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8월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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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8월에 서서

0 개 1,102 김준

어느덧 말도 많고 사연도 많았던 2020년을 두동강내며 term3가 시작되었습니다. 한 학년의 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term2 방학이 끝났으니 이제는 하반기로 접어들었고 지나간 시간보다 지나갈 시간이 더 짧은 정리의 국면에 다가섰습니다. 대부분의 독자님들이 언뜻 느끼시는 것은 ‘이제 반이 지났구나.. 이제 반년 남았구나..’ 하는 2분법적인 감각이실테지만 저에게 있어 term3는 ‘이제 곧 여기 저기서 곡 소리 나겠구나..’ 하는, 안타까운 사연들에 대한 불안한 전조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은 지난 term2 방학을 단순히 ‘한 교육 년도의 중간’ 정도로 인식하고 계시기 때문이고, 지나온 시간과 다가올 시간의 상관관계에 큰 관심이 없으시기 때문이며, 연말에 가서 그 단순한 생각과 무관심이 몰고 올 파문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올 해처럼 교육 비정상화가 용인되고 묵인되는 여건에서랄까요..


저는 시간에 매우 민감합니다. 그렇다고 항상 약속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부지럼장이라는 뜻은 절대로 아닙니다. 오히려 시간을 잘 지키지 못하는 축에 들지요. 다만 시간관리의 미숙으로 인해 두고두고 후회할 상황을 초래하고야 마는 학생들을 매년 보아와서인지 ‘학습 과정 스캐쥴’에 민감하다는 말씀입니다. 사실 학원에 등록한지 얼마 안된 학생들이 저에게 공황장애가 있다고 오해할 정도로 입에 ‘시간.. 시간..’을 달고 살지요. 


강의도 최대한 압축해서 하고, 충청도 사람인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말도 빨리하고, 항상 학생들의 진도를 재촉하고, 학원에서 문제풀이를 시키거나 연습을 시킬 양이면 언제나 분단위로 시간을 정해 그 안에 끝내기를 요구합니다. 제 시간에 마치지 못하는 학생들에겐 호통을 치는 대신 시간을 지켜야하는 이유를 계속 되풀이해서 말해주며 잔소리장이를 자처하기도 하지요. 하긴 가끔씩은.. 시간은 둘째치고 풀어주기만 해도 감지덕지한 학생들도 있긴 하지만 말이죠.^^ 


이렇게 강박에 가까운 시간개념은, 위에 말씀드렸듯, 제가 천성이 부지런하거나 맺고 끊음이 정확해서 가지게 된 성격적인 부분이 절대로 아닙니다.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저의 아내는 남편의 끈덕진 게으름과 한여름 아스팔트에 들어붙은 껌딱지 같은 침대사랑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거든요. 천성적인 게으름뱅이라는 말씀이지요. 그런데 이런 천성에도 불구하고 공부에 대해서 만큼은 제가 ‘과도히 부지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 동안 ‘시간이 모자라서..’ 라는 변명을 너무나 많이 들어왔고 또 실제로 그런 상황을 매년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 해의 학습과정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시기의 시작을 알리는 Term3를 그저 무의미하게 보내 버리는 학생들과, 또 그들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시며 ‘공부는 지가 알아서 해야지.. 이제 중간점이니 정신 차리겠지..’ 라며 방관하듯 좌시하시는 ‘여유 있는’ 학부모님들을 너무도 많이 지켜봐왔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의 신뢰 가득한 양육방침이 빛을 발했고 학생과 부모님이 동시에 만족하는 결과를 이끌어냈었다면 제가 오늘 이런들을 쓰고 있지는 않겠지요.

 

자... 그래서 이번 컬럼에서는 왜 우리가 서둘러야 하는지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습니다. 매년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듯해서 계면쩍기는 하지만 잔소리도 듣다보면 그 속에 뼈가 있다고, 조곤조곤 읽으시다보면 무언가 아이들을 도울만한 방법을 생각하게 되시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그럼 term3의 시작을 알리는 첫주를 맞이하며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왜 하루바삐 서둘러서 책상앞에 들러붙어야 하는 걸까요?


