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서른 아홉날의 특별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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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서른 아홉날의 특별한 행복

0 개 3,321 오소영

가늘고 긴 몸에 아홉송이 풍요로운 수확을 자랑하며 버거워서일까? 고개가 휘청 구부러졌다.

하얗게 소복을 입은 여인처럼 청순하고 깔끔했다. 다소곳한 기품에 아름다움이 한껏 돋보이는 양난(蘭) 화분.

화사하게 웃으며 내 품에 안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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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어느 수요일 아침이었다.

그 날은 특별한 날. 비록 주름진 얼굴이긴 했지만 어느 때보다 공들여 화장을 했다. 모처럼 꺼내서 잘 다려 손질 해 놓은 한복을 입었다.

우리 고유의 의상으로 애써 한국 여인임을 고집하고 싶었다. 조촐하게 나이먹은 티를 내면서 특별한 날의 품위를 지키고 싶어서였다.

역시 우리한복. 우아해진 자태가 스스로도 반가웠다. 옷이 날개라더니 몸도 마음도 날아갈듯 가벼웠다.

사뿐. 한 발 밖으로 나섰다. 지나가는 미풍이 넉넉한 치마폭에 부드럽게 싸안긴다. 금빛 찬란한 햇살이 흰저고리에 박힌 꽃무늬를 곱게 빛내주었다. 새들의 지저귐이 축하의 합창처럼 귀를 간지럽혔다.

끈끈한 인연으로 아우가 되어준 친구가 멋진 차를 몰고 집으로 왔다. 자주 신세를 지게되는 고마운 친구였다.

“와... 역시 좋으십니다.”

합창단 친구들 몇 분이 먼저와 계시며 반겨 주었다. 글 손을 놓지 않도록 항상 응원을 해 주는 열렬한 팬들. 형님이라 부르며 사랑으로 따라주는 분들이었다.(그래 이런 자리엔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는게 좋구나) 혼자서 슬쩍 해치우지 않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늘 씩씩한척. 그렇긴 했어도 몹시 진이 빠질 때가 종종있다. 나 나름의 늙어가는 통과의례였다. 그럴 때마다 티 내고싶지않아 혼자 조용히 쉬며 재충전을 하곤 했다.

작년 이맘때 쯤이었다. 무료하고 답답한 시간을 그냥 보내기가 지루했다. 취약한 허리가 말썽을 부렸지만 컴퓨터 앞에 쭈구려 앉았다.

습작처럼 시작한 것이 어렵사리 작품 하나가 완성이 되었다. 전에 수필로 발표를 했었던 작품이었다. 소재가 아까워 다시한번 다듬어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수필보다 쓰는 분량이 많아 어려움이 더 컸다. 결국 끝부분은 대충 해 치운것 같아 안타깝지만 완성을 했다. 아마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 이라면 어림도 없는 일.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할 수가 있었다.

작품 하나하나 힘들지 않은게 어디 있겠는가. 그렇더라도 몸 불편한 상황에서 어거지로 해 냈다는 자신만의 자부심이었을까?.

요행이랄지 타이밍이 잘 맞았다. 과감하게 ‘재외동포 문학상’에 응모를 했었다.

저물어가는 인생. 내리막 비탈길에서의 삶. 손 놓고 그냥 살기엔 시간이 아까웠다. 오는 세월이야 막을 수 없지만 맞서서 당당하게 늙자는 오기가 내 안에 늘 잠재되어 있었다. 꿈틀거리는 자존감을 잠재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막상 입상 소식을 들었을 때. 기쁨보다 창피하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무언가를 많이 잘못하고 들킨 사람같아 부끄러웠다.

(괜한짓을 했구나) 자신에게 분노같은게 끓어 올랐다. 누군가가 먼저 알고 말할까봐 겁이났다. 혼자서 조용히 처리하고 말리라. 하루빨리 끝내고 잊고만 싶었다.

