슴새는 배가불러 죽었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슴새는 배가불러 죽었다

misoonz1
0 개 1,338 김준

대한민국에서 가장 뉴질랜드스러운 땅, 제주도. 


그 제주도의 북쪽 언저리 푸른 바다에는 ‘사수도’라 불리우는 섬이 하나 떠 있습니다. 작고 아담한 돌섬인 이 사수도는 두가지 조류의 번식지로 유명한데요. 하나는 온몸이 검은색으로 뒤덮인 흑비둘기이고 다른 하나는 보호종으로 지정되어있는 슴새입니다. 


이중 흑비둘기는 산란기 내내 수풀속에 살면서 하루종일 알을 지키기 때문에 개체수가 크게 감소할 염려가 없지만 슴새는 바닷가 암벽의 돌무더기나 평지의 흙구덩이에 굴을 파고 집을 지은 후 새벽에 집을 나왔다가 어두워져야 귀가하는 습성이 있다보니 알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산란기동안 들쥐들이 알이나 새끼들을 사냥해가는 것인데요.. 그러다보니 당연히 개체수가 줄어들수 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많은 동물 애호가들이나 지방단체에서 슴새를 보호하기위해 그들의 천적인 들쥐를 없애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8년 지구의 남반구에 위치한 또 다른 슴새서식지에서 슴새의 생존을 위협하는 천적이 비단 들쥐뿐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져 연구진들을 놀라게 했는데요... 


그들이 밝혀낸 슴새의 또 다른 강력한 천적은 바로 인간이었습니다. 


뉴질랜드와 이웃나라인 호주를 연결하는 태즈먼해의 한 무인도는 오랫동안 슴새의 자연거주지로 유명했습니다. 아직 들쥐나 포섬이 침략하지 못한 덕분에 약 4만마리의 슴새들은 알을 도둑맞을 염려없이 안전하게 생육하며 번성할수 있었지요. 그런데 이 슴새들의 천국에 정기적으로 방문해 생태계를 조사하던 한 연구원이 이상해보이는 슴새의 주검을 발견하고는 의문에 빠졌습니다. 발 디딜틈 없이 빼곡하게 널려있는 슴새둥지들 사이로 다 말라비틀어진 사체 하나.. 대개 자연사하는 새들은 한눈에 보아도 꽤 나이가 있어보이기 마련인데 그 연구원의 발 앞에 놓인 슴새의 사체는 매우 젊은새의 골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미 푹 꺼져서 텅 비어있어야 할 몸통이 아직도 팽팽하게 부피를 유지하고 있어 과학자의 호기심를 자극했던 거지요. 궁금증이 생긴 연구원은 그 사체를 간이 연구실로 옮겨와 해부를 했고 그가 슴새의 몸안에서 발견한 것들로 인해 연구진 모두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비쩍말라서 죽은 슴새의 위장은 온통 플라스틱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99fa03d83e8bf7d4c20605414f1ac346_1590459096_4822.png
 

그러니까 물위에 떠 다니는 색색깔의 플라스틱 병뚜껑이나 스티로폼 조각들을 맛난 먹이로 착각한 슴새는 아무런 영양가치가 없는 화공물질들을 연신 꿀떡꿀떡 삼켜버렸고, 소화될리 만무한 플라스틱조각으로 배를 채운 덕분에 더 이상 아무것도 먹지를 못해 영양실조로 죽게된 것입니다. 우리 인간에겐 환경오염의 여파라는것이 그저 숨쉬기 어려운 미세먼지나, 지금은 그 진위성마저도 조금 의심스러워진 온난화정도로 그치고 말지만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동식물들에겐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이렇게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사용하고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에 의해 수많은 슴새들이 생명을 위협받고 있으니, 결국 들쥐에 버금갈만큼 위험한 천적이 바로 인간이라 말한다해도 하등 문제될것이 없겠습니다. 아니 오히려 자연이 창조한 생태계의 먹이사슬에 멋대로 불쑥 끼어들어 심각한 교란을 일으키는셈이니 들쥐보다 더 나쁘다고 해야 할까요..


