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年)에게서 소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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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年)에게서 소년에게

0 개 994 김준

코리안포스트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경자년의 첫번째 칼럼을 쓰면서 문득 생각해보니 이 일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햇수로 6년째에 접어들더군요. 그동안 컬럼을 써 오면서 때로는 가슴 뿌듯했던 성공의 시간들을 회상하기도 했고 또 때로는 되돌려감아 다시 한 번 살아보았으면 싶은 후회스러운 기억들에 한숨이 나기도 했었습니다. 저의 손끝에서 창조되는 글이 저 스스로에게 응원과 격려가 되는 긍정적인 자아당착에 빠질때도 있었고 이리 살면 안된다고 호되게 꾸짖는 독한 채찍이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국 독자분들의 유익을 위해 써 내려갔던 글들이 오히려 저 스스로의 유익에 치우쳤던것은 아닌가 싶어 송구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그로인해 정보와 이익을 얻는 바람직한 협력에 조금은 기여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으로 스스로를 격려해봅니다.  

 

1월의 끝머리에 앉아 앞으로 살아갈 330여일을 조망하다보니 지난 시간에 대해 반성하기 보다는 다가올 시간에 더 집중하게 됩니다. 앞으로 살아나갈 하루하루가 어쩐지 조금 막막하지만 동시에 이루어내야 할 과업들의 집합체로 뭉쳐져 눈앞에 버티고 서 있는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할까요. 이제 그 집합체의 어느 구석엔가 숨어있는 실마리를 찾아서 찬찬히 그리고 야무지게 모든 사건과 과업들을 하나하나 풀어내야 하겠지요. 학기가 시작되는 2월이면 학생모집에 힘을 써야 하고 4월이 되면 AP 막바지 준비에 신경을 써야하고 5월엔 중간고사 준비를 서둘러 진행해야 하고...

 

매년 되풀이되는 사건과 과업들을 시기에 맞추어 하나하나 나열해가며 정리하다보니 문득 저에게 허락된 ‘시간’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최초의 우주에서 일어난 엄청난 폭발을 탄생기념 불꽃놀이삼아 시작된 시간이라는것은 측정도 불가능하고 예상도 불가능하며 조정은 더더욱 불가능한 지극히 자율적이고 배타적인 개념입니다. 때때로 ‘흐름’ 이라는 단어로 묘사되지만 세상 누구도 그 흐름을 본적이 없고 모두들 ‘되돌릴수 없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되돌려진 시간속에 살고있는지조차 인식할수 없으니 그마저도 불분명한 개념이 바로 시간입니다. 솔직히 우리 인류는 시간에 대해 알고있는 것이 거의 전무하다 말해도 될 정도이지요. 만약 우리중에 누군가가 세계적인 물리학자와 더불어 한가지 주제에 대해 논쟁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아마 ‘시간’을 주제로 삼는 것이 가장 좋을겁니다. 창피스러운 판정패를 모면하게 해 줄 가장 적절한 주제이니 말입니다. 상대가 아무리 뛰어난 석학이라 하더라도 시간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하는것은 매일반이니 어느정도 말씨름만 잘하면 혹시나 이겨먹을수도 있지 않겠어요? ㅎㅎ

 

우리는 이렇게 시간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사실 시간은 중력과 함께 우리의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여러가지 자연현상중에 현대과학으로 풀어내지 못하는 두가지 개념중의 하나입니다. 그것의 시작이 어떠했는지, 그것이 어떠한 방향과 패턴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그것에 대해 연구하려면 도대체 어디부터 손을 대야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속내를 알수없는 시간의 척도에 맞추어 일상을 살아가고 지난 날들을 반추하고 내일을 계획합니다. 만약 시간이 변덕을 부려 짐짓 모른체 지체하거나 급히 서둘러 앞서간다해도 우리는 그 사실을 알아챌수도, 원래의 속도로 되돌릴수도 없는데도 말입니다. 

 

아무것도 알수 없지만 절대적인 기준인 시간..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의 기본틀이 되는 시간을 고민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미지의 가치이지만 절대적인 힘을 가진 존재이니 그것이 우리의 삶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영향을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할 터이니 말입니다. 마치 그 근원을 알수없는 마법적인 힘을 어떻게하면 잘 활용할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과 비슷하다 할까요? 그리고 이러한 고민은 평범하고 범상한 우리의 문제일뿐만 아니라 뛰어난 두뇌의 힘으로 우주의 비밀을 풀어가는 물리학자들의 것이기도 했습니다. 

 

“시간은 환상이다.”

