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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사람으로..

0 개 1,485 김준

몇 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엔 나름 큰 충격을 받아서 여기저기에 소문까지 내 가며 우리 아이들을 어떤 방향으로 지도해나가야 할까 모색하느라 고민했었는데요. 사람이란게 언제나 더 편안하고 안락하고 게으른쪽을 추구하는 본능이 있어서인지.. 한 동안 거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렸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들어서 계획대로 되지 않는 여러가지 일중에 교육과 공부가 포함되다보니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모호해지고.. 그래서 그 때의 기억이 또 다시 새로워지는듯 합니다. 


그 해 여름, 몇 년만에 한국에 나가 그리웠던 가족들도 만나고 이러저러한 일들도 처리하던중 당시 삼성전자에 근무하던 사촌형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될 기회가 생겼습니다. 워낙에 규모가 큰 회사이다보니 자신의 전문분야 이외에는 별로 아는것이 없다면서 입을 뗀 사촌형은 당시 기준으로 가까운 미래에 일반화 될 기술과 그로 인해 야기될 사회의 변화에 대해서 말해주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폴더블 스마트폰이었죠. ㅎㅎ 시중에선 루머만 돌고 있었는데 실은 이미 양산기술이 완료되었다고 말했었습니다. 사촌형은 삼성전자 기술연구소의 지인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당시의 AI의 발전현황과 그에의해 조만간 사라지게 될 직업 세가지를 이야기 했었습니다. 


그 직업들은 첫째로 변호사등의 법무관련 업종, 정확한 시장 관찰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애널리스트 관련 업종, 그리고 셋째는 증상과 병력을 바탕으로 약을 처방해주는 약사. 이 세가지였는데요. 하나같이 정형화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어떠한 선택을 하는 자료집약적 업종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형의 말에 따르면 이런 직업들은 당시까지 개발되어있는 기술만으로도 이미 AI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할 직업들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외에도 기술력은 이미 완성단계에 다다랐으나 시장상황이 무르익기만을 기다리며 숨을 고르고 있는 서비스들도 줄줄이 사탕이라 했습니다. 고속 인터넷 통신과 정밀한 로봇제어, 그리고 인간의 미세한 실수를 보정해주는 AI를 활용해서 구성된 원격수술시스템이 그 한 예입니다. 


또한 실용적이고 반복적인 직업에 덧붙여 흔히 우리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자부하는 창조적인 작업들조차도 최근의 AI기술로 대체가 가능하다 했습니다. 예를들면 작곡이나 추상화 같은 영역을 말하는 것이었죠. 하지만 그 어느것보다 무서웠던 이야기는 AI를 디자인하고 프로그래밍하고 제작하는 AI였습니다. 요즘엔 AI기술의 발전을 위해 인간들이 그리 많이 관여하지는 않는다고 하더군요. 왜냐하면 인간이 기획하고 설정한 방향에 맞추어 프로그래밍을 해 주는 AI가 존재하기 때문이랍니다. 


AI는 현실적으로 이미 인간의 삶의 많은 영역을 잠식했습니다. 더러운데 안더러운데 가려내지 못하고 무조건 뱅뱅 돌아다니는 로봇 청소기라던가 아니면 정해놓은 온도와 습도에 맞추어 에어콘 켜고 끄는 일밖에 할 줄 모르는 홈오토메이션 시스템은 이제 AI의 축에 들지도 못합니다. 10번 질문하면 8번이 ‘I do not have any idea’나 ‘I did not understand your question’인 모바일폰용 AI 또한 장난감의 수준에 머물러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도로의 상황을 스스로 판단하여 차를 운전해 나가는 자율주행 자동차와 주변의 장애물을 알아서 피해가며 목표하는 피사체의 영상을 끊임없이 녹화해주는 드론 카메라가 시장에서 버젓이 판매되는 세상입니다. 패션회사들은 내년에 유행할 색깔을 미리 알기위해 AI를 활용하고 제조업자들은 AI가 예측해준 중장기 예상수요량에 맞추어 제품 생산량을 조정해 갑니다. 


