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은 지혜를 구하고, 지혜는 젊음을 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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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지혜를 구하고, 지혜는 젊음을 구하고.......

0 개 1,220 김지향

에어비앤비 손님들은 대부분 예약을 하면서 어떤 이유로 며칠 동안 투숙을 해야 하는지 설명을 한다. 남편이 다 맡아서 하기에 나는 그저 남편을 통하여 그 이유를 알게 되지만, 손님들마다 각자 사연들이 무척 다양하다.


오늘 방문을 한 손님은 16살이 되는 손녀의 생일을 위한 여행이라고 했다. 할머니와 손녀 둘만의 2박 3일의 여행인데, 가까이 레빈에서 온 손님이다. 손녀의 생일은 내일이란다. 일부러 한국인이 운영하는 에어비앤비를 선택했다고 했다. 


우리와 함께 한국식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고 하여 미역국과 잡채, 불고기, 닭볶음을 만들어 함께 먹었다. 일식과 중국식등 많은 동양식 음식을 먹어봤지만, 한국식은 먹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런 만큼 쇠젓가락 사용을 힘들어 했다. 


포크를 곁들여 주면서 젓가락질을 가르쳐 주었다. 손녀는 몇 번 하다가 포크로만 사용하던데, 할머니는 내 손 동작을 보면서 열심히 배웠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제법 반찬을 잘 들어 올리게 되었다.


손녀는 스시 집에서 주는 미역이 들어 있는 미소국을 아주 좋아한다고 하면서 미역국이 맛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쇠젓가락질을 몇 번 시도하다가 그만 두고 포크만 사용해서 반찬을 집어먹었다. 하지만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보는 내 눈이 무척 즐거웠다.


할머니도 처음 먹어보는 미역국과 한국 음식을 맛있게 드셨다. 일본에서는 국물이나 국수를 소리 내서 먹어야 좋아한다고 하면서 한국도 그러느냐고 물었다. 한국은 소리 내서 먹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하니까 그럼 식사 하면서 말없이 먹어야 하느냐고 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밥을 먹는 건 상관없다고 하니, 두 사람 모두 다 무척 안심하는 표정이었다. 처음부터 사회성이 매우 좋아 보였는데, 밥 먹는 내내 두 사람 모두다 얼마나 재미있게 말을 하던지, 표정까지 다양해서 영어를 제대로 못하는 나도 지루하지가 않았다.


손녀가 밥을 다 먹고 나서 벽에 걸려 있는 그림 액자를 보더니, 수채화를 좋아한다고 하면서 자신의 스케치북을 가져와서 보여주었다. 습작한 연필 스케치와 그림들을 보니 솜씨와 끼가 출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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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아이페드를 펼쳐서 당신의 집과 말과 더불어 키우고 있는 반려 동물들을 보여 주시면서 유튜브에 올려 있는 손녀의 동영상을 보여 주셨다. 손녀가 무대 위에서 혼자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이었다. 학교에서 뮤지컬 공연의 주인공도 했었고, 한 공연에 두 사람의 배역까지 맡아서 할 정도로 예능적인 끼가 대단했다.


참 사랑스러운 소녀인데, 생일을 친구들과 함께 보내지 않고 할머니와 함께 보내는 게 참으로 신기했다. 할머니와 사이가 아무리 좋다고 할지라도 대부분의 십대들은 친구들과 보내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소녀는 왜 할머니와 단 둘이 생일을 보내고 있는 것인지 무척 궁금했다.


소녀는 말했다. 할머니가 주신 돈으로 사고 싶은 옷을 사고, 음식점에 가서 맛있는 걸 고르고, 영화관에서 영화도 볼 것이며, 집 근처의 산책길을 할머니와 함께 걸으면서 데이트를 즐길 것이라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 이렇게 생일 때마다 할머니와 함께 지냈다고 한다. 


할머니를 닮아서인지 끊임없이 새처럼 지저귄다. 표정도 다양하고 너무나 깜찍해서 내 눈은 그녀를 보면서 계속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떠들고 나더니 피곤하던지 방으로 들어가고 할머니만 남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셨다. 70을 갓 넘긴 분이신데, 엄청난 멋쟁이에 총기가 번득였다.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집안 이야기가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것처럼 줄줄 잘도 나온다.


사람을 가리지 않고 빨리 친해지는 성격이 그대로 들어난다.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부터 형제들, 자기 자신, 자식들과 손자손녀들 이야기까지 거리낌 없이 쏟아져 나온다. 집안의 히스토리를 그 짧은 시간 안에 어쩌면 그렇게 다 보여줄 수 있는지 놀라웠다.


지구의 모든 인류를 다 사귈만한 기세였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보여 주면서 열린 마음으로 상대한테 다가간다. 사절단을 하면 적성에 딱 맞을 거 같았다. 얼마 전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너무나도 대립되는 모습이다. 


인종차별뿐만 아니라 세대차도 극복할 태세다. 호주 방문 할 때마다 두 명의 손자와 손녀와도 1:1의 데이트를 즐긴단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면서 아이들의 나쁜 버릇도 손쉽게 고쳐준다.


딸이 어릴 때, 엄마한테 반항하느라 자신의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갔단다. 그때 딸에게 말하길, “또 한 번 기분 나쁘다고 문을 쾅 닫고 들어가면 방문을 다 뜯어낼 거다.” 라고 말했단다. 다음에 또 한 번 딸이 똑같은 행동을 했을 때, 연장을 사용하여 문짝을 다 뜯어냈다고 한다. 


손자가 버릇없이 군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 할머니가 손자한테 “네 방에 들어가서 10분 동안 자신의 행동을 잘 생각해 보라.”고 했단다. 10분을 못 견디고 방에서 나오는 아이에게 다시 들어가서 있으라고.


그런데 그 시간을 못 참고 또 나와서 다시 들여보내고를 반복하다 드디어 10분을 넘겨 할머니가 아이 방으로 들어가게 되셨다고 한다. “지금 할머니는 나쁜 할머니지? 넌 할머니가 나쁜 할머니길 바라니? 아니면 좋은 할머니길 바라니?” 라고 물어 보았다고 한다.


정말로 짧은 시간 안에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시던데, 나이가 들면 돈주머니는 열고 입은 닫으라는 속담이 이 할머니 앞에서는 쑥 들어갈 것만 같았다.


친구보다도 더 친한 할머니와 손녀 사이를 보면서 할머니의 지혜에 탄복을 했다. 나에게 손자가 있느냐고 하시던데, 아마도 손자가 생기면 돈주머니만 열지 말고 지혜도 함께 열라고 가르쳐 주시는 거 같다.


치매에 걸린 노모가 98세가 될 때까지 잘 보필해드리면서 산 흔적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곱디고운 70대의 여인. 그녀가 10대의 손녀와 단독의 데이트를 즐기는 걸 보면서 많은 걸 느끼게 해준다. 나이와 지혜가 비례하는 삶이 참으로 아름답다.


70대 할머니와 10대 손녀의 데이트. 젊음과 지혜가 하나의 원이 되어 서로 따라가면서 도는 것 같다. 젊음은 지혜를 구하고, 지혜는 젊음을 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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