 

인류과학사에서 가장 모호한 물리량인 시간에 대해 최근들어 몇몇 현대물리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명제입니다. 1900년대 초반 시간의 1차원적 특성 (직선과도 같이 처음에서 끝으로 일정하게 진행하는 특성)과 시간의 개별성 (개개인이 살아가는 시간의 흐름이 개별적이라는 특성) 을 발견하고 확립한 이후 시간은 현대물리학의 가장 난해한 분석대상으로 여겨져왔으며 시간을 해석하려는 갖가지 시도들은 하나같이 실패하고 말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과학자들의 주장은 이전의 실험이나 가설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조금은 더 이해하기 쉽고 조금은 더 구체적이라 할까요. 

 

그들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시간이란 한 차원 위의 존재가 한 차원 아래의 존재에게 상위 차원의 현상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다시말해 상위 차원의 간섭에 의해 하위차원이 영향을 받는 현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차원이야기가 나오니 벌써 한숨을 휴우~ 내쉬면서 ‘뭐가 이해하기 쉽고 뭐가 구체적이라는 거야?’ 라며 짜증을 내실분들도 계시겠지만 사실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럼 조금 더 쉽게 한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3차원의 입체 공간에 살고있는 우리가 2차원의 평면에 살고있는 누군가 (앞뒤 양옆을 인지할 수는 있지만 위아래는 존재하지 않는)에게 공이나 장방형같은 3차원의 입체를 인식시키려 한다면 어떻게해야 할까요? 그 2차원의 누군가가 갑자기 머리를 치켜들고 위 아래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3차원에 눈을 떠 준다면이야 더 이상 바랄나위가 없겠지만 여전히 전후좌우가 우주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도무지 고개를 들어올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방법은 오직 한가지, 3차원의 물체를 2차원의 물체로 바꾸어 그에게 인식시키는 것 뿐일겁니다. 

 

그러니까 그 물체를 촘촘하게 평면으로 아주 얇게 잘라서 - 마치 슬라이스치즈처럼 - 순서에 맞추어 하나씩 하나씩 눈 앞에 놓아주는 수 밖에는 없는것이지요. 그럼 2차원의 누군가는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평면을 순차적으로 인식하고 연결하고 단면의 변화를 정리하여 3차원적인 형상을 인지할수 있게 되겠지요. 한마디로 2차원에 머무르는 사람이지만 3차원의 개념에 눈을 뜬다는 말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상위차원의 개념을 인지하는 순차적 과정에서 과거, 현재, 미래로 나뉘어지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발생하게 됩니다. 

 

네모난 평면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지속적으로 그 크기가 작아지다가 결국에는 한 점에 이르는것을 보니 이 형상은 사각뿔이겠군.. 하는 식으로 인식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2차원의 누군가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하나하나 변화한 것으로 이해했던 평면들은 사실은 3차원의 세계에서는 이미 한꺼번에 존재하고 있는 물체입니다. 다시말해 2차원의 존재에겐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삼분법으로 그 형태가 인지되겠지만 3차원의 우리에겐 한 순간에 인지되는 그저 단 하나의 물체일 뿐인것이지요. 

 

이와 마찬가지로 3차원에 살고있는 우리에게 4차원의 누군가가 4차원의 현상을 설명하려면 이미 처음과 끝이 확정되어 있는 하나의 사건을 순서에 맞추어 하나하나 연결해 보여주는 수 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태어나 성장해서 인생의 굴곡을 겪다가 결국 묘지로 들어가는 모든 인생사가 4차원의 누군가에게는 처음과 끝이 동시에 존재하는 사건이겠지만 3차원의 우리에게는 시간에 따라 점진적으로 변화하는‘삶’으로 느껴진다는 것이지요. 비단 사람의 인생뿐 아니라 한 나라의 역사, 인류의 역사, 우주의 역사마저도 똑 같은 원리로 설명될수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동영상을 편집할때 필름처럼 이어져있는 장면 장면들을 한눈에 볼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할수 있겠습니다. 스크린앞에 앉은 우리는 동영상의 처음과 끝을 동시에 바라보면 전체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지만 동영상 속에 살고있는 누군가는 미래에 어떤일이 일어날것인지 전혀 알수가 없는 것이지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어떤분들께서는 진지하게 반문하실수도 있겠습니다. 

 

‘그럼 당신은 과학적으로 우주라는 것이 운명에 묶여있다고 말하는 겁니까? 우리 개개인, 국가와 지구 그리고 우주 전체의 미래가 이미 정해져있어서 인류의 어떠한 노력이나 희생으로도 이미 결정된 운명을 바꿀수 없다는 말입니까?’

