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없는 처녀 이야기 3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손 없는 처녀 이야기 3편

0 개 1,376 송영림

손 없는 처녀(독일)

 

옛날 한 물방앗간 주인이 점점 가난해져 마침내 물레방아와 그 뒤에 있는 사과나무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어느 날 방앗간 주인은 숲으로 나무를 하러 가서 한 노인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노인은 물레방아 뒤에 있는 것을 주겠다고 약속하면 부자로 만들어 준다고 하였다. 주인은 물레방아 뒤에 있는 사과나무를 생각하며 증서를 써 주었고, 노인은 삼 년 후 가져가겠다고 한 후 훌쩍 가버렸다.

 

방앗간 주인이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가 나오며 갑자기 집에 엄청난 금은보화가 굴러들어와 영문을 모르겠다고 하였다. 방앗간 주인이 노인과의 일을 이야기하고 재물 대신 사과나무를 내주면 된다고 하자 아내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노인은 악마이고 사과나무가 아니라 뒷마당을 쓸고 있던 딸을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이 흘러 악마가 딸을 데리러 오겠다고 한 날이 되자 딸은 깨끗이 목욕을 하고 분필로 자신의 주위에 둥그렇게 원을 그렸다. 악마가 나타나 딸에게 다가가려 했으나 물로 깨끗이 씻은 딸에게 다가갈 수가 없었다. 악마는 화가 나서 방앗간 주인에게 물을 치우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날 악마가 다시 찾아갔을 때 딸은 손에 눈물을 흘리며 펑펑 울어 손이 아주 깨끗했고, 악마는 불같이 화를 내며 자신이 손을 댈 수 없으니 딸의 손목을 잘라 버리라고 요구했다. 방앗간 주인이 그렇게 못하겠다고 하자 악마는 대신 방앗간 주인을 데려가겠다고 했다. 

 

방앗간 주인이 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자 딸은 “사랑하는 아버지, 해야 할 일을 하세요. 저는 아버지의 딸입니다.” 라고 말했다. 손목이 잘린 딸을 데려가기 위해 악마가 세 번째로 딸에게 왔을 때 딸은 한참 펑펑 울어 양말까지 깨끗해져 있었다. 악마는 또 물러설 수밖에 없었고 딸에 대한 권리를 고스란히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후 방앗간 주인은 딸 덕분에 큰 재산을 얻었으니 귀하게 받들며 살겠다고 말했으나 딸은 집을 떠나겠다고 하며 손이 없는 두 팔을 등 뒤에 묶어 달라고 하였다.

 

하루종일 걸어 밤이 되자 딸은 왕이 사는 정원에 이르게 되었고 달빛에 정원의 과일들이 보였다. 배가 몹시 고팠지만 딸은 정원을 둘러싸고 있는 도랑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간절한 기도와 천사의 도움으로 정원으로 건너갈 수 있었고, 마침내 탐스럽게 열린 배나무를 보게 되었다. 이미 배의 개수를 다 세어 놓은 터였지만 배고픔을 견딜 수 없었던 딸은 나무에 다가가 입으로 배를 베어 먹었다. 정원사가 그 광경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으나 천사가 옆에 있었고, 딸이 유령인 줄 알았기 때문에 겁을 먹었다.

 

다음날 왕이 배를 세어본 후 배가 하나 모자라자 정원사에게 이유를 물었고, 정원사는 있었던 일을 모두 말했다. 그날 밤 왕은 정원사와 신부와 함께 정원을 지켜보았다. 딸이 나타나자 신부가 유령인지 사람인지 물었고, 딸은 세상에서 버림받은 불쌍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왕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대를 버렸는지 몰라도 자신은 버리지 않겠다고 하며 성으로 데려갔다. 왕은 딸을 진심으로 사랑하여 은으로 손을 만들어 준 후 왕비로 맞이했다. 

 

일 년 후 왕은 전쟁터로 나가게 되어 어머니에게 왕비를 부탁하며 아기를 낳으면 잘 보살펴 주고 편지로 알려 달라고 했다. 왕비는 아기를 낳았고 왕의 어머니는 바로 기쁜 소식을 알리기 위해 왕에게 편지를 썼다. 그런데 편지를 가지고 가던 전령이 잠이 든 사이 악마가 편지를 바꾸었고 편지에는 괴물을 낳았다고 쓰여 있었다. 편지를 받은 왕은 놀랐으나 그래도 왕비를 잘 보살펴 달라고 답장을 썼다. 그러나 이번에도 전령의 편지를 악마가 왕비와 아기를 죽이라는 편지로 바꿔 치웠고 어머니는 소스라치게 놀라 다시 편지를 썼다. 하지만 악마 때문에 왕의 대답은 여전했고 이번에는 죽였다는 증거로 왕비의 혀와 눈을 뽑아 잘 간직해 두라고 하였다. 어머니는 어쩔 수 없이 암사슴의 혀와 눈을 뽑아 간직한 후 왕비에게 아기를 데리고 멀리 떠나라고 말했다. 