첫째. 시험은 연말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번 자녀들에게 물어보십시요. 올 연말 시험까지 시간이 정확히 얼마나 남았는지 말입니다. 당연히 날짜를 기준으로 해야 하겠지요. 아마 대부분 달력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가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헐.. 이거밖에 안 남았어?’ 라고 반응할 겁니다. 만약 아니라면... 음... 조금 생각을 해보셔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이들의 다리몽뎅이는 소중하다는 사실 잊지마시구요. 학생들은 대부분 한 학년의 마지막 시험이 연말에 있다.. 라고 막연히 생각합니다. 그래서 올해의 마지막 날 근처 어딘가에 시험일자를 대충 던져놓고는 ‘지금이 7월이니까 7,8,9,10,11,12.. 반년 남았네..’ 하는 식으로 남은 시간을 짐작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이런 무논리성 짐작과는 다르게 각 과정의 Final 시험은 대개 10월 말에 시작해 11월 중순이면 끝이나고 가장 늦게 마감하는 NCEA가 12월 초에 종료되지만 12월에 치르는 시험들은 흔하지 않은 과목들이어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11월 말에 시험을 종료합니다. 그리고 Term 3는 7월 말에 시작을 하니까 시험까지 남은 시간은 짧으면 3개월 길게 잡아야 4개월입니다. 어림잡아 한 term 이죠. 절대로 ‘반년이 남았을 수’는 없습니다. 거기에다 캠브리지 과정의 경우는 Term 4가 시작되면서 바로 Final을 치르게 되므로 실제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은 2개월 남짓으로 봐야 합니다. 한달 차이가 뭐 대수냐며 반박 하시고 싶으시다면 학창시절 시험기간에 ‘분치기’ 하시던 기억을 한 번 떠올려 보시면 좋겠습니다. 


현실적으로 시험 전 한 달이면 일년치 전 과정을 다시 배우고도 남는 시간입니다. 물론 정신을 바짝 차렸다면 말이지요. 실제로 오클랜드 남서부의 IB 사립학교에 재학하던 한 학생은 2월초 모의고사에서 물리 3점을 받은 후 그야말로 절차탁마한 결과 5월 본시험에서 7점을 받을만큼 실력을 끌어 올리기도 했습니다. 한 달이면 성적 %의 앞자리 숫자가 바뀔수도 있는 것이 이 바닥입니다.  


연말 시험을 준비하는 가장 첫단추.. 그것은 바로 정확한 시험일과 학생에게 남아있는 시간을 정확히 계산하는 것입니다. 


둘째. 학교 수업은 시험 한달 전부터는 유야무야 됩니다. 


