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그 짭짤한 레시피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토마토 그 짭짤한 레시피

0 개 1,463 수필기행

■ 배 혜숙 

 

토마토를 출고한다는 문자를 받고 농장의 홈페이지로 들어갔다. 겨울을 난 짭짤이 토마토는 그 맛이 일품이다. 부드럽게 녹아드는 약간의 짠맛이 입맛을 확 끌어당긴다. 여러 해째 단골 농장은 토마토를 수확하는 첫날, 어김없이 달달한 소식을 날린다.

 

85817245e6263bc07a37e67321844d12_1571788872_8928.jpg
 

유기농 짭짤이 토마토 한 상자가 생각보다 비싼 가격이었다. 한참을 망설였다. 토마토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편도 이것만큼은 오독오독한 맛이 남는다고 접시를 말끔하게 비우곤 했다. 나 또한 탱글탱글한 육질에 반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 간간짭짤한 맛을 입이 아니라 머리로 그리는 데도 어느새 익숙하다.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에 농장주 아들의 생일 기념으로 완숙 토마토를 특별가로 올렸다. 짭짤이에 비하면 값이 싸서 거저 가지는 기분이었다. 두돌잡이의 얼굴이 화면에 떴는데 오동통하고 볼그레한 볼이 바로 토마토였다. 생일을 축하하는 마음으로 마우스를 끌어다 꾹 눌렀다. 완숙 토마토 두 상자가 내게 뚝딱 떨어졌다. 또 짭짤이 토마토는 다른 사람이 맛보도록 선물용으로 두 상자를 힘껏 눌렀다. 

 

친척언니의 신접살림을 구경하고 온 어머니는 “살림살이가 어쩌나 짭찔맞은지, 아이고 너거 언니는 재주가 참 용하제” 몇 번이고 그 짭짤함을 강조하셨다. 그리고 언니가 차려내온 밥상도 아주 정갈스러웠다며 손끝마저도 짭짤맞다고 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야물고 옹골찬 살림과 함께 밥상도 그랬다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무엇이든 얼렁뚱땅 해치우는 짭짤찮은, 혼기가 꽉 찬 딸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완숙 토마토 두 상자가 도착하자마자 대부분의 시간을 부엌에서 보냈다. ‘네 음식솜씨가 그만하면 짭짤맞구나.’ 살아계셨더라면 어머니의 이런 칭찬이 듣고 싶어 ‘빨간 토마토 레시피’ 라는 요리책도 함께 구입을 했다.

 

익은 토마토의 육감적인 모양새와 함께 싱싱함이 넘쳐 무슨음식을 해도 제맛을 그대로 살렸다. 주스는 기본이고 삶고 찌고 굽는 일로 분주했다. 햇양파와 부추, 신선한 들기름을 넣어 샐러드를 만들었다. 샌드위치에도 토마토는 빠질 수 없었다. 올리브를 둘러 오븐에 살짝 굽거나 치킨이나 소고기와 함께 어울려 내는 맛도 그만이었다. 해산물을 넣은 토마토스튜에도 빠질 수 없었다. 그라탱이나 피자위에서도 컬러풀한 기운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풍부한 일조량을 받아 질펀한 빨강을 과시하는 토마토는 얼치기 살림꾼에게 짭짤한 재미를 가져다주었다. 슈퍼푸드의 대명사로 온 세상에 알려졌으니 식구들의 건강을 챙기는 꽤 괜찮은 주부로 보이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완숙토마토에 푹 빠져 외출도 뜸한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지난번 만났을 때 스페인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귀뜸을 했었다. 그런데 세계적인 토마토 축제인 스페인의 ‘라 토마티나’ 축제에 맞춰 팔월에 같이 떠나자고 했다. ‘라 토마티나’ 축제는 120여 년을 이어온 스페인의 대표적인 축제다. 토마토를 던지고 맞는 광경이 거의 전투에 가깝다. 왜, 무엇 때문에 그 싸움판에 가느냐고 따지려다가 그만두었다.

 

내가 동네 축제에도 무관심한 사람이라는 것을 모르는 그녀에게 ‘무엇때문에’ 같은 질문은 불필요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일부러 피해 다니고 어깨 들썩이는 가무 현장도 맥쩍어서 싫어하는 성격이다. 흥겨운 자리도 내가 끼이면 단번에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태생이 그러한데 축제라니 그것도 스페인까지나. 나 홀로 축제에 빠져 입과 눈, 마음도 한껏 고무되어 ‘라 토마티나’ 같은 세계적인 축제도 시답지않게 들렸다.

