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감기 퇴치법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왕년의 감기 퇴치법

0 개 2,397 피터 황

편도선염이 심했던 초등학교 시절, 난 가장 먼저 감기에 걸리는 편에 속했다. 어머니는 한솥가득 보릿잎으로 된장국을 끓여 주셨지만 질기고 깔깔한 잎이 목에 닿아서 정말 넘기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난 보릿잎 된장국을 먹어야 하는 겨울이 오는 것이 싫었다. 


d0cb8d68f1abd75c1f502a5b7aaeab06_1589335017_4057.png
 

어른이 된 이후로 한번쯤은 해봤을지도 모르지만 고춧가루를 탄 소주를 먹으면 감기가 낫는다는 속설이 있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감기가 초기일때 한 두잔 마시면 증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추의 맵고 뜨거운 성질이 해독작용을 할 수도 있고 사실 소량의 알코올은 혈액순환을 촉진해서 일시적으로 몸이 가뿐하고 기분이 좋아지게끔 만든다. 하지만 이것은 알코올에 의한 일시적인 효과일 뿐 근본적인 원인치료에는 영향이 없다. 명확하게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오히려 병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여러 속설을 맹신하지 않는 것이 좋다. 더군다나 감기가 한창일 때는 염증이 커질 수도 있고 몸의 기운을 떨어뜨려 감기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술로는 감기를 이길 수도 없고 감기약도 아니다. 


어떤 이들은 ‘나는 원래 술 체질이야. 난 유전적으로 술엔 강해’ 라는 말을 아주 자랑삼아 하곤 한다. 갈 때까지 가는(?) 술 문화는 평소에 우리가 술에 대한 위험성을 너무 모르고 무모하게 접근하는 자세 때문이다. 더구나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낮아서 여성을 위한 술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는 취하지 않는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경험으로는 술을 이기는 사람을 아직까지 본적이 없다.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8도에서 14도 정도 되고 인위적으로 브랜디를 첨가한 포트(Port)나 쉐리(Sherry)는 15도에서 21도 정도로 알코올 도수가 높은 편이다. 달달하고 술술 넘어간다고 얕보다간 한번에 훅 간다.


와인에 있어서 분명 알코올은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밸런스가 좋은 와인이라는 가정하에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향과 맛이 풍성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알코올이 와인의 품질을 측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알코올 도수가 10% 안쪽인 독일 와인도 애호가들이 열광하는 명품와인이 있는 것처럼 알코올은 와인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조화로움(Balance)이다. 포도 품종이 지닌 본연의 과실 풍미, 타닌, 산도, 알코올이 얼마만큼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느냐가 중요하다. 과일의 풍미가 지나치면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고 타닌이 세면 텁텁하게 느껴진다. 산도가 높으면 눈이 찡그려질 정도로 시며 알코올이 세면 향과 맛에서 타는 듯한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무서운 기세로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대해 철저한 이동금지령, 록다운(Lockdown)을 결정한 것은 우리 의료형편에 맞는 적절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마치 이일대로(以佚待勞)의 처세다.《손자(孫子)》의〈군쟁(軍爭)〉편에 언급된다. 원문에 따르면, ‘적군의 기세를 꺾고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격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때는 차라리 상대의 기세가 약해지기를 기다리다가 도리어 아군의 기세가 강해지는 때가오면 싸움의 주도권을 차지할 수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상대의 전력이 아군보다 훨씬 강할 때에는 수비에 치중하는 한편으로 전열을 잘 가다듬어 상대가 지치기를 기다린 뒤에 공격하는 전략이다. 


남극이나 북극에 사는 사람들은 오히려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감기 바이러스가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환절기에 감기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갑자기 바뀌는 기온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탓이다. 그렇게 면역력이 떨어진 데다가 낮은 습도로 호흡기가 건조해지면 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해 감기에 걸리는 것이다. 200개 이상의 바이러스에 의해 누구나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경험으로 나만의 감기 퇴치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한가지는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다. 물을 많이 섭취해야 면역작용이 활발해지고 코와 목 점막이 마르지 않아 가래와 콧물의 배출이 원활해진다. 누구나 아는 얘기지만, 충분한 수면, 운동, 균형잡힌 식사, 그리고 스트레스 받지 않기가 면역체계를 돕는 효과적인 예방법이다. 하지만 바쁜 일상 때문에 이 방법에 실패한다면 특정 병원체에 대해 면역력을 키우는 마지막 남은 한 가지 방법은 예방접종뿐이다. 