뉴질랜드 각급 학교 선생님들 가운데에도 정말 존경할 만한 분들이 계십니다. 학생들의 학력신장을 위해 틈날 때마다 눈을 번득이며 자료개발에 여념이 없으시지만, 일단 교실에 들어서면 세상에 둘도 없는 실력자 겸 인격자로 변모하시는 ‘스승님’들.. 실제로 오클랜드 북부의 한 공립학교 물리선생님은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라도 학습자료에 접근할 수 있도록 YOUTUBE channel을 운영 해 오고 계십니다. 제가 아는 기간만해도 벌써 5년이 넘었습니다. 몇 개월전 부터는 아예 NCEA 기출문제를 해설 해 주는 동영상도 올리고 계신데요. 아마 Lockdown때문에 제대로 공부할 기회를 놓쳤던 아이들에게 제2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목적이신듯 합니다. 참으로 존경스러운 분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운 것은 우리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이런 열정과 수준을 겸비한 선생님을 찾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는 사실입니다. 정말 한 손에 꼽기에도 손가락이 부끄럽지요. 헌신적이고 모범적인 스승님들이 자신의 사생활을 포기하면서까지 시간을 쪼개 학생들을 위한 자료개발과 동영상 제작에 몰두하시는 반면, 뉴질랜드의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Final 시험전까지 진도를 채 마치지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학생들은 오래전에 배워 가물가물한 내용들을 기억해 내느라 진이 빠지고 얼마남지 않은 시험이 걱정되어 잠도 안오는데, 그저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동영상으로 수업을 대체하고 숙제만 던져준 뒤 나 몰라라 하는 분들도 정말 많이 계십니다. 현실적으로 이번 분들이 각 학교에 많이 계시기 때문에 학년말이 가까워 올때면 진도완성의 유무를 떠나 시험 전 한 달이나 3주쯤 전부터는 대부분의 수업시간을 자습으로 떼우거나, 혹 끝내지 못한 진도가 있으면 Hand out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별 효과도 없는 수업 내용에 질질 따라가느니 차라리 그냥 혼자서 공부하는게 낫겠다며 이러한 직무유기를 환영하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가며 땀을 흘려도 모자랄 판에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겠다는 도전이 제대로 성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어쩝니까.. 대안이 없는걸요. 결국 아이들은 나름대로 세운 시간 계획에 따라 시험준비를 해 나가는 동시에, 미처 끝내지 못한 내용을 스스로 알아서 공부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되고 말지요. 이것이 연말의 학교 교실 풍경입니다. 참으로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시험을 코 앞에둔 마지막 한달은 눈물 콧물 다 빼는 고난의 연속이지만 그렇다고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소모전의 시간이 되고 맙니다. 그러므로 이 소모전에 사용할 체력과 정신력과 무엇보다도 시간을 확보해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연말 시험준비를 위한 시작이 더 이상 지체되어서는 안될 것임이 자명합니다. 


셋째. 학교에서 진행하는 시험준비 과정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모든 학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점점 연말시험준비 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들이 줄어들고 있는것은 사실입니다. 과거 North Shore의 유명한 남자 공립학교나 엡섬 지역의 또 다른 남자 공립학교는 기출문제들을 두툼한 책으로 묶어 전교생에게 배포하고 집중적으로 시험 준비를 시키곤 했는데, 요즘엔 문제집에 포함된 문제의 수도 줄어들고 배부하는 숫자도 제한적인 것이 예전 같은 열성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 외의 학교들 중에선 학교의 공식적인 수업시간에, 이미 연간 진도를 다 끝낸 상태에서, Final 시험만을 위한 학습계획을 세워서, 시험대비를 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제가 알고있는 한도 내에서는 없습니다. 간혹 공립학교들 중에  Summary 과정을 따로 개설해서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 학생들 가운데에서도 그 코스에 등록해서 효과를 보았다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직접적인 점수를 말해주지 않는 것이 함정이긴 합니다만..


어쨌던 이런 summary 과정이 아예 없는 것 보다는 낫겠지만 이 과정을 운영하는 목표가 과목별 PASS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학교의 배려이며 동시에 자랑거리라고 감사해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학교에서 진도를 일찍 마친 후 별도의 시험준비과정을 운영하는 것 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습니다. 학생들은 이미 시험직전의 긴장감으로 신경이 팽팽하게 당겨져 있으니 집중력이 좋을 것 임이 당연하고 현행 뉴질랜드 교과과정들의 특성상 기출문제 풀이가 많아질수록 성적이 올라갈 것 또한 명약관화하니... 선생님들이 조금만 더 바지런을 떨어주신다면 학교 평균점수의 급상승은 물론이요 학생 개개인의 인생을 위해서도 큰 기여를 할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아쉽고 속상할 뿐입니다. 


넷째. 원서를 쓰고 나면 공부하기 더 힘듭니다. 