먹을것 먹지 못할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그저 맛나보이니 되는대로 삼켜버렸던 우매한 슴새의 주검은 필요한 것이 채워질 자리에 불필요한 것이 채워질경우 그 해악이 얼마나 클수 있는지 말해주는듯 하나의 사례인듯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그 말라빠진 주검의 이미지는 환경오염이나 생태계파괴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 전반에 걸쳐 Overlap 되며 떠오르는것을 피할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작금의 교육환경 속에서 슴새가 집어삼킨 영양가없는 플라스틱 쪼가리처럼 우리 아이들의 지식창고속에 버젓이 섞여들어가는 불순물들을 심심치않게 목격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그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동시에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는 불순물인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독성물질을 뿜어내는 해악의 결정체인 경우도 있으니 잘 선별하고 골라 섭식하는 지혜와 안목이 필요할 듯 합니다. 


며칠전 오클랜드의 북쪽에 살고있는 한 학생에게서 카카오톡 메세지가 하나 왔습니다. 공부하다가 궁금한 것이 생기면 꼭 메세지를 보내 물어보는 학생인데요. 꽤 자주 연락을 받다보니 이번엔 또 어떤 문제일까 살짝 기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높은 열의를 가진 학생이다보니 왠만한 문제들은 다 알아서 해결을 하고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정말정말 어렵다고 느껴지는 문제만 제게 물어보거든요. 심지어는 제 수준에 걸맞지 않는 문제를 물어올 때도 있어서 이걸 기초부터 하나하나 설명해주려면 3박4일로는 어림도 없으니 어쩌면 좋을까.. 고민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몰라도 돼’ 라며 무책임하게 넘어갈수도 없어서 진땀을 빼기도 합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아이가 보내온 사진은 모바일폰으로 랩탑의 화면을 찍은 사진 하나였는데요. 거기엔 물리과목의 ‘운동’ 부분중 회전운동에 대한 문제가 그림과 함께 실려 있었습니다. 처음엔 학생이 공부하는 NCEA 12학년 과정에도 회전운동이 간략하게 소개되기 때문에 아마 어디선가 그에 관련된 자료를 찾았나보다.. 싶었지요. 요즘엔 뉴질랜드의 여러 기관에서 자신들만의 연습문제를 만들어 인터넷에 공개하기도 하니까요. 그림으로 그려진 문제의 개요는 흔히 볼수있는 전형적인 Y12 문제의 그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학생이 그 문제를 풀지 못할일은 없을테니 말입니다. 의아한 마음으로 찬찬히 문제를 읽다보니 입가에 어이없는 웃음이 번졌습니다. 


그 문제는 공과대학 1학년생들이 푸는 기본역학에 등장하는 문제였습니다. 정확한 Topic의 이름도 Y12가 배우는 Circular motion이 아니라 Rotational motion이고 미적분을 적용해서 풀어야하는 문제인 것이지요. 인터넷을 뒤져 자료를 찾다가 그렇게 제 수준에 안맞는 문제를 어찌저찌해서 접한후엔 뜻도 잘 모르는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한참을 끙끙댔겠지요. 안봐도 비디오 아니겠습니까? 학생 학습성향이 어떤지는 학생 스스로보다 제가 더 잘 알고있는 것이 당연하니 말입니다. 결국 3박4일동안 붙잡고 가르칠 엄두가 나지않아‘이 문제를 풀려면 최소한 Y13에 올라가서 정규과정을 마치고 스칼라시험을 준비할 때가 오면 그때 도전하라’고 알려주었습니다. 곧 이어 올라온 아이의 메세지는 자신이 유튜브로 강의를 듣다가 궁금해져서 조사를 하다보니 그리 되었다며 조금은 안심한 듯 보였습니다. 



아이는 호기심을 느꼈을 겁니다. 어디선가 자주 본듯한 그림이니 그게 대학생용 문제일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거고 한단계 한단계 풀어가는 동안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몰라 고민하다가 결국엔 자신의 부족한 실력을 탓하며 머리를 쥐어박았을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수준에 적절한 자료와 정보를 공부하고 소화하고 훈련해야 하는 ‘학습 소화기관’은 아마도 심각한 과부하에 걸려, 금방이라도 그 역겨운 문제를 게워내버릴 위기에 처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겉모습만 보고는 생긴것이 비슷하다 해서 냅다 꿀꺽 삼켰다가 자칫 소화는 커녕 다른 정상적인 지식이 들어올 공간만 낭비해버리는 사태를 초래할수도 있었던 거지요. 