마치 앞날을 점치기 위해 철학관에 찾아가거나 온갖 계산과 도표와 자료를 바탕으로 경영관리를 해 나가는 것처럼 사람이 아닌 컴퓨터의 힘에 의지해 사회를 운영해 나가는 것이지요. 정말로 이러다가는 인간이 AI에 종속되어 살아가게 되는 날이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깁니다. 마치 1700년대 말, 산업혁명의 물결을 거스르고자 사보타지나 보이콧을 자행했던 당시의 노동인구들 처럼 언젠가는 현대 인류가 AI에 강력히 저항하는 날이 올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AI의 질적 성장과 양적 팽창에 대응하듯 인간들은 AI가 미치지 못하는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을 찾아내려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AI를 넘어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는 시도이기도 하고 동시에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고전철학적 질문에 대해 기술과학만능주의에 빠져있는 21세기형 답변을 찾는 작업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이것이 AI에 대한 인간의 주권을 지키는 유일한 방편이라 생각하는것 같습니다. 인간만의 영역을 확고히 구축하려는 노력은 일상의 여러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산업현장에서, 교육현장에서, 미디어산업부문과 예술계에서.. 


그리고 이렇게 인간만이 보유하고 있는 특별한 사고력을 요구하는 직업군에서는 신입사원을 선발하기위한 면접문제로 AI로서는 불가능한 기능적 사고를 할수 있는가를 묻는 문제를 출제하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인간이 인간으로서 기능하며 AI와는 차별된 업무를 지향해야만 하는 직업군이 아이러니컬 하게도 AI관련 직종이라는 사실입니다. 처음엔 고개가 갸우뚱했지만 이내 이해가 되었습니다. AI관련직종의 작업자들은 누가 뭐래도 AI의 창조자여야만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사고의 근간 자체가 완벽한 인간중심이어야 할테니, 사람냄새 풀풀 나는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겠지요. 


얼마전 한국의 한 심리학과 교수님이 공개강의 현장에서 청중들에게 문제를 하나 제시했습니다. 


한 환자가 레이져시술을 받기위해 대기하고 있습니다. 이 환자의 위에는 암세포가 증식하기 시작했지만 다행히도 특별하게 고안된 레이저시술을 받으면 깨끗하게 완치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곳에 있습니다. 암세포를 사멸할수 있는 정도의 세기로 레이저를 쏘게되면 레이저가 통과하는 모든 세포들이 익어버려 환자는 사망하게되고 만약 세포들을 상하게 하지 않을 정도의 레이저를 사용하면 암세포를 치료할수가 없습니다. 환자의 또 다른 질병때문에 수술을 할수는 없고 레이저를 신체 내부에서 조사할수도 없습니다. 어떻게하면 이 환자를 치료할수 있을까요?


요즈음 핫한 인물중의 한 명으로 급부상하고 계신 그 교수님은 위의 문제가 Google 입사면접에서 사용되었던 문제라 소개 하시면서 청중에게 한번 도전해 볼 것을 제안하셨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여러분들도 한번 도전해보시면 어떨까요? 혹시 압니까? Google이 애타게 찾아 헤메던 인재가 바로 이곳에 있을지.. ㅎㅎ


자..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까요? 암을 치료하자니 치료 도중에 사망할것 같고 살살 해보자니 암덩어리엔 아무 영향이 없겠고.. 그렇다고 수술해서 위를 꺼내 치료하거나 초소형 레이저 장비를 삼키고서 무선조종하는 것도 안된다 하고..


다른 천재적인 답이 가능할수도 있겠지만 구글에서 제시한 정답은 이렇습니다. 


