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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떻게 살 것인가?

0 개 2,506 김준

‘Pandemic’은 이제 주변에 차고 넘칩니다. 그야말로 ‘Pandemic’의 pandemic 입니다. 


누구나 이야기하고 어느 누구도 해결점을 알지 못하기에 이 시대적 조류는 그저 공기속에 뿌옇게 번져 모두의 입에 만연하며 회자될 뿐 그 이유도 결과도 뚜렷하지 않은 끝없는‘과정’으로만 머물러 있습니다. 이제 뉴질랜드는 초기대응을 잘 한 덕분에 큰 인명피해없이 신규확진자 0명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공항이 폐쇄되고 비즈니스가 난항을 겪고 이웃 얼굴보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시간을 보내기는 했으나 이제 우리는 경보 level2로 접어드는 안정화국면에 들어선 것입니다. 다소 무리수가 있어보이는 정책에 대다수의 국민들이 잘 협조한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집단 지성이라 하던가요. 대중의 공통적인 지성적 화합물이 사회의 변화를 일구어간다는 이론이 있습니다. 과거 우주개발의 전초에 달 여행에 대한 허무맹랑하고도 지극히 논리적인 (나름대로는) 저술들이 활발히 출간되어 대중의 공감을 자아냈던 것이나, 로봇이라는 개념을 창조한 이후 기술적 바탕이 결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찌해서던 자동인형을 만들어내다가 결국 아이언맨이 전혀 상상속의 기계가 아니라는 자각을 하는 시대까지 발전해 온 것은 ‘공학방면 대중지성’의 유명한 사례들로 꼽힙니다.  


그런데 2020년의 집단지성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우리는 결코 과거로 되 돌아갈수 없다’라고 말이지요.


이 말은 Pandemic이 종결되고 난 이후에도 우리의 일상은 지극히 조심스러워서 마치 언제 갈라질지 모르는 2월 하순 강얼음을 걷듯 하리라는 예상입니다. ‘되 돌아갈수 없다’는 선언은 두가지 의미에서 당황스럽습니다. 하나는 그동안 익숙했던 모든 시스템을 포기하고 한시적이라 여기며 억지로 꾸려왔던 모든 사회적, 육체적, 정신적 변화를 영구히 지속해 나가야 한다는 부담감과, 이러한 급진적인 변화가 야기할 미래상이 전혀 그려지지 않는다는 불안감입니다. 어떻게든 적응을 하기야 하겠지만 그 새로이 적응된 사회구조가 우리 각 개인의 일상에 어떠한 변화를 야기하게될런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요. 이러한 사회 전반에 걸친 변화의 조류속에서 공부, 학교, 학습, 교육이라는 다분히 보수적인 개인적, 사회적 활동만 오롯이 제 자리를 지킬수는 없습니다. 


이미 큰 변혁의 기재가 발생했고 비록 한시적이라 했으나 몇 백년동안 지켜져오던 ‘우등생’의 조건 또한 급격히 변화 했습니다. ‘변화될 것입니다’가 아니라 이미 ‘변화했습니다’. 


당장 눈 앞에 닥친 가정 경제의 문제, 직장의 문제등에 묶여 계신 부모님들은 아직 잘 체감하실수 없겠지만 현역 학생들인 우리의 자녀들은 어른들도 적응하기 힘든 급변의 시대를 이제 갓 10년을 넘긴 알량한 인생의 경험치를 방패삼아 헤쳐 나가는 중입니다. 여전히 혼란스러운 선생님들의 인도에 따라서 말이지요. 


그럼 도대체 무어가 그리 심하게 바뀌었다는 말인지 말씀드려야 하겠지요. 


이미 시작된 변화를 간접체험하기 가장 좋은 것은 아무래도 각종 시험이 되겠습니다. 


