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로 살기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언택트로 살기

0 개 2,124 조기조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이 ‘고향의 봄’을 노래한 이원수 선생이 뛰고 놀았다던 천주산에 올랐다. 창원시에서 북쪽에 자리하고 또 온천이 있어서 유명한 북면 온천으로 가는 고개가 바로 천주산 자락이다. 옛 창원읍의 뒷산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움직임을 줄이니 갑갑해서 진달래를 보러 나섰다. 산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산문에 들어서는데 벌써 내려오는 사람이 있어 물으니 꽃은커녕 꽃망울도 이르다는 말을 듣고 아차 했다. 스포일러라고 있다. 영화를 보았다고 자랑하며 미리 줄거리를 말하는 사람. 추리물인 경우 결론을 알고 보면 김빠지고 재미없지 않던가?  

 

힘들여 정상에 올라가봐야 꽃은커녕 꽃망울도 보기 어렵다 생각하니 올라가기가 싫어진다. 다리도 아프다. 몸은 어찌 알고 오르막을 힘들어하는지? 여기저기를 뒤적이며 꾸물거리니 낙엽을 비집고 올라온 작은 꽃들이 보인다. 이들을 찍었다. 산수유를 닮은 노오란 꽃이 있어 알아보니 ‘히어리’ 꽃이란다. hearer말고 hearee라고 생각하나 사전에 없다. 히어리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그리 높지 않은 638미터의 천주산 용지봉 북녘비탈은 온통 진달래 밭이다. 심심산천에 불붙는 모습, 울긋불긋 ‘꽃대궐’을 이룰 진달래 꽃눈이 자라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담는 것도 좋겠다 싶어 많이 찍어왔다.

 

그것도 운동이라고 저녁에 깊이 잠이 들었다가 이른 새벽에 깨었다. 방금 막 카톡방을 탈퇴한 한 지인의 이야기로 무겁다. 100명 정도가 듣는 학원을 운영하는 그는 힘들어 했다. 월세내고 나면 강사 인건비도 주기 어려웠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휴원을 하고 있으니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단다. 은행도 대출을 해주지 않으니 영세사업자 돕는다는 보도는 정치 쇼란다. 파산신청을 할 수 밖에. 누가 인수해 주면 운영을 도와 주겠다하지만 언택트로 가는 이 마당에 누가 나서겠는가? 그는 먹고 살 길이 막막하여 스스로 격리를 자처하는 것이다. 콘택트(contact)를 막으니 언택트(untact; 비대면; 非對面)를 대비하지 못해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런 고통 없이 사는 서민이 얼마나 될까. 이 재난이 길어지면 이게 바로 대공황(大恐慌) 아니겠는가? 

 

라디오에서 들리는 사연에 또 먹먹하다. 전 직원을 불러놓고 한 달간 무급휴가를 해야겠다며 말끝을 흐린 사장님, 모두들 울음바다가 되었단다. 한 달 후면 다시 일할 수 있을까? 일은 고됐고 월급 좀 안 올려주나 하고 생각했는데, 오늘에야 그동안 제 때에 꼽히던 월급으로 먹고 살았음을 알았기에, 그 고마움을 생각하며 눈물샘이 마르도록 울었단다. 제발 한 달 후에는 다시 일 할 수 있기를 빈단다. 그러나 앞이 안 보이니 이를 어쩌나? 코로나로 얼마나 많은 가정이 파괴될는지 생각하니 이게 핵폭탄이다. 등산길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김밥에 물병들고 나선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돈 안들이고 건강 챙기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등산길이 혹시나 하는 불안에 이제 서로 거북스럽다. 그래도 때가 되니 벚꽃은 망울을 터뜨린다. 매년 3월 마지막 금요일 밤에 시작하는 진해 군항제도 올해는 이미 취소했다. 매년 내방객의 기록을 갱신하려던 군항제였는데 주민들은 제발 오지 말아 달라고 애원이다. 야박(野薄)하다 싶지만 그 마음 알고도 남겠다. 안 오는 게 도와주는 거라니.....

