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 한끼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끼니 한끼

0 개 1,291 강명화

한국에 있는 저희 부모님의 댁에는 100 세가 넘으신 할머님께서 살고 계십니다.


젊으실 적 할머니는 웬만한 남자는 저리 가라 할 힘과 체력을 자랑하셨던 분이십니다.


지리산 골짜기 출신이신 할머니는 힘든 일을 무서워 하지 않으셨고, 세상 무서운 것 없이 누리고 다니시던 분이셨던 것 같습니다. 기억 속에 할머니는 늘 그런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진 모든 걸 나눠주시고도 남을 분이기도 하셨지요. 그런 할머니에는 7-80 대까지도 저보다 힘이 세신 분이셨는데, 지금은 100 세가 넘으셔서 이젠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 하십니다.


100 세 인생을 노래하는 요즘 정말 100 세가 넘은 분은 저의 가장 가까운 곳에 계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할머니는 지리산 골짜기에서 태어나 자라셨습니다. 사시면서 한국전쟁도 세계대전도 관통하는 시간을 살아내셨지만, 정작 할머니는 그런 얘기들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할머니에게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문제 뿐이 셨으니까요. 아이들과 가족을 먹이느라 거의 매일을 굶기도 하셨다는 할머니는 그래서 요즘도 저만 보면 밥 먹었냐고 인사하시고, 그리고 할머니의 가장 큰 걱정, 근심 거리이기도 하십니다.


가끔 한국에 오는 손녀가 집에서 밥을 잘 차려 먹는 거 같지 않으면, 밥 먹었냐는 말은 정말 하루에도 수십 번은 듣게 되는 말이라 사실은 조금 귀찮기도 한 그 말이지만 할머니에게 한끼 끼니 제대로 챙겨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조금은 이해하고 있기에 늘 밥 먹었다고, 잘 먹고 다닌다고 인사합니다. 그래도 할머니 눈에는 아직도 어린, 외국 나가서 혼자 사는 손녀는 밥 먹는지 또 확인하고 확인해야 하는 존재인가 봅니다.



하루는 할머니가 일명 몸 빼 바지 깊숙한 곳에서 만원을 꺼내서 저에게 건네 주시며 말씀 하셨습니다.


“나는 바보라, 손녀 밥 한끼 시켜 줄줄 모른다. 이거 가지고 밥 사먹어라” 하셨습니다.


그게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도 나지 않는데, 그때 할머니의 그 말이 아직도 생생한 듯 합니다.


그 말을 듣고, 그 지폐를 들고 있던 그 손이, 그리고 그 손에 들려있던 그 만원 짜리 지폐 한 장이 너무 슬프고 마음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할머니는 그렇게 손녀 한끼 챙겨주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 마음까지 헤아릴 수는 없었던 손녀가 계속 마음이 쓰였던 시골 골짜기 출신 할머니는 꼬깃꼬깃 접힌 만원이, 이제 어리지도 않은 손녀의 한끼 밥을 사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나 봅니다. 그걸 할머니의 그 한마디에 깨닫고, 그 손에 있던 만원을 어쩔 수 없이 받아서 지갑 깊숙이 쑤셔 놓고 몇 일을 마음이 뭉클했었는지 이 글로는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할머니는 긴 시간을 살아내고 이제 자신의 밥 한끼 챙겨먹는 것도 힘들어 하십니다.