5월에 예정되어있던 IB final 시험과 Cambridge final시험은 취소되었습니다. 이 두 시험은 각 과정을 공부해온 학생들의 최종 성적을 가름하는 너무너무 중요한 시험인데 Pandemic의 여파로 취소된 것입니다. 연기가 아니고 취소입니다. 이 말은 무언가 별도의 방편을 이용해 졸업생들의 최종성적을 부여하겠다는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그 방법이야 어찌되었던 학생들은 자신의 학문적 성취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객관적 증명이 필요하고 대학의 입장에서는 지원자의 우열을 가려줄수 있는 정형적이고 수치화된 자료가 필요할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IBO와 Cambridge가 선택한 방법은 평소의 성적을 바탕으로 점수를 산정해 부여하는 것입니다. 일부 ‘final 시험전에 지구가 멸망해버렸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해오던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이건 그야말로 청천벽력이 아닐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막판 뒤집기를 노리며 마지막 시험을 차근차근 준비해오던 그 동안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기회 자체가 사라진 것이지요. 특히 이해하기 어려운 학사과정으로 학생들의 원성이 자자했던 모학교의 모과목 같은 경우는 그저 재앙이라는 말로 밖에는 묘사할수 없는 지경에 다다르고 말았습니다. 학생들이 그래도 꾸준하게 수업을 들으며 얼토당토않는 시험문제나마 꾸역꾸역 풀고 앉았던 이유는 Final시험을 잘 치러서 그 동안의 성적부진을 만회할수 있으리라는 희망때문이었는데 그 희망 자체가 사라져버린 것이니까요. 학교는 또 학교 나름대로 고민에 휩싸였습니다. 학생들과 같은 이유로 평소의 성적을 하향조정해 왔는데 그 의도된(?) 저평가를 바탕으로 최종성적이 결정되었으니 학생 개개인의 실망감은 차치하더라도 급락한 입시결과를 어떻게 감내해야 할지 난감한 것이지요. 


취소뿐 아니라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는 시험들도 있습니다.


5월에 시행되는 미국의 AP는 평소의 객관식, 주관식 문제 형식을 포기하고 주관식만으로, 그것도 문제수를 기존의 5문제에서 2문제로 대폭 줄인 새로운 형식으로 시행될 예정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Open book시험이라는 것이지요. 물론 AP시험 자체가 고등학생이 치르는 대학1학년 시험이니 대학형식의 Open book시험을 치른다 해도 굳이 트집을 잡을수는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험과정 중 온라인 자료까지 열람이 가능하다는 것은 부정행위에 특히 민감한 미국 컬리지보드의 정책을 고려해볼때 AP시험 전반에 걸쳐 매우 혁신적인 변화가 있으리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거창한 final 시험뿐 아닙니다. 최근 각 학교에서 온라인베이스의 시험을 치르었는데요. 일부 학교는 Pandemic이전부터 고유한 온라인 Database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큰 무리없이 시험이 진행되기도 했습니다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온라인 시험이 가지는 생경함과 불편함에 대한 여러 자잘한 성토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그 중 가장 많은 학생들이 공감하던 것은 ‘자신의 답을 다시 검토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온라인 시험의 특성상 한 문제 한 문제가 페이지를 넘어가면서 제시되는데 이렇게 순서를 따라가며 문제를 풀다보면 이전 문제에서 실수했던 부분이 기억난다 하더라도 다시 되돌아가 수정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기능적으로 아예 불가능하기도 하고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 문제가 어디쯤에 있었는지 일일이 기억할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만약 기존처럼 종이 시험문제였다면 몇장 뒤로 휘리릭 넘기다보면 한 눈에 척 드러날 것인데 말입니다. 더구나 혹시 문제를 풀며 실수를 하지 않았을까 해서 전체를 다시 검토하는 일은 더더욱 힘들어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그동안 애써서 풀어놓은 답안이 통째로 사라질수도 있기 때문에 감히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는군요. 학생들 중에는 인터넷 신호가 갑자기 끊기는 바람에 시험메뉴에서 튕겨져나와 다시 접속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는데요.. 이건 마치 시험장에서 열심히 문제풀고 있는데 어떤 초인적인 힘에 의해 한 순간에 시험장 밖으로 내던져진것이나 마찬가지라 할수 있겠습니다. 또한 NCEA 시행학교들의 인터널시험은 훗날을 기약하며 연기되었고 그 때문에 각 과목별 연간일정은 뒤죽박죽이 되고 말았습니다. 


