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지기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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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지기 친구들

0 개 1,315 김지향

어느덧 파미는 뉴질랜드에서의 내 고향이 되어버렸다. 꽃 피는 산골은 아니지만 거리마다 꽃들이 피어 있는 고요하며 푸근한 도시이다.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 사귄 친구들은 자식들을 따라 오클랜드와 한국으로 이사를 하여 거의 없지만, 그런 와중에도 이곳을 지키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과의 교류가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니 오랜 친구임에 틀림없다.

 

모두들 조용하게 지내는 까닭에 서로 얼굴을 마주할 시간도 거의 없지만, 어쩌다 전화 통화를 하던지 만나게 되면 마음이 편하고 즐거워진다. 소녀 시절의 친구는 아닐지라도 의지할 곳 없는 객지에 와서 살면서 서로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으면서 살았던 오래 된 친구들이다. 

 

그만큼 약간의 거리를 두고 살았기도 했지만, 조금 떨어져 있는 나무들이 서로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건강하게 잘 자라듯 그런 사이를 유지하면서 지낸 친구들인데, 이제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더욱더 깊어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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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그들 중 한 명인 진솔한 친구와 에스페레네드 공원에서 데이트를 했다. 완연한 봄날을 그냥 보낼 수가 없어서 공원 산책이나 할 겸 겸사겸사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만, 안 그래도 오늘 머위를 캐서 울 집에 살짝 놓고 가려던 참이었단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생활이지만, 그날따라 유별나게 바쁜 친구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 건강을 위해 자신이 직접 가꾼 머위를 전해주고 싶었나 보다. 얼마 전에도 머위를 잔뜩 캐서 현관문 문고리에 소리 없이 걸어 놓고 갔는데.......

 

나는 시간이 많았지만, 그날따라 친구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화창한 날씨 덕분에 장미 공원 벤치에 앉아 아름답게 피고 있는 장미들을 보면서 담소를 즐겼다. 그녀의 정성으로 자라난 머위도 한 아름 안고 집으로 왔다.

 

그 덕분에 난 맛있는 머위 요리를 골고루 해 놓았다. 무치고, 볶고, 장아찌까지 담가서 지금까지도 맛있게 먹고 있다. 사려 깊은 마음에 감사가 절로 나오는 오랜 친구. 오래오래 좋은 친구로 남길 바란다.

  

정원에 꽃이 만발할 때마다 나를 초대하는 재주꾼인 친구가 있다. 그녀의 손길은 프로의 기질을 발휘한다. 바느질 하나 빼놓고는 요리부터 실내 인테리어, 정원 가꾸기 등 못하는 게 없다. 텃밭의 채소들도 튼실하기 이를 데 없다.

 

그녀의 집에 꽃들이 활짝 웃고 있다. 혼자 보기 아깝다고 하면서 점심 초대를 했다. 그녀의 집은 웬만한 카페보다 더 멋지고, 음식 또한 황홀할 지경이다. 간단하게 만들었다는 햄버거마저도 유명 카페에서 나오는 음식보다 더 맛있고 아름답다. 

 

벌써 집 안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꽉 차 있다.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나는 정원에 발을 내딛었다. 그녀의 손길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정원은 흡사 요정이 나올 것만 같다. 그 정원의 역사를 처음부터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저 경이롭기만 했다.

 

꺾어 놓은 꽃들만 만질 줄 알았던 나. 이제부터는 직접 꽃들도 피워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그 누가 알랴! 나중에 사막에 꽃을 피울 수 있는 사람이 될는지. 

 

꽃구경을 하면서 이민생활의 힘들고 아팠었던 추억을 이야기 하면서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아름다운 시간이 있음을 감사해 했다. 지난 세월의 아픔이 병으로 남게 되었을지라도 좋은 세상을 만나 병을 잘 다스리면서 살 수 있게 되었음에도 감사했다. 

 

내 방의 양란을 보면 신기하다. 일주일에 딱 한 번 한 꼬집의 영양제와 함께 물만 주는데도 튼실하게 잘 자라고 있다. 4송이 꽃들의 웃음을 머금은 채 20개의 꽃망울이 수줍은 듯이 매달려 있던 녀석이 어느덧 모두다 활짝 피어 방실방실 웃고 있고, 그동안 사슴뿔처럼 자라던 가지들이 조랑조랑 꽃망울들을 뿜어내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서 곁가지까지 쳤으니, 활짝 피어 있는 꽃들의 수만큼이나 앞으로 피어날 꽃들이 많다. 

 

이 녀석에게 나는 “꽃사슴” 이란 이름을 지어줬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꽃사슴한테로 가게 된다. 한껏 뽐내고 서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눈길을 멈추지 못한다. 앞으로 나의 오랜 지기 친구가 될 꽃사슴. 그날이 올 때도 얼마 남지 않았으리라.

 

시간의 흐름을 누가 막을 것이며, 갈수록 더욱더 빠르게 흘러가는 것 또한 막을 길이 없다. 그렇게 흘러가는 세월 속에 남는 것은 기억들 뿐. 진짜와 가짜가 뒤섞여 있는 기억들 뿐 일 것이다. 그 기억들의 파편 속에 오랜 친구와 함께 하는 기억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 기억들의 이야기를 나는 꽃사슴하고 나누고 있다. 말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영혼으로 나눈다. 말이 필요 없는 관계가 어디 사람뿐이랴! 꽃이면 어떻고 동물이면 어떠리. 우주의 삼라만상이 다 통해 있는데, 가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화려하고도 아름답고 건강한 꽃사슴의 에너지가 내 온 몸에 전해진다. 아니 내 세포 하나하나에까지 스며든다. 새로 태어나고 있는 내 몸과 마음에도 꽃사슴의 에너지가 펼쳐진다. 꽃사슴도 내 사랑의 에너지를 먹으면서 자라나고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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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지기 친구는 거저 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의 흐름 속에 서로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이 있어야 한다. 그 애정과 관심이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게 되며 배려를 아끼지 않게 된다.

 

요즘 나는 남편과 딸들의 손을 이끌고 양란과 화병의 꽃들에 다가가서 보여주기를 자주 한다. 나의 감탄사에 그들은 예의상 예쁘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 꽃 사랑에 대한 배려로 남편은 매주 토요일마다 새 꽃들을 사오고, 아이들은 내 감탄에 장단을 맞춰준다. 어느새 그들이 나의 가족이면서도 오랜 지기 친구가 되어 버린 것이리라. 

 

알고 보면 내 주위의 많은 것들이 나의 오랜 친구다. 오늘도 나는 산책을 통해 그들을 만나고 왔다. 감사와 사랑을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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