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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 가운데 “먹거리” 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특히 밭과 들에서 나오는 기본 작물에 대해 어떻게 하면 최대한의 수확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개인은 물론 각 나라들도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가운데 국민 생활에 중요한 전략적 농산물에 대해 각 나라 정부는 특히 더 관심을 가지고 정책적으로 많은 전문가를 두어 수요와 공급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 농산물 관리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수확량(공급량)의 예측이다.
전문기관들이 주요 농산물 별로 그 씨 뿌리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싹이 나는 비율, 성장속도, 결실 그리고 수확 가능한 수량 등 성장 Cycle을 단계별로 예측하고 그 예측과 실제를 비교 분석하며 정기적으로 꼼꼼하게 점검한다.
이에 더하여 비료공급, 병충해 상태 그리고 강우량 등도 조사하여 수확량을 수시로 수정/ 예측한다. 한 예로 최근 파키스탄과 아프리카 지역의 구름 같은 메뚜기 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옥수수와 면화 등의 예측 수확량은 수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는 통계가 매우 중요한데 통계는 현장에서 조사된 것이 가장 신빙성이 있다. 농산물 통계자료는 정직하고 사실에 기초해야 하는데 이 통계자료가 정책이나 정치적 목적으로 곧 잘 거짓으로 꾸며 지기도 한다.
필자는 현업 시절 업무관계로 국제적으로 관심을 끄는 전략적 농산물에 관심을 갖은 적이 있었는데 우리의 주요 양식이 되는 원맥(밀), 대두(콩), 옥수수, 원당(설탕) 등과 이외에도 부차적으로 관심을 끄는 면화(솜)와 견과류 등이었다. 이들 농산물 관리는 국가 안보차원에서 다루며 때에 따라서는 전략적으로 수요와 공급을 통제하기도 한다.
F.O. Licht라는 통계 전문회사에 가 본적이 있었는데 이 회사는 독일이 한 때 동-서 독일로 갈라져 있을 당시 공산권인 동독과의 국경 근처 Luebeck이라는 고도(古都)에 있었다. 가족 회사로 시작한 이 회사는 각종 농산물 통계를 독특한 방법으로 조사하여 농산물 성장과 예상 수확량을 단계적으로 그리고 정기적으로 발표하여 농산물 예측에 많은 도움을 주었고 정직하고 사실에 기초를 둔 전문적 조사와 발표로 국제적 권위를 자랑했다. 필자도 물론 업무에 수시로 참고했었다.
세계 농산물 주요 생산국인 미국, 호주, Russia(옛 USSR) 그리고 중국 등은 주요 농산물 생산 및 소비국으로 세계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과 가격형성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나라들은 국가 전략차원에서 농산물 자료를 통제-관리하기도 한다.
미국의 Washington DC에 있는 미국 농산부(USDA)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M박사의 안내를 받았다. 그는 식품 공업 기술과 농산물 거래 분야 등은 물론, 국제 정치-전략 분야에 박식하여 막힘없이 자신의 의견을 신나게 풀어가고는 하였다. 자그마한 몸매에 Einstein을 연상케 하는 희끗희끗하고 물결치는 듯한 머리가 반짝이는 눈을 더 날카롭게 하는 분이다. 그는 누구 앞에서나 잎 담배 물부리를 쥐고 앉는다.
그는 독특한 Liberalist이었다. 필자에게 건넨 명함의 직책에는 “USDA농산물 통계 분석관” 이라고 적혀있었다. 담당업무를 묻자, “각국이 발표하는 농업 통계를 분석하며 특히 (당시)USSR의 농산물 통계를 분석하여 얼마만큼 거짓 통계를 발표하는지 그 내용과 배경을 분석해 찾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국 정부의 벼 수확 관련 통계는 신빙성이 약해 한국에 있는 미국CIA가 사람을 현지에 직접 파견하여 조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얘기해 주기도 했다. 한 나라의 통계자료 운영은 이만큼 중요하다.
얼마전, 한국의 통계청이 밝힌 고용관계 통계자료의 해석을 놓고 정치권 사이에서 의견대립이 있었다. 최근에는 우한 Coronavirus의 감염자 수를 놓고 중국정부 당국이 발표한 자료의 신빙성에 대해 말들이 오가고 있다. 여러나라들은 자국의 유익을 위해 통계자료를 은밀히 관리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끝까지 정직하고 사실에 입각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숨기려 하는 유혹을 이기고 사실에 뿌리를 둔 올바른 자료를 공급한다면 각 나라들이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장기간의 통계자료가 드러내는 특성, 즉 추세 및 주기성은 세상사에 어떤 뜻[하나님의 뜻]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해 본적이 있다. 숫자를 다루기 전에 겸허함과 정직훈련이 요망된다. 원래 숫자는 거짓을 모른다.
■ 유 승재 (한민족 한글학교 BOT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