만약 2020년의 집단지성이 경고하듯 급격한 변화들이 한시적인 변화로서, 혹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는다면 어찌될까요? 사실상 거의 그럴것으로 예상되기는 합니다만.. 


여러 자잘한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인터넷 수업은 나름 성공적이었고 문제점보다는 잇점이 많은 새로운 페러다임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당연히 학교나 교육부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자신들의 대응책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기에 거리낌이 없을겁니다. 약간의 보완만 거치면 훌륭하게 제 역할을 감당할수있는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완성했다고 여길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Pandemic이후의 교육에도 적극 활용하게 되겠지요. 모든일은 처음 한번이 어렵다고 하던가요. 처음 경험한 상황을 어찌되었던 잘 마무리하고 나면 그와 비슷한 이후의 모든 상황들은 별것 아닌, 극복 가능한 일들로 여겨지기 마련입니다. 이것이 경험의 힘이지요. 


만약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의 교육환경은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요? 예를들어 겨울을 맞이하며 심한 독감이 유행한다 치지요. 그리고 누군가가 독감때문에 목숨을 잃는 불상사가 벌어진다면 전국의 학교들은 아주 쉽게 Lock down을 시행할수 있게 될 겁니다. 해결책도 있고 경험도 있고 자료도 있고 장담점을 모두 알고 있고 무엇보다도 명분이 있으니 집에 편안히 앉아 가르치고 배울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이유는 없을겁니다. 


어떤식으로든 온라인 교육이 대세로 등극한다면 우리는 피부에 와 닿는 몇가지 뚜렷한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겁니다. 


첫째로 온라인 매체는 극단적으로 활성화 될 것입니다. 기존의 사이트나 채널이 유명세를 얻으며 활성화 되는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각 교육과정에 맞추어 실험을 대신해주거나 운동을 가르치거나 Geotrip를 대신해주는 채널들이 만들어질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프로그램들과 교육 기자재들과 사업자들이 우후죽순으로 발을 디밀것이 당연합니다. 


둘째로 교육방법상의 변화가 필연적입니다. 모든 학교 수업들은 온라인 친화적인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유효적절한 모든 자료들이 온라인매체를 통해서만 활용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험방법의 변화는 매우 가시적인 범주에 들어와 있습니다. Marking이 편리하고 종이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수 있으며 출제 및 보관이 편리하기 때문에 굳이 마다할 필요가 없는것이지요. 2019년 NZQA가 온라인시험의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던 사실을 기억해본다면 굳이 Pandemic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온라인시험으로의 전환은 이미 기정사실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동안 일부 사립학교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학습자료의 DATA BASE와 인터넷 연동도 유행처럼 번져나갈것임이 자명합니다. Level3가 시행되면서 많은 식당들이 웹사이트를 만들어 주문을 받고 배달을 하는등 온라인 비즈니스쪽으로 급속히 선회했던 것처럼 오랜세월동안 얼굴과 얼굴을 마주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던 교육이 얼굴과 스크린을 마주하는 것으로 바뀌게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러면 이러한 변화를 목전에 둔 우리의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할까요? 아니,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 변화의 급물살은 차치하고라도 당장 다음주부터 새로이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마음가짐은 과연 어떠해야 할까요?


