입합니다.  물론 어른들의 예상이나 기대처럼 열성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평소에 해본 가락이 있고 모아두었던 자료도 꽤 있으니 크게 무리없이 연말시험 모드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상위권 학생들이 ‘초벌준비’를 끝내는 D-day 한달쯤 되었을 때 이번에는 하위권 학생들이 시험공부를 시작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결국 Fail하고 말겠다는 절박함에 밀리고 밀려 마지못해 책상머리에 앉는 것입니다. 물론 시험준비라고는 해도 기출문제를 풀어본다거나 하는 실질적인 학습보다는 단순히 정의를 외운다거나 정형화된 설명만 읽고 또 읽는 수준이지만 기초내용만 디립다 파서 올해를 패스한다면 나름 성공했다 칭찬해 줄 수 있을 듯 합니다. 


이렇게 상위권과 하위권이 각자 나름대로의 방법을 통해 자신만의 목표를 향해 매진해 나갈때.. 학생들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위권학생들은 아직도 달콤한 여유를 즐기며 ‘시험준비 그까이것..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만 되풀이 합니다. 그들은 최상층의 성적을 가진 아이들이 진즉에‘초벌공부’를 끝낼때까지도 하루에 몇시간씩 게임을 해야하고 최하층의 아이들이 낙제만큼은 모면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뜻도 모를 공식만 달달외고 있을 때에도 주말 친구모임을 거르지 못합니다. 


그리고 어느덧 첫시험이 2주 앞으로 다가왔을 무렵.. - 신기하게도 이 2주라는 시간은 바뀌지도 않습니다. - 상위권 학생들은 이미 시험준비의 정리국면에 들어섰고 하위권 학생들은 나름 자신감이 붙어 뿌듯해 할 그 무렵이 되어서야 슬슬 기지개를 켭니다. 이제 시험 준비 좀 해보겠다는 거지요. 상위권 학생들은 공부라는 우물에 빠져 세상을 배울 기회를 놓친 사회부적응자들이고, 하위권 학생들은 타고난 천성이 미련해 공부의 길을 깨닿지 못한 가련한 중생들이라 무시하면서 드디어 가방에서 책을 꺼내 먼지를 털어냅니다. 참 기도 안차고 코도 안차는 근거없는 자신감이지만 사실 이 아이들의 게으름에는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Term 1 에 보았던 시험에서 내가 85%를 받았었는데 뭐.. 이쯤이야..’ 

‘지난 mid year 시험에서 E, E, M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그 정도쯤 나오지 않겠어?’ 


하는 근거있는 자신 과대평가에 젖어있는 것입니다. 어딘가 국가경제부흥의 기가막힌 활로를 찾아냈다며 스스로를 자화자찬하던 아이슬란드 정부의 자신 과대평가와도 비슷한듯 합니다. 


마치 톱날과 같이 들쑥 날쑥한 연간 성적 가운데 가장 좋았던 부분만 기억하는 이 친구들은 자신이 이미 최종 External 시험의 고득점을 예약해 놓은양 기고만장하고 여유만만합니다. 교만의 근거인 과거의 높은 성적이 자신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다고 착각하고, 일년 중 딱 한번 느껴보았던 성취감이 자신의 탁월한 문제풀이 감각에서 비롯된 성공이었다며 으스댑니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노력보다는 행운이었고 감각보다는 우연이었습니다. 아마도 아이들이 이러한 사실을 인정할만큼 성숙하지 못해서 착각하는 것이겠지요. 당연히 이해할 수 있고 장단 맞추어 줄 수 있습니다. 그래그래.. 잘했다. 전에 잘했던 것처럼 또 한번 잘해보자.. 토닥거리고 다독이며 응원해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미성숙한 사고의 결말은 치명적입니다. 아무리 좋은말 예쁜말로 힘을 돋군다해도 그것은 아무런 책임감이 없는 립서비스일뿐이고 아무리 예전의 성적에 기대어 자존감을 세워보려해도 어느새 치고올라온 하위권 앞에서 어깨를 펴기는 쉽지 않습니다. 결국 시간은 절대로 되 돌릴수 없는 한정된 자산이라는 사실을 뼈 아프게 절감하며 최후의 분치기, 초치기에 전력할 수 밖에는 없습니다.  

