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점심시간

0 개 1,921 조병철

2f4d94de9c768a2c7990be41ae49a1e0_1570588842_1378.jpg
 

오클랜드에 있는 대학의 국제 영어교실에는 여러나라에서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찾아 온 학생들로 법석인다. 중국 한국 일본에서 온 동양인이 주를 이루지만 스웨덴 루마니아 같은 유럽에서, 남미 브라질에서 또한 인도 출신도 빠질 수 없다. 스피킹 시간에는 삼삼오오 서로 섞여 그룹별로 아주 활발하게 자기의 발음을 뽐내려 한다. 그런데 점심시간이 되면 모두들 뿔뿔이 헤어져 다시 모이게 된다. 가만히 살펴보면 이제는 출신 나라별로 테이블을 가르면서 다시 그룹이 형성된다. 중국 친구들은 그들 나름대로 중국 스타일의 도시락으로, 유럽에서 온 학생들은 키위 스타일의 메뉴로, 한국 출신들에게는 김밥에 미소 수프가 인기 메뉴다. 이런 점심 모임에는 자기들의 정보교환이 주를 이루기도 하지만 점심 먹거리에 대한 공감대를 나눌 수 있어 편안하다. 모두들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함께 같은 반에서 공부를 하고 있지만 점심 한끼라도 자기들이 선호하는 음식을 찾기 마련이다. 

 

네덜란드 에데-바겐닝엔에 있는 유리온실 전문 교육기관의 점심시간이다. 스페인 바르셀루나에서 한 무리의 연수생들이 온실재배에 대한 실습중이다. 아직은 학생 신분으로 모두 검소하게 자신들의 도시락으로 점심을 챙겨왔다. 물론 샌드위치용 빵이야 현지 마트에서 구입했겠지만 올리브 기름과 치즈는 고향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자기들의 고향산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제품이기에 챙겨 왔단다. 내가 보기에는 올리브 기름은 이탈리아나 그리스 제품이 더 나아 보이고; 치즈는 여기 네덜란드 산도 좋지 않냐고 말하자 그들은 아니란다. 자기 나라 사랑의 표현으로 생각되지만 자신들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가상스럽게 느껴졌다. 이때 필자는 호텔에서 싸준 샌드위치 도시락 점심이었다. 이것 만으로는 아무래도 허전해서 온실에서 따온 빨간 파프리카를 고추장을 찍어 씹어본다. 그래 조금은 위안이 되었던 기억이다. 

 

이런 점심시간의 형태에는 그들이 추구하는 메뉴를 읽을 수 있게 한다. 유럽같은 서양인에게는 치즈와 올르브유, 한국인에게는 김치와 고추장 같은 장류가 찾게되는 의미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나라마다 재료는 달라도 그들마다 즐겨 찾는 전통의 발효식품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이들 식품에는 공통의 원료와 함께 쉽게 달라 붙는 균주가 있게 마련이다. 이런 식품을 주기적으로 섭취함으로써 그들의 장기속에서는 이들이 번성하게 된다. 여러분도 잘 아는 바와같이 우리의 장기 속에는 셀수없을 정도로 많은 균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예전에는 유산균으로 표현해 왔었으나 이제는 Probiotics로 말해진다. 현대 의학에서도 강조하는 것과 같이 이들 장내 균들의 우리 몸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균들이 균형을 유지할 때 우리 몸의 건강이 담보 된다는 설명이다. 그리하여 이들 균들이 잘 번식할 수 있도록 우리의 식품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씨간장’ 이란 말이 있다. 새색시가 시집을 갈때 친정의 간장을 한 단지 챙겨간다. 이 간장은 새로운 장을 담글 때 균주로 활용하면서 새살림을 꾸려 나가는 얘기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대를 이어가는 몸속의 균주 관리에 대한 탁월한 식견을 가져왔다고 생각된다. 그러면 우리는 지금 이런 균주관리에 대하여 어떠한 노력을 하고 살아가고 있는가? 예전에는 해외출장에 김치를 챙겨가고, 여유가 있을 경우는 고추장과 된장도 빼놓지 않았다. 이제 한식의 세계화로 표현되는 한국음식의 산업화 노력으로 해외에서도 수월하게 우리 식단을 접할 수 있게 되리라 여겨진다. 이와 더불어 유명 식품회사의 한국식품이 남극기지를 포함하는 세계의 오지까지 공급망을 늘리고 있다니 아주 고무적인 일로 느껴진다. 