요즘처럼 정보가 넘치고 누구나 온라인상의 자료를 검색하고 열람할수 있는 세상에서는 자신의 실력과 상황에 적합한 자료를 취사선택할수 있는 능력이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그야말로 ‘학습생존’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기술이라 할수도 있습니다. 영양만점의 알토란같은 자료를 찾아낸다면 성적향상과 직결되는 모터웨이를 탄 셈이 되고 그 반대로 겉모습만 그럴싸할뿐 실효성이 전혀없는 자료들만 붙들고 있다면 보기에도 아슬아슬한 구름다리를 걷는 것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어제인지 정확한 해수를 잘 기억할 수는 없습니다만 영양가없는 정보들과 학습내용으로 머리를 꽉 채워서 정작 자신에게 꼭 필요한 영양만점의 지식을 습득하지 못하고 고등교육과정을 중간에 포기해야 했던 안타까운 학생이 한명 있었습니다. 


몇년 전일까요.. 지금은 정확한 햇수도 잘 기억나지 않던 그때..


사실 이렇게 기억이 가물가물한 것이 참 다행스럽습니다. 마음 괴로운 일을 겪는 학생이 자주 출현하는 것도 결코 좋은일은 아닐테니까 말입니다.  


당시 시티 한가운데에 위치해있던 한 사립학교에 다니던 Z는 ‘호기심천국’의 작가로 채용되어도 좋을만큼 어마어마한 ‘잡학다식’을 자랑했었습니다. 정통세계사에서 현대음모론까지, 기초생물학에서 유전공학까지, 괴테에서 무라카미하루키까지, 뉴올리언즈재즈에서 빅뱅까지... Z의 잡다한 지식은 그 끝이 어디인지 도무지 짐작할수도 없을만큼 방대했지요. 그리고 그 방대한 ‘잡학’을 수용한 이후 그녀의 두뇌는 아주 협소한 공간만을 ‘공부’에 할애하고는 온통 자신의 관심사로 빼곡히 들어차 있는듯 했습니다. 지식의 양만 놀라운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한 상식과 지식을 습득하는 열정 또한 남달랐는데, 소위 ‘한번 삘이 꽃히면’ 이삼일 밤새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그 분야를 섭렵해야만 한다고 말하더군요. 


예를들어 맘에드는 음악을 우연히 듣게되면 그 곡의 가사암기로 시작해서 가수가 발표한 모든 곡을 모두 빠짐없이 들어봐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해당 음반회사의 역사까지 깔끔하게 정리해야만 직성이 풀린다 했습니다. 이정도의 집중력과 의지력이며 세상 어디에서 어떠한 일을 하며 산다하더라도 제 한몫은 톡톡히 할것 같은데.. 


정작 문제는 이 학생이 모든 대화의 첫머리를‘예일’로 열어서 그 대화의 끝을 ‘하버드’로 마무리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예일 아니면 하버드, 그 이외의 대학교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뜻이었겠지요. 


그런데.. 그게 왜 문제일까요? 공부 열심히 해서 유명한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것이 문제라니요? 혹시 공부쪽으로는 영 재능이 없었던 것일까요?


아니요. 사실 Z는 영재교육을 받았다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보여준 그 특출난 집중력 덕분에 한국의 내노라하는 영재교육기관에서 천재급의 영재로 인정을 받았고 이후 영재학교를 다녔노라고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것 같습니다. 극도로 두뇌가 명민한 한 학생과 그가 품은 높은 수준의 목표, 그리고 맘먹은 것은 행동으로 옮겨야만 하는 집념까지.. 결과는 불보듯 뻔한 진학 성공사례여야만 할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불행하고 애석하게도 Z는 이곳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채 마치지 못하고 한국으로 귀국하고야 말았습니다. 사유는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성적미달이었죠.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앞에서 그 학생도 저도, 한국에 계신 부모님도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럼 도대체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무엇이 그 똑똑하고 열의에 불타는 학생을 고등학교 중퇴자로 만들었을까요? 물론 한국에 돌아가서 새로운 방법을 모색했겠지만 이 곳 뉴질랜드에서는 더이상 학업을 이어갈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어 권고성 자퇴를 하고 말았으니..


그 이유는 바로 인터넷이었습니다. 