 

왕비는 눈물을 흘리며 길을 떠나 깊은 숲에 이르러 기도했다. 그러자 천사가 나타나 왕비를 작은 집으로 안내했는데 그 집에는 누구든 들어와 살 수 있다는 팻말이 걸려 있었다. 왕비는 그 집에서 천사의 보살핌을 받으며 칠 년 동안 살았다. 그 사이 믿음을 본 하나님의 은총으로 잘린 손이 다시 자라나게 되었다.

 

마침내 왕이 전쟁터에서 돌아오자 왕의 어머니가 명령한 대로 했다며 그 증거로 혀와 눈을 보여주었고 왕은 하염없이 울었다. 그것을 본 어머니는 그제야 사실대로 알려주었다. 

 

그러자 왕은 칠 년 동안 아내와 아기를 찾아 헤매다가 마침내 숲의 집을 발견하게 되었다. 천사의 안내로 집으로 들어간 왕은 아내와 아들을 만나게 되었으나 자신의 아내는 은으로 만든 손을 가졌다고 말했다. 그러자 천사가 은으로 만든 손을 가져와 보여주었다. 

 

그들은 어머니가 있는 성으로 돌아와 온 나라가 기뻐하는 가운데 다시 결혼식을 올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 

해와 달이 된 오누이 1편

댓글 0 | 조회 1,188 | 2020.02.11
강자와 약자 그리고 빛나는 용기勇氣여성혐오를 뜻하는 여러 가지 멸칭 중에 ‘맘충’이라는 말이 있다. 한국어인 ‘어머니’나 ‘엄마’도 아닌 영어 mam에 한자인 벌… 더보기

손 없는 처녀 이야기 6편

댓글 0 | 조회 1,395 | 2020.01.15
손과 여성좀 심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 자체가 ‘손’이 없는 상태로 태어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낮춰지고 도태되고 … 더보기

손 없는 처녀 이야기 5편

댓글 0 | 조회 1,239 | 2019.12.23
'손'이 말하는 것한편 독일 이야기에서 물과 눈물로 인해 깨끗함을 유지하는 처녀를 악마가 건드릴 수 없다고 화를 내는 장면이 나오는데 한국의 정조 관념보다 극단적… 더보기

손 없는 처녀 이야기 4편

댓글 0 | 조회 960 | 2019.12.11
'손'이 말하는 것‘손 없는 처녀’ 이야기는 위에 소개한 두 이야기뿐 아니라 전 유럽과 동양권, 중앙아프리카, 북미, 라틴 아메리카 등 전 세계에 걸쳐 전해진다.… 더보기

현재 손 없는 처녀 이야기 3편

댓글 0 | 조회 1,377 | 2019.11.27
손 없는 처녀(독일)옛날 한 물방앗간 주인이 점점 가난해져 마침내 물레방아와 그 뒤에 있는 사과나무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어느 날 방앗간 주인은 숲으로 나무를 … 더보기

손 없는 처녀 이야기 2편

댓글 0 | 조회 1,104 | 2019.11.13
손 없는 처녀(한국)옛날 한 정승의 아내가 남매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딸이 과년한 처녀가 되고 아들이 열 서너 살이 되었을 무렵 정승이 재혼을 하게 되었는데 … 더보기

손 없는 처녀 이야기 1편

댓글 0 | 조회 1,622 | 2019.10.23
절단하는 사회요즘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혐오가 만연하다. 당장 눈앞의 여성 혐오, 남성 혐오, 난민 혐오, 한국인 혐오, 유색인종 혐오, 유대인 혐오에 이… 더보기

멍청이와 왕자들 9편

댓글 0 | 조회 987 | 2019.10.09
맏딸 그런데 나는?나는 어느 날 나이 사십도 훨씬 넘어서 내가 왜 그렇게 나 스스로에게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것, 내가 얼마나 복이 많으며 행복한 사람인지에 대해 … 더보기

멍청이와 왕자들 8편

댓글 0 | 조회 916 | 2019.09.25
맏딸 그런데 나는?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맏아들은 장남 노릇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집안을 잇는다는 부담감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그들은 그에 상응하는 보상과 특… 더보기

멍청이와 왕자들 7편

댓글 0 | 조회 1,229 | 2019.09.11
맏딸 콤플렉스와 자기 통합피의 다리에서는 폭력과 죄악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피의 다리를 건널 수 없다는 것은 죄악과 폭력이 고착되어 있거나 그런 것들로 인해 더… 더보기

