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질병의 감염과 공포에 대하여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바이러스 질병의 감염과 공포에 대하여

0 개 1,745 명사칼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우한(武漢) 폐렴’에 대한 공포가 플라스틱 미세 입자처럼 세계로 퍼져나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적인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는 2009년 신종플루(H1N1), 2014년 소아마비,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2016년 지카 바이러스, 2019년 콩고민주공화국 에볼라 등에 이은 역대 여섯 번째 사례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확증 환자가 여럿 나오면서 감염 예방에 쓰는 마스크와 손 세정제로 한 몫을 챙기려는 자들로 품귀 소동을 겪고, 질병 통제 예방 센터의 움직임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다. 

 

이런 가운데 파생한 괴담, 가짜 뉴스, 유언비어도 급속도로 퍼지는 중이다. ‘우한 폐렴’은 무증상 환자를 통해 감염되고, 죽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공포를 낳는다. 공포의 핵심은 신종 바이러스의 강한 전염성과 치사율이지만 이것을 키우는 것은 “모르는 것이 일으키는 두려움”이다. 대중 매체는 감염의 위험성을 과장 경고하며 모르는 것이 일으키는 불안과 공포를 한껏 키우고 흩뿌린다.

 

신종 바이러스 공포는 어딘가 익숙한 데가 있다. 2002년 11월 중국에서 시작해 동남아로 번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2년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병해 번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통해 사회적 공포를 겪은 터다. 박쥐, 조류, 원숭이, 돼지 같은 동물을 매개로 생긴 신종 바이러스가 질병 감염으로 번지는 것은 이것이 유전자 변이에 능하기 때문이다. 

 

율라 바스는 질병과 면역을 둘러싼 신화와 은유를 탐구해서 뛰어난 통찰력을 담은 문학적 수사와 과학적 사실을 결합한 ‘면역에 관하여’(열린책들, 2016)를 썼다. 그 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인류가 항생제 내성을 가진 신종 바이러스의 감염 질병과 그것에서 파생하는 위험과 공포를 피할 수 없다고 경고를 하려는 것이다. 이 공포에 앞서 먼저 바이러스가 무엇인가에 대해 물어야 한다. 

 

바이러스란 무엇인가?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작은 전염성 병원체다. 이것은 기생하는 숙주에 따라 동물성 바이러스, 식물성 바이러스, 세균성 바이러스로 나뉜다. 바이러스는 생물도 무생물도 아닌 “불활성 유전 물질 덩어리”로 숙주 세포에 기생하는데, 이것은 반드시 살아 있는 숙주 세포 안에서 복제되어 다른 숙주를 감염시킨다.

 

인류는 몸 안에 들어온 바이러스라는 불완전한 정체성과 싸우며 그것을 존재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오늘에 이르렀다. 인간은 신종 바이러스를 받아들이며 - 감염이란 받아들임의 한 형식이다 - 공존과 진화를 꾀하는 종이다. 

 

인류 역사는 우리가 결핵, 천연두, 홍역, 볼거리, 풍진, 조류독감, 인플루엔자… 같은 숱한 바이러스에 면역계 안에서 항체를 만들어 싸우며 진화한 존재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놀라지 마시라, 바이러스는 질병의 원인이자 동시에 인류 생존에 도움을 준 핵심 요소이기도 했다. “간혹 바이러스가 생물체를 감염시켰을 때, 바이러스의 DNA가 그 생물체의 유전 부호의 일부가 되어 그 생물체의 후손에게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 인간의 유전체 중 꽤 놀랄 만큼 많은 양이 그처럼 옛 바이러스 감염이 남긴 부스러기들이다.”(‘면역에 관하여’, 52~53쪽) 바이러스 중 일부는 유구한 세월을 통해 인류 생존에 필요한 부분으로 남았다. 대개의 바이러스는 사람을 숙주 삼아 퍼지지만 우리도 바이러스를 통해 얻은 것을 통해 진화상의 큰 성공을 거두었다. 알고 보면 인간과 바이러스는 공존하고 공생하는 관계다.

 

신종 바이러스는 우리의 영토로 들어와 일자리를 앗아가는 외부자나 이민자로 오해받을 수 있다. 물론 바이러스가 미생물과 같은 우리 안에 있는 ‘비자기nonself’인 것은 사실이다. 우리 안의 세포 숫자는 60조이지만 미생물의 숫자는 그보다 훨씬 더 많다. 우리 안의 타자인 미생물은 우리 안에서 영양을 공급받으며 생존하는 대신 소화를 돕고 비타민 합성을 거드는 등 생존 이익에 부합하는 활동을 한다.

 

“우리 몸은 이미 질병에 반응하도록 프로그래밍되었고 기술로 변형된 바이러스를 통해 변모되었다.”(80쪽) 바이러스는 우리 세포를 질병으로 감염시키고 그 결과로 우리 생명을 앗아간다. 좋든 싫든 자연에서 온 바이러스는 이미 외부에서 온 내부자로 우리 안에서 유전체의 일부로 살아남았다. 우리 몸은 숱한 바이러스의 변이를 겪어내며 공존과 진화를 이루어온 것이다.

