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재팔자’에 대해서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무재팔자’에 대해서

0 개 1,542 명사칼럼

무재팔자도 돈 만지는 직업 가능 단, 거의 쓰지 않는 ‘짠돌이’ 성격

기업 자금담당이나 금융업 해도 이득 없는 분야엔 한푼 안 써

팔자 걸맞은 소박한 생활하며 자족감 높은 삶 즐기는 경우도

 

 

아는 사람이 고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왔었다. 학교에서 아주 공부를 잘 하는 아들이었다. “법대와 의대 중에서 어느 쪽으로 보내면 좋겠습니까?” 하고 필자에게 상의를 했다. 그 아들의 팔자를 보니까 ‘무재팔자’ 였다. 재물이 없는 팔자 말이다. “법대를 보내시오” 라고 조언을 했다.

 

“왜 의대가 아니고 법대인 것입니까?”

 

“재물이 없는 팔자는 어차피 돈이 붙기가 힘듭니다. 돈도 안 붙는데 의대 가서 뭘 합니까. 고생만 하는 거죠. 그 대신 법대를 가서 판사가 된다면 청렴하니까 주변에서 존경이라도 받습니다. 법관이 돈이 없으면 존경받는 것입니다.”

 

무재팔자를 좋게 말하면 청렴한 팔자고 나쁘게 말하면 돈 없어서 피곤한 팔자다. 그러니 무재팔자는 명예를 높이는 쪽으로 가면 좋다. 

 

그러나 세상은 요지경이다. 무재팔자가 돈을 만지는 직업에 가 있을 수도 있다. 10여년 전쯤 외국계 투자회사에 다니는 간부가 있었다. 이 사람은 유능해서 당시 연봉이 300만달러 정도였다. 연봉이 30억원쯤 되는 것이다. 거기에 당해연도 실적이 좋으면 보너스로 100만~200만달러를 더 받기도 했다. 보너스까지 합하면 연봉 500만달러짜리 인생이었다. 

 

필자는 이 투자 전문가에게 나름대로 기대가 좀 있었다. ‘돈 좀 쓰겠지’ 하는 속물적인 기대였다. 이 사람에게 명리학과 풍수에 대한 이야기도 좀 하고, 인생의 이런저런 이치와 사례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터득한 노하우를 전해주기도 했다. 인문학 강좌라고나 할까. 

 

그런데 돌아오는 것이 별로 없었다. 봉투도 없고, 선물을 하더라도 과일이나 와인 2병 또는 양말 쪼가리 정도였다. 영양가 있는 선물은 할 줄 몰랐다. 선물은 기왕이면 영양가 있는 걸로 해야 기억에 남는다.

 

‘이 사람 짠돌이구나!’ 하는 통찰이 번갯불처럼 스쳤다. 아울러 ‘이거 상놈 집안 출신 아닌가. 뼈대 있는 양반 집안이라면 이런 식의 매너를 보일리 없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 

 

그제야 그 사람의 사주팔자가 무재팔자라는 점이 들어왔다. ‘아! 무재팔자라는 게 장부상의 돈은 있어도 실제 생활에서는 돈을 한푼도 쓰지 않는 사람이구나 ’하는 사례를 눈으로 보게 된 것이다.

돈은 장부상의 돈과 자기 주머니 안의 돈으로 나뉜다. 장부상의 돈이 많다고 해서 그 사람이 주변 인간관계에서 돈을 후하게 쓰는 것은 아니다. 

 

특히 무재팔자가 되면 거의 짠돌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주머니 속의 돈이 한푼도 없는 것이다. 이 짠돌이 무재팔자가 자기 집을 일본 요코하마시의 전망 좋은 바닷가에 샀다고 필자더러 놀러오라고 했다. 당연히 비행기표도 제공하지 않았다. “바쁜 일이 있어서 못 가겠다” 하고 거절해버렸다. 그리고 그 사람의 전화번호도 스팸번호로 등록해버렸다.

 

필자도 1만권의 책을 읽고 세계 수십개국을 여행하고 지리산•가야산•오대산•설악산•계룡산•모악산을 누비면서 수많은 기인과 도사를 만나본 사람이다. 

 

이 밑천에서 필자의 매설업(賣說業)이 나온 것이다. ‘당대의 매설가를 공짜로 부르겠다는 뻔뻔함’ 에는 절교가 상책이다. 여러 말할 것 없다. 바로 끊어버려야 한다. 이건 구제불능이니까.

 

이상하게도 대기업의 자금을 담당하는 간부이거나, 아니면 금융업분야에서 수천억 내지는 조 단위를 다루는 사람들에게서 짠돌이가 많다. 