당시엔 요즘처럼 대학생들이나 혹은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만드는 인터넷 학습관련 자료 사이트를 찾아보기가 힘들었습니다. 물론 기출문제를 찾아보기도 어려웠지요. 대부분의 교육자료들은 어느정도 명망이 있는 대학교수님들이나 박사님들께서 만드셨고 당연히 그분들의 자료는 고등학생이 알아야 할 법한 개념으로 시작해 대학, 혹은 그 이상의 수준에까지 다다라 있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타고난 머리가 좋고 호기심이 대단했던 Z는 그 내용이 어느정도의 수준인지 가늠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달라붙어 파고들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엔 거의 잠도 안자고 공부에 매진하는 슈퍼학생으로 보였겠지만 정작 Z가 날밤을 새워가며 공부한 내용들은 그저 본인의 관심사였지 학업에 관련된 사항들은 아니었습니다. 무엇을 하나 알려주면 그 설명중에 내포되어 있는 또 다른 개념을 타고 흘러가서 학습내용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심지어는 현재의 교육시스템에 속하지 않는 내용을 알아내려고 머리를 굴리고 있으니 능력의 경중과 무관하게 성적은 바닥을 면키 어려웠습니다. 마치 싸이클 선수가 열심히 역기를 들어가며 팔뚝만 키우고 있는 모습이라 할까요.


혹시 Z는 현실적인 교과과정으로 묶어둘 수가 없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가치가 없는 수많은 잡학지식을 밤 새워 외우기보다 정규교육과정의 영양가있는 지식으로 그 명민한 두뇌를 살찌웠더라면, 아니 최소한 그런 필수영양소와 같은 지식이 들어갈 두뇌속의 공간을 조금이라도 남겨 두었었더라면 Z의 십대는 실제보다 훨씬 더 빛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우리의 아이들도 얼마 정도는 Z와 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우선은 지식의 적합성이나 사태의 경중을 파악할 수 있는 경험이 부족하기도 하고 자신의 학력수준이 어느정도인지 인식하지 못하는것도 문제가 됩니다. 또한 자신 스스로가 살아가고 싶은 인생의 길을 도무지 찾지 못한다는 것도 어느정도 관련이 있겠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저 한 눈에 좋아보이면 무조건 돌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예인을 향한 맹목적인 사랑에 빠지는 것과 똑같은 논리로 무조건 세계적인 석학을 꿈꾸기도 하고, 턱없이 부족한 자신의 실력과 나태함은 도외시한체 감히 범접하기도 어려운 수준의 텍스트를 읽어나가며 아리송해 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성적표를 윤택하게 하고 든든한 진학성적을 지향케하는 영양만점의 지식보다, 당장 눈에 먹음직한 플라스틱 쪼가리들을 낼름낼름 집어 삼키는 경우가 허다한가 봅니다.  


얼마전 한 학교에 재학하는 두명의 다른 학생들로부터, 두명의 다른 선생님에 대한, 똑같은 내용의 불평을 들었습니다. 분명 두 선생님은 다른 과목을 가르치고 계신데 어떻게 이리도 똑같은 실수를 하셨을까 싶어 실소를 금할수 없었습니다. 선생님을 채용할 때 실수의 유형을 가름해서 결정하는 것도 아닐테고 말이지요. 두 선생님 모두 상당히 실력이 있는 분들로 학생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었는데 학생들이 치른 시험문제를 채점한 후 해설하는 과정에서 정답을 오답이라 설명하는 실수를 하셨다 합니다. 


심지어는 학생 한명이 그 문제와 똑같은 기출문제와 답지를 보여주면서 선생님이 실수하셨다 말하는데도 ‘답안지가 틀린 것이다’라고 응수했다 하더군요. 두 아이들은 억울하게 잃은 점수가 아까워 속상해했고 상식적으로도 말이 않되는 ‘선생님 발 정답’의 어처구니 없음에 허탈해 했습니다. 두 아이들을 위로하며 생각했습니다. 


‘아.. 플라스틱 쪼가리는 인터넷에만 떠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로구나.. 이렇게 잘못된 내용을 고지 곧대로 믿는 착한 학생들은 도대체 어떻게 그 그릇된 지식을 수정할수 있을까? 이건 두뇌를 점유해 공간을 낭비하는 오염물질이 아니라 아예 독성을 뿜어내서 실력을 썩게하는 화학무기로구나..’


아무리 똑똑한 선생님이라 하더라도 심각한 실수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자신의 전공과목, 교수과목에서조차 말이지요. 사실 이건 선생님의 실력문제가 아니라 교육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할수 있는 병가지 상사일 겁니다. 다만 자신의 자존심이 아니라 학생들의 정확한 지식을 위해 스스로의 실수를 인정할수 있는가 하는 자질의 문제가 있을 뿐이겠지요. 아이들 앞에서 살짝 망신을 당하기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선생님을 무시하는 아이들은 없을 것이고 오히려 솔직한 선생님의‘자백’에 더 큰 존경심을 가지게 될른지도 모릅니다. 