 

이 신종 바이러스의 감염 확산을 어떻게 봐야 좋을까?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좋은 두려움은 우리로 하여금 바이러스 감염에 대해 더욱 조심하는 태도를 만들지만 반면 나쁜 두려움은 바이러스와 질병의 원인을 타자에게 투사해 근거 없는 혐오를 확산하는데 기여한다. 역사적으로 타자성과 질병의 융합은 드문 일이 아니다. 이미 신종 바이러스가 중국의 한 지역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 근거해서 비 아시아계 인종에 의한 아시아계 인종을 향한 혐오 사태로 번진다. 

 

혐오는 나와의 다름을 근거로 대상을 차별하고 소외시키는 행위다. 그것의 함의는 한 대상에게 가해지는 따돌리고 집어삼켜 존재를 지우려는 일방적 폭력이다. 이미 여러 나라가 중국인 여행자의 입국을 막는 강제 조치를 취하고, 이탈리아의 한 대학은 중국인은 물론이거니와 한국인과 일본인 유학생의 수강 신청마저 거부했다는 뉴스도 접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염성은 강하지만 치사율은 사스(10%)나 메르스(30%)보다 낮은 5% 안팎이고, 설사 감염되더라도 가벼운 증상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 당장 창문 밖으로 시체가 벚꽃잎 분분하게 날리며 떨어지는 것처럼 가상의 공포를 증폭시키며 곧 죽을 듯이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 장 석주 : 시인, 인문학자 

 

83ac448086ee41b6922fb25ba1bcb7fd_1582675213_1018.jpg
 

 

굴비가 영어로는?

댓글 0 | 조회 6,449 | 2020.12.09
“여보, 당신 피타고라스 정리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어?” 필자가 “불쑥퀴즈”를 아내에게 던졌다. “글쎄, 생각날까 모르겠네, 배우긴 배웠는데 너무 오래돼서..… 더보기

직장 동료를 존중해서 항상 영어를 사용하기 바랍니다

댓글 0 | 조회 3,626 | 2020.06.23
지난 5월 27일 RNZ에 자극적인 기사가 올라왔다. 제목은 ‘English language-only sign at cafe taken down’으로, 번역하자면… 더보기

뉴질랜드 시내버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3,082 | 2020.01.14
머리말2019년 11월 11일 (월요일)과 13일 (수요일) 이틀동안 오클랜드 남동부 지역을 운행하는 버스회사 Go Bus의 East Tamaki and Airp… 더보기

노만남매를 파키스탄으로 돌려보내야만 했을까?

댓글 0 | 조회 3,048 | 2021.05.11
■ 김 무인머리말이 블로그의 주 탐사 주제는 ‘ethnic relations’와 ‘사회주의적 가치의 재발견/부활’ 이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에서 현재 진행 중인 … 더보기

코로나 19 시대, 외계인보다 문어가 더 궁금한 이유

댓글 0 | 조회 2,408 | 2020.10.29
코로나19 시대에 집콕 생활을 하다 보니 넷플릭스를 보는 이가 주변에 많다. 넷플릭스는 미국의 주문형 콘텐츠 서비스 제작업체인데, 재밌는 콘텐츠가 너무 많은 듯하… 더보기

우리는 영원히 이방인일까?

댓글 0 | 조회 2,229 | 2019.09.24
머리말1세대는 백프로 이방인(other)으로 살다 생을 마감한다고 본다. 이는 본인이 뉴질랜드를 얼마나 사랑하고 또 얼마나 많은 키위 친구들이 자기를 아끼는가 여… 더보기

사형수와의 인터뷰

댓글 0 | 조회 2,099 | 2020.05.13
올해 하반기는 ‘사형 확정자의 생활 실태와 특성’ 연구를 위해 구치소와 교도소를 제집 드나들 듯 다녔다. 1997년 12월 30일 집행을 마지막으로 현재 총 60… 더보기

아름다운 손

댓글 0 | 조회 2,002 | 2020.04.15
▲ Inspiringstory "The Praying Hands"​어느날 오후 내 눈 길이 우연히 아내의 손에 닿았다. 그리고 놀랐다. 어느새 굵어진 손 가락 뼈… 더보기

다양한 상속제도

댓글 0 | 조회 1,976 | 2019.11.27
인류역사상 가장 널리 퍼진 상속제도는 부계상속이다. 장남의 특권적 지위를 인정하는 장자상속을 비롯해, 막내아들이 재산을 상속하는 말자상속, 여러 아들들이 고루 나… 더보기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댓글 0 | 조회 1,933 | 2021.08.25
■ 김 무인1차 백신 주사를 며칠 전에 맞았는데 이게 생각보다 후유증이 있다. 콧물에 몸살 증세도 수반되어 sick leave를 내고 집에서 쉬고 있다. 쉬면서 … 더보기