 

내가 이사장으로 봉사하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도 서면(書面) 이사회를 열었다. 의안(議案)을 집에서 검토하고 가부를 결정해 서면으로 제출한다. 언택트로 하는 것이다. 토론은 사라지고 참신한 아이디어는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모두들 가능하면 집에서 일하거나 공부하고 나가지 말라하니 갑갑하기도 하고 스트레스가 쌓일 것이다. 그래서 인터넷 도박에 빠질까 우려한다. 건전한 인터넷 게임도 있지만 하다보면 그만두기가 쉽지 않고 중독(中毒)이 되는 수가 많다. 바이러스 감염 우려가 없는 가족끼리는 열린 공간인 거실을 독서실처럼 함께 사용하면 졸거나 게임에 중독되는 일을 막을 것이다. 요가매트를 사서 함께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좋다. 홈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다. 가족이 제각기 맡은 일과 공부를 하고 시간을 정하여 집에서 영화나 특집프로를 함께 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가족 간에 대화하고 사랑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다. 최대한의 사회적 격리와 백신의 개발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빨리 종식시켜야 경제위기를 면할 것이다. 백신이 충분하게 보급될 때 까지는 격리와 마스크 말고 대안이 있겠는가? 만나서 교류해야 하는 사회적 동물들이 언택트라는 초유의 시련기에 있다. 사람들이 단식이나 묵언정진(默言精進)으로도 심신건강을 챙겼다하니 눈 딱 감고 즐겨볼 일이다.

 

미나리꽝

댓글 0 | 조회 2,001 | 2021.04.13
술을 즐기는 사람들은 속풀이나 해장국으로 복국을 즐겨 먹는다. 요리사가 피를 뽑아 물에 잘 헹구어 해독을 한 복을 삶아 두었다가 국물에 삶은 복 덩어리를 뼈째 넣… 더보기

변종 바이러스

댓글 0 | 조회 1,062 | 2021.03.24
그땐 컴퓨터 바이러스가 호흡기로 옮고 그 백신이 알약이나 주사약인 줄로 알았다. 요즈음, 호흡기로 옮는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것이 조직에도 붙고 사회에도 번진다는… 더보기

가족, 그 고귀한 선물을

댓글 0 | 조회 1,588 | 2021.02.23
지역의 한 방송에서 설날에 나갈 멘트를 해 줄 수 있겠느냐고 해서 감히 영광이라고 했다. 독후감처럼, 감명 받은 책의 구절을 소개하고 사람들에게 할 말을 덧붙이라… 더보기

먼 나라 어느 시장의 연설

댓글 0 | 조회 1,679 | 2021.02.10
지구 반대편에 있는 말과 글, 입고 먹고 사는 것이 전혀 다른 어느 도시, 시장의 시정연설을 들었다. 다함께 잘 사는 내 고장, 다함께 잘 사는 우리나라를 넘어 … 더보기

솜바지를 사고, 또

댓글 0 | 조회 1,656 | 2021.01.27
2년 전 겨울 들며 솜바지를 샀다. 거위 털, 오리털이 아닌 인조 솜이다. 10만원을 주고 3개를 사고도 돈이 남아, 이건 싸구려구나 했는데 입고 나가도 촌스럽지… 더보기

더불어!

댓글 0 | 조회 1,264 | 2021.01.12
세 가지 거짓말이라고 있었다. 세상이 변하니 이제는 안 맞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상당기간은 통했다. “장사가 안 남기고 판다. 노인이 빨리 죽고 싶다. 처녀가 시… 더보기

김치 예찬

댓글 0 | 조회 1,000 | 2020.12.22
김치 없이 살 수 있겠는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같지만 김치 없이는 살 수 없을 것 같다. 이쯤 되면 중독이라 해도 심한 중독이다. 나는 쌀밥에 젓갈과 김… 더보기

어느 일간지의 자살을 보며

댓글 0 | 조회 1,376 | 2020.12.08
이 1896년이다. 이 보다 25년 전인 1871년에 처음 생긴 일간신문 솔트레이크 트리뷴(The Salt Lake Tribune)이 150년 만에 2021년부터… 더보기

홍합 우려먹기

댓글 0 | 조회 1,509 | 2020.11.24
손님이 북적이는 한 중국집은 얼큰한 짬뽕을 시키면 홍합을 껍데기 채 수북이 얹어 준다. 알을 까서 넣었다면 별로 표가 안 날 것이 인심 좋고 넉넉해 보여 사람들이… 더보기

랜선 이모, 랜선 국민

댓글 0 | 조회 1,044 | 2020.11.10
정보기술을 공부하고 가르쳐 온 내가 ‘랜선 이모’란 말이 회자되는 걸 보고 적잖이 놀랐다. 무슨 말인지 몰라서 누가 물어보기 전에 얼른 찾아보고는 뒤로 나자빠질 … 더보기