Lockdown의 지리한 시간을 거치며 우리의 아이들은 나름의 새로운 생활패턴을 구축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널널한 자유시간과 여러가지 상황에 의해 단축되거나 아니면 아예 사라져버린 몇몇 수업시간들.. 그리고 24시간 내내 손만 뻗치면 닿을곳에 놓여있는 전자기기들과 느슨해진 규율덕분에 우리의 아이들은 모바일폰 중독 중증에 치달아있고 남아도는 시간을 어찌할바 몰라 헤메다가 결국 게임 삼매경에 빠질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시험도 있었고 과제도 있었고 나름대로 세워놓은 계획에 의거한 진도도 있었지만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현실과 가상세계의 불완전한 조합은 그 둘중 어느것도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하는 애매한 혼종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스크린을 통해 수업을 하다가 불현듯 돌아앉아 SNS의 문자에 답문자를 올리고 다시 스크린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는 마이크와 화면을 끄고서 자동실행 시켜놓은 게임의 캐릭터가 얼마나 많은 코인을 모았는지 확인해 보는.. 결국 학습과 놀이가 동시에 진행되고 공부시간과 여유시간이 뒤섞여있는 삶을 살았던 것이지요. 그렇다고해서 선이 분명한 삶을 살지 않았다고 아이들을 다그칠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도 충분히 어려운 고충들이 있었으니 말입니다. 체육수업 과제로 산책하는 루트를 GPS로 남겨 선생님께 전송해야하고 피아노 스케일을 녹화해서 음악선생님께 메일로 보내야하는데..  요즘 아이들이 전화기로 게임이나 할 줄 알았지 GPS tracking이 뭔지, 이메일로 전송가능한 용량에 맞추어 비디오를 찍는 방법이 뭔지 아는 아이들은 손에 꼽을 수밖에 없으니 뭐 하나 하려면 복장터져가면서 온갖 신경질을 부리기 일쑤였습니다. 보는 부모도 속 터지지만 정작 본인들은 더할테니 뭐라 타박을 줄수도 없지요. 


이렇게 우리는 생경하고 불편한 6주를 살았습니다. 이제 그 6주 이전의 학교 생활로 돌아가려 하지만 이미 이야기했듯 Pandemic 이후의 삶은 그 이전과는 다를것이라는 여러 예상들이 마음을 더 불안하게 합니다. 2월에 개학 해 한달 남짓 학교를 다니며 새로운 학년에 겨우 적응하나 싶더니만 집에 틀어박혀 한달 반을 살았으니, 그것도 전대미문의 상황에서 말이지요. 이제 학교로 복귀하는 아이들은 5월 중순이 되어서야 2020년 새학년을 시작하는 입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 달력상으론 한 해의 중턱에 다가서고 학사일정으로 본다면 중간을 넘어서는 중이며 시험전까지 남은 시간을 고려해본다면 중간을 훌쩍 넘긴 시간인데.. 이제 다시 시작이라니요.. 아이들이나 선생님들이나 참으로 난감한 지경에 처하게 될 것임이 불 보듯 뻔 합니다. 


이 불안하고도 불편한 현실을 직면하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딱 두가지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 중의 첫째는 '단절'입니다. lockdown의 시간 동안 늘어져있던 몸과 마음에게 이별을 선고하는 것이 바로 그 첫번째 해야할 일인 것입니다. 


며칠전 동부의 한 공립학교에 다니는 학생에게서 놀라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말이지요. lockdown이전엔 80% 중반대였던 성적이 이번 시험에서는 칼로 딱 자르듯 70%로 떨어졌다는 뉴스였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요. 시험을 치르는 방법이나 형식적인 부분도 문제였을거고 주변이 산만한 자기 방에서 정신을 집중해 시험을 치른다는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구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학생 스스로도 인정했듯, 공부를 안했다는 겁니다. 어찌 생각해보면 너무도 당연한 이유겠습니다. 아이는 지난 몇 주간의 스스로를 자책하며 속상해 했습니다. 겉으로야 쎈척 하느라 별일 아니라는듯 심드렁하게 얘기했습니다만 아이들 속내야 목소리만 들어봐도 빤히 드러나는 거니까요. 


그러잖아도 속상한 아이에게 못된 질책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짚불에 기름붓는 격일듯해서 오히려 위로했습니다. 하지만 그냥 ‘다 괜찮아질거야. 너무 걱정하지마’ 라며 책임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위로를 할 수는 없었지요. 