이 주제에 대해선 워낙에 변수가 많아 일반화를 시키는게 옳은지 모르겠습니다만… 연말이 되면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희망하는 대학교에 원서를 씁니다. 어떤 학생들은 한 대학교의 두 세개 정도의 학부를 지원하기도 하고 또 어떤 학생들은 10개가 넘는 대학교에 원서를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학생의 성적이나 처해있는 상황에 관계없이 언제나 똑같이 볼 수 있는 모습은 ‘원서를 쓰고 나면 더 해이해진다’ 라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원서를 쓰고 나면 주사위는 던져진 것이고, 남은 시간 더욱 열심히 공부에 매진해서 고득점을 노려야 할 터인데 실상 학생들의 마음은 저 멀리 구름 위에 올라앉아 내려올 줄을 모릅니다. 그 동안 나름 힘들었던 고교시절의 사건과 사고들이 주마등처럼 눈 앞을 스쳐 지나가고, 햇볕 화창한 캠퍼스를 걸으며 스타벅스 텀블러를 홀짝거리는 ‘대학생인 나’의 모습 또한 눈 앞에 아른거리는 것입니다. 공부야 물론 열심히 해야 하겠지만 미팅과 술자리 또한 알뜰하게 챙기리라.. 하는 소망에도 한참 물이 오르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제자리로 돌아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칫하면 그 아름다운 상상이 정말 상상으로만 남게되고 이미 끝난 줄 알았던 입시준비의 지난함을 다시 겪어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사람이란 것이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로 자기마음을 자신의 의지대로 컨트롤하지 못합니다. 오죽하면 세상에서 가장 먼거리가 사람의 머리에서 가슴까지라고 말할까요. 가슴속에 존재하는 마음이라는 것을 머리에서 생각해내는 의지대로 조정하기가 너무나 힘들다는 말이겠습니다. 그러니 원서를 쓰고나서 두둥실 떠오른 마음을 책상앞으로 차악 가라 앉히는 것은 뇌과학적 차원에서 보더라도 요원하다 할수 있겠습니다. 별수없이 최선이 안된다면 차선을 선택해야 하겠지요. 그것이 바로 이른 시작입니다. 지금 당장의 시작입니다. 언제부터 연말시험 준비를 시작할까... 하는 마음속의 질문에 대해 지금 당장! 이라고 대답하면 됩니다.     



다섯째. 2020년의 특별한 상황을 잊지 마십시요. 


올해는 참으로 다사다난합니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수많은 사건들과 사고들이 줄을 잇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모든 사건들의 중심엔 당연히 COVID-19이 있습니다. 이와 연관되어 우리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현상은 Lockdown으로 인한 교육의 결핍일 겁니다.


사실 놀라운 것은 학생들도 그리고 학부모님들도 거의 한 텀을 채웠던 Lockdown이 어떠한 문제를 야기할 것인지에 대해 염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그저 어느정도 학습열의가 낮아졌던 잠깐의 해프닝으로 생각하는거지요. 그런데 혹시 알고 계시나요? 많은 학교들이 Lockdown 이후에 시험을 치르지 않고 걸렀다는 사실을요? 7주의 시간동안 온라인 레슨만으로 공부를 했는데.. 당연히 연초에 계획했던만큼 진도를 나갔는데.. 시험은 치르지 않았습니다. 


시험을 치르었던 학교들도 시험결과를 비공식적인 자료로 전환시키거나 특히 y13학생들의 경우엔 졸업 내신에 포함시키지 않는 쪽으로 변칙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무슨 뜻일까요? 그렇습니다. lockdown기간동안에는 정상적인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인정하는 것이고 설사 정상수업을 했다 하더라도 그 실효성이 극히 낮았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물론 많은 선생님들과, 학생들과, 엔지니어들과, 교육부와, 학교당국이 애쓰고 노력하여 아이들의 지속적인 교육을 이루어냈음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유명무실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해야 할까요? 우리 부모세대가 어렸을 때처럼 전국의 모든학교가 국정교과서를 중심으로 진도를 나가는 거라면 lockdown에 해당되는 부분만 피해서 문제를 출제하면 되겠지만 학교마다 선택 페이퍼가 다르고 선생님마다 진도가 다른 뉴질랜드에선 어불성설 입니다. 