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위에서 설명드린 내용은 한 부류의 과학자들이 주장한 내용을 설명한 것이지 그것이 곧 진리라는 말은 아닙니다. 단지 현재로선 시간이라는 미스테리를 풀어내는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여겨질 뿐이지요. 사실 현대과학의 다른 분야에서는 개인의 인생이나 우주의 역사가 운명론의 굴레에 묶여있지 않음을 주장하는 이론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다중우주론’ 인데요. 다중우주론 안에도 여러가지 다양한 세분화된 이론들이 있습니다만 그 전체적인 맥락은 이렇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타고 자신의 우주를 유영하던 한 개체가 어떠한 선택을 하는 경우 그의 우주는 선택의 가능성의 갯수만큼 나뉘어 각각의 우주를 이어나간다’ 라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축구경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마른 목을 축이기위해 냉장고문을 열었다고 생각해 보지요. 만약 그 안에 물, 우유, 콜라 이렇게 세종류의 음료가 들어있고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마셨다면 이 사람의 우주는 그 선택의 순간에 세가지 다른 우주로 분리되어 각각의 다른 삶을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세가지 우주에 존재하는 동일한 사람은 자신의 우주가 분화된것도, 다른 두개의 평행한 우주에 또 다른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도, 더불어 다른 두 우주의 ‘자신’이 현재 몸담고 있는 우주의 자신과는 다른 미래를 살아가리라는 것도 전혀 알아채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각각의 우주에 존재하는 세 사람은 그저 자신만의 시간을 타고 유유히 흘러가는 것이지요. 이야말로 운명론과는 정반대인,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운영되는 우주를 지지하는 가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엔 이렇게 두가지의 상반된 개념으로 여겨지는 시간에 대한 가설과 다중우주론을 하나로 묶어 인생을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새로운 선택과 결정이 매 순간 새로운 우주를 탄생시킨다. 우리의 인생은 태어나면서 죽을때까지 오직 하나의 길을 따라가지만 그 길은 애초에 정해진 것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선택과 결정에 의해, 또한 우리 개개인과 연관된 모든 우주적 가치들의 영향에 의해 시시각각 변화하며 성장하는 길이다.’

라고 말이지요. 

 

이 분들의 주장을 조금 더 이해하기 쉽도록 다시 말해본다면 이정도쯤 되지 않을까요? 

 

‘사람의 인생이란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그 다양한 가능성의 삶들을 선택할 수 있다. 왜냐하면 매 선택의 순간마다 새로운 가능성의 우주가 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되짚어 말하면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는 인생, 아무것도 결단하지 않는 인생은 이미 그 삶의 길이 운명적으로 다다를 종착지에서 한치도 벗어날수가 없다. 게으른 길은 게으름의 종착지로 우매한 길은 우매함의 종착지로..’

 

우리는 매일 매일, 아니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씩 선택을 합니다. 때로는 이 선택이 자발적인 결단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학교와 사회가 주는 강압적 선택이기도 합니다. 자의든 타의든 선택을 해야만 살아나갈수 있는 일상은, 과학적으로 이야기 할 때, 그 선택의 갯수만큼 새로운 우주를 창조해내는 창조사역이라 말할수 있습니다. 

 

우리는 선택을 통해 새로운 우주의 문을 열고 그 안에 들어가 새롭게 제시되는 인생의 결말을 기대하는 일상을 살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지금 나의 상황과 입장과 지난 과거가 어떠했던지간에 선택에 의한 변화는 전혀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어줄것임이 확실합니다.   

 

혹시나 얼마전 발표된 2019년 시험결과에 만족하지 못하시나요?  

이제 절대로 되돌릴수없는 한 해의 삶이 후회로 가득차 있나요?

게임, SNS, 친구관계등에 발목이 묶여 쳇바퀴도는 삶을 살고 있나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변화의 시점입니다. 변화를 창조할 시점입니다.  

