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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와 노력

dovejoanna
0 개 1,009 김준

2014 년 11월 24일. 세계 제일의 경매업체인 영국 크리스티 경매장에 희귀한 물건이 하나 등록되었습니다. 물론 당연히 경매를 위해 출품된 것이죠. 하지만 그 물건을 접한 경매사들은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생활이 곤궁하다 하더라도 이 물건 만큼은 절대로 팔아치우지 않을것임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그 물건은 다름아닌 ‘노벨상 메달’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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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왓슨 박사 

출품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리학자인 ‘제임스왓슨’ 박사 였는데요. 그는 생체 유전물질인 DNA의 ‘이중나선구조’를 발견한 공로로 1962년에 34세의 젊은 나이에 세계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있는 노벨생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의 수상은 과학계에서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50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겨우 학회에 이름을 알리고 60대가 되어서야 과학사에 굵직한 한 획을 그을만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는게 보통인데 그 동안 이름도 한번 들어보지 못했던 30대 중반의 새파란 젊은이가 그 큰상을 수상했으니 말입니다. 당연히 그를 둘러싼 여러가지 구설수가 나돌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벨상 수상 이후 그의 행보는 ‘승승장구’ 라고 밖에는 달리 묘사할 말이 없었습니다. 1953년 DNA의 이중 나선구조를 제안한 공로로 하버드대학교 생물학과의 조교수가 되었던 그는 노벨상 수상 이후 정교수까지 초고속 승진을 했고, 이후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 라는 암 전문 연구소의 감독겸 소장으로 40년을 근무했으며 기타 많은 연구소들의 비상근 고문을 역임했습니다. 젊은시절엔 강연스케쥴만 따로 관리하는 비서가 있을 정도였고 살아 생전에 자신이 쓴 책이 대학교 교재로 사용되는 몇 안되는 수퍼스타 과학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며 대학교재 외에도 자서전에 가까운 몇 권의 책들을 집필해서 필독교양서적 리스트에 버젓이 등재했으니... 이렇게 잘나가도 되나 불안할 정도로 유명한 과학자였다고 말할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이러한 모든 명예와 재정적 풍요의 기반이 된 노벨상이야 말로 그에게는 인생의 금자탑이요 평생을 대변하는 상징과도 같았을겁니다. 

 

그런데 왓슨교수는 도대체 왜 이 소중하고 의미있는 메달을 팔려고 했을까요?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재정적인 상황이 매우 나빠졌기 때문이죠. 아무리 노벨상이 중요하고 고귀하다 하더라도 ‘금메달도 식후경’일수 밖에는 없으니까요. 

 

그렇다면 70대 중반에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그에게는 아무런 수익이 없었던 것일까요? 관례상 은퇴한 연구소장은 남은 여생을 비상근 고문이나 감독으로 지내며 연금과도 같은 고액의 급여를 받기 마련인데 말입니다. 

 

네. 없었습니다. 그가 40년간 근속한 연구소를 떠날때 그는 아무런 후속조치에 대한 약속을 받지못했고 그 이후에도 몇 번의 소송을 거치며 재산을 소진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현역에서 은퇴하게 된 이유도 이 소송건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어서 사실 은퇴라기보다는 쫓겨나다시피 했다는 것이 정설인데요. 도대체 평생동안 연구에만 매진해 온 저명한 과학자가 무슨일로 법정에 들락거리고 TV에까지 얼굴을 올리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을까요? 참 어이없게도 그가 휘말린 모든 법적 공방과 가십들은 모두 다 그의 무책임하고 생각없는 발언 (거의 망언에 가까운)에서 기인했다는 사실입니다. 한마디로 몇 번의 말 실수(?)가 유명 과학자의 노년을 무참히 망가뜨렸다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도대체 어느 정도로 심각한 발언들이었는지 궁금하지 않을수 없지요. 해서 몇 가지만 적어보겠습니다. 

 

‘흑인들이 백인과 동일한 지적 능력을 갖췄다는 전제하에 이뤄지고 있는 서구 국가들의 아프리카 관련 정책들은 잘못됐다.’ 