먼저 세군데에 레이저장비를 설치합니다. 그리고 그 레이저 광선들이 모두 한곳, 암세포를 향하도록 조정합니다. 그리고 세포를 상하게 하지 않을 정도의 세기로 레이저를 조사합니다. 하지만 이 몇 개의 레이저광선들이 모이는 곳에서는 에너지가 합쳐지면서 레이저의 전체 세기가 암세포를 사멸할만큼의 세기가 될수 있습니다.  


어찌 생각해보면 참으로 단순한 문제입니다. 마치 콜럼부스의 달걀 문제처럼 해답을 알고나면 너무나 쉽지만 문제를 풀려할 때는 도무지 머리에 떠 오르는것이 없는 문제.. 논리적추론이 결여된 넌센스퀴즈같은 프레임에,  1 + 1 + 1 = 3 이라는 초간단한 컨텐츠를 실어놓았다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내용과 형식 두가지면에서 어려울래야 어려울수가 없는 문제인 것이지요. 그런데 정말 소수의, 겨우 10%에 지나지 않는, 지원자들만이 이 문제를 풀었다 합니다. 심지어는 이 문제를 세계적으로 내노라하는 유명대학교의 천재급 학생들에게도 제시해보았는데 구글지원자중의 정답자 비율보다 적은수가 답을 맞추었다 하더군요. 


강연을 하시던 교수님은 사람 좋은 웃음 웃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교수님도 같은 문제를 자신의 학생들에게 주어봤지만 소수의 학생들만 근접한 답을 제시했을 뿐 정답을 말한 학생은 거의 없었다구요. 그런데 교수님이 이렇게 말씀을 이어가십니다. 


“정답을 맞추기가 너무 어려운 문제이지요? 하지만 학생들의 정답율을 30% 이상으로 올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제가 실제로 사용해 본 방법인데요. 학생들에게 문제를 제시하기 전에 실수인 것처럼 게임동영상 하나를 틀어줍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동영상에 당황한듯 연기를 해야함이 당연하지요. 게임은 한 무리의 군사들이 성을 공격하는 장면인데요. 군사들을 셋으로 나누어 세 방향에서 동시에 성을 향해 진격해서 함락시키는 장면입니다. 잠깐 이 영상을 보여준 후 문제를 제시하면 30%정도의 학생들이 정답을 맞춥니다. 그렇다면 혹시나 정답률을 70% 이상으로 올릴수있지는 않을까요? 예. 그것도 가능합니다. 학생들이 한참 끙끙거리며 골머리를 썩히고 있을때 딱 한 마디만 해주면 됩니다. 아까 그 게임 동영상이 힌트였다고 말이지요. 그럼 거짓말같이 정답율이 올라갑니다.” 


교수님은 위의 사례를 바탕으로 인간이 AI를 능가해 발휘할 수 있는 최강의 능력은 바로 적용력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전혀 관련이 없어보이는 게임과 의학의 두 분야에서 ‘약한 힘으로 따로따로 진격해서 한자리에 모여 강한힘으로 쳐부순다’ 라는 통일된 개념을 찾아낼수 있는 능력.. 그것이 바로 적용력이요 그것이 바로 인간의 우월성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 강의를 들으며 격하게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AI가 아무리 발달한다 하여도, 물론 현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다는 전제하에서, 절대로 인간의 능력을 넘볼수 없는 영역이 바로 이 적용력입니다. 흔히 연상이라 불리우는 이 능력은 관계 없는 상황들 사이에서 공통적인 함수관계를 찾아내고, 한쪽의 사례를 다른쪽에 적용하는 타산지석의 지혜입니다. 그리고 이는 AI가 아니라 AI 할아버지가 와도 절대로 인간을 따라잡을 수는 없습니다. 


