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지기 친구들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오랜 지기 친구들

0 개 1,296 김지향

어느덧 파미는 뉴질랜드에서의 내 고향이 되어버렸다. 꽃 피는 산골은 아니지만 거리마다 꽃들이 피어 있는 고요하며 푸근한 도시이다.

 

처음 이곳으로 왔을 때 사귄 친구들은 자식들을 따라 오클랜드와 한국으로 이사를 하여 거의 없지만, 그런 와중에도 이곳을 지키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과의 교류가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니 오랜 친구임에 틀림없다.

 

모두들 조용하게 지내는 까닭에 서로 얼굴을 마주할 시간도 거의 없지만, 어쩌다 전화 통화를 하던지 만나게 되면 마음이 편하고 즐거워진다. 소녀 시절의 친구는 아닐지라도 의지할 곳 없는 객지에 와서 살면서 서로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으면서 살았던 오래 된 친구들이다. 

 

그만큼 약간의 거리를 두고 살았기도 했지만, 조금 떨어져 있는 나무들이 서로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건강하게 잘 자라듯 그런 사이를 유지하면서 지낸 친구들인데, 이제는 서로에 대한 배려가 더욱더 깊어져만 간다.

 

1bb857ae7f1eafd95f9f7d9bf20fd2a8_1575939581_146.jpg
 

얼마 전 그들 중 한 명인 진솔한 친구와 에스페레네드 공원에서 데이트를 했다. 완연한 봄날을 그냥 보낼 수가 없어서 공원 산책이나 할 겸 겸사겸사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만, 안 그래도 오늘 머위를 캐서 울 집에 살짝 놓고 가려던 참이었단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생활이지만, 그날따라 유별나게 바쁜 친구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내 건강을 위해 자신이 직접 가꾼 머위를 전해주고 싶었나 보다. 얼마 전에도 머위를 잔뜩 캐서 현관문 문고리에 소리 없이 걸어 놓고 갔는데.......

 

나는 시간이 많았지만, 그날따라 친구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그래도 화창한 날씨 덕분에 장미 공원 벤치에 앉아 아름답게 피고 있는 장미들을 보면서 담소를 즐겼다. 그녀의 정성으로 자라난 머위도 한 아름 안고 집으로 왔다.

 

그 덕분에 난 맛있는 머위 요리를 골고루 해 놓았다. 무치고, 볶고, 장아찌까지 담가서 지금까지도 맛있게 먹고 있다. 사려 깊은 마음에 감사가 절로 나오는 오랜 친구. 오래오래 좋은 친구로 남길 바란다.

  

정원에 꽃이 만발할 때마다 나를 초대하는 재주꾼인 친구가 있다. 그녀의 손길은 프로의 기질을 발휘한다. 바느질 하나 빼놓고는 요리부터 실내 인테리어, 정원 가꾸기 등 못하는 게 없다. 텃밭의 채소들도 튼실하기 이를 데 없다.

 

그녀의 집에 꽃들이 활짝 웃고 있다. 혼자 보기 아깝다고 하면서 점심 초대를 했다. 그녀의 집은 웬만한 카페보다 더 멋지고, 음식 또한 황홀할 지경이다. 간단하게 만들었다는 햄버거마저도 유명 카페에서 나오는 음식보다 더 맛있고 아름답다. 

 

벌써 집 안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꽉 차 있다.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나는 정원에 발을 내딛었다. 그녀의 손길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정원은 흡사 요정이 나올 것만 같다. 그 정원의 역사를 처음부터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저 경이롭기만 했다.

 

꺾어 놓은 꽃들만 만질 줄 알았던 나. 이제부터는 직접 꽃들도 피워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져 본다. 그 누가 알랴! 나중에 사막에 꽃을 피울 수 있는 사람이 될는지. 

 

꽃구경을 하면서 이민생활의 힘들고 아팠었던 추억을 이야기 하면서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아름다운 시간이 있음을 감사해 했다. 지난 세월의 아픔이 병으로 남게 되었을지라도 좋은 세상을 만나 병을 잘 다스리면서 살 수 있게 되었음에도 감사했다. 

 

내 방의 양란을 보면 신기하다. 일주일에 딱 한 번 한 꼬집의 영양제와 함께 물만 주는데도 튼실하게 잘 자라고 있다. 4송이 꽃들의 웃음을 머금은 채 20개의 꽃망울이 수줍은 듯이 매달려 있던 녀석이 어느덧 모두다 활짝 피어 방실방실 웃고 있고, 그동안 사슴뿔처럼 자라던 가지들이 조랑조랑 꽃망울들을 뿜어내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서 곁가지까지 쳤으니, 활짝 피어 있는 꽃들의 수만큼이나 앞으로 피어날 꽃들이 많다. 

 

이 녀석에게 나는 “꽃사슴” 이란 이름을 지어줬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꽃사슴한테로 가게 된다. 한껏 뽐내고 서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눈길을 멈추지 못한다. 앞으로 나의 오랜 지기 친구가 될 꽃사슴. 그날이 올 때도 얼마 남지 않았으리라.