 

자기 이득과 관련 없는 분야는 한푼도 쓰지 않는다. 돈을 쓰는 경우에는 뭔가 이해관계가 걸려 있을 때다. 이 계산이 철저하다. 이해관계가 걸려 있지 않을 때에도 돈을 쓰는 게 양반이다.

 

필자가 아는 성공회 신부님이 한분 있는데, 이 양반도 무재팔자다. 무재팔자에 걸맞은 아주 소박한 생활을 한다. 정년퇴직하고 시골 동네의 술병처럼 생긴 병바위 밑에다가 흙과 돌무더기를 얼기설기 엮어서 토굴을 만들었다. 3~4평(9.9~13.2㎡)이나 될까. 토굴 안에는 책 몇권, 그리고 나무로 만든 탁자, 여기에다가 커피포트도 마련해놓았다. 

 

필자가 가면 그라인더에 원두커피를 갈아서 한잔 내놓는다. 흙으로 엮은 토굴 안에서 병바위를 바라보며 커피 한잔하면 묘하게 자족감이 밀려온다. 보이차도 좋지만 서양 커피의 향이 흙집과 이렇게 어울리는 것도 처음 알았다. 돈 벌려고도 하지 않고, 선교를 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 토굴 하나 있는 것도 하느님의 축복이라고 여긴다. 

 

없이 살아도 자족감을 가진다는 게 도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승화된 무재팔자의 풍류다.

 

===================

■ 조 용헌 교수 

 

1bb857ae7f1eafd95f9f7d9bf20fd2a8_1575928001_5393.jpg
 

 

박노자 “성공만 비추는 한국식 동포관, 숨은 고통과 차별 외면”

댓글 0 | 조회 643 | 2일전
▲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이자 귀화한 러시아계 한국인인 박노자(48) 교수2001년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인문학부 교수에게… 더보기

로렐라이의 선율과 제주 4·3

댓글 0 | 조회 163 | 2024.04.10
▲ 영화 ‘비정성시’ 포스터지난해 출간된 현기영 작가의 장편소설 ‘제주도우다’에는 제주 4·3 시절 산에 올라 투쟁에 나섰던 청년들이 부르던 노래가 소개된다. 이… 더보기

‘내 잘못’보다 ‘세상의 악’ 더 성찰해야 하는 사순절

댓글 0 | 조회 413 | 2024.03.13
지난 2월 14일 수요일은 안중근 의사가 사형 판결을 받은 날이면서, 교회성당에서는 사순절이 시작되는 첫날이다. 사순절, 즉 40일은 그리스도교에서 예수 죽음 이… 더보기

인맥 관리 ‘노하우’ 5가지 오해

댓글 0 | 조회 533 | 2024.02.27
“인사나 이권을 청탁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주겠다.” 제17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노무현 당선자의 일성이다. 나는 이 말을 인수위원회 파견 근무할 때 직접 들었… 더보기

한국, 세계에서 가장 개인주의적 사회?

댓글 0 | 조회 1,523 | 2024.02.14
저는 직업상 식민지 시대 사회주의적 독립 운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 시대의 투사들에 대한 자료를 읽다 보면 이 분들이 정말 “초인”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더보기

관료주의의 무능, 권력자의 광기, 그리고 인간의 존엄 - <서울의 봄>이 상기시키…

댓글 0 | 조회 320 | 2024.01.31
공허한 권력의 실체이 영화 후반부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들로 시작하고 싶다. 반란 성공이 확실해지고 수괴 전두광 장군(황정민)은 일행과 함께 본부로 돌아가려다 혼자… 더보기

사람 마음을 얻으려면

댓글 0 | 조회 559 | 2024.01.17
공통년 392년 로마제국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성당 출입을 금지당한 사건이 생겼다. 390년 그리스 테살로니카에서 주민 폭동이 일어났고, 황제는 군대를 보내 주민 … 더보기

한해를 되비추는 예술의 힘

댓글 0 | 조회 376 | 2023.12.22
▲ 영화 ‘괴물’. 미디어캐슬 제공12월의 첫 주말, 저녁 산책을 하며 한해를 되돌아보니 무엇보다 대립과 증오로 넘친 1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지구촌 두곳… 더보기

선한 마음 사이로도 차별이 샐 수 있다

댓글 0 | 조회 434 | 2023.12.13
▲ 단편 영화 ‘빠마’의 한 장면으로 방글라데시에서 농촌으로 시집 온 니샤의 일상을 통해 우리 농촌에 사는 이주여성에게 부과된 삶의 무게를 보여준다. 한글교실에서… 더보기

‘전쟁의 해’ 2023년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댓글 0 | 조회 424 | 2023.11.29
▲ 지난 5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공에서 이스라엘군이 쏜 조명탄이 빛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2023년이 이제 저물어간다. 2023년은 깊어져 가는… 더보기