근접한 미래를 살아갈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개최되었던 교수님의 강의는 최종적으로 ‘능력보다 상황이다.’ 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됩니다. 개인이 자신의 노력과 시간과 타고난 지적능력에 경험을 더해 이루어놓은 소위 능력이라는 가치보다는 그 능력을 발휘할 방향을 설정하는 상황분석과 그 능력을 발휘하는 과정의 유연함을 담당하는 적용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씀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AI시대의 개명기에 인간이 인간으로서 가지는 존엄성의 기초가 될 듯합니다. 그러기에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인재들만 모여있다는 구글에서도 어려운 물리문제나 도표를 분석하는 능력, 혹은 기발한 서비스를 발굴해 내는 창의력을 묻는 문제가 아닌, 주어진 상황을 분석하고 기존의 지식을 연계하는 능력을 묻는 문제를 출제하지 않았을까 나름 추측해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되는 가지가지 문제들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어떠한 논리의 흐름에 따라 해법을 만들어 내는 걸까요? 문제해결의 논리는 아주 전형적인 몇가지의 순서를 가집니다. 


문제인식 - 더 자세한 문제인식 - 논리 파악 - 핵심 문제 파악 - 해법 list up - 최적의 해법 가정 - 제시된 해법에 대한 결과 예측 - 적용


논리적인 문제해결의 단계들을 곰곰히 따져보면 사람보다는 AI가 훨씬 낫겠다 싶은 생각을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문제인식의 과정이나 가능한 해법들을 선별하는 과정은 기존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망각’이 없는 AI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경험치를 늘려가며 나날이 더욱 똑똑해질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 문제 해결의 프로세스안에서 인간만이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은 과연 어느부분 일까요? 그것이 바로 위의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연상과 개념의 연결을 바탕으로 한 적용이 되겠습니다. 타산지석, 비유, 전혀 다른 영역의 사례에서 문제의 해법을 찾는 능력이 바로 그것인데 이러한 시대적 요청 때문인지 요즘들어 고등학교과정 시험문제들도 적용력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점점 발전해 가고 있는듯 합니다.


아래의 두 문제는 NCEA Y12 학생들의 물리 시험문제중 탄성력에 대한 문제입니다. 위의 것은 2009년 아래는 2018년 문제로 약 10년의 시간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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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하면 해당지식이 없으셔도 어느정도 이해하실수 있고 시각적으로 변화를 감지하실수 있는 문제를 선별하려다 보니까 물리문제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 정도면 변화의 추세를 어느정도 감 잡으실수 있으실 듯 합니다. 

위의 두 문제는 동일하고 단순한 두개의 공식으로 설명과 계산이 가능합니다. 일단 문제를 풀어낼 방향만 잡고나면 계산을 하는 과정에서는 전혀 다른점이 없는 문제들 입니다. 그런데 한눈에 보기에도 두번째 문제가 훨씬 장황해보이고 뭔가 ‘있어’ 보이지요. 아마 어떤분들께서는 두 문제의 차이가 시간의 흐름에 다른 스타일의 변화에서 기인한 것이지, 문제를 만들고 학습 과정을 디자인하는 근본적인 방향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습니다. 


소위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씀을 덧붙여서 말이지요. 물론 일리가 있는 생각이십니다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위의 두 문제는 그 완성도나 난이도에 차이가 있는 내용들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단편적인 지식에 대한 두가지의 다른 적용 사례일 뿐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NCEA 의 역사를 통 털어서 두 개의 다른 방향으로 탄성력이 작용하는 사례에 대한 문제는 위의 2018년 문제가 처음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의 평균학력이 점점 신장됨에 따라 문제의 난이도를 높이다보니 두번째 문제까지 발전한 것이 아니라, 같은 난이도를 가진 여러 문제들 중 특정한 한 유형을 시대의 요구에 맞추어 제출했다는 겁니다. 이미 3000년전에 완성된 물리학의 기본법칙에 따라 이렇게도 물어보고 저렇게도 물어볼수 있는 문제들이 위의 두 문제들이고, 2003년 개시된 이후 단 한번도 출제되지 않았던 스타일이 2018년에 들어서야 출제가 되었다는것은 난이도의 상승이 아닌 출제방향의 변화로 인식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아이들은 학교 수업을 통해 두 방향의 힘이 작용할때 합력을 구하는 방법도 배웠고 2009년의 문제처럼 상하 혹은 좌우로 탄성력이 작용할 때 그 시스템을 이해하는 방법도 배웠습니다. 