레몬과 멜론

댓글 0 | 조회 1,345 | 2020.10.29
나이 탓인지 어떤 물건이나 이름, 단어가 가물가물하면서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있다. 독립영화제로 유명한 선댄스 영화제를 만든 사람, 로버트 레드포드는 입에 돌기만… 더보기

AESA 레이다 파동

댓글 0 | 조회 1,844 | 2020.10.13
중학생 때 광석검파기라는 것을 조립했다. 전원이 없어도 리시버를 통해 모기소리처럼 들리는 라디오 소리를 들으며 나는 전파라는 것에 고마워했다. 다른 방송 채널로 … 더보기

마스크 사피엔스

댓글 0 | 조회 1,132 | 2020.09.22
융합(融合)이라는 말과 수렴(收斂)이라는 말을 생각해 본다. 영어로는 컨버전스(convergence)로 통하지만 물질이나 정신 등이 합하여 새로운 하나가 되는 것… 더보기

틱톡소리

댓글 0 | 조회 1,027 | 2020.09.08
“시계는 아침부터 똑딱똑딱 언제나 같은 소리 똑딱똑딱 하루 종일 일해요, 쉬지 않고 일해요.” 이 노래를 놀림노래로 부르면 ‘똑딱똑딱’만 반복되는 느낌이다. 째깍… 더보기

MLCC(적층 세라믹 커패시터)

댓글 0 | 조회 1,287 | 2020.08.25
삼십 촉 백열등이 그네를 타는 목로주점 흙바람 벽엔 그녀와의 사랑이 켜켜이 묻어있다. 그때 지리산 계곡의 우리 집에선 물방앗간에서 돌리는 수차에 횟대를 연결해 발… 더보기

젓가락 예찬

댓글 0 | 조회 1,374 | 2020.08.11
조그마한 몸뚱이 위에 철길 같아 보이는 긴 두 줄이 있어 그게 무어냐고 물으니 젓가락이라 하더란다. 그림을 잘 그리는 어떤 사람이 한 스님의 인상을 스케치해서 준… 더보기

스마트로 가는 중소기업

댓글 0 | 조회 1,029 | 2020.07.29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업 종사자의 87.9%가 일하고 있다(2014년 기준). 중소기업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장·발전하… 더보기

데이터 댐

댓글 0 | 조회 1,548 | 2020.07.15
그랜드 캐년을 보고 남쪽에서 라스베이거스로 오는 길엔 후버 댐을 건넌다. 콜로라도 강을 막은 후버 댐의 콘크리트 둑이 바로 길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댐 아래로 … 더보기

NAVER, 나베르 아닝겨?

댓글 0 | 조회 1,274 | 2020.06.23
G2, 미국과 중국이 겨루고 있다. 무역적자가 큰 미국이 그 원인과 해소 방안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중국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중국이 미국에 많은 물건을… 더보기

공인인증서

댓글 0 | 조회 1,965 | 2020.06.09
서류에는 서명 날인을 하는데 도장이 없으면 지장(指章)을 찍었다. 그러다가 어느 사이, 서명(사인이라는 signature)으로 인증이 가능했다. 그래도 중요한 문… 더보기

페르소나(Persona)

댓글 0 | 조회 1,589 | 2020.05.27
J.C. 페니가 파산신청을 했단다. 그럴 때가 온 것이다. J.C. 페니는 텍사스 주의 근교 북부인 플레이노에 본사를 둔 미국의 백화점 체인이다. 이 회사는 미국… 더보기

아마존의 서비스 정글

댓글 0 | 조회 1,496 | 2020.05.12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더니 책도 서점도 없이 책을 팔아먹은 최대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 닷컴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새 책은 물론 헌책도 사고 팔 수… 더보기

OLPC로 날아라!

댓글 0 | 조회 1,801 | 2020.04.22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등교를 못하고 지난 4월 20일 초등학교 까지 모두 온라인 강의를 시작하였다. 입학식을 못한 신입생은 화면에서 처음 선생님을 보는 것이다… 더보기

인간 정보시스템

댓글 0 | 조회 1,832 | 2020.04.15
정보시스템이란 말이 대단하게 먹히던 때가 있었다. 기업의 정보시스템을 경영정보시스템이라 했다. 정보시스템 앞에 단어를 붙이면 거의 다 통했다. 생산, 마케팅, 재… 더보기

현재 언택트로 살기

댓글 0 | 조회 2,125 | 2020.04.08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이 ‘고향의 봄’을 노래한 이원수 선생이 뛰고 놀았다던 천주산에 올랐다. 창원시에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