 

‘평균적인 지능지수(IQ)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백인과 흑인 사이의 지능 차이가 있다. 이는 백인과 흑인은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기 때문인데, 인종간의 이러한 차이가 달갑지는 않지만 수용해야 하며 어떻게 차이를 개선할지를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인종 간 지능의 우열을 가리는 유전자가 앞으로 10년 안에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백인과 흑인이 동등한 지적 능력을 갖췄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흑인직원을 다뤄본 사장들은 다 안다.’ 

 

읽으면서도 ‘이 사람이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이 드실듯 합니다. 그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정치계에서는 그를 완전히 무시한 채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으며, 생리학계에서는 인종 차별적인 지능테스트를 시행한적이 없고 더구나 최근 인종간 지능우열을 가리는 유전자가 존재하지 않음을 발견했다고 응수했습니다. 그리고 흑인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는 많은 사장들은 제임스왓슨을 고소하는 일에 발벗고 나서기도 했지요. 참으로 어이가 없고 이해할 수 없는 망언들이지만 한편으론 왓슨박사가 1928년 생으로 나이가 많으니 예전엔 사회통념이 이랬을수도.. 라며 이해하려 노력 하실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위의 발언들은 아직도 Best Before가 지나지 않은 신선한‘2007년산 망언’들이며 그것도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 중에 쏟아 놓은 것들만을 추린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지성인중의 지성인이라는 암연구소 소장이 21세기의 초입에 늘어놓은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가 않지요. 그것도 30분동안 입조심하며 기자 앞에서 털어놓은 이야기가 저 정도이니 평소 강의실에는 도대체 무슨말을 했을지 짐작도 가지 않습니다. 아마 그의 책을 교양서적입네 구입했던 분들이 계시다면 당장에 서가에서 끌어내려 아궁이에 던져넣고 싶은 충동을 느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이런 말실수가 언론을 타고 퍼져나간 이후로 그동안 왓슨박사의 기세에 눌려 참고있던 증언들이 속속 터져 나오며 ‘왓슨 발 Me Too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그가 여성비하, 인종비하, 직업비하 등등 온갖 ‘~비하’ 시리즈에 통달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언론의 뭇매를 맞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자신의 반평생을 함께했던 연구소에서조차도 쫓겨난 것이었죠. 

 

제임스왓슨 박사는 사실 과학계의 양심을 논할때 주로 거론되는 사람중의 한명이기도 합니다. 그의 능력으로는 엄두도 내기 힘들었을 대발견을 이루어 낸 것도 의아하고, ‘로잘린느 플랭클린’이라는 여성과학자가 제임스왓슨과 그의 동료가 자신의 연구결과를 훔쳐갔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기까지 했었으니 말입니다. 물론 당시엔 누구도 그 성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었지만 이후 영국 정부에서 그녀의 업적을 기리기위해 ‘플랭클린’ 상을 별도로 제정한 것을 보면 영 근거가 없는 이야기가 아닌것도 같습니다. 솔직히 그런 일이 아니라해도 온갖 차별과 비하와 오만함으로 가득 차서 함부로 혀를 휘둘러 온 왓슨박사라면 그보다 더 한 일도 저지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됩니다. 

 

여기까지 보면 세상에 둘도 없는 파렴치한이 바로 왓슨박사인것 같지만, 그러나 아무리 왓슨박사가 잘못된 가치관과 오만함의 표상이었다 해도 그의 꾸준함과 피땀흘린 노력까지 폄하할 수는 없을듯 합니다. 전후 사정이야 어찌되었든 그는 분명 젊은 나이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DNA의 구조를 상상할수 있는 비범함을 가지고 있었고 또한 그 한가지 진리를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기약도 없는 연구활동에 매진했었기 때문입니다. 숱한 밤들을 뜬 눈으로 지샜을것이며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도 없던 시절에 손으로 연필 깎아 종이에 그려가며 밝혀지지 않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했던 것만은 사실인 것이지요. 그의 마음에 유전물질의 구조를 찾아내서 인류의 복락에 이바지하겠다는 결심이 있었는지 아니면 어떻게해서든 연구를 성공시켜서 잘 나가는 과학자가 되어보겠다는 얄팍한 욕심이 있었는지는 알수 없지만 그가 너무도 부지런하고 진지하게 노력하는 학자였던것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연구소장으로서 교수로서 강연가로서 자신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쉬지않고 노력했다는 주변의 증언들도 있으니 말이지요. 그러고보면 왓슨박사는 타고난 노력형 인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데 어떠한 경유를 통해 그릇된 차별주의에 물들게 되었고 종국에는 그의 모든 가치관을 집어 삼킨 오만함이 평생동안 이어온 꾸준한 노력의 결과마저 집어 삼키고 만 것입니다. 