내 자신의 한계를 알기에 큰 욕심은 없었다. 단지 한 단계만이라도 승단을 하고 싶었다. 이미 경험했던 같은 자리에서 서성이는 자신에게 화가났던 것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조용히 생각을 했다. 아무렇지 않은 체념보다 한바탕 몸살을 한게 얼마쯤 위로가 되긴 했다. 착각이라고 해도 괜찮다 젊음의 열정이었기 때문이다. 그 것을 잃지 않았음이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3개월이 지난 어느날 시상식 날짜를 알려왔다. 11월 어느 수요일이었다.

매주 수요일은 무지개 노인센터에 나가는 날이었다. 어디 그 뿐인가. 무지개 시니어 중창단 10주년 공연을 꼭 닷새 앞둔 날이기도 했다. 리허설이 있어서 결석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어쩔 수 없이 단장님께 알리고 양해를 구해야 했다. 분에 넘치는 단원들의 축하를 받았다. 민망해서 얼굴이 화끈 달아 올랐지만 고마웠다.

내가 상을 타나는거 맞아? 드디어 실감이 왔다. 작으마한 쾌감으로 설렘같은게 느껴졌다. 좀 더 좋은 상이었다면 어깨에 힘주며 한껏 자랑스러워 했을텐데 . . .

 

“엄마 축하드려요... 장하셔... 인간 승리이십니다”

한국에 나가있던 딸 애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 애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믿기지 않았다.

글을 쓴답시고 그동안 이러저러한 상을 여러차례 타긴 했다. 좋아해서 글을 썼지만 제대로 공부를 한바없기에 아마도 인정을 받고 싶었던게다. 무슨무슨 백일장을 많이도 따라 다녔었다. 그랬지만 한번도 칭찬은커녕 무슨 말을 들어보지 못했었다. 나보다 많이 배운 이이들 앞에서 주눅만 잔뜩 들었을 뿐이었는데 . . .

내게 제일 두려운 독자가 내 아이들이었다. 그들에게 영양가없는 일을 한다는 생각에 한번도 글쟁이 라는 내색은 해 보지도 못했었다.

처음으로 듣는 말에 정말 많이 놀랬다. 드디어 인정을 받는구나. 오래 참아왔던 기쁨이 가슴속에서 솟아올랐다. 새롭게 힘이 났다.

독하고 질긴 집념과 늙음을 헛되이 살지 않는다는 축하의 메세지일 것이다.

삶의 고통도 외로움도 글로 녹여내면서 오직 혼자서 견뎠다. 한마디 불평도 엄살도 없이 어언 이 나이까지 잘 왔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마치 이런 날을 위해서 그토록 글을 썼던가 싶다. 움츠리지 말고 당당하게 그 날을 맞으리라 마음먹었다.

시상식 당일. 오직 나 만을 위해 준비된 자리에서 자랑스럽게 행동할 수가 있었다. 친구들이 진심으로 보내주는 축하를 맘껏 받아드렸다. 그 날 합창단 친구들 축하의 선물이 난 화분이었다. 아홉송이 부티나게 하얀꽃이 눈부셨다. 찐한 감동의 선물이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그 꽃들과 눈인사가 먼저였다. 변함없이 화사하게 웃어주는 그들을 보면서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진다.

나무숲 향기 폴폴 풍기는 사진과 함께 클래식 선율이 감미로운 오붓한 거실. 선물로 주어진 또 하루의 새로움이 환희롭다. 아메리카노 한잔 들고 부지런히도 찾아든 볕발좋은 창가에 앉는다. 화사한 꽃까지 겯드렸으니 제법 카페다운 분위기를 느낀다.

커피를 마실 때마다 마주앉아 즐거움을 나누던 친구들 얼굴이 사뿐히 떠오르곤 했다. 그립고 보고싶은 얼굴들이었다.  

꽃송이 하나하나에 박힌 정다운 모습들. 그 날의 일들이 새삼스럽다. 곱고 예쁘게 늙어가는 멋진 여인들. 함께했던 자리가 그들 때문에 더욱 돋보였다. 