깊은 슬픔이 흐르는 강

댓글 0 | 조회 333 | 2023.11.15
▲ 경남 합천 황강. 사진 합천군청 누리집사람의 정성이 나무와 쇠를 감동시킨 곳영남지방 낙동강의 지류 가운데 경남에서 가장 긴 강은 남강과 황강이다. 남강은 진주… 더보기

한글날에 생각하는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

댓글 0 | 조회 389 | 2023.10.25
오늘은 한글날이다.솔직하게 말해,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에 대해 자긍심을 갖고 산 적이 별로 없다. 해외에 나가 공부를 하거나 여행을 할 때, 한국역사와 문… 더보기

사회적 타살의 일상성

댓글 0 | 조회 519 | 2023.10.11
현실 사회주의를 비판하려는 이들이 늘 집중 공격하는 것은 농업 집단화나 숙청 때와 같은 대규모 국가폭력이다. 물론 이 부분에서 스탈린주의를 변호할 수는 없다. 혁… 더보기

​제7회 이호철 통일로문학상 수상소감 - 메도무라 슌

댓글 0 | 조회 388 | 2023.09.27
이호철 통일로 문학상을 제게 수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정위원을 비롯한 문학상 관계자 여러분께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제 소설이… 더보기

우리는 왜 이토록 오만해졌을까

댓글 0 | 조회 1,110 | 2023.09.13
‘가난하되 아첨함이 없고, 부유하되 교만함이 없다’(貧而無諂, 富而無驕).‘논어’에서 제시된 이상적 인격의 형태다. 사실, 유교를 포함한 세계 모든 종교의 경전에… 더보기

한반도, 단호한 냉정이 필요하다

댓글 0 | 조회 685 | 2023.08.22
올해는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53년 7월27일, 북한 인민군과 유엔군은 상호 교전을 잠시 멈추고 더 이상의 후속조치를 멈추어버렸고 그 뒤로 … 더보기

내가 여전히 잘 모르고 있는 일본인, 일본 역사

댓글 0 | 조회 930 | 2023.08.09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토기를 만든 나라. 토기를 처음으로 발명한 것은 일본인이다. 그들은 빙하기가 끝나자 곧 토기를 사용했다. 조몬(繩文) 토기가 그것으로 규슈… 더보기

남명 조식

댓글 0 | 조회 575 | 2023.07.25
남명 조식은 세 차례나 관직에 임명되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취임하지 않았고, 사례의 인사를 올리지도 않았다. 그랬던 그가 그동안 자신이 왜, 벼슬을 마다하였는… 더보기

국제 체제, 균세 (balance of power)로의 귀환?

댓글 0 | 조회 834 | 2023.07.12
애당초 국제 체제는 균세 (均勢)를 중점적 개념으로 해서 작동돼 왔습니다. 슈메르에서 여러 도시 국가들이 상호 각축하면서 나름의 ‘세력 균형’을 이루었던 시대부터… 더보기

한류, 또 하나의 착취공장인가

댓글 0 | 조회 949 | 2023.06.28
요즘 내가 여태까지 거의 하지 않았던 일을 하나 하게 됐다. 한국 대중문화 수업을 하게 되면서 특히 노르웨이에서 한국 대중문화를 좋아하는 젊은이들과 자주 만나 이… 더보기

조지 오웰을 찾아 - 나는 왜 쓰는가

댓글 0 | 조회 575 | 2023.06.14
나는 지난 5-6년간 많은 글을 써 왔다. 전공인 인권법 관련 글은 물론 그것을 넘어 다양한 내용의 대중적인 글을 썼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전공 관련 글은 의무… 더보기

대통령은 ‘대통령의 말’을 해야 한다

댓글 0 | 조회 1,627 | 2023.05.24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지난 일본 방문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은 윤 대통령의 방미를 가슴 졸이며 지켜봤다.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더보기

한국의 국제적 역할?

댓글 0 | 조회 946 | 2023.05.10
분단 국가란 애당초부터 상당한 “세계성”을 의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세계적 냉전의 양 진영에 의해서 한반도가 분단되어 두 개의 국가가 생긴 이상, 양쪽 국가… 더보기

전라좌수사 이순신, 경상우수사 원균이 되기까지

댓글 0 | 조회 754 | 2023.04.26
선조 25년(1592) 2월, 원균은 경상 우수사에 부임하였다.이순신과 원균은 인연이 깊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그들은 조선의 무관으로서 함경도에서 여진족… 더보기

“사비로 천도했다”는 문장에서 학생들이 헤매고 있어요

댓글 0 | 조회 839 | 2023.04.11
■ 서 부원오늘도 역사 수업을 하다가 교실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게 된다. 강의에 대한 이해는커녕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적인 단어의 뜻조차 모르는 아이가 많아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