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 꽃을 피우는 사람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사막에 꽃을 피우는 사람

0 개 1,368 김지향

4b624b829a68f0c3d8717e63296eea0b_1576814200_7329.jpg
 

새로 태어난 올해. 생각보다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다. 모든 것이 고마운 한해였는데, 한해를 보내는 마지막 달을 보내면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하루하루가 기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막보다도 더 황량한 우리 집 정원에 선인장 꽃밭을 선물 받게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지향씨, 내가 선인장 꽃밭을 만들어 줄게요.“ 

 

집 주인장처럼 멋지고 세련된 집안 인테리어와 시원스러운 정원을 둘러 보고나서 점심을 얻어먹고 있는데, 꿈과 같은 말을 들은 것이다.

 

넓은 통유리 사이로 계곡의 숲이 그대로 하나가 되어 냉면의 시원함이 심장까지 전해졌을 때,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분별하기가 힘이 들 정도였다. 오래 살고 볼 일이지만, 이렇게 멋진 선물을 받게 될 줄이야!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란 생각이 들 정도로 놀라운 일이었다.

  

사업을 하시는 분답게 추진력이 대단하셨다. 그 분이 말씀을 꺼내신지 바로 다음 날인 어제 아침에 우리 집에 오셔서 정원을 보시는데, 너무 부끄러워서 몸 둘 바를 몰랐다. 하지만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시려는 사랑과 배려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서 코끝이 찡해지기만 했다.

 

벙긋거리면서 행복해 하는 나에게, 그런 나를 바라보는 당신의 마음이 더 행복하시다고 하시면서 받는 기쁨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크다고 하셨다.

 

20년 동안 내가 살아온 과정을 간접적으로 보시면서 말씀은 전혀 하시지 않으셨지만, 지금 내가 무척 행복해 하고 있는 것이 보기 좋으셨나 보다. 그런데다 새로 시작한 에어비앤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진심어린 선물을 하시게 된 것이다. 

 

집의 실내도 중요하지만 정원 또한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정원 관리를 할 줄 모른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우리 부부는 추진력이 없다.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력도 부족하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일을 제대로 잘하지 못한다. 

 

근 20년 동안 살면서도 정원 가꾸기에는 취미를 붙이지 못하면서 살았다. 잔디만 제대로 잘 깎아 주어도 괜찮겠건만, 잔디 깎는 일도 제대로 잘하지 못했다. 어렵사리 잔디 깎는 기계를 사 놓고도 풀숲으로 만들기가 일 수였다. 

  

자연처럼 정직한 것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생명들은 자라나는 것이고 번식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생성과 소멸의 자연법칙이며, 그 자연법칙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다. 그 자연법칙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고 있는 식물들과 함께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 가면서 살 수 있으려면 서로 공유하면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규칙적으로 늘 풀을 뽑아 주면서 정규적으로 다듬어 주어야 서로 윈 앤 윈의 관계를 누리게 되는 것이다. 인간관계라고 별다를까? 

 

 “지향씨. 이젠 오픈하고 살아요.” 

 

근 20년을 파미에서 살았지만, 대인관계에 있어서는 무척 소극적인 삶을 살아온 우리 부부다. 나에게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인간관계에 적극적이지도 않았고, 혼자 놀기를 더 좋아했으니, 그런 내 마음이 상대한테 전해졌을 수도.

 

지난 세월이 그러했으니, 제 2의 인생은 혼자서만 놀기를 그만 두라고 자연이 나에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근 20년 동안 한 동네에 살면서도 마주칠 일이 별로 없었던 분과 소탈한 대화를 나눌 시간이 주어졌으면서,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보았었던 정이 이렇듯 한 순간 하나가 되어 기적을 이루었으니 말이다.

 

 

그 분이 사업에 왜 성공을 하셨는지, 생각과 행동이 하나였기에 가능했었던 일이다. 생각으로 만리장성을 쌓기는 쉽다. 하지만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는 보통 일이 아니다. 뉴질랜드에서 사시는 내내 그 분은 생각을 하면 그 자리에서 실천으로 옮기신 것이다.

 

내가 그 사실을 알게 되는 데는 단 하루라는 시간만이 걸렸다. 내일 당장 하자라는 말씀과 더불어 그 다음날이 되니 이른 아침부터 우리 집으로 이사 올 선인장들을 커다란 박스에 하나 가득 담으셨고, 우리 집에 오셔서 구상을 하고, 재료와 흙을 보러 나와 함께 나가셨다.

 

그 때가 오전 10시 반. 내가 병원에 다녀와야 하기에 오후 3시에 흙과 테두리를 할 재료를 배달해달라고 부탁을 한 뒤 우리는 헤어졌다. 3시가 되기 바로 전에 오셔서 검은 비닐을 깔고 있는데, 흙이 도착했고, 그 비닐 위로 흙은 퍼부어졌다. 

 

생각보다 흙이 적은 거 같아서 더 사오는 동안 관상용 돌들을 사오셨고, 잠깐 사이에 아주 멋진 꽃밭이 만들어졌다. 흙을 다듬는 손길이 보통이 아니었다. 몸을 아끼지 않으면서 흙 위에 무릎을 꿇고 일하시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이 열정으로 이역만리 외국에서 사셨으니, 지금의 성공이 있었겠구나! 란 생각이 들면서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것처럼 살아왔었던 나 자신이 무척 부끄러웠다. 그 분의 넘치는 에너지는 삶에 대한 사랑이었다. 