멈추어 서야만 비로서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마치 세상이 멈춰 선 것같은 록다운 기간 동안의 유일한 걱정은 생존뿐이었다. 하지만 화장지를 구입하는 게 우리 삶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집안에 머무르거나 동네 산책으로 보낸 한달여의 시간을 통해서 우리가 지금까지 살며 누렸던 사치스러움과 풍요로움, 자유, 환경과 건강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일상적으로 누렸던 소소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새삼 느끼고 있다.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게 해줬던 것이 고맙다. 우리가 바쁜 속에서 길을 헤매느라 가장 기본적인 것에도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는 걸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가 문제라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 그렇게 중요할 것 같았던 그 문제들이 사실 별개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결국 위기 앞에 무너지는 사람과 위기 속에서 더욱 굳건해지는 사람의 차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있는 것이 아닐까?


다른 무엇보다도, 어려움속에서 더욱 간절하고 힘이 되는 존재는 가족(家族)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어느덧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딱 좋은 가정의 달, 5월이다. 


바다로 간 산타클로스

댓글 0 | 조회 1,645 | 2020.12.08
숨죽여 가만히 정지해 있거나 심지어 거센 물결에 밀려서 거꾸로 걷는 것 같았던 한 해가 저물어간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거울나라에 가서 붉은 여왕과 손을 잡고… 더보기

개천용(龍)들의 소울푸드, 라면의 정석

댓글 0 | 조회 1,915 | 2020.11.11
영화 ‘넘버 3’의 삼류킬러 송강호는 부하들에게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면서 홍수환이 챔피언이 되고 임춘애가 금메달을 딴 것이 라면을 먹고 운동한 덕분이라고 강조한다… 더보기

테스형(兄)도 모르는 와인 다이어트

댓글 0 | 조회 2,719 | 2020.10.14
다이어트의 역사는 길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탐식이나 비만을 죄악시했고 ‘너 자신을 알라’던 소크라테스(Socrates)는 ‘식욕이 강하면 몸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 더보기

집 한채 값 피노누아(Pinot Noir)

댓글 0 | 조회 2,943 | 2020.09.09
1945년산 1병의 가격이 6억 3000만원에 낙찰된 지 몇 분 후에 1937년산도 예상했던 가격보다 20배 이상의 가격으로 경매되었다. 물론 품질뿐만 아니고 와… 더보기

말(馬)이야 막걸리야

댓글 0 | 조회 1,880 | 2020.08.11
구불구불한 골목의 끝에 다다라서야 간판도 없는 피맛골의 전봇대집에 다다를 수가 있었다. 자리에 앉으면 투박한 양푼에 담긴 막걸리와 이면수구이 한 접시가 자동으로 … 더보기

맥주의 품격

댓글 0 | 조회 1,647 | 2020.07.15
슈퍼마켓 완전정복 (3)겨울철에도 맥주의 소비는 꾸준한 편이다. 기존의 소비자들이 맥주의 ‘청량감’을 즐겼다면 현재는 맥주도 와인처럼 향과 풍미를 음미하며 천천히… 더보기

슬기로운 와인생활

댓글 0 | 조회 1,908 | 2020.06.10
슈퍼마켓 완전정복 (2)이태리 베네치아를 여행하다가 터미널에서 마셨던 에스프레소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버스기사가 장담하는 최고의 커피라는 말을 그땐 믿지 않았… 더보기
Now

현재 왕년의 감기 퇴치법

댓글 0 | 조회 2,398 | 2020.05.13
편도선염이 심했던 초등학교 시절, 난 가장 먼저 감기에 걸리는 편에 속했다. 어머니는 한솥가득 보릿잎으로 된장국을 끓여 주셨지만 질기고 깔깔한 잎이 목에 닿아서 … 더보기

슈퍼에 와인이 돌아왔다

댓글 0 | 조회 3,679 | 2020.03.11
슈퍼마켓 완전정복 (1)슈퍼마켓와인이 진화하고 있다. 5달러부터 시작하는 착한 가격은 물론이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와인회사로 국한되었던 예전과는 달리 30달러이상하… 더보기

음식은 이제 패션이다

댓글 0 | 조회 1,766 | 2020.02.11
솔직하게 말해서 예쁜 건 마다하기 힘들다. 몸과 정신이 함께 건강한 것이 삶의 지향점이 되면서 몸에 해롭지 않은 저염식과 채식주의, 오가닉 푸드는 기본이고 거기에… 더보기

짜파구리와 피 맛의 추억

댓글 0 | 조회 1,917 | 2020.01.15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짜파구리는 짜장라면 짜파게티와 국물라면 너구리가 합쳐진 결과물이다. 뭐니뭐니 해도 부잣집 사모님에게 어울리는 한우 채끝살을 소금, 후추… 더보기