오염된 자연환경으로 인해 개체수가 줄어가는 동물들은 비단 슴새뿐만이 아닙니다. 맥주캔을 묶어놓는 프라스틱 바인딩에 목이 끼여 기형으로 자라다가 결국 질식사하는 거북이들도 있고 아예 눈에 보이지도 않는 화학물질에 의해 전 개체가 여성화되어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인 물고기도 있습니다. 이 모든 주검과 멸종이 인간의 책임이듯, 적절하지 않은 교육환경 때문에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책임은 우리 어른들에게 있습니다. 부디 눈에 보이는대로 먹어치우는 왕성한 지적식욕을 영양많은 먹거리로 충족시켜주고, 방향을 알지 못하는 아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일에 삶의 가치를 부여하는 우리 어른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Give up the thought of giving up

댓글 0 | 조회 730 | 2021.04.29
지난주의 일 입니다. 몇 아이들로 구성된 클라스에 달랑 한명만 출석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방학이 되다보니 오케스트라 캠프를 간 아이도 있었고 가족들과 여행을 떠… 더보기

Internal? External!!

댓글 0 | 조회 1,207 | 2021.04.14
늦은 시간의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은 한적하기보다는 얼핏 을씨년스럽기조차 했습니다. 아마 진한 겨울비 냄새를 머금은 눅눅한 공기가 처량맞은 감성을 사방팔방 대류시키기… 더보기

코비드19 시대의 공부 - 적극적 숙제완료

댓글 0 | 조회 1,311 | 2021.03.10
자~ 지난 시간에 숙제 준 문제들 다들 풀어봤지? 그 중에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이나 잘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 있으면 이야기 해보자~말은 클라스에 있는 모든 학… 더보기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옵시고..

댓글 0 | 조회 1,286 | 2021.02.23
며칠간의 반짝 Lockdown은 제가 그동안 얼마나 이 세계적인 대재앙에 대해 무디게 살아왔는지를 반성하게 했습니다. 불과 몇 개월전인 작년 말만 하더라도 Cov… 더보기

자작나무를 열다

댓글 0 | 조회 1,378 | 2021.02.11
‘휘바휘바~’혹시 들어보신적 있으신가요?한국의 한 제과회사가 만드는 껌 광고에 등장하는 핀란드어인데, 그 뜻은 ‘좋아좋아’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혹시 나중에 핀란… 더보기

마찰

댓글 0 | 조회 1,154 | 2021.01.13
새해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며칠전.. 아침에 일어나 카페인충전을 하려다보니 제가 아끼는 커피 텀블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같은 커피라도 좋아하는 텀블러에 … 더보기

힐링, 킬링

댓글 0 | 조회 1,401 | 2020.12.23
2차대전이 발발하기 2년전인 1937년, 미국 국방부의 보급품을 담당하는 병참장교였던 ‘폴 로간’ 대령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 동안 최전선의 병사들에게 … 더보기

변해야 할것, 변하지 말아야 할것

댓글 0 | 조회 1,620 | 2020.12.08
1.아침이 밝았습니다.창호지를 바른 네모 반듯한 창문은 하얀 광채를 뿜어내며 어서 빨리 집안으로 햇빛을 들이라고 야단입니다. 그 성화에 못이겨 나무틀 미닫이창을 … 더보기

짝퉁성공, 명품실패

댓글 0 | 조회 2,093 | 2020.11.25
몇 년전인지 계산하기도 쉽지 않은 중학생 시절의 일입니다. 제가 다니던 시골중학교에 새로운 교장 선생님께서 부임해 오셨습니다. 나름 진취적인 성향을 지녔다고 자부… 더보기

힘내라! 중위권~

댓글 0 | 조회 1,351 | 2020.11.10
예상치 못했던 코비드19의 여파로 학습의 뿌리부터 흔들리고야 말았던 2020학년도가 이제 거의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달력의 장수로 본다면 아직 12월 한장이 온전… 더보기

떡갈나무 아래에서

댓글 0 | 조회 1,707 | 2020.10.28
초여름의 공원길을 걸었습니다.한적하게 사브작사브작 시간을 즐기는 산책은 아니었지만 며칠만에 다시 찾아온 여름 하늘은 그 아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신나고 설레… 더보기