 

필자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영어 능력평가 시험인 LATT를 여러번 치러야 했다. 이 시험의 인터뷰 시간에 원어민 시험관의 질문에는 이런 것이 있었다. ‘당신은 어머니가 준비한 밥상과 와이프가 마련한 식탁 가운데 어느 것을 더 좋아 하는가?’ 질문에 대한 의도를 명쾌하게 파악치 못한 채로 더듬거리며 대답을 했다. 아무래도 어머님이 준비해준 밥상이 나에게는 더 편안했었고,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아직은 어머님 손맛이 더 정겹다’ 라고 답은 했었다. 혹시 내가 이 질문에 대하여 잘못된 답을 하지나 않았나하는 걱정을 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어머니의 손맛에 길들여져 아주 늦게까지 그 어머님의 손맛을 그리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일 게다. 그리고 그 다음세대의 자식들은 신혼초에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새로운 어머니의 손맛에 길들여지게 되고 말이다. 여기서 덧붙이고 싶은 말은 우리가 음식문화로 표현하는 식습관은 무척이나 보수적이라 생각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식생활은 바꾸기가 무척 힘이든다. 서양채소를 비롯한 식품들이 영양가가 높다 손 치더라도 우리가 적응해 내는 데는 오랜시간 필요하게 된다. 우리의 뇌를 포함한 몸이 그렇게 진화해 온 것이다. 

 

그렇다. 요즈음 어머니는 일상생활에 무척이나 바쁘다. 또한 자식들 옆에서 함께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상당수의 수퍼맘은 자식의 점심 도시락을 챙겨줄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리하여 많은 식구들은 학교나 직장에서 준비하는 단체 급식에 의존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는 대형몰의 푸드코트에서 날마다 점심 사냥을 해야한다. 우리에게 손쉽고 영양가가 풍부한 햄버거를 고르든, 간단하게 요기를 떼우기 위해 월남국수집을 찾던지, 아니면 우리가 갈망하면서 헤매어 새로운 맛집을 발견해 내든지. 그도 아니면 세프가 아닌 내손으로 직접 점심을 마련하든지 간에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런 선택으로 우리의 입맛을 달래고 포만감을 얻어야 한다. 또한 그로 인해 우리의 속이 편안해야 한다. 여러분은 오늘 점심시간 어떤 음식을 사냥하려드는지요? 

당신의 장미는 안녕하신지요?

댓글 0 | 조회 1,388 | 2019.06.12
오클랜드는 많은 가정에서 장미를 키운다. 아랫길 할머니는 앞벽에 빨간 장미를 곱게 올렸다. 매년 아주 탐스런 붉은 장미가 나에게 까지 인사를 건넨다. 마을 한복판… 더보기

미세-플라스틱 Microplastics

댓글 0 | 조회 1,396 | 2019.12.11
여름철 햇볕을 맞으면서 집 담장 청소를 시작한다. 담벽에 붙어 있는 묵은 때를 강한 수압으로 벗겨내자 오래된 페인트 조각도 함께 떨어져 나온다. 페인트의 작은 알… 더보기

해 뜨면 일어난다

댓글 0 | 조회 1,422 | 2019.07.09
‘인간은 사랑없이 살 수 없고, 식물은 태양없이 살아 갈 수 없다.’ 라는 말이 있다. 언제 들어도 멋진 표현이다. 아마도 태양이 식물의 자람에 지대한 영향을 끼… 더보기

겨울 나그네

댓글 0 | 조회 1,458 | 2020.08.11
오클랜드 겨울은 몹씨 음산하다. 눈내리고 얼음 어는 경우는 없지만 잦은 겨울비로 인해 체감온도는 무척 냉냉하다. 당연히 겨울 담요는 한결 포근하고 여러 가지 연료… 더보기

못 생겼지만 그래도 맛은 좋아요

댓글 0 | 조회 1,473 | 2020.03.10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빈번히 발생한다. 뉴질랜드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해 10월 북섬 혹스베이에서는 봄철 늦은 우박이 내렸다. 한창 자라던 어린 청… 더보기

Taranaki 봄 사냥

댓글 0 | 조회 1,478 | 2020.10.13
봄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어린시절 소풍길에 만났던 진달래 동산이 아련하고, 군근무 때 구포길 강변의 개나리 꽃도 생각난다. 학창시설의 원석동산의 백목련… 더보기

쓰레기 섬

댓글 0 | 조회 1,520 | 2020.09.08
천문학자인 멜버른 대학 Lisa Harvey-Smith 교수의 표현에 따르면 ‘우리의 몸 인체는 실질적으로 탄소ㆍ질소ㆍ산소 같은 별들의 먼지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더보기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

댓글 0 | 조회 1,525 | 2019.04.09
어제는 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여름철 긴 가뭄으로 뒷마당에 금이 쩍쩍 가 있었는 데 단비로 잔디(풀)가 생기를 얻었다. 이번 비로 잔디밭의 초지 풀들은 이미 정해… 더보기

테마를 따라 찾아가는 해밀턴 가든

댓글 0 | 조회 1,531 | 2020.02.11
해밀턴 가든을 처음으로 찾은 것은 2002년 여름이었다. 남쪽 Palmerston에 있는 Massey 대학을 찾아 가던 중 잠시 들렸다. 먼거리 여행으로 시간에 … 더보기

오클랜드 식물원의 Biosecurity trail

댓글 0 | 조회 1,598 | 2019.09.11
오클랜드 공항 입국장에서 신고를 마쳤다. 통관에 있어 검역에 관련 신고할 사항이 없다는 녹색선언이다. 이제 출구를 거쳐 공항을 빠져 나올 수 있다. 그런데 통로 … 더보기