 

토마토가 거의 바닥을 보이자 스페인식 수프를 끓였다. 내 축제의 초대손님을 위해서다. 약간의 우울증이 찾아와 칩거 중인 인생 선배를 간곡한 뜻을 담아 초대를 했다. 된장이며 고추장 담는 법을 전수해 주었고 이해와 관용의 폭을 넓히는 기술도 그녀를 통해 배웠다. 깊고 원만한 관계 맺기에 달인이었는데 노인이 되어가는 과정이 서러워 마음병을 얻었다. 하나씩 내려놓고 보니 살아가는 일이 새벽꿈과 같이 덧없이 느껴졌단다. 겁먹고 자신감을 잃어 세상살이마저 시들해졌단다. 그 마음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토마토수프 한 그릇으로 공허감을 달래주고 싶었다. ‘빨간 토마토 레시피’의 스페인식 수프는 토마토에 여러가지 야채를 넣은 차가운 음식이지만 나는 뜨겁게 끓였다. 토마토와 야채를 곱게 갈아 우유를 한 컵 넣고 끓이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추었다. 선배는 뜨끈한 끈기가 온몸을 감싸 탄성이 생긴다며 얼굴을 붉혔다. 새빨간 수프를 나누어 먹은 공감의 연대를 형성했으니 축제는 성공적이었다. ‘라 토마티나’ 같은 빨강이 폭발하는 축제가 아니라 그 빨강을 가만가만 어루만지고 달래고 가라앉히는 내 축제도 수프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오랜만에 농장 홈페이지로 들어가 본다. 아하, 끝물 짭짤이 토마토가 값이 확 내렸다.

 

얼른 한 상자를 찜한다. 여름을 맞이하려면 이 찰토마토를 좀 먹어줘야 할 것 같다. 완숙토마토와 달리 생으로 먹는 그 맛을 즐기고 싶다.

 

일찍부터 영토를 넓히고자 애쓴 스페인은 호전적인 나라다. 건강과 장수를 의미하는 토마토는 스페인에서는 빼놓을 수 없다. 스페인에서 토마토 요리의 진수를 맛보고 나면 푸드득 솟구쳐 올라 식어가던 심장이 다시 뜨거워지지 않을까. 빨갛게 혹은 간간짭짤하게 그렇게.                        

 

출처  <수필과 비평>

 

SNS 게시글로 인한 해고

댓글 0 | 조회 1,891 | 2023.11.28
일반적으로 피고용인이 퇴근 후에 하는 행동은 원칙적으로 사생활의 영역에 속하기에 고용주가 이를 문제 삼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근무시간 외의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 더보기

스마트폰, 여름방학

댓글 0 | 조회 416 | 2023.11.28
‘더 늦기 전에 이 미친짓을 그만둬라.’마치 머리에 띠를 두르고 불끈 쥔 두 주먹을 휘두르며 한 목소리로 외쳐대는 구호에나 딱 어울릴듯한 위의 문장은 사실 한 동… 더보기

집콕! 집순이들을 위한 초간단 스트레칭 루틴 (침대에서 가능)

댓글 0 | 조회 680 | 2023.11.28
날씨가 추워지거나 흐리면 자연스레 몸도 웅크려지기 마련인데요, 특히 바쁜 하루 일과를 끝낸 후에는 아무것도 하기 싫고 침대에 쏙 들어가 있거나 특별한 일이 없는 … 더보기

어그부츠와 미나리 형님

댓글 0 | 조회 483 | 2023.11.28
아직도 그 전화 번호를 잊지 않고 있다.833 8X8X 누르기만하면 자즈러질듯 반가워 하시던 그 형님의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들리는 것 같다.전화 한 통화가 뭐 … 더보기

카페에서 설교를 준비하다

댓글 0 | 조회 521 | 2023.11.28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고국의 한 칸짜리 빌린 방에아내 혼자 두고 나와유명 카페에 앉아 말씀을 펼친다뜨거운 커피 내리는 소리주문한 사람 부르는 소리컴퓨터 자판 두드… 더보기

비가 오면 손발이 저리나요?

댓글 0 | 조회 315 | 2023.11.28
누구나 한 번쯤 오랫동안 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가 움직일 때 저릿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저리다’는 느낌은 개인에 따라 저리다, 쑤시다, 감각이 … 더보기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

댓글 0 | 조회 625 | 2023.11.24
필자의 오랜 친구가 파킨슨병으로 투병하다가 지난해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매우 애석하게 생각한다. 필자가 이 친구를 처음 만난 것을 1940년대 왜관국민학교(초… 더보기

얼굴

댓글 0 | 조회 442 | 2023.11.1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내 아들을 본 사람들은나와 꼭 닮았다고 한다돌아가신 아버지 사진을 보면내가 어느새 아버지를 닮아있다아버지의 삶을 싫어했다가난한 목사가 싫었다… 더보기

리커넥트 2023년 연말 활동 보고

댓글 0 | 조회 431 | 2023.11.15
1. 홍수 피해 “LEND A HAND” 프로그램2023년 1월 말 오클랜드의 역사상 가장 심한 홍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았지만, 또한 홍수 이후에 주… 더보기