 

시간의 흐름을 누가 막을 것이며, 갈수록 더욱더 빠르게 흘러가는 것 또한 막을 길이 없다. 그렇게 흘러가는 세월 속에 남는 것은 기억들 뿐. 진짜와 가짜가 뒤섞여 있는 기억들 뿐 일 것이다. 그 기억들의 파편 속에 오랜 친구와 함께 하는 기억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 기억들의 이야기를 나는 꽃사슴하고 나누고 있다. 말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영혼으로 나눈다. 말이 필요 없는 관계가 어디 사람뿐이랴! 꽃이면 어떻고 동물이면 어떠리. 우주의 삼라만상이 다 통해 있는데, 가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화려하고도 아름답고 건강한 꽃사슴의 에너지가 내 온 몸에 전해진다. 아니 내 세포 하나하나에까지 스며든다. 새로 태어나고 있는 내 몸과 마음에도 꽃사슴의 에너지가 펼쳐진다. 꽃사슴도 내 사랑의 에너지를 먹으면서 자라나고 있으리.

 

1bb857ae7f1eafd95f9f7d9bf20fd2a8_1575939603_9013.jpg
 

오랜 지기 친구는 거저 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세월의 흐름 속에 서로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이 있어야 한다. 그 애정과 관심이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게 되며 배려를 아끼지 않게 된다.

 

요즘 나는 남편과 딸들의 손을 이끌고 양란과 화병의 꽃들에 다가가서 보여주기를 자주 한다. 나의 감탄사에 그들은 예의상 예쁘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 꽃 사랑에 대한 배려로 남편은 매주 토요일마다 새 꽃들을 사오고, 아이들은 내 감탄에 장단을 맞춰준다. 어느새 그들이 나의 가족이면서도 오랜 지기 친구가 되어 버린 것이리라. 

 

알고 보면 내 주위의 많은 것들이 나의 오랜 친구다. 오늘도 나는 산책을 통해 그들을 만나고 왔다. 감사와 사랑을 안고서....... 

기업 감사(audit)를 준비하는 방법

댓글 0 | 조회 456 | 2024.03.12
특정 규모의 기업들에게는 정기 감사는 필수적인 요건입니다. 감사를 위해 최대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재무를 준비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감사 준비는 철저해야 하며… 더보기

하체 집중 케어 요가

댓글 0 | 조회 504 | 2024.03.12
볼록한 앞벅지 1cm 얇아지는 운동과 스트레치“유독 앞벅지 살이 툭 튀어나와 고민이에요 ㅠㅠ”“이상하게 엉밑살(엉덩이 밑의 군살)에 살이 잘 안빠져요..”제 유튜… 더보기

남자의 마음

댓글 0 | 조회 346 | 2024.03.12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비가 그친 강물에마음 설레고 싶어홀로 강가를 걷다가심하게 넘어진 날약 발라주던 아내가그냥 넘어가지 않는다교회에 있어야 할 시간에땡땡이쳐 받은… 더보기

Post Study 워크비자 완전정복기

댓글 0 | 조회 615 | 2024.03.12
뉴질랜드는 소위 “유학후 이민 워크비자와 영주권”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유학생 출신자들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주어지는 Post Study 워크비자는 … 더보기

고독을 사랑하는 남자

댓글 0 | 조회 302 | 2024.03.12
반대편에 위치한 뉴질랜드로 이주해 살면서 흔히 부딪히는 말이 ‘고독’ 과 ‘외로움’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두 단어의 의미가 비슷하면서도 틀린 것 같아 망설이게 된다… 더보기

호흡과 식사

댓글 0 | 조회 148 | 2024.03.12
식사 후에는 가급적 단전호흡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식후 호흡을 하면 몸속에서 기가 엉켜 순환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거든요. 적어도 한 시간 이상 지난 후 … 더보기

뇌경색(腦梗塞)

댓글 0 | 조회 478 | 2024.03.08
“새벽안개 헤치며 달려가는 첫차에 몸을 싣고 꿈도 싣고 내 마음 모두 싣고 떠나갑니다. ...” 가수 방실이(본명 방영순)이 부른 ‘첫차’의 첫 소절이다. 가수 … 더보기

한국의대 2천명 증원 찬스 100% 활용하기

댓글 0 | 조회 931 | 2024.03.05
윤석렬정부가 강한 드라이브로 20여 년 동안 동결 되었던 한국의대 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매년 2천명씩 증원하여 향후 5년간 1만 명을 추가로 모집인원을 늘린다… 더보기

대붕(大鵬), 관정(冠廷) 이종환

댓글 0 | 조회 288 | 2024.02.28
TV에서 장학퀴즈를 보고 다들 어찌 그리도 똑똑하고 많은 것을 아는지 그저 놀랍기만 하였다.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이 분위기를 띄워주면 “전국 고등학생들의 건전한… 더보기