 

이역만리 머나먼 이곳에 와서 사업을 일으키는 것은 사막에 꽃을 피우는 것과 같았으리라. 사막에 꽃을 피우는 일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가능한 일이다. 그 분은 가능한 일로 생각하고 그 생각 그대로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사막에 꽃들이 가득한 사진을 본 기억이 난다. 생명이 살 수 없다는 사막에 떨어진 꽃씨들이 피어나는 꿈을 간직하고 버텼기에 갑자기 내린 폭우로 자신의 꽃들을 활짝 피워 꽃 천지를 만든 것이다. 꿈을 잃지 않고 간직한 꽃씨들의 놀라운 기적은 우리에게 커다란 희망을 안겨 준다.

  

엊저녁부터 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셔준다. 아름다운 꽃밭을 축복해 주듯이....... 

 

4b624b829a68f0c3d8717e63296eea0b_1576814295_5104.jpg
 

소리 없는 관찰자

댓글 0 | 조회 1,839 | 2020.03.25
COVID19가 남쪽 끝의 작은 섬나라인 뉴질랜드에도 도착했다. 과거의 바이러스와 달리 무척 똑똑한 바이러스로 빠르게 진화를 해가면서 퍼져 나간다.사람의 의식만 … 더보기

연꽃을 닮은 여인

댓글 0 | 조회 1,528 | 2020.03.10
“안녕하세요?” 자매처럼 닮은 두 여인이 우리 집 에어비앤비 손님으로 찾아왔다. 마나와투 골프장에서의 시합 때문에 파미를 찾은 손님이었다. 서글서글한 눈매에 잘생… 더보기

빛은 유리문을 통과 한다

댓글 0 | 조회 1,391 | 2020.02.25
2월 12일, 지난 주 수요일에 이벤트 시네마스에 가서 세 모녀가 함께 영화 ‘기생충’을 봤다.오스카 상 수상을 한 ‘기생충’이 인구 몇 안 되는 작은 도시인 파… 더보기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죽는 법

댓글 0 | 조회 1,385 | 2020.02.12
선인장 꽃밭을 가꾸기 시작한 지도 한 달 반이 되었다. 하루 만에 뚝딱 만들어진 꽃밭이 나에게 많은 기적을 보여주고 있다. 매일 물을 주면서 잡초들만 뽑아 주라는… 더보기

고개 숙인 나리

댓글 0 | 조회 1,266 | 2020.01.28
매주 토요일이면 남편은 한 결 같이 꽃들을 사온다. 꽃 할아버지 농장에서 재배 되는 꽃들이라 늘 알뿌리 꽃들이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아버지의 접붙이는 솜씨 덕분에… 더보기

자식들의 사랑이 다리 되어

댓글 0 | 조회 1,236 | 2020.01.14
새로 태어난 이후로 나는 새로운 인연들을 엮게 되었다. 두 딸들의 짝들과 그들의 부모님과의 소중한 만남이다. 사주에 늦복이 많다더니, 정말 그런가 보다. 늦복이 … 더보기
Now

현재 사막에 꽃을 피우는 사람

댓글 0 | 조회 1,369 | 2019.12.20
새로 태어난 올해. 생각보다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다. 모든 것이 고마운 한해였는데, 한해를 보내는 마지막 달을 보내면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하루하루가 기적이라… 더보기

오랜 지기 친구들

댓글 0 | 조회 1,314 | 2019.12.10
어느덧 파미는 뉴질랜드에서의 내 고향이 되어버렸다. 꽃 피는 산골은 아니지만 거리마다 꽃들이 피어 있는 고요하며 푸근한 도시이다.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 사귄 친구… 더보기

한 지붕 아래 여러 가구

댓글 0 | 조회 1,379 | 2019.11.27
뉴질랜드 생활 20년 동안 좌충우돌 정신없이 세월을 보내다가 보니, 어느덧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다. 정부의 지원과 세월이 아이들을 키우는데 큰 후원자 역할을 했다… 더보기

늘 봄은 아니다만

댓글 0 | 조회 1,174 | 2019.11.13
어느덧 벚꽃들도 다 지고, 훈훈한 바람이 목에 둘렀던 목도리를 훌훌 벗어 던지게 했다.길게 느껴졌었던 겨울도 꽃샘추위의 심술바람까지도 따스한 온기에 묻혀 버렸으니… 더보기

나르시시즘의 화신

댓글 0 | 조회 1,376 | 2019.10.22
완연한 봄날이다. 이런 계절엔 여기저기 짝을 지으려 숲 속이 시끄럽고 분주하다.우리도 이번 주말에 조카가 결혼을 하기에, 오클랜드 여행을 다녀올 것이다. 한국에서… 더보기

네가 있음에 내가 있네

댓글 0 | 조회 1,584 | 2019.10.09
9월 20일부터 사흘 동안 파미에서 9회 NZ National Orchid Expo를 했다. 큰애와 함께 토요일인 21일에 행사장에 가서 전국 곳곳에서 상을 받은… 더보기

독학의 즐거움

댓글 0 | 조회 1,242 | 2019.09.25
“참 좋은 세상이다”돌아가신 할머니처럼 난 요즘 매일 좋은 세상을 찬양하면서 산다. 할머니는 ‘조영순’ 이라는 글자만 읽고 쓸 줄 아셨지만 생활 속에서 독학을 하… 더보기

파격의 미

댓글 0 | 조회 1,369 | 2019.09.10
나는 수필가이다. 하지만 학창시절에 어려워하고 하기 싫어했던 과목 중의 한 과목이 국어였으며, 특히 작문시간이면 고역스럽기 짝이 없었다. 어디 작문뿐이었던가? 고… 더보기

제 2의 인생

댓글 0 | 조회 1,381 | 2019.08.27
죽어야 산다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으면서 살았다. 말 그대로 난 죽음을 통해 새 삶을 얻었다.심장이 멈추면 영혼은 몸을 벗고 새로운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지금 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