 

확고한 결단으로 새로운 우주를 열고 이전의 우주에서 예정되어 있던 인생의 결말을 뒤짚을 개선의 시간인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마음의 깊은 바탕으로부터 변화와 개선에 대한 열망이 불타오르고 고양된 삶의 목표를 지향하는 새로운 우주를 열고싶다 하여도 바로 눈앞에 버티고 서있는 장애물들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제껏 살아온 우주에 묶일수 밖에는 없습니다. 그 장애물들은 때로는 찐득한 게으름이기도 하고 때로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채지 못하는 부족한 경각심이기도 하며 또 때로는 마음의 소원이 팔다리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의지박약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여러 장애물중에는 정말 심각하게 우리 아이들의 변화를 가로막는 ‘거짓 위로’라는 녀석도 있습니다. 측은지심이 끓어올라 따듯하게 안아주는 ‘공감’의 위로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말고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라 권하는 ‘방치’의 위로가 그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아무것도 꿈꾸지 않지만 ‘그래도 너는 괜찮고 모든일이 잘 될거라’ 말해주는 그 위로가 바로 거짓 위로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거짓위로는 대부분 타인이 아니라 자신이 자신에게 건네는 감언이설 이기도 합니다.  

 

얼마전 짧은 인터넷 동영상을 하나 보았습니다.

 

화면을 가득 채우며 한 눈에 보기에도 과체중인 여성이 등장했습니다. 그녀는 한 손엔 육중한 망치를 들고 얼굴엔 눈을 보호하는 안경까지 쓰고서 자기 발앞에 놓인 체중계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그러더니만 울분에 찬 듯한 목소리로 부르짖으며 체중계를 망치로 때려부수기 시작했습니다. 유리가 깨져 흩어졌고 별로 복잡하지도 않은 체중계 부품들이 이리저리 날아갔습니다. 

 

그녀는 소리쳤습니다. 

‘나는 나야!’

‘네가 뭔데 나를 판단하는거야!’

‘나는 너 때문에 받는 괴로움이 싫어! 나는 이대로도 괜찮다고!’

 

그녀의 과격한 행동은 두가지 측면에서 이해가 가능한듯 했습니다. 첫번째는 그녀가 그 동안 자신의 외모때문에 받았을 스트레스와 억압 그리고 그에 대한 분노. 그리고 두번째는 외모 지상주의의 시류에 울리는 경종..

 

그러나 사실 그녀는 진정한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진정한 문제는 그녀의 과체중도, 사회의 외모지상주의도, 또한 그녀가 겪었던 지난 아픔도 아닙니다. 부수어진 체중계의 정확한 진단도, 그로인해 짖눌렷던 자존감도 아니었습니다. 

 

진정한 문제는 아무리 수십, 수백개의 체중계를 때려부순다 해도 정작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것이라는 잔인한 현실입니다. 그녀가 꼭 다이어트를 해서 세상 사람들의 잣대에 맞추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그녀는 더 건강한 자신으로의 변화를 결심하기 보다는 그 결심을 촉구하는 진지한 충고에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그녀는 절대로 체중계에 잘못을 덮어씌워서는 안되었었습니다. 

 

그런데 이 짧고도 강렬한 ‘어불성설’에 대해 세계의 많은 누리꾼들은 응원과 위로의 메세지를 보냈습니다. 

 

‘당신은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다와요’

‘당신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는 용기가 가상합니다. 응원할게요’ 등등..

 

만약 그녀가 자신의 생활패턴을 바꾸지 않고 지금의 우주에 계속 머물러있다가 심장병이 걸려 죽던지 아니면 당뇨에 걸려 수명을 팍팍 단축한다면 그 때에도 그 누리꾼들은 여전히 그녀에게 잘했다며 응원의 메세지를 보내줄수 있을까요? 

 

혹시라도 자신의 거짓위로가 그녀의 불행을 부추켰다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인정할수 있을까요? 아마 그런 경솔한 댓글에 대해 기억조차 하지 못할겁니다. 

 

토론토대학교 심리학과의 교수인 조던피터슨 교수는 그녀의 동영상을 시청한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녀가 괜찮다구요? 아니요. 절대로 괜찮지 않습니다. 나는 지금 그녀의 외모나 파괴적인 행동을 언급하는것이 아닙니다. 그녀가 괜찮지 않은 이유는 그녀가 어떤 방향으로던지 발전하고 상승할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너무 현실에 안주하라는 충고를 많이 듣습니다.

 

‘괜찮아. 너는 너야. 다 괜찮아질거야. 너는 너대로 훌륭해...’

 

하지만 그런 따듯한 위로를 받고 며칠만 지나면 우리는 바로 깨닿습니다. 바뀐것은 하나도 없고 현실은 절대로 괜찮지 않다는 것을 말이지요. 그녀는 결정했어야 합니다. 어떠한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던지 아니면 그저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감언이설에 속아 계속 컵케익을 입에 달고 살던지..’

 

그렇습니다. 