하루 10분 초간단 복근 운동과 허리 스트레칭

댓글 0 | 조회 406 | 2023.11.15
흔히들 복근 운동하면, 식스팩을 만들기 위한 강도 높은 운동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막상 초보자들이나 허리가 약한 분들이 그런 운동을 따라하려다 보면, 괜히 어렵기… 더보기

깊은 슬픔이 흐르는 강

댓글 0 | 조회 352 | 2023.11.15
▲ 경남 합천 황강. 사진 합천군청 누리집사람의 정성이 나무와 쇠를 감동시킨 곳영남지방 낙동강의 지류 가운데 경남에서 가장 긴 강은 남강과 황강이다. 남강은 진주… 더보기

집에 웅덩이를 발견했다면

댓글 0 | 조회 548 | 2023.11.15
최근들어 물 누수나 물 웅덩이에 관한 질문이 많아 교민분들을 위해 간단한 설명을 올립니다.아래 글은 워터 케어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습니다.개인 주택이나 카운실 소… 더보기

요가와 어떻게 다른가?

댓글 0 | 조회 326 | 2023.11.15
‘웰빙하면 요가’ 이렇게 떠올리는데 요가에서 단전호흡을 하지는 않습니다. 챠크라라고 해서 우리 몸에 신성을 깨우는 일곱 부분이 있다는 건 알지만, 그 중 하나가 … 더보기

새로운 Skilled Migrant Category (기술자 영주권 카테고리)

댓글 0 | 조회 1,208 | 2023.11.15
새로운 Skilled Migrant Category (SMC) 는 2023년 10월 9일에 시작되었으며 6점 시스템에 따라 운영됩니다. 재설계된 신청 프로세스는 … 더보기

나쁜 남자, 나쁜 문제

댓글 0 | 조회 505 | 2023.11.15
시험을 코 앞에 둔 아이들을 그래도 평소보다는 더 진지하고 더 차분합니다. 그동안 놀아재낀 시간이 미안해서일수도 있고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드신 부모님의 얼굴이 상… 더보기

우즈벡 다리를 만지고

댓글 0 | 조회 430 | 2023.11.15
앞 다리인지 뒷다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우즈벡의 다리를 만져 보았다. 오래전에 배고파서 못 살겠다던 나라를 생각하면 되겠다. 대졸 사원 월급이 백만 원이면 아주 잘 … 더보기

한글을 사랑해

댓글 0 | 조회 478 | 2023.11.14
“일본인들은 4-5세기에 한반도 남해안에 작은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다. 1640년대에 한국은 중국 청나라 왕조의 속국이 되었다”라고 외국 교과서에 실려 있다고 한… 더보기

어느 날 나의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

댓글 0 | 조회 331 | 2023.11.14
시인 유하어느 날 내가 사는 사막으로그대가 오리라바람도 찾지 못하는 그곳으로안개비처럼 그대가 오리라어느 날 내가 사는 사막으로 그대가 오면모래알들은 밀알로 변하리… 더보기

부처님처럼 음식을 대하고 부처님처럼 음식을 먹는다

댓글 0 | 조회 415 | 2023.11.14
여러분은 ‘사찰음식’ 하면 무엇을 떠올리나요? 푸릇푸릇한 푸성귀나 야채, 나물들로 구성된 밥상을 먼저 생각할 수 있겠고요. 부처님오신날 나들이 삼아 절에 가면 공… 더보기

新기술이민, 그것이 알고 싶다

댓글 0 | 조회 1,200 | 2023.11.14
지난 10월 9일 시행에 들어간 새로운 기술이민법에 의하여 좀 더 간소화된 방법을 통해 보다 많은 전문기술인력이 영주권을 신청하고 이전보다 빠르게 승인받게 될 것… 더보기

AP 시험이란? 그리고 신청 방법에 대하여

댓글 0 | 조회 540 | 2023.11.14
한국 대학(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및 카이스트, 등등)이나 미국(Ivy league), 영국 등의 명문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AP(Advance… 더보기

잘못 알려진 한약의 효능

댓글 0 | 조회 409 | 2023.11.14
한의원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 “여름에 한약을 먹으면 땀으로 빠져나가는 게 아닙니까?” 하고 묻는 이들이 많다. 여름철에는 날씨가 덥고 땀을 많이 흘리니까 먹은 한… 더보기

21세기 만병통치 노리는 mRNA

댓글 0 | 조회 811 | 2023.11.10
스웨덴 노벨위원회(Novel Committee)는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커털린 커리코(64•Katalin Kariko, 헝가리인) 미국 펜실베이니아… 더보기

커뮤니티 및 사회 지원 서비스

댓글 0 | 조회 1,215 | 2023.10.27

대학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

댓글 0 | 조회 1,875 | 2023.10.26
꽤 유명했던 가전제품 광고카피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가 생각난다이 광고가 나오던 1970~80년대는 한국전 후 산업화가 되면서 섬유업 다음으로 전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