한국은 여기까지다

댓글 0 | 조회 1,858 | 2023.02.01
선조들은 일제의 지배를 받았다. 1902년생으로 그 시절을 생생히 기억하는 외할아버지가 생전에 옛이야기를 많이 들려줬었다. 드라마에서 보는 잔인한 장면과 다른 증… 더보기

리더가 말하는 법

댓글 0 | 조회 1,853 | 2020.05.27
‘리더십=동기부여 역량’… 경청, 칭찬, 보상을 아끼지 말라① ‘경청’하고 인정하는 자세 - 스스로 성장하게 도와준다② 늘 누군가를 ‘칭찬’ 한다 - 우회적으로 … 더보기

그저 그런 사람이 되는 이유

댓글 0 | 조회 1,845 | 2019.05.29
현실만 해결하려는 혁명은 높은 곳에 다다를 수 없어꿈을 가진 학생이 더 큰 열매를 맺듯이 낮은 시선은 작은 결과 낳아머물고자 하면 머물고 날고자 하면 나는 것이 … 더보기
Now

현재 바이러스 질병의 감염과 공포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1,746 | 2020.02.26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우한(武漢) 폐렴’에 대한 공포가 플라스틱 미세 입자처럼 세계로 퍼져나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적인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 더보기

1954년 2월, 한국에 온 마릴린 먼로

댓글 0 | 조회 1,739 | 2019.04.09
매년 2월이면 세기적인 매혹의 헐리우드 스타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M.M)가 떠오른다. 노마진 모텐슨이란 본명으로 가난한 고아로 태어나 195… 더보기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댓글 0 | 조회 1,720 | 2019.06.26
“올해 다들 환갑이라며?” 국어 선생님께서 물으셨다. 원탁에 둘러앉은 우리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네” 라고 답했다. 선생님 말씀 잘 듣던 모범생의 목소리도, 그… 더보기

말 잘하는 리더의 5가지 마음

댓글 0 | 조회 1,707 | 2020.11.11
리더의 말에는 ‘5심’이 있어야 한다. 말이 열매를 맺으려면 씨앗을 잘 심어야 한다. 말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마음(心)이 말의 씨앗이다. 바로 그 씨앗이 좋아… 더보기

지금 당신이 꽃입니다

댓글 0 | 조회 1,680 | 2019.10.22
땅에 쑥 돋아납니다. 해 뜨면 쑥 잎 끝에 보석 같은 이슬방울이 반짝이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자연은 무궁무진무구입니다. 우리의 눈과 마음이 가 닿지 못한 … 더보기

기대하던 영화 ‘미나리’를 봤다

댓글 0 | 조회 1,656 | 2021.03.23
■ 오 길영 충남대학교 교수, 문학평론가기대하던 영화 ‘미나리’를 봤다. 단상을 적는다.- 먼저 간단한 줄거리.“낯선 미국에서 병아리를 감별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 더보기

대통령은 ‘대통령의 말’을 해야 한다

댓글 0 | 조회 1,639 | 2023.05.24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지난 일본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은 윤 대통령의 방미를 가슴 졸이며 지켜봤다.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더보기

나이 들어서는 음•체•미

댓글 0 | 조회 1,628 | 2019.09.10
10대 후반에 학교 다닐 때는 ‘국어•영어•수학’ 과목이 중요하다. 여기서 결판이 난다. 명문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국•영•수가 좌우한다. 진로와 직업은 명문대학을… 더보기

도전 정신으로 훨훨 날으며

댓글 0 | 조회 1,624 | 2020.07.15
매년 11월3일은 학생독립운동 기념일로 지키고 있다고 한다. 이 기념일은 일본 강점 때인 1929년 11월 3일에 광주에서 일본 남학생이 한국 여학생을 놀려 한국… 더보기

역사적인 결정, 초중고 뉴질랜드 역사 교육 의무화 - 역사교육 시리즈 (3)

댓글 0 | 조회 1,611 | 2021.07.14
이번의 역사적인 결정이 있기까지2022년부터 초중고에서 뉴질랜드 역사교육을 의무화하는 정부의 결정은 2019년에 발표되었는데 이는 2017년 노동당의 선거 공약에… 더보기

광주 환벽당

댓글 0 | 조회 1,603 | 2020.06.10
어지러운 세상, 시와 술로 달래던 김윤제의 ‘살롱’한시는 시풍에 따라 당시(唐詩), 송시(宋詩)로 나뉜다. 둘은 비슷하면서 다르다. 당시는 가슴으로 쓰고 송시는 … 더보기

비극이 소극(笑劇)으로 끝나지 않기 위하여

댓글 0 | 조회 1,596 | 2020.04.23
이른바 ‘엔(N)번방 사건’은 여성 특히 아동과 청소년, 여성을 대상으로 성착취를 하고 불법촬영을 하여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방의 다수 회원에게 판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