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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최 영철
못 가득 퍼져간 연잎을 처음 보았을 때
저는 그것이 못 가득 꽃을 피우려는
연잎의 욕심인줄 알았습니다
제 자태를 뽐내기 위해
하늘 가득 내리는 햇살 혼자 받아먹고 있는
연잎의 욕심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연잎은 위로 밖으로 향하고 있는 게 아니라
아래로 안으로 향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직 덜 자라 위태위태해 보이는 올챙이 물방게 같은 것들
가만가만 덮어주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위로 밖으로 비집고 나오려고 서툰 대가리 내미는 것들
아래로 안으로 꾹꾹 눌러주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어머니의 어머니가 동란 때 그러하셨듯
산에서 내려온 아들놈 마루바닥 아래 숨겨두고
그 위에 눌러앉아 방망이질 하시던 앙다물던
모진 입술이란 걸 알았습니다
그렇게 그것들의 머리맡에서
꼬박 밤을 밝히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 최영철 시인은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백석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설송문학상’ 등을 수상하였고, 시집으로 ‘아직도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가족사진’, ‘홀로 가는 맹인 악사’, ‘야성은 빛나다’, ‘일광욕하는 가구’, ‘애망초가 쥐꼬리망초에게’, ‘그림자호수’, ‘호루라기’, ‘찔러본다’, ‘금정산을 보냈다’, ‘말라간다 날아간다 흩어진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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