그럼 당연히 이 두 개념을 섞어놓은 문제도 이해하고 풀어낼 수 있었어야 했을텐데 어쩐일인지 정답율은 이전과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형편이 없었습니다. 예전과 달리 개정된 NZQA 사이트에선 시험결과의 통계자료를 제공하지 않기에 수치화된 근거를 제시할수는 없지만 제가 가르쳤던 학생들의 시험결과를 보면 유독 이 문제만 정답률이 현저하게 낮았습니다. 어찌보면 뇌피셜이고 또 달리보면 현장의 생생한 증거이겠습니다만 그 모든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아이들의 적용력이 이 정도로 나약하다는 사실입니다. 


두가지 개념을 하나로 합쳐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수 있는 해법을 찾는다.. 이것이 2018년도 문제의 논리적 요구사항이라면 이는 앞서 살펴보았던 구글 입사시험 문제와 대동소이하다 생각할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전체적인 시대의 흐름이 요구되는 인재상을 변화시켰고 덩달아 인재를 선발하는 문제의 유형까지 변화시켰다고 말할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아주 특별한 이변이 없는한 지금까지 지속되어 온 방향대로 진행될 것입니다. 그것도 정속도가 아닌 가속도로 말이지요. 



앞의 Google 입사문제로 한번 되돌아가 보겠습니다. 


어느 미국 교수님이 같은 문제를 이용한 강의를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 진행했을 때 한 학생이 이렇게 이야기 하더랍니다. 정답을 듣고 난 이후에 말이지요.  


“교수님. 그게 그렇게 간단히 생각할 문제가 아닙니다. 세 곳에서 동시에 레이저를 쏘아서 환부에 집중시키려면 고려해야 할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위상차이의 문제를 극복해야 하고 양자적인 관점에서의 조정도 필요하며 더구나 비용도 문제입니다.”


볼멘 목소리의 질문에 대한 교수님의 답변은 간단했습니다. 


“자네는 공학이 왜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방법만 찾아내면 그 이후는 공학이 해결할 것이라는 말씀이니.. 문제를 푸는것보다 문제를 풀어갈 방향을 찾는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적 요구이고 우리의 아이들이 당면하고 있는 학습상의 요구입니다. 스펙을 쌓기 위해 목을 매기 보다는, 책만 달달 외워가면서 머리속에 글자만 채워넣기 보다는, 상황을 분석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인간고유의 적용력을 훈련하는것이 필요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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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지만 안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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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만 던졌다가는 금방 눈물을 뚝 떨굴것만 같았던 Z가 오히려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왜.. 그럴까요...? 왜 저는 성적이 안 오르는 걸까요?”애먼 창 밖 구… 더보기

바이러스 대첩

댓글 0 | 조회 1,507 | 2020.03.11
요즈음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 말고는 대화의 주제가 거의 없는 일상을 살고 있는듯 합니다. 지인들과의 대화도 ‘몸은 건강하냐’로 시작해서 ‘몸조심해라’로 … 더보기

나는 왜 ‘공부운’이 없을까?

댓글 0 | 조회 1,166 | 2020.02.26
2002년 겨울, 미국의 솔트레이크시티(Salt Lake City).한창 동계올림픽의 열기에 휩싸여 있는 이 도시에서 기적과도 같은 금메달 수상자가 탄생했습니다.… 더보기

‘자기주도학습’은 없다

댓글 0 | 조회 1,031 | 2020.02.12
지인의 가족과 함께 부부동반으로 점심식사를 하러 갔을때였습니다.지금은 자취를 감춘 한 경양식 레스토랑이었는데요. 입맛이 아직 초딩인 저는 누구랑 같이 시간을 보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