 

그의 노벨상 경매는 훈훈한 미담으로 마무리 됩니다. 

 

경매소식을 접한 러시아의 한 사업가가 제임스왓슨 박사의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한화 약 40억원에 낙찰 받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그 경매물품들을 왓슨박사에게 되돌려주지요. 이후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그 사업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노벨상메달은 한 개인의 소유물이라 볼수 없는 물건입니다. 그것은 인류 전체의 노력과 발전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뛰어난 업적을 남긴 한 과학자가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워서 이런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남은 여생을 편안히 보내실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참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가 아닐수 없습니다만 마음 한쪽에선 만약 왓슨박사가 이전에 러시아인에 대한 인종적 차별을 가지고 있었다면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냉전시대를 진지하게 겪어낸 세대이니 가능성도 없지는 않겠네요. 비록 공돈 40억을 기부받은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이 사건을 통해 제임스 왓슨박사도 무언가 깨닫는 것이 있었으면 합니다. 사람의 가치라는 것은 유전자가 규정하는 각종 제한과 능력보다는 후천적인 교육과 경험에 더 크게 의존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또한 아무리 스스로를 다그치며 평생을 다해 노력한다 하여도 그 노력의 바탕이 되는 가치관이 흔들려서는 절대로 올바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개인의 성취를 이루어내기 위한 두가지 동력으로 언급되는 동기과 노력..

 

동기는 일을 시작하는 마음가짐과 앞으로 하고자 하는 그 일이 가진 당위성에 관여하기에 정신적인 가치관의 반영이라 말할수 있겠고, 노력이란 일을 진행해 나가는 자세와 자기희생적인 절제 그리고 한눈 팔지 않는 집중을 이야기하기에 성립된 동기를 현실화시키는 방법이라 말할수 있을 듯 합니다.

 

그러기에 올바르지 않은 가치관에 바탕을 둔 왓슨박사의 노력은 인생 말년에 와서야 그 그릇됨을 드러내고야 만것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엔 이렇게 끊임없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근간이 되는 가치관의 오류로 인해 불행한 말년을 보내게되는 분들도 있지만 그와는 반대로 제법 올바른 생각과 사고와 동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 정신적가치를 현실화시키는 방법이 적절히 않아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분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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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버켈

 

2018년 미국의 한 유명 변호사가 기후변화에 관련한 미국 정부의 정책에 항의하며 뉴욕의 한 공원에서 분신 자살했습니다. 사망 당시 60세였던 ‘데이비드 버켈’이 분신 사건의 주인공 인데요. 그는 브루클린의 ‘프로 스펙트 공원’에서 자살했으며 이미 시신이 된 모습으로 지나가던 행인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인권운동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아마도 데이비드 버켈을 알고 계실수도 있겠습니다. 그는 생전에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변론을 펼쳐왔고 이후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여러 환경 단체와 함께 일하기도 했었습니다. 실제로 2008년 변호사를 은퇴하고는 부루클린의 한 농장에서 퇴비를 만들고 도보로 이동을 하며 친환경적인 삶을 살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이전의 인권변호사 시절의 행보에 비하면 많이 소극적이고 미약하긴 했지만 어찌되었든 지구환경에 관련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표명하며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고 말할수 있겠지요. 그런데 그가 ‘분신’이라는, 가장 고통스럽고 끔찍한 방법으로 생을 마감한 이후 그의 유서가 공개되자 각 환경단체의 반응이 두가지로 갈라졌습니다. 먼저 그의 유서내용이 어떠했는지 밝혀야 하겠지요? 그가 자살 직전 방송사에 이메일로 보낸 유서의 내용을 간추려 보겠습니다. 