할머니의 오랜 기억 속에 밥을 굶던 시간들이 이제는 오래 전 기억으로만 남아 있게 되길 바래 봅니다. 할머니의 만원은 여전히 손녀의 끼니를 든든히 챙기고 있다는 말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일상

댓글 0 | 조회 951 | 2020.03.10
일상을 살아가느라나는 놓치고 살더라도누군가는 이 세상의 정의를 지켜내 주기를 바라게 될 때가 있다.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그 소신을, 그 정의를 지키기 위해그들의 … 더보기

차가운 봄날

댓글 0 | 조회 1,032 | 2018.10.10
소풍 같은 날얼음 같이 차가운 공기머무르지도나가지도 못하는 누군가에게..괜찮습니다,지금 그대로 있어도..이제 곧 따뜻해 질 테니까요.​

오늘을 살아라

댓글 0 | 조회 1,050 | 2018.03.13
나는 이 인생에서어디쯤 있을까..어느 만큼 온 걸까..궁금할 때가 있다.이제 중간즈음 온 건가..이 트랙에 반도 오지 못했을까?!미래를 위해 살았고,과거에 갇혀 … 더보기

인생은 일방통행

댓글 0 | 조회 1,054 | 2017.12.06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지만어쩌면 누구나 아는 얘기였지만그럼에도 문득문득 잊게 됩니다.인생은 일방통행이라는 사실…그래서 우리는 뒤를 돌아볼 순 있지만돌아갈 수는 없습… 더보기

필요한 순간

댓글 0 | 조회 1,060 | 2018.09.13
시간이 필요했었다 내버려두고 방치해주는 시간과 공간이..그런데 그 시간은 지금에야, 늦게 내게 와있다.어떻게 다뤄야 되는건지 서툴기 그지없다.

그런 날

댓글 0 | 조회 1,070 | 2018.08.08
일은 빈틈없이 바쁘고 세상, 날씨는 눈부시고 몸은 지치는 날 그러다 어둑해진 하루, 너를 만나고 비가 오기 시작하고 마음이 맑아져 버린 듯한 그런 날 겨울이지만 … 더보기

겨울과 여름

댓글 0 | 조회 1,084 | 2019.12.11
당신이 있는 겨울과내가 있는 여름..당신의 겨울도우리의 여름도따뜻하고 넉넉한 계절이기를..겨울의 추위도한 여름의 더위도화려하게 빛나는 트리와 함께아름다운 12월이… 더보기

또 다른 한 해의 끝..

댓글 0 | 조회 1,096 | 2018.12.12
시간이 끝날 것 같았다.세상이 끝날 것 같았지만,그럴 리는 없다는 것도 잘 알면서,시간도, 세상도 끝나리란 확신이 들 때가 있다.한 해를 끝내면서그 시간들을 끝내… 더보기

괜찮아 질거야 (어른을 위한 위로)

댓글 0 | 조회 1,107 | 2017.11.08
기억 속에 숨죽여 울던 엄마가 있었고,내 옆에 두려워 우는 누군가의 아빠가 있다.다른 시간 속의 기억은 묘하게 닮았고,그걸 기억하는 내 눈과 귀는 타인의 슬픔으로… 더보기

4 월의 가을

댓글 0 | 조회 1,108 | 2018.04.11
감정이 앙상한 순간이 있다.가을 바람이 불어오는 시간에 도달해바람을 맞으며 가로수들 사이에서햇살을 감은 눈으로 받아내고 있자면…감정은 햇살만큼 따뜻하고또 바람만큼… 더보기

우리의 존재

댓글 0 | 조회 1,121 | 2019.07.09
내 앞에는 정답 같은 얘기를 해주는 사람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없었던 사람으로 인해 혼란스러워 지지는 않는다.있다가 없는 것이 혼란스러운 것 뿐..한번도 가져 보… 더보기

사진

댓글 0 | 조회 1,128 | 2017.10.10
가끔은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나서본다.햇살이 눈부신 날이면 좋겠다.여전히 세상이 아름다운 건봄날 같은 햇살이 아니라내가 담고 싶은 니가 있기 때문이라는 걸깨닫는다… 더보기

순간순간

댓글 0 | 조회 1,129 | 2019.01.16
시간이 필요한 순간시간을 이해하는 순간시간을 잃어버린 순간시간을 흘려보내는 순간시간이 아쉬운 순간시간을 지키는 순간수많은 순간을 살게될새해가 시작 되었습니다.소중… 더보기

2018년은 처음이라...