일회용 플라스틱은 사치다

댓글 0 | 조회 1,678 | 2020.06.09
여러분은 일년 몇 개의 칫솔이 필요한지요? 열 개 정도 아니면 몇십개를 소모할 것으로 생각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숙박업소나 목욕탕에서도 일회용 칫솔을 제공한 적… 더보기

안식처 앞의 꽃다발

댓글 0 | 조회 1,693 | 2020.12.22
지에 그룹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날은 여기서 공원묘지 가이드 투어가 있는 날이다. 지역신문에 광고가 났으며 참가비를 지불해야 하는 이색 묘지 투어다. Waik… 더보기

하이그로브 로얄 가든

댓글 0 | 조회 1,734 | 2019.08.14
Highgrove Royal Gardens영국 남서쪽에 있는 텟버리 지방에 하이그로브 로얄 가든이 있다. 봄철 노란색 메도우 꽃이 만개하는 초지로 오래된 전원 풍… 더보기

일백 개의 촛불을 바라보는 사람들

댓글 0 | 조회 1,771 | 2013.07.10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보통 사람의 기대수명은 80세 정도이다. 이와 달리 장수족으로 분류되는 백세족(百歲族, Centenarian)은 이 보다 이십년 정도… 더보기

봄철마다 찾아오는 아스파라거스

댓글 0 | 조회 1,786 | 2019.03.14
과일나무는 한번 심어 놓으면 아주 여러해 동안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그렇지만 채소는 일반적으로 한번 심어서 수확하고 나면 매년 다시 심어야 한다. 어떤이는 계… 더보기

텔레비전의 요리 프로그램

댓글 1 | 조회 1,833 | 2012.07.10
텔레비전에는 요리 프로그램이 아주 다양하다. 그런대로 재미도 있을 뿐 아니라 서양 요리는 어찌하나 하는 관심으로 자주 보게 된다. 전국의 지방을 돌아가면서 그 곳… 더보기

우리는 왜 매운 맛에 열광하는가?

댓글 0 | 조회 1,850 | 2012.10.09
고추는 아메리카 대륙을 찾은 컬럼버스 일행에 의해 유럽으로 처음 전파되었고, 그 후 동·서양의 무역경로를 통해서 한국에 들어왔다. 외국에서 들어 온 … 더보기

천하태평 농법

댓글 0 | 조회 1,917 | 2013.05.14
오클랜드는 이제 가을이 깊어 가고 김장철이 다가온다. 이번 김장을 담그는 데 갓이 한단 정도 있다면 어떨까. 김치맛이 한결 상큼해 지리라 생각된다. 손바닥 텃밭에… 더보기
Now

현재 점심시간

댓글 0 | 조회 1,922 | 2019.10.09
오클랜드에 있는 대학의 국제 영어교실에는 여러나라에서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 찾아 온 학생들로 법석인다. 중국 한국 일본에서 온 동양인이 주를 이루지만 스웨덴 루마… 더보기

접시 위에 올라온 꽃잎

댓글 0 | 조회 1,945 | 2012.09.12
‘진달래꽃이 피는 봄이 오면 나는 언니하고 화전(花煎)놀이 간다.’ 옛 동요에 나오는 구절이다. 화전이란 말 그대로 꽃잎을 넣어 부친 전을 … 더보기

한 여름밤의 Redwood 숲

댓글 0 | 조회 2,017 | 2020.01.15
여름철 이른 아침 로토루아 Whakarewarewa 레드우드 산림지는 장엄함 그 자체다. 아침이 밝아 오지만 햇살은 아직 멀리에 있어 재잘대는 산새 소리만 이곳이… 더보기

달콤한 유혹 설탕

댓글 0 | 조회 2,023 | 2013.01.16
여름철 땀나는 운동 후에는 갈증과 함께 달콤한 게 그립다. 그리고 겨울철 추위를 이겨내는 데도 단음식이 인기를 모은다. 현대인은 이러한 달콤한 에너지원의 욕구를 … 더보기

기후는 변하고 있는 데

댓글 0 | 조회 2,053 | 2012.12.11
지난 10월 오클랜드에서는 거센 바람으로 큰 나무가(오톤 정도) 쓰러지면서 집 두채를 덮쳤다. 이 사고로 두집은 지붕이 크게 무너졌다. 그 중 한 집에서는 식구들… 더보기

가을 포도 향기, Campbell-Early

댓글 0 | 조회 2,064 | 2020.03.30
고향 뒷동산에는 포도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새로 이사 온 집이라 정확히 누가 심었지도 몰랐다. 초가을 어쩌다 보면 작은 송이에 포도가 몇 알씩 달리는 데 좀처럼 … 더보기

주림을 고치는 데는 밥이 으뜸

댓글 0 | 조회 2,065 | 2013.11.13
「세상에서 몸에 좋다는 복령 인삼 구기자(拘杞) 같은 세 가지 약을 먹고 나서 다시 음식을 먹지 못한지 백 일만에 숨결이 가빠 곧 죽게 되었을 때. 이웃집 할멈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