 

“공해는 지구를 황폐화시켜 공기, 토양, 물, 날씨 속에서 생물이 살 수 없게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로운 공기를 마셔 일찍 죽고 있다. 이러한 공해는 화석연료를 불태우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며 나는 인간이 지구에 끼친 피해를 상징하는 화석 연료를 사용해 스스로를 불태운다. 내가 화석연료를 이용해 조기에 생을 마감하는 것은 인간이 스스로에게 해온 행위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랬습니다. 그는 인간이 무분별하게 원유를 채취하고 그것을 정제해서 갖가지 산업적 수단으로 사용하는 자체를 죄악시했으며 아직도 그러한 죄악에 빠져있는 세상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기위해 공해의 원흉인 화석연료를 사용해 생을 마감했던 것 입니다. 어쩌면 그가 자신의 몸에 들이붇고 불태웠던 직접사망의 원인은 화학식이 명확한 연료였다기 보다는 공해를 유발해 환경을 망치면서도 스스로의 죄악을 깨닫지 못하는 범인들의 무지몽매함 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이 사건이 30년 전에 일어났다면 세상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겠지만 환경파괴의 위험성이 나날이 심각해지는 요즘에는 그의 죽음이 참으로 무겁고 의미심장 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전 세계의 환경운동가들도 똑같은 느낌을 받았나봅니다. 그의 자살소식이 인터넷을 통해 세계로 퍼져나가자 곳곳의 환경단체에서 이에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했는데요. 참으로 놀라운 것은 일부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이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그의 죽음이 안타깝긴하지만 그 방법엔 동의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는 사실입니다. 대략 정리해보자면 ‘그 숭고한 뜻을 밝히는 방법은 자살 말고도 여러가지가 있다. 우리는 우리의 활동에 반대하는 어떠한 법적 사회적 제한을 받고있지 않으니 말이다. 그는 스스로를 죽임으로서 한 명의 열성적인 환경운동가를 살해한 것이다’ 정도가 될것 같습니다.

 

결국 데이비드 버켈의 동기는 분명 숭고하고 위대했지만 그의 행위는 타인의 동의와 공감을 이끌어낼만큼 효과적이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그는 오히려 더 오래 살아 남았어야 하고 자신의 명성과 실력과 영향력을 십분 활용하여 환경보호를 향한 시민의식을 더욱 더 고양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노력을 포기하는 방법을 선택했고 그래서 오히려 스스로의 영향력을 반감시키고야 말았습니다. 

 

개인의 성취를 이루어내기 위한 두가지 동력으로 언급되는 동기과 노력..

 

제임스 왓슨 박사는 바람직하지 않은 가치관의 바탕위에서 평생을 노력한 결과로 재정난에 시달리는 말년을 살았고 데이비드 버켈은 부단한 노력 대신 죽음을 선택함으로 자신의 선한 동기를 무색화하고 말았습니다. 동기와 노력 중 하나가 결렬될 때에 온전한 성취는 요원해진다는 두가지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의 두 요소는 노벨상이나 환경운동과 같은 거창한 성취에만 관여될 뿐 아니라 가슴 뿌듯한 하루를 살아가는 과정에도, 아름다운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에도, 좋은 학생으로 자라가는 과정에도 똑같이 관여되는 듯 합니다. 

 

‘삼총사’

 

저는 그들을 삼총사라 불렀습니다. 

 

Y11부터 Y13 까지.. 남들이 들으면 좀 의아하리라 싶은 교육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의하고 따라와 준 세명의 예쁜이들을 어린시절의 추억이 배어있는 이름으로 불러준 것이지요. 저 어릴적만 해도 세명이 어울리기만 했다 하면 무조건 삼총사라 부르는 것이 거의 관례이다시피 했으니까요.. ㅎㅎ