댓글 0 | 조회 1,156 | 2018.01.16
다들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늘 연말이 되면 마음이 헛헛하다. 한 동안 그렇다.한국에 있을 때는 추운 날씨와 뭔가 쓸쓸한 회색의 겨울날들이 더 그렇게 느끼게… 더보기

숲길

댓글 0 | 조회 1,196 | 2020.12.09
내 키보다 무성히 자라서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 곳을풀들을 헤치며 나아가는 길..인생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우리 모두는… 더보기

엄마와 미술관 가는 길..

댓글 0 | 조회 1,206 | 2017.09.12
한국에 있던 어느 늦은 가을에 그날은 봄날씨 같은 날이었다. 점심으로 도가니탕과 설렁탕을 먹고, 낙엽이 예쁜 가로수길부터 도청까지 엄마랑 산책했다.엄마는 늘 우리… 더보기

꽃잎

댓글 0 | 조회 1,263 | 2019.05.15
꿈같은 건 없어도 좋았다삶은 충분히 즐거웠고일상은 충분히 평화로웠고일은 충분히 분주했고날씨는 충분히 눈부셨다.굳이 슬퍼질 이유는 없다.모든 충분하지 않은 것들은먼… 더보기

떠나는 약속

댓글 0 | 조회 1,291 | 2021.01.12
삶이 싱그러운 어느 날귀퉁이에 걸터앉아 누군가를 기다립니다.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그 사람은봄처럼 스며들어 어느새 옆에 와 있습니다.아침 햇살 눈부신 창가처럼하늘거… 더보기

현재 끼니 한끼

댓글 0 | 조회 1,292 | 2020.06.09
한국에 있는 저희 부모님의 댁에는 100 세가 넘으신 할머님께서 살고 계십니다.젊으실 적 할머니는 웬만한 남자는 저리 가라 할 힘과 체력을 자랑하셨던 분이십니다.… 더보기

잊혀지기 전에...

댓글 0 | 조회 1,297 | 2019.03.13
잊고 싶었지만잊혀지고 싶지는 않은 시간들..어쩌면, 시간 또한 거르고 걸러기억하고 잊혀지는 사람들일지도 모르지만..너를 오래기억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잊… 더보기

선택

댓글 0 | 조회 1,299 | 2019.04.09
생각해보면 10년을 넘는 시간을 뉴질랜드에서 살면서 영어보다 더 어려웠던 건 아마도 선택이었을 것이다.살다보면 생각보다 선택해야 하는 순간은 많다. 선택을 어려워… 더보기

주말 행복 레시피

댓글 0 | 조회 1,313 | 2020.09.09
토요일은오전 늦게 부시럭 거리며 일어납니다.아무리 좋은 소리로 알람을 바꿔도알람소리 없이 아무때나 일어나는게 훨씬 좋습니다.청소로 하루를 시작합니다.나뭇 바닥을 … 더보기

73세 레이, 스카이다이빙 하다!

댓글 0 | 조회 1,328 | 2020.10.13
내가 레이를 처음 만난 것은 뉴질랜드를 도착하고 6개월즈음이 되었을 때였다. 레이는 첫인상이 아주 좋은 백발의 영국인 호주 이민자시고 내가 플랫을 들어가게 될 집… 더보기

버스 터미널

댓글 0 | 조회 1,342 | 2019.11.13
기억하라 말했지만,기억되지 않을 걸 알았다.잊으라 말했지만,잊혀질 수 없다는 걸 알았다.손을 내밀었으나,나는 너를 받아들이지 않았고..고개를 돌렸지만,너는 보고 … 더보기

편지

댓글 0 | 조회 1,349 | 2018.06.16
누군가의 글에서진심을 생각한다.어쩌면 진심을 전달 받았을지도 모른다.순간, 생각했다.사람의 글에서 진심을 느낀다면그건 그 사람의 진심일까혹은 나의 진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