‘그래. 많이 속상하겠다. 듣는 나도 속상한데.. 너가 틀렸던 문제들 보니까 대부분 똑 같은 실수를 하고 있었네. 이거 하나만 고치면 많이 회복될수 있겠어. 물론 이번엔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다만...


자.. 너가 속상하고 후회된다면, 그리고 너 스스로가 잘못했던 일을 깨닫게 되었고 또 다시 그런 경험을 하고싶지 않다면 너는 너 스스로를 비판해야 해. 너 스스로가 얼마나 게을렀는지, 얼마나 생각이 없었는지, 얼마나 건성건성 시간을 보냈는지를 기억하고 아주 작은것 하나까지 모두 세세하게 비판해야 하는거야. 하지만 그 비판의 대상은 ‘지금의 너’가 아니야. 그건 ‘지나간 너’야. 지금 너가 비판을 받는게 아니라 예전의 너가 비판을 받는거야. 이전의 잘못을 깨닫는 순간 너는 이미 새로운 사람이 되었으니 깨닫기 이전의 너를 비판할 자격이 있어. 온갖 실수와 나태함과 무력함을 비판해. 실컷 조롱하고 마음껏 비웃어. 그래도 돼. 이미 너는 다른 사람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결심하면 되는거야. 절대로 비판거리, 조롱거리인 이전의 너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단절입니다. 


비난받아 마땅한 lockdown기간동안의 스스로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그 가상의 또 다른 자아에게 비판의 화살을 날려야 합니다. 상황이, 심적 우울이, 느슨한 규율이 힘을 모아 창조해 낸 결코 원치않았던 ‘이전의 나’가 새로이 시작하는 한 해를 살아갈 ‘지금의 나’를 잠식하지 않도록 철저한 방벽을 쌓아야합니다. 신랄한 자아비판의 화살이 안 아플리는 없겠지만 그 마저도 새로운 시작의 자양분으로 삼는 용기가 필요할 때 입니다. 그러고보니 이게 남 이야기가 아니군요. 농담삼아 이야기하던 ‘화~악 찐자’로 변해버린 거울속의 제 모습을 바라보자니 저야말로 그 나태하고 게으르고 신경질적이던 6주간의 저에게 결별을 선언해야 할듯 합니다. ㅎㅎ


학생들에게 하고픈 이야기의 두번째는 '안목' 입니다. 


만약 우리가 Pandemic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갈수 없다면,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독감에 걸려 콜록거리는 몇 명 때문에 패닉에 휩싸이게 된다면, 그래서 공공장소에 모이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가급적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또 다시 노력해야 한다면.. 당연히 우리 아이들의 학습방법도 변화되어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언제 또 다시 2020년과 같이 자기방 컴퓨터앞에서 시험을 치를 날이 찾아올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니 그렇게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하더라도 이번 계기를 통해 각급학교에서 구축하게된 데이터베이스나 온라인시험 프로그램들을 활용하는 측면에서라도 인터넷베이스의 시험은 거부할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 될테니 말입니다. 각 나라의 내노라하는 컬리지들이 온라인 학교를 설립해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학생을 모집할 수도 있고 이에 발 맞추어 수많은 프로그램 개발업체들이 온라인학습의 요소요소에 적용될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변화를 부추킬수도 있습니다. 특히 뉴질랜드의 현행 교육과정 중 국제학습과정인 IB와 캠브리지의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운영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아직도 Lockdown중인 유럽에 적용되는 온라인 시험을 이제 Lockdown이 끝난 뉴질랜드에까지 적용시킬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변화하는 교육환경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어떠한 방향에 학습의 기준자를 맞추어야할까요? 


그것은 바로 자료중심의 학습입니다. 