맛과 향의 연금술, 발효의 비밀

댓글 0 | 조회 1,719 | 2019.12.10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볶거나 갈 때 그 향은 정말 강렬하다. 제과점에서 빵을 굽는 냄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향은 막 만들었을 때만 유효하고 시간이 지나면 … 더보기

복분자에 취한 민물장어의 꿈

댓글 0 | 조회 1,614 | 2019.11.12
혹시 동백꽃이 지는 걸 본 적이 있는가? 동백꽃이 지는 건 독특하다. 꽃잎이 바람에 날리거나 시들고 빛깔이 바래서 지는 다른 꽃들과는 달리 동백은 너무나도 멀쩡한… 더보기

봄에 바람이 부는 이유

댓글 0 | 조회 2,912 | 2019.10.08
고혈압으로 평생 약을 드시던 어머니가 쓰러지신 이후로 하루도 병상의 어머니를 떠올리지 않고 보낸 적은 없다.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 마냥 마누카의 하얀 꽃이 바람에… 더보기

소주, 이슬같이 투명한 그대

댓글 0 | 조회 1,669 | 2019.09.11
1991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제 1회 세계주류박람회가 열렸을 때 한국의 국민주인‘희석식 소주’의 출품을 문의했다. 그러나 발효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출품을 거절당했… 더보기

쉬라즈(Shiraz)와 이순신 병법(兵法)

댓글 0 | 조회 1,560 | 2019.08.13
임진년(1592년)이후 7년간의 해전을 통해 보여준 전승무패의 역사는 한국인의 가슴에 신화가 되었다. 승리의 원리는 불리한 상황에서는 질(質)적인 전투력으로 일본… 더보기

전장(戰場)에서 목이 날아간 샴페인

댓글 0 | 조회 1,652 | 2019.07.10
1813년 나폴레옹 전쟁 당시, 러시아가 프랑스를 침략하고 샴페인을 생산하던 랭스(Reims)지역을 점령했을 때 포도밭을 맘대로 약탈하기 시작했다. 남편 프랑수아… 더보기

나의 혈액형은 카베르네

댓글 0 | 조회 1,636 | 2019.06.11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듯이 혈액형이 같은 사람은 같은 종류의 유전인자를 갖게 돼 성격, 행동, 질병이 비슷해진다고 한다. 피는 신선한 산소, 맑은 공기… 더보기

잡종의 생존법칙

댓글 0 | 조회 1,600 | 2019.05.14
와인의 품질은 포도 품종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개성에 크게 지배된다. 결국 품종이 같다면 재배지가 다르더라도 품질 면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할 수 있… 더보기

상식을 깨는 돌연변이

댓글 0 | 조회 1,727 | 2019.04.10
피노(Pinot)라는 말은 솔방울을 뜻하는 프랑스어이다. 그러니 프랑스 부르고뉴의 대표적인 레드 와인인 피노누아(Pinot Noir)는 검은 솔방울이라는 뜻이 되… 더보기

향기(香氣)를 잃으면 독(毒)이 된다

댓글 0 | 조회 1,573 | 2019.03.13
화학약품의 조합으로 실험실에서 와인이 만들어지고 콘크리트 빌딩에서 컴퓨터로 채소와 과일이 만들어진다. 덕분에 우리의 식탁은 향을 잃은 식재료들로 채워져 가고 있다… 더보기

검은 순수 VS 황홀한 지옥

댓글 0 | 조회 1,544 | 2019.02.13
커피와 와인을 마시는 것은 곧 자연을 마시는 것이다. 처음에 이 둘은 약으로 사용됐다. 기원 전 에티오피아 부족들은 커피나무 잎을 씹거나 줄기 끓인 물을 마시며 … 더보기

판타스틱 듀오, 커피와 와인

댓글 0 | 조회 1,574 | 2019.01.16
요즘 카페에서는 커피와 함께 와인이, 와인바에서는 와인과 함께 커피가 메뉴 판 리스트에 적혀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소믈리에나 바리스타들이 실제로 … 더보기

프로세코여~. 아직도 로맨스를 꿈꾸는가?

댓글 0 | 조회 1,533 | 2018.12.12
벼락처럼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는 로맨스를 우린 평생 몇 번이나 해볼 수 있을 까? 어떤 이들은 유치한 드라마 속 이야기 라고도 한다. 삶의 절정을 지나버린 나이가… 더보기

빈치(Vinci) 마을의 천재, 레오나르도

댓글 0 | 조회 1,624 | 2018.11.15
프랑스 VS 이탈리아 (II)이탈리아가 낳은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는 화가일 뿐 아니라 위대한 발명가였다. 자동차, 비행기, 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