 

자신에게 객관적인 잣대를 들이밀어 제삼자의 눈으로 스스로를 평가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일이 아닙니다. 어른이 되었다해도 왠만한 인격의 경지에 올라서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 객관적인 자기평가이니까요. 그러니 아직도 한참 자라야 할 어린 아이들에게 스스로의 능력을 자체적으로 평가해 자신의 교만함을 느껴보라며 잣대를 쥐어 줄 수는 없습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면밀하게 평가한 후 


‘어? 내 생각과는 다르게 이번 시험에서 좋은 점수 받기는 어려울것 같네. 아.. 그동안 내가 뭣도 없으면서 많이도 교만했구나. 안되겠다. 지난 텀의 좋은 성적은 아무래도 우연인것 같으니 그건 깨끗하게 잊고 당장 시험공부 시작해야 되겠다.’ 

 

라고 깨닫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만약 그렇게 현명한 학생이 있다면 당장에 모셔다가 정신수양 강의를 맡겨야 할 겁니다. 


시대를 막론하고 중위권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우리의 중위권 자녀들이 제 무덤을 파고 있는 모습이 예전 우리들의 모습 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최소한 게으름 대물림, 교만 대물림은 하지않기 위해서라도 이 아이들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그나마 행운으로 쌓아올렸던 자부심마저 처절하게 무너져 300년간 주구장창 청어만 잡아야 하는 아이슬란드 꼴이 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2020년 8월.. 손바닥 두개보다 조금 더 큰 화면속에서 아이들을 만나 지지고 볶아야 하는 단절과 제한의 날들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의 내일 만큼은 이러한 사각형에 묶이지 않아야 함을 알기에 주제넘은 쓴소리 한마디 올려드렸습니다. 바라기는 연말 시험을 마주한 모든 학생들에게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않고 서둘러 준비를 시작해 성실히 공부에 매진케하는 지혜가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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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엔 나름 큰 충격을 받아서 여기저기에 소문까지 내 가며 우리 아이들을 어떤 방향으로 지도해나가야 할까 모색하느라 고민했었는데요. 사람이… 더보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댓글 0 | 조회 1,294 | 2020.06.24
1960년 5월 11일.아르헨티나의 한 주택가에 눈매가 날카로운 청년들 7명이 서 있었습니다. 초조해보이는 모습들이 아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합니다. 시간… 더보기

긍정의 힘?

댓글 0 | 조회 1,292 | 2020.06.10
‘아직도 거기야?’‘네..’‘헐.. 어쩔려고 그런데니...?’지난 2주간 학생들과 가장 많이 나눈 대화를 요약하면 딱 위의 세 줄이 될것 같습니다. 저는 수업시작… 더보기

슴새는 배가불러 죽었다

댓글 0 | 조회 1,338 | 2020.05.26
대한민국에서 가장 뉴질랜드스러운 땅, 제주도.그 제주도의 북쪽 언저리 푸른 바다에는 ‘사수도’라 불리우는 섬이 하나 떠 있습니다. 작고 아담한 돌섬인 이 사수도는… 더보기

그러면.. 어떻게 살 것인가?

댓글 0 | 조회 2,507 | 2020.05.13
‘Pandemic’은 이제 주변에 차고 넘칩니다. 그야말로 ‘Pandemic’의 pandemic 입니다.누구나 이야기하고 어느 누구도 해결점을 알지 못하기에 이 … 더보기

열심히, 하지만 안 열심히

댓글 0 | 조회 1,508 | 2020.03.25
한마디만 던졌다가는 금방 눈물을 뚝 떨굴것만 같았던 Z가 오히려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왜.. 그럴까요...? 왜 저는 성적이 안 오르는 걸까요?”애먼 창 밖 구… 더보기

바이러스 대첩

댓글 0 | 조회 1,507 | 2020.03.11
요즈음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 말고는 대화의 주제가 거의 없는 일상을 살고 있는듯 합니다. 지인들과의 대화도 ‘몸은 건강하냐’로 시작해서 ‘몸조심해라’로 … 더보기

나는 왜 ‘공부운’이 없을까?

댓글 0 | 조회 1,167 | 2020.02.26
2002년 겨울, 미국의 솔트레이크시티(Salt Lake City).한창 동계올림픽의 열기에 휩싸여 있는 이 도시에서 기적과도 같은 금메달 수상자가 탄생했습니다.… 더보기

‘자기주도학습’은 없다

댓글 0 | 조회 1,031 | 2020.02.12
지인의 가족과 함께 부부동반으로 점심식사를 하러 갔을때였습니다.지금은 자취를 감춘 한 경양식 레스토랑이었는데요. 입맛이 아직 초딩인 저는 누구랑 같이 시간을 보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