상당히 뜬구름잡는 이야기처럼 들릴수도 있지만 우리 부모세대가 지나온 대학시절을 기억해본다면 자료중심의 학습이 무엇인지 바로 감을 잡으실수 있을듯 합니다. 예전 대학시절엔 과목별로 ‘족보’ 라는 것이 존재했었습니다. 몇 학번의 어떤 선배가 남긴 기념비적인 시험답안이라던가 모모 교수님이 주로 애용하시는 시험문제들 모음이라던가 어떤 과목을 완전정복하기 위한 최고의 요약자료라던가 하는 미출판 고급정보들이 그것이었습니다. 그다지 공부를 열심히 하는것 같지 않던 친구도 족보와 함께 2박3일만 고생하면 A학점 받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었고 비가오나 눈이오나 도서관 지정석에 껌딱지처럼 들러붙어 앉아있던 어떤 친구는 족보의 중요성을 간과했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었습니다. 물론 다분히 자료중심의 학습의 잇점보다는 병폐를 보여주는 사례들이긴 합니다만 그 개념을 이해하기에는 적절한 예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온라인 수업이 주류가 되는 세상에는 선별된 고급자료가 가장 중요한 학습수단이 됩니다. 꼭꼭 접었던 선까지 얼기설기 복사되어 읽기조차 어려웠던 종이판 족보와는 달리 우리의 아이들이 수집해야 할 우량자료들은 깔끔한 PDF파일로, 조곤조곤한 말투마저 친절한 유튜브비디오로, 몇 년간 고생해서 만든 노트를 대인배스럽게 투척한 사진파일로 인터넷의 구석구석에 산재해 있습니다. 이제 아이들은 거의 무한하다시피한 자료들 중 자신이 선택한 학습과정에 꼭 들어맞고 자신의 수준에 적절한 자료를 취사선택하는 기술을 수련해야만 할 때가 된것입니다. 자료중심 학습의 반대말은 즉흥적 학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음.. 다른말로 하자면 토론식 학습도 비슷할듯 하군요. 둘 다 장단점이 있습니다만 온라인중심의 수업과 시험과 평가를 고려한다면 이제 학습방법의 패러다임은 자료중심으로 점진적으로 변화하리라 예상됩니다. 이러한 자료중심의 학습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고자 한다면 학생들은 어떤 자료가 자신에게 꼭 필요하고 걸맞는 자료인지 선별해 낼수있는 기준과 안목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자료라도 미국 학교과정을 위해 만들어진 자료를 뉴질랜드 수업에 적용하기 쉽지 않고 아무리 친절한 자료라 하더라도 대학생용 자료를 고등학생 수업에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선생님들께서 준비해주시는 자료들도 차고 넘치겠지만 솔직히 선생님들이 주시는 자료보다 우월한 것들이 넘치는 곳이 인터넷입니다. 이제 우리의 아이들은 자신의 현 수준에 적절하게 걸맞으면서도 자신이 지향하는 미래의 수준까지 시원하게 뻗쳐있는 자료들을 검색하고 찾아내는 기술을 연마해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그야말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학습법을 연마할 시기인 것이지요. 


Pandemic.. 감염병의 전 지구적 유행을 일컫는 말입니다. 이 거대한 질병은 전 지구적인 변화를 낳았고 지속적인 또 다른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어려운 변혁의 시기를 헤쳐나가는 지혜가 우리의 아이들과 함께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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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중위권~

댓글 0 | 조회 1,351 | 2020.11.10
예상치 못했던 코비드19의 여파로 학습의 뿌리부터 흔들리고야 말았던 2020학년도가 이제 거의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달력의 장수로 본다면 아직 12월 한장이 온전… 더보기

떡갈나무 아래에서

댓글 0 | 조회 1,706 | 2020.10.28
초여름의 공원길을 걸었습니다.한적하게 사브작사브작 시간을 즐기는 산책은 아니었지만 며칠만에 다시 찾아온 여름 하늘은 그 아래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신나고 설레… 더보기

코로나 시대의 시험준비

댓글 0 | 조회 1,562 | 2020.10.13
이제 2020년도 10월 중순으로 접어들어 본격적인 연말시험기간에 들어섰습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아이들은 점점 다가오는 연말시험의 중압감을 피부로… 더보기

그대, 알바트로스

댓글 0 | 조회 1,237 | 2020.09.22
십 수년전의 어느날. 발길 닿는대로 남섬을 여행하던 중 더니든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은 커녕 인터넷카페도 몇 개 없었던 그 시절엔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 더보기

너 자신을 알라

댓글 0 | 조회 1,391 | 2020.08.26
세상은 넓고 먹거리는 많다지만 그 다양하고 풍성한 음식들 가운데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음식으로 유명한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화산활동으로 유명한 나라 아이슬란드입… 더보기

남에게 속고 나에게 당하고..