 

그녀는 오히려 스스로의 아픈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스스로의 병적인 과체중과 그로인해 받았던 온갖 상처들을 되돌아보고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치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방법을 찾아냈어야 합니다. 그렇게 신경질적으로 하루하루 쓴소리를 해주는 체중계를 부수는 대신에 말이지요. 사실 그나마 체중계가 없었다면 그녀는 이미 병원에 누워 약으로 연명하는 신세가 되었을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2020년 1월 1일 0시 0분 1초’가 벌써 한달전의 사건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직도 잉크냄새가 알싸한 달력에서 그 첫장을 찢어낼 날도 며칠 남지 않은것이지요. 우리는,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은 이미 2020년중 한달을 살았고 따라서 우리의 선택과 변화를 통해 새로운 우주를 열고 그 안으로 들어설 기회의 시간은 어느새 한달만큼 줄어들었습니다. 미리부터 서둘러서 불안감에 시달릴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주구장창 한 자리에 앉아서 변해가는 세상을 관망하고 있을 수 만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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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11개월의 시간중 어느 좋은 날. 이제껏 살아온 삶과는 차원이 다른 삶을 소망하며 새로운 우주를 열고 들어서는 선택을 할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격변의 성장기, 매일매일 새로운 변화의 시점에 서 있는 우리의 아이들이 ‘이대로도 괜찮아’ 라는 거짓위로에 속지않고 인생을 고양할 새로운 우주를 열어가는 일에 매진하는 한 해를 살수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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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 | 조회 542 | 2023.05.10
‘제임스 스톡데일’은 미해군의 장교였습니다.그는 베트남전에 참전했었고 불행히도 작전중 월맹군에게 사로잡혀 그들의 포로가 되고 말았습니다. 8년간의 포로생활은 인간… 더보기

저학년 과학공부는 어떻게 시켜야 하나요?

댓글 0 | 조회 653 | 2023.04.26
코비드로 인한 행동규제가 종식된 이후, 뉴질랜드 교민사회에 불어닥친 교육 현상의 변화는 뭐니뭐니해도 저학년 학생들에 대한 교육 열풍이라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 더보기

엄마, 전 유튜브로 공부하고 싶어요 - 2편

댓글 0 | 조회 663 | 2023.03.14
지난 1편에서는 온라인매체와 자료를 이용한 학습이 전통적인 학교, 학원 교육에 진배없는 학습기여도를 보일수 있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기여도는 과목의 … 더보기

엄마, 전 유튜브로 공부하고 싶어요 - 1편

댓글 0 | 조회 931 | 2023.03.01
정비소에서 거의 두 달동안 수리를 받은 자동차가 드디어 돌아왔습니다. 그 긴 시간동안 정비소에서 빌려준 자동차를 타고 다니다보니 제 차가 오히려 어색하고 불편할 … 더보기

Term 1 덕담

댓글 0 | 조회 789 | 2023.02.14
한 해 공부의 시작을 알리는 첫번째 Term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Covid19 여파도 거의 가라앉아서 뉴질랜드의 곳곳이 일상의 리듬을 회복하고 있고 학교 또한… 더보기

GPS와 자리매김

댓글 0 | 조회 607 | 2023.01.31
며칠전 지인의 자녀가 결혼을 해서 식장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지인의 자녀’라 부르기 보다는 ‘조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습니다. 4살 어린아이때 부터 성혼의 … 더보기

젓가락질 잘 해야만 밥을 먹네요

댓글 0 | 조회 3,019 | 2022.12.20
아주 전형적인 한국 아재여서 그런지 저는 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가끔 유명한 사극이나 있으면 몇 편 보다가 그만둘 뿐 여지껏 이렇다하게 정주행을 한 드… 더보기

철부지

댓글 0 | 조회 669 | 2022.11.22
가끔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께서 아직 사리분별이 서툰 젊은이들을 ‘철부지’라 지칭하실 때가 있습니다.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줄 모르고 멈춰야 할 때 멈출 줄을 몰… 더보기

만점받는 시험준비 (2)

댓글 0 | 조회 724 | 2022.11.09
지난호에 이어 이제부터는 기출문제를 풀어가는 실제적인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도록 하겠습니다.우선 해야할 일은 기출문제지를 확보하는 일이겠지요.가장 먼저, NCEA… 더보기

만점받는 시험준비(1)

댓글 0 | 조회 781 | 2022.10.26
2022년이 겨우 두달여 남은 오늘. 사무실 의자에 넋놓고 앉아서 엊그제 선물받은 커피를 갈아 홀짝거리며 농땡이를 치고 있습니다. ‘이제 정말 다 지나갔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