코로나 시대의 시험준비

댓글 0 | 조회 1,562 | 2020.10.13
이제 2020년도 10월 중순으로 접어들어 본격적인 연말시험기간에 들어섰습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아이들은 점점 다가오는 연말시험의 중압감을 피부로… 더보기

그대, 알바트로스

댓글 0 | 조회 1,238 | 2020.09.22
십 수년전의 어느날. 발길 닿는대로 남섬을 여행하던 중 더니든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은 커녕 인터넷카페도 몇 개 없었던 그 시절엔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 더보기

너 자신을 알라

댓글 0 | 조회 1,392 | 2020.08.26
세상은 넓고 먹거리는 많다지만 그 다양하고 풍성한 음식들 가운데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음식으로 유명한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화산활동으로 유명한 나라 아이슬란드입… 더보기

남에게 속고 나에게 당하고..

댓글 0 | 조회 1,628 | 2020.08.12
사랑하고 존경하는 지인의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나누던 지난 주말. 한참 이야기꽃을 피워가며 맛나게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띠링띠링 전화가 울렸습니다. 연락올 … 더보기

다시 8월에 서서

댓글 0 | 조회 1,103 | 2020.07.29
어느덧 말도 많고 사연도 많았던 2020년을 두동강내며 term3가 시작되었습니다. 한 학년의 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term2 방학이 끝났으니 이제는 하반기로 접… 더보기

사람은 사람으로..

댓글 0 | 조회 1,486 | 2020.07.15
몇 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엔 나름 큰 충격을 받아서 여기저기에 소문까지 내 가며 우리 아이들을 어떤 방향으로 지도해나가야 할까 모색하느라 고민했었는데요. 사람이… 더보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댓글 0 | 조회 1,294 | 2020.06.24
1960년 5월 11일.아르헨티나의 한 주택가에 눈매가 날카로운 청년들 7명이 서 있었습니다. 초조해보이는 모습들이 아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합니다. 시간… 더보기

긍정의 힘?

댓글 0 | 조회 1,292 | 2020.06.10
‘아직도 거기야?’‘네..’‘헐.. 어쩔려고 그런데니...?’지난 2주간 학생들과 가장 많이 나눈 대화를 요약하면 딱 위의 세 줄이 될것 같습니다. 저는 수업시작… 더보기
Now

현재 슴새는 배가불러 죽었다

댓글 0 | 조회 1,339 | 2020.05.26
대한민국에서 가장 뉴질랜드스러운 땅, 제주도.그 제주도의 북쪽 언저리 푸른 바다에는 ‘사수도’라 불리우는 섬이 하나 떠 있습니다. 작고 아담한 돌섬인 이 사수도는… 더보기

그러면.. 어떻게 살 것인가?

댓글 0 | 조회 2,507 | 2020.05.13
‘Pandemic’은 이제 주변에 차고 넘칩니다. 그야말로 ‘Pandemic’의 pandemic 입니다.누구나 이야기하고 어느 누구도 해결점을 알지 못하기에 이 … 더보기

열심히, 하지만 안 열심히

댓글 0 | 조회 1,508 | 2020.03.25
한마디만 던졌다가는 금방 눈물을 뚝 떨굴것만 같았던 Z가 오히려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왜.. 그럴까요...? 왜 저는 성적이 안 오르는 걸까요?”애먼 창 밖 구… 더보기

바이러스 대첩

댓글 0 | 조회 1,507 | 2020.03.11
요즈음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 말고는 대화의 주제가 거의 없는 일상을 살고 있는듯 합니다. 지인들과의 대화도 ‘몸은 건강하냐’로 시작해서 ‘몸조심해라’로 … 더보기

나는 왜 ‘공부운’이 없을까?

댓글 0 | 조회 1,167 | 2020.02.26
2002년 겨울, 미국의 솔트레이크시티(Salt Lake City).한창 동계올림픽의 열기에 휩싸여 있는 이 도시에서 기적과도 같은 금메달 수상자가 탄생했습니다.… 더보기

‘자기주도학습’은 없다

댓글 0 | 조회 1,031 | 2020.02.12
지인의 가족과 함께 부부동반으로 점심식사를 하러 갔을때였습니다.지금은 자취를 감춘 한 경양식 레스토랑이었는데요. 입맛이 아직 초딩인 저는 누구랑 같이 시간을 보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