그 셋은 같은 학교에 다니기는 했지만 공통점은 사실 거의 없었습니다. 똑같은 학년에 같은 이과성향이라는 것 정도일까요. 한명은 IB를 공부했고 다른 두명은 NCEA를 공부했으며 두명은 공대 지망 다른 한명은 의대지망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처한 상황과 입학하고자 하는 학교와 미래의 꿈이 제각각이어서 그 셋을 묶어 맬 공통점은 아예 없는듯 했지요. 하지만 이 세명은 3년 내내 같은 수업을 들었고 같은 시험을 치루웠고 공통적으로 학교의 진도에 맞춰 수강하지 않았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그들은 학교 수업내용의 보충을 위해 저와 공부한 것이 아니었던 겁니다. 그들은 한마디로 별동대와도 같았습니다. 삼총사가 Y11에 들어설무렵 성공적인 진학과 학업적 성취를 위한 방법을 고민했고 그 결과로 학교의 진도와는 전혀 다르게 SAT subject, NCEA 스칼라, 올림피아드 선별시험, AP, 의대과정 선행 등으로 구성된 일련의 학습과정을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잘되면 강건한 공부체질을 양성할 수 있는 묘책이 되겠지만 잘못되면 학교 내신이 망가질수도 있는 위험이 있어서 제안하는 저나 받아들이는 학생과 학부모님들이나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수 밖에 없었지요. 몇 번의 상담끝에 우리는 결국 의기투합했고, 뜻을 세웠고, 얄팍한 점수따내기 공부가 아닌 확고한 지식의 바탕을 세우는 공부를 해 나가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동기와 굳건한 의지만으로 최선의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동기를 구체화하고 현실화하는 노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모두 다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테니까요. 그 면에서 삼총사는 정말로 삼총사 다웠습니다. 2년간 꾸준하게, 누구하나 나태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했고 Y13에 들어서서는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과 자생력을 바탕으로 저의 도움없이도 특출난 성과를 이루어 낼만큼 성장했으니 말입니다. 물론 대학 입학이라는 최종관문 또한 애초의 목표를 너끈히 달성하며 통과해서 모두의 기쁨이 되었으니 참으로 예쁘고 자랑스러운 삼총사라 아니할수 없겠습니다. 

 

동기와 노력.

 

삶의 어느 순간 어느 장소에서 그 중요성을 드러낼런지 알 수 없고, 그 둘 중의 하나라도 등한시 했다가 어떤 낭패를 보게 될런지 알수 없습니다. 바라기는 우리의 사랑하는 아이들이 선하고 바람직한 동기를 세워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한걸음 한걸음에 숭고한 땀을 흘리는, 이루고 성취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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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의 제왕 3

댓글 0 | 조회 1,237 | 2019.05.15
카드시스템‘카드’라는 말만 읽어도 ‘아! 무슨말 하는지 알겠다..’ 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꽤 되실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학창시절에 영어단어 외우겠다고 … 더보기

노트의 제왕 2

댓글 0 | 조회 1,382 | 2019.04.23
지난 컬럼에서 노트무용론 (- 정확히 말하자면 학생들이 만드는 노트의 유명무실함) 을 피력한 이후 몇건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제가 쓰고 있는 컬럼을 매번 성의있게… 더보기

노트의 제왕

댓글 0 | 조회 1,065 | 2019.04.10
노트절대론? 노트무용론!“이제 다음주면 Mid year 시험인데 준비는 잘 하고있니?”“아! 네. 지금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이번엔 잘 해야죠!”“오~ 그래?… 더보기

정당한 유산

댓글 0 | 조회 1,561 | 2019.03.26
지난주는 지구 남반구의 조그마한 섬나라인 뉴질랜드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한 주 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놀라셨고 또 많은 분들이 가슴 아파했던 어처구니 없… 더보기

상권

댓글 0 | 조회 1,163 | 2019.03.14
4년간 생활하던 장소를 떠나 또 다른곳으로 옮겨간다는 것은 말처럼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도톰하게 쌓여있던 떠깨비같은 먼지를 털어내야자니 긴 시간… 더보기

스타벅스

댓글 0 | 조회 1,291 | 2019.02.26
세상에서 가장 멋진 도시를 이야기 할때 빼 놓지 않고 언급하는 미국의 한 도시가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동경을 한 몸에 받는 도시, 뉴욕입니다. 누구나 이 멋지고 … 더보기

미사일

댓글 0 | 조회 1,449 | 2019.02.15
Q를 처음 보았을때.. 그가 마음에 들었습니다.타고난 골격이 우람한것도 그렇지만 오랜 기간의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체구와 형형한 눈빛이 마치 전투폭격기를 보는듯… 더보기

바나나 한 송이

댓글 0 | 조회 1,928 | 2019.01.31
1984년 미국 LA에서 개최된 하계올림픽은 바로 다음 올림픽 개최국으로 지정되었던 대한민국 국민들에겐 유독 더 관심이 가는 국제 행사였습니다. 힘을 다해 올림픽… 더보기

리플리 신드롬

댓글 0 | 조회 1,150 | 2019.01.16
2015년 6월, 한국의 한 주요일간지는 일주일쯤 전에 올렸던 신문기사를 정정하는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정정된 이전 기사의 내용은 미국에 거주중인 한 한국인 이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