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공유와 오픈 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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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

정보 공유와 오픈 소스

0 개 2,081 안호석

2020년의 첫번째 텀이 끝나가고 있지만, 전 세계 모든 시스템은 마비된 것 같다. 20년전,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넘어가면서 전 세계적으로 걱정했던 Y2K, 컴퓨터 연도표기 오류로 인한 대혼란, 그리고 이와 관련된 바이러스 등 악성 소프트웨어 문제로 인해 금융, 교통, 에너지 등 국가 핵심 인프라에 문제가 생겨 재난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준비를 통해서 걱정했던 것 보다 무난히 지나갔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로부터 20년 후, 컴퓨터 바이러스가 아닌 생물학적 바이러스 문제로 전 세계가 마비되었다. 

 

다른 국가들보단 훨씬 경미한 상황이지만, 뉴질랜드도 벌써 두 자릿수 확진자가 발생했고, 학교 폐쇄까지 검토하는 등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은 많지 않지만, 모임을 자제하는 등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임은 분명한 듯하다.  

 

지난 2월부터 한국은 중국, 이란, 이탈리아와 함께 가장 위험한 국가들 중 하나로 인식되었고, 이로 인해 여행이나 출입국 등의 재제를 받아왔다. 반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초기, 중국 다음으로 위험해 보였던 일본은 리스트에서 빠졌다. 심지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지금도 일본은 본인들은 세계 지도에서 빠져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과연 중국과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그 곳은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안전한 곳일까? 

 

수치상으론 그렇게 보이지만, 전세는 역전되는 모양새다.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지만, 한국은 확진자 수는 줄어드는 추세이며, 격리 해제자는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여전히 “과연” 이라는 단어를 지울 수 없다. 필자는 그 이유들 중 하나로 정보 공유를 꼽고 싶다. 

 

여러가지 정치 사회적인 논쟁들은 차치하고 생각해보면, 다른 나라들과는 대조적으로 적극적인 검사와 정보 공유로 확산을 막으려 했던 정책은 초기에는 한국이 위험하다는 인식과 함께 한국인들의 불편을 초래했지만, 지금은 WHO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한국식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팩트이다. 여전히 일본은 인구수 대비로 한국의 2%도 안되는 검사만 진행하고 있다. 특히 양국의 이런 대조적인 정책은 로보틱스 연구를 해온 필자에겐 데자뷰처럼 다가온다. 

 

로봇 개발에서 가장 어렵고 많은 시간이 필요한 과정은 시스템 통합이다.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로봇을 움직이기 위한 바퀴, 물체를 잡기 위한 팔과 손, 상황을 인식하기 위한 카메라와 센서 같은 다양한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하드웨어들을 컨트롤하고, 이 들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사용해서 정보로 만들어내는 인공지능 같은 소프트웨어도 필요하다. 또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미들웨어도 필요하다. 하지만 시스템 통합을 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미들웨어에 모두 능통한 전문가가 필요하다. 

 

또한 로봇마다 사용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다르기에 보통은 연구자들이 본인들만의 혹은 작은 연구팀 단위로 독자 솔루션을 개발해서 사용해왔다. 하지만, 더욱 고도화된 시스템을 위해서는 더욱 다양한 솔루션들이 합쳐져야 하고, 이런 독자적인 솔루션들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인식한 스탠퍼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 연구진들이 자신들의 소프트웨어와 PR1이라는 로봇의 통합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던 차에 2008년경 윌로우 게라지(Willow Garage)를 비롯한 20여 대학 및 회사 연구원들이 합세해서 PR2 로봇을 위한 오픈 소스 솔루션인 ROS(Robot Operating System)를 개발했다. 그리고 지금은 전 세계 로보틱스 연구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로봇용 오픈 소스 솔루션이 되었다. 

 

오픈 소스란 어떤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 필요한 설계도나 프로그램 코드를 누구나 접근해서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삼성이나 애플이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지적재산권을 특허로 등록해서 타 기업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과는 다르게, 누구나 열람을 해서 사용 및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픈 소스 정책이다. 물론 모든 오픈 소스 솔루션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보의 공유 측면에서는 매우 상반된 정책이다. (이에 대한 내용은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한다.)

 

이런 흐름에 맞춰서 한국에서도 국내 기술 개발이라는 목표 하에 오프로스(OPROS)라는 한국형 로봇 오픈 소스 솔루션을 2010년에 공개했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용자들을 끌어들이는 데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대부분의 한국 연구자들은 오픈 소스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되고, 세계적인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한국에서 개발된 많은 로봇들을 전 세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ROS 등의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로봇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일본도 비슷한 시기에 Open-RTM이라는 일본형 로봇 오픈 소스 솔루션을 공개했다. 그리고 비슷한 이유로 대중화에는 실패했다. 일본에서도 연구자들이 ROS쪽으로 이동했지만, 쯔쿠바 과학단지를 거점으로 하는 많은 일본 연구자들은 아직도 이 솔루션을 고집하고 있고, 오픈 소스 커뮤니티에서 한국 연구자들에 비해 기여도가 낮다. 일본 특유의 장인 정신을 칭찬할 수도 있지만, 변화에 둔감한 대처는 빨랐던 일본 로봇 기술 발전 속도에 제동을 걸었다. 

 

정보를 공유하고 오픈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 그리고 문제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지 않거나 생산하지 않는 것. 과연 정보화 시대라고 말하는 것도 오래전 얘기인 듯한 이 시대에는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지는 생각해 볼만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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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별 인구 백만명 당 COVID-19 검사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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