멍청이와 왕자들 6편

댓글 0 | 조회 1,319 | 2019.08.28
맏딸 콤플렉스와 자기 통합가출하고 속 썩이는 동생들은 어쩌면 부모로부터 방임된 아이들일 수도 있다. 동생이 14살에 아버지를 잃었고 어머니도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 더보기

멍청이와 왕자들 5편

댓글 0 | 조회 942 | 2019.08.14
맏딸 콤플렉스와 자기 통합‘멍청이와 왕자들’은 가족 내 맏딸의 역할과 그 의미를 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는 맏딸을 중심으로 자녀와 부모, 부부, … 더보기

멍청이와 왕자들 4편

댓글 0 | 조회 1,130 | 2019.07.24
멍청이와 왕자들마녀는 돼지를 한 마리 키우고 있었는데 멍청이에게 돼지의 먹이를 주게 한 후 동쪽 세상에 사는 여동생 마녀에게 전갈을 보내 돼지를 잡아 성대한 잔치… 더보기

멍청이와 왕자들 3편

댓글 0 | 조회 1,177 | 2019.07.10
멍청이와 왕자들잠시 후 마녀가 아들에게 세 처녀를 죽이라고 명령하는 소리가 들렸고 아들은 일생 동안 많은 사람들을 죽여 놓고 또 그러냐고 물으면서도 어머니가 무서… 더보기

멍청이와 왕자들 2편

댓글 0 | 조회 1,016 | 2019.06.26
큰언니는 하늘이 낸다?맏딸이 대표하는 여성성, 즉 여성적 리더십은 큰 힘을 발휘한다. 이 시대는 이제 더 이상 물리적인 힘이나 권위적이며 차갑고 경직된 남성성을 … 더보기

멍청이와 왕자들 1편

댓글 0 | 조회 1,027 | 2019.06.12
큰언니는 하늘이 낸다?이번에 다룰 켈트족 옛이야기 ‘멍청이와 왕자들’은 처음 이야기를 접했을 때 제목이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번역상의 제목일 테지 싶어… 더보기

개구리왕자 9편

댓글 0 | 조회 1,523 | 2019.05.29
그리고 왕자들에게Me Too 이후 남자들 사이에서 여자들을 배제하고자 하는 일명 펜스룰에 대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솔직히 이 남자들 참 못났고 유치하다는 생각을… 더보기

개구리왕자 8편

댓글 0 | 조회 921 | 2019.05.15
도대체 왜?나는 또 남성들의 비아그라처럼 여성을 위한 ‘해피 드럭(Happy drug)’ 인 ‘애디(addyi)’ 라는 약이 있다는 기사도 접하게 되었다. 기사의… 더보기

개구리왕자 7편

댓글 0 | 조회 1,110 | 2019.04.24
나는 5월 5일 한낮 공사장에서의 성폭행 이후 A가 어떤 2차, 3차, 4차, 그 이상의 더한 피해를 입었는지 안다. 기절했던 A는 간신히 깨어나 피를 철철 흘리… 더보기

개구리왕자 6편

댓글 0 | 조회 1,216 | 2019.04.10
나는 여자라서 불편한 거 많았는데길거리에서 ㄸㄸ이 아저씨 본 게 겨우 13살 때였고14살 골목길 어딘가에서 만난 오빠들이 교회 다니자고 권유해서 얘기 나누고 있는… 더보기

개구리왕자 5편

댓글 0 | 조회 945 | 2019.03.27
양서류 개구리들에게 포유류 개구리들과 비교하는 것에 대하여 사죄하며나에게는 A라는 친구가 있다. 누구보다 바르고 성실하며 선량하고 어떻게든 밝게 살아보려고 애쓰는… 더보기

개구리왕자 4편

댓글 0 | 조회 1,087 | 2019.03.14
양서류 개구리들에게 포유류 개구리들과 비교하는 것에 대하여 사죄하며주변의 많은 기혼여성들이 하는 말이 있다. 여자들에게 사랑은 마음을 나누는 것인데 남편들은 오직… 더보기

개구리왕자 3편

댓글 0 | 조회 995 | 2019.02.27
개구리에서 왕자가 되기까지의 중요한 시간들개구리와 왕자는 모두 여성이 보는 한 사람의 남성을 상징한다. 사실 여자가 낯선 남자를 사랑하고 받아들이기까지는 시간이 … 더보기

개구리왕자 2편

댓글 0 | 조회 1,043 | 2019.02.13
개구리 왕자옛날 사람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이루어지던 시절 한 왕에게 아름다운 딸들이 여럿 있었다. 그 중에 막내딸은 유독 아름다워서 해조차도 막내공주에게 빛… 더보기

개구리왕자 1편

댓글 0 | 조회 873 | 2019.01.31
Me too 그리고 With you원래 이번에 내가 다루고자 했던 이야기는 다른 것이었다. 그리고 이미 반 이상 원고를 써 둔 상태이기도 하다. ‘개구리왕자’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