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봄은 아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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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봄은 아니다만

0 개 1,519 김지향

어느덧 벚꽃들도 다 지고, 훈훈한 바람이 목에 둘렀던 목도리를 훌훌 벗어 던지게 했다. 

 

길게 느껴졌었던 겨울도 꽃샘추위의 심술바람까지도 따스한 온기에 묻혀 버렸으니, 완연한 봄날임이 틀림없다. 가벼운 스트레칭과 한 시간의 산책이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회복 된 몸만큼이나 즐거운 마음으로 봄의 향연을 소박하게 즐기고 있다.

 


 

봄날인 지금 이 순간 나는 새로운 희망 속에 내 안과 밖의 세계를 천천히 들여다보는 여유를 가져 본다. 늘 봄의 순간인 ‘카르페디엠’이란 별은 잡는 순간 놓치기를 반복하지만, 그 별을 쳐다보면서 갈 수 있기에 가는 길이 즐거울 수밖에.

 

이래저래 “봄”은 감사한 일이다.

 

얼마 전에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기사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면.

 

『수상자들은 뒤플로, 바네르지, 크레이머 박사들이며, 빈곤퇴치를 연구한 학자들이다. 

뒤플로와 바네르지는 공동 저자로 부부의 연을 맺고 있는 미국의 학자들로서, 15년 동안 40개가 넘는 나라들을 누비며 가난의 현장을 목격하면서 실험을 하여, 기존의 “게으름과 어리석음, 무능이 빈곤을 부른다.”는 일반의 통념을 과감히 뒤엎고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임을 주장했다. 

 

무상 원조를 주장하는 좌파 학자와 ‘퍼주기 식 복지’를 배격하는 우파 학자의 관점 모두를 비판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헌신적 조건과 그들의 요구를 깊이 들여다보는 공감이 필요하며 제도를 설계할 때도 배려심을 밑바탕에 깔고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크레이머 교수는 화려한 첨단 기술에 바탕을 둔 제품일수록 작은 공정 하나의 결함으로 생산과정 전체가 파괴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생산성만을 최우선 가치로 삼으며 인간의 노동을 부차적인 것으로 만드는 ‘자동화의 민낯’에 통렬한 비판을 한 것이다.

 

개도국이 경제발전을 이끌려면 무작정 선진국의 기술개발 현황만을 추격하는 대신 냉철하고 똑똑한 인적 자본을 길러내는 데 우선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과 더불어 “충분한 인구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주장하여 세계 경제학계에 신선한 화두를 던진 업적을 이뤄냈다.』

 

이 기사를 보면서 나는 크게 공감했다.  

 

평범했던 내 삶 속에서도 가난을 등에 짊어지고 다녔는데, 결혼 이후 한 번도 융자에서 벗어나 보지 못했고, 지금 역시 융자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융자란 제도 덕분에 주거를 비롯해 꼭 해결해야할 일들을 해결해 나갈 수 있었다. 

 

융자라는 짐이 가벼운 것은 아니지만 가족의 행복을 위한 짐이라면 충분히 질만도 하다. 지금 사는 우리 집만 해도 나에겐 과분한 집이다. 언어의 장벽이 큰 외국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이런 일 저런 일 시도를 해보았지만,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뉴질랜드에 와서 내가 시도한 일들은 거의 실패였다. 많은 융자를 얻어서 산 우리 집도 마찬가지였다.

 

13년 전에 방 5개에 화장실 3개인 신축한 지 3년이 된 집. 어렸을 적 꿈이었던 언덕 위의 이층집을 하숙을 치려는 목적으로 샀지만, 집을 산 지 얼마 안 되어 한국 유학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그 시기를 견뎌내느라 마음과 몸 고생을 하던 중에 집을 팔려고 시도를 했지만, 팔릴 듯 팔리지 않으면서 일 년이란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결국 파는 것을 포기하고 아이들과 함께 힘을 합쳐서 이겨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항상 마음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었지만, 갈 데 까지 다 가고 나니까 두려움이 아예 싹 사라졌다. 

 

그 이후로 조금씩 집안이 풀려 나갔는데, 성인이 된 아이들의 힘이 컸다. 완벽한 영어로 세상에 뛰어들어 부모를 도우니, 그간의 고생은 오히려 복으로 돌아왔다. 팔지 않은 집 역시 복덩이로 바뀌었다. 그 집이 우리 부부의 노후를 도와줄 후원자가 되었으니까.

 

에어비앤비(airbnb)를 운영한지 일 년 반이 되었는데,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손님들의 사연은 가지가지로 많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참여하는 사람들, 병문안을 하러 온 사람들, 여행하는 국내인들과 외국인들, 대학의 학부모들, 강연을 하러 온 교수들, 마나와투 행사 참여자들.......이 짧게는 하루 길게는 몇 달을 지내면서 그들의 삶을 보여 준다.

 

여행 목적 중의 하나가 다른 환경 속의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나 자신을 성찰하는 것인데, 우리 부부는 집에서 여행을 하고 있는 거와 같으니, 이 또한 복 중의 복이 아니겠는가?

 

나눔의 마인드가 이런 새로운 업종을 태어나게 하였으며 그 업종에 참여한 우리는 보다 안정적인 노후를 계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올해의 노벨경제학상에 대한 기사를 보면서 인류의 의식이 성큼 뛰어 올라가 있음을 인식했다. 한국의 촛불집회 역시 높은 국민들의 의식을 보여 준다. 이렇듯 멋진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는데,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경제전쟁을 즐기는 지도자들은 각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1%가 99%를 지배하는 시대는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나의 행복을 위해 남을 불행하게 만드는 생각 대신 배려하는 마음을 키워나가야 한다. 이렇게 우리가 남에 대한 배려심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우리 모두에게 행복한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늘 봄은 아니다만, 그 언젠가 그럴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바라보기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감사하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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