댓글 0 | 조회 1,628 | 2020.08.12
사랑하고 존경하는 지인의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나누던 지난 주말. 한참 이야기꽃을 피워가며 맛나게 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띠링띠링 전화가 울렸습니다. 연락올 … 더보기

다시 8월에 서서

댓글 0 | 조회 1,103 | 2020.07.29
어느덧 말도 많고 사연도 많았던 2020년을 두동강내며 term3가 시작되었습니다. 한 학년의 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term2 방학이 끝났으니 이제는 하반기로 접… 더보기

사람은 사람으로..

댓글 0 | 조회 1,486 | 2020.07.15
몇 년 전의 일입니다. 당시엔 나름 큰 충격을 받아서 여기저기에 소문까지 내 가며 우리 아이들을 어떤 방향으로 지도해나가야 할까 모색하느라 고민했었는데요. 사람이… 더보기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댓글 0 | 조회 1,293 | 2020.06.24
1960년 5월 11일.아르헨티나의 한 주택가에 눈매가 날카로운 청년들 7명이 서 있었습니다. 초조해보이는 모습들이 아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 합니다. 시간… 더보기

긍정의 힘?

댓글 0 | 조회 1,291 | 2020.06.10
‘아직도 거기야?’‘네..’‘헐.. 어쩔려고 그런데니...?’지난 2주간 학생들과 가장 많이 나눈 대화를 요약하면 딱 위의 세 줄이 될것 같습니다. 저는 수업시작… 더보기

슴새는 배가불러 죽었다

댓글 0 | 조회 1,338 | 2020.05.26
대한민국에서 가장 뉴질랜드스러운 땅, 제주도.그 제주도의 북쪽 언저리 푸른 바다에는 ‘사수도’라 불리우는 섬이 하나 떠 있습니다. 작고 아담한 돌섬인 이 사수도는… 더보기

현재 그러면.. 어떻게 살 것인가?

댓글 0 | 조회 2,507 | 2020.05.13
‘Pandemic’은 이제 주변에 차고 넘칩니다. 그야말로 ‘Pandemic’의 pandemic 입니다.누구나 이야기하고 어느 누구도 해결점을 알지 못하기에 이 … 더보기

열심히, 하지만 안 열심히

댓글 0 | 조회 1,508 | 2020.03.25
한마디만 던졌다가는 금방 눈물을 뚝 떨굴것만 같았던 Z가 오히려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왜.. 그럴까요...? 왜 저는 성적이 안 오르는 걸까요?”애먼 창 밖 구… 더보기

바이러스 대첩

댓글 0 | 조회 1,507 | 2020.03.11
요즈음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 말고는 대화의 주제가 거의 없는 일상을 살고 있는듯 합니다. 지인들과의 대화도 ‘몸은 건강하냐’로 시작해서 ‘몸조심해라’로 … 더보기

나는 왜 ‘공부운’이 없을까?

댓글 0 | 조회 1,167 | 2020.02.26
2002년 겨울, 미국의 솔트레이크시티(Salt Lake City).한창 동계올림픽의 열기에 휩싸여 있는 이 도시에서 기적과도 같은 금메달 수상자가 탄생했습니다.… 더보기

‘자기주도학습’은 없다

댓글 0 | 조회 1,031 | 2020.02.12
지인의 가족과 함께 부부동반으로 점심식사를 하러 갔을때였습니다.지금은 자취를 감춘 한 경양식 레스토랑이었는데요. 입맛이 아직 초딩인 저는 누구랑 같이 시간을 보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