결국 모든 부담을 학생에게 지운채로 예년과 별 다름이 없는 내용과 수준과 난이도로 문제들이 출제되겠지요. 그렇다면 우리의 아이들은 ‘잃어버린 7주’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예년보다 일찍 시험준비에 돌입함이 당연할 겁니다. 

   

이번 컬럼에서는 이렇게 지금 당장 책상앞에 들러붙어야 할 이유 5가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term3를 맞이하며 마음을 다 잡아아야 할 이유가 많지만 지면 관계상 이정도로 정리하고자 합니다. 


현대 물리학에서 시간은 해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더욱 더 난해해지는 개념입니다. 어떻게 손을 대 보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더욱 깊은 미궁에 빠지는것이 시간이라는 개념이지요. 2020년 현재, 시간에 대한 물리학자들의 연구는 그것이 ‘환상인가? 아니면 실제인가?’ 하는 질문에 집중되어 있고 나날이 더 첨예하게 대립하며 논리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록 우리 인류가 물리학적 시간의 정확한 의미를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하더라도 땅에 발붙이고 공중에 팔 휘어저가며 살아가는 현실속의 범인들에겐 시간은 절대 환상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시간이 흐르는 곳에 변화가 있고 시간이 머무르는 곳에 마음이 머무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아이들도 이렇게 하루하루 환상이 아닌 현실로서의 시간을 살아나가고 있습니다. 흘러가는 시간을 타고 보이는 듯 마는듯 성장해가고 마음이 닿은 그곳에 달라붙어 길고 긴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term3에 들어서는 이 시점, 한 해의 성패를 좌우할 이 시점에선 또 다른 의미로 이 시간의 현실성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달력에 남아있는 하루하루를 챙겨 모아서 내년의 자신과 그 다음해의 자신과.. 그리고 먼 미래의 자신과 바꾸어 나가는 것이지요. 오늘 하루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가에 따라 맞바꾸어진 미래의 자신도 다른 가치를 지니게 될 겁니다.    


일 년이라는 주어진 말미가 조금씩 풀어져 흘러가면서 공부에 집중해야 할 필요성은 나날이 커져가는 반면 현실적인 여건은 더 안 좋아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연말로 갈수록 같은 ‘1 hour’를 확보해 공부하기가 더 힘들어지는데요.. 바라기는 우리의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시간계획에 더욱 민감해져서 우리의 아이들 모두가 충분한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연말 시험에 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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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질 잘 해야만 밥을 먹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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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전형적인 한국 아재여서 그런지 저는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가끔 유명한 사극이나 있으면 몇 편 보다가 그만둘 뿐 여지껏 이렇다하게 정주행을 한 드… 더보기

철부지

댓글 0 | 조회 669 | 2022.11.22
가끔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께서 아직 사리분별이 서툰 젊은이들을 ‘철부지’라 지칭하실 때가 있습니다.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줄 모르고 멈춰야 할 때 멈출 줄을 몰… 더보기

만점받는 시험준비 (2)

댓글 0 | 조회 724 | 2022.11.09
지난호에 이어 이제부터는 기출문제를 풀어가는 실제적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우선 해야할 일은 기출문제지를 확보하는 일이겠지요.가장 먼저, NCEA… 더보기

만점받는 시험준비(1)

댓글 0 | 조회 781 | 2022.10.26
2022년이 겨우 두달여 남은 오늘. 사무실 의자에 넋놓고 앉아서 엊그제 선물받은 커피를 갈아 홀짝거리며 농땡이를 치고 있습니다. ‘이제 정말 다 지나갔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