나보다 먼저이신

댓글 0 | 조회 296 | 2024.02.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사람을 대하는 것이힘들다고 느껴질 때나를 따르던 열 두 명이 모두 돌아섰지만나는 그들을 먼저 찾아가생선 구워 놓고 기다렸다며이번만 네가 먼저… 더보기

생리가 잘 나오지 않아요

댓글 0 | 조회 806 | 2024.02.28
여성의 건강 지표 중에서 월경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초경 이후 매달 치르는 이 생리현상은 개인적으로 다양한 양상을 띠는데, 어떤 원인에 의해서 월경이 갑… 더보기

2024년 1월 영주비자 신청 변경 사항

댓글 0 | 조회 1,637 | 2024.02.28
영구영주권은 (Permanent Resident Visa) 일반적으로 영주권이 (Resident Visa) 부여된 후의 다음 단계입니다. 주된 차이점은 영구영주권… 더보기

의지를 주도하라

댓글 0 | 조회 179 | 2024.02.28
밀린 잡무를 힙겹게 마무리하고 겨우 한숨을 돌리고 나니.. 배가 고팠습니다. 시계를 내려다보니 점심시간은 이미 한참전에 지났고 오히려 저녁먹을 시간이 더 가까운 … 더보기

침 고인다! 돌고 도는 다정다감한 맛

댓글 0 | 조회 286 | 2024.02.28
전국비구니회관 사찰음식 강좌에서주호 스님과 함께 만드는 여름 사찰음식 이야기스님을 아는 이들은 곧 자취를 감출 끝물 가죽나무순이라든가 귀한 야생 산초열매 같은 것… 더보기

우리집 물에서 녹물이 나와요!

댓글 0 | 조회 496 | 2024.02.27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오클랜드에서 플러머로 일하면서, 날마다 새로운 일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집주인 분들이 가장 당황하며 급하게 저… 더보기

잃었던 정서(情緖)를 마주하던 날

댓글 0 | 조회 383 | 2024.02.27
평소와 다름없는 평범한 일상의 하루 . . .또 한 날 선물로 받은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어영부영 보내기엔 불안하고 괜스레 죄스럽다. 컴퓨터 앞에 앉아 몇자 쓰… 더보기

인맥 관리 ‘노하우’ 5가지 오해

댓글 0 | 조회 535 | 2024.02.27
“인사나 이권을 청탁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주겠다.” 제17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노무현 당선자의 일성이다. 나는 이 말을 인수위원회 파견 근무할 때 직접 들었… 더보기

자기 전 꼭 해야하는 스트레칭 (숙면 보장, 피로 회복)

댓글 0 | 조회 661 | 2024.02.27
바쁘게 일하고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만큼 중요한 게 바로 충분히 휴식하고 재충전하는 것임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운동하는 것 만큼 수면의 … 더보기

시험 준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한 5가지 팁

댓글 0 | 조회 259 | 2024.02.27
시험은 학생들 사이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마련입니다. 시험이 다가오면, 긴장의 분위기가 느껴지고, 시험에서 나올 문제들에 대한 소문이 돌며, 필기노트의 … 더보기

요즘은 비자 심사에 얼마나 걸려요?

댓글 0 | 조회 994 | 2024.02.27
늘 드리는 말씀이지만, 타국적 소지자로서뉴질랜드에 체류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예외 없이 Visa(이하, 비자)가 필요합니다. 비자는 크게 딱 2가지로 영주권 비자… 더보기

아버지의 빛

댓글 0 | 조회 520 | 2024.02.27
시인 신 달자​1아버지를 땅에 묻었다하늘이던 아버지가 땅이 되었다땅은 나의 아버지하산하는 길에발이 오그라 들었다신발을 신고 땅을 밟는 일발톱저리게 황망하다자갈에 … 더보기

흉식호흡, 복식호흡, 단전호흡

댓글 0 | 조회 256 | 2024.02.27
흉식호흡 : 가슴으로 숨 쉬는 호흡이다. 늑골이 움직이므로 늑골호흡이라고도 부르는데, 늑골의 개폐운동에 따른 기압의 차이로 공기가 드나든다. 흉곽과 어깨를 들썩이… 더보기

폐암(肺癌)

댓글 0 | 조회 519 | 2024.02.23
서구적 외모로 한국의 ‘그레고리 펙’으로 불렸던 영화배우 南宮遠(본명 洪京日) 씨가 지난 2월 5일 오후 4시께 송파구 서울 아산병원에서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더보기

한국, 세계에서 가장 개인주의적 사회?

댓글 0 | 조회 1,523 | 2024.02.14
저는 직업상 식민지 시대 사회주의적 독립 운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 시대의 투사들에 대한 자료를 읽다 보면 이 분들이 정말 “초인”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더보기

변기에서 물이 계속 흘러요

댓글 0 | 조회 1,026 | 2024.02.14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잠자리에 들어 주변이 고요할 때, 갑자기 들려오는 똑똑똑 소리는 깊은 잠을 방해하는 동시에, 아까운 물과 돈을 하수구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