우리 단원 모두의 얼굴들도 떠올랐다. 멋진 추억으로 가슴을 적셔주는 영상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십년 긴 세월 입을 모아 노래하고 고운 단복으로 무대에도 같이섰던 사람들. 시드니로 멜번으로 해외공연을 하면서 즐거웠던 이야기.

꽃과 마주하면 끝도없는 수다가 늘어진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다져진 가족같은 단원들. 모두가 잘 계신지?  . . .

늙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처럼 한결같이 아름답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행복하게 노래를 부르니 서로가 닮아가는 것이리라..

난 마지막이란 단어 쓰기를 싫어한다. 또다시 기회가 없을 것이란 말로 바꾸면서 그 날의 기쁨을 되새겨보니 괜찮았다. 젊은이들과 경쟁한다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던가.

아프게 살아왔던 지난 인생 여정이었다. 잘못살지 않았다는 자식들의 인정이야말로 값진 보람이었다.

한 달 두 달 . . . 절개를 지키는 여인처럼 아홉송이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 그 가녀린 줄기에 어디 그런 에너지가 있는지 부러웠다.

그에게서 지칠줄 모르는 미소를 배우게 되었다.(그래 너를 보면서 웃고 또 웃을께 . .)

내가 그 꽃들을 사랑해서일까? 그들이 내 사랑에 보답을 하는듯 했다. 끊일줄 모르는 정다운 교감으로 늘상 마음이 평화로웠다.

잡념을 멀리 보내고 참으로 행복했다.

특별한 기회에 만난 우리. 난의 일생은 보통 3개월로 알고 있었다. 별난 세속에 갇혀서 힘들어 하는 때에 진정으로 위로가 되어주었다. 긴 시간 백서른 아홉 날을 함께 해 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 . . 

늘상 빈 집을 지키게 되는 외로움에서 따뜻한 사랑의 교감이 그들도 필요했던 것일까?

말이 없는 식물들도 사랑을 주면 오래 싱싱하게 산다는 말 을 실감했다.

 

코비드19. 코로나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휩쓸고 있다. 21세기 4차원의 대단한 세상에 겁도없이 달겨든 괴물이다.

그 누구도 맞서서 싸우는 사람이 없다. 모두가 버블에 갇혀서 힘도 못쓰고 웅크려 숨어지낸다.

언제 터지겠다는 선전포고도 없다. 물론 보이지도 않으니 답답할 뿐이다. 인간을 꼼짝 못하게 해놓고 조롱을 하는듯 마음대로 휘젓고 다닌다. 그 어떤 전쟁보다도 무섭다.

잘난 누구도 못난 나도 똑같이 갇혀사니 이런게 공평인가. 견뎌내기에 조금은 위로가 된다. 코비드가 그래서 왔던가?

세상이 온통 심심함으로 가득하다. 길섶에 피어웃는 꽃들도 봐주는이 없어 심심하다. 바람따라 굴러다니는 낙엽들을 보면서 쓸쓸한 계절을 노래했었다. 그건 사치스러운 감정놀이였다. 지금은  맘껏 뒹구는 그 자유로움마저 부러워하고 있다. 텅 빈 거리. 어슬렁거리는 고양이들도 심심해서 못견디는 표정이다. 모두가 심심하고 권태로운 모습이다.

세상은 정적속에 묻히고 사람들은 영혼을 잃은 것 처럼 안에서만 흐느적거린다. 

내 꽃들이 다 져버린 후에 느끼게 된 외로움이다. 이젠 무엇과 교감하면서 이 지루함을 달랠까? 

특별한 선물 아홉송이 난 꽃들. 백서른 아홉날 긴 날들을 그들과 속삭이며 나는 진정 행복했었다.

 

최고의 축하 선물을 해 주신 합창단원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따뜻한 응원으로 항상 힘을 실어주시는 모든 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코비드19 잘 이겨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뵙길 기대하겠습니다. 우리모두 화이팅!!!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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