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소풍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달빛 소풍

0 개 1,581 수필기행

■ 안 경덕 

 

나만의 달이 있다. 밤마다 휘영청 밝은 달이 숲속에서 뜬다. 이 달은 날씨가 흐려도 눈비가 와도 천연덕스럽게 뜬다. 일 년 삼백육십오일을 하루같이 노숙하면서도 눈부시게 빛난다. 빨갛게 익은 달이 항상 나만 쳐다본다. 덩달아 내 마음의 달도 뜬다. 오래전 늦은 저녁이었다. 가게 앞에서 나른한 두팔을 쭉 뻗었다. 오른쪽 다섯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 환한 보름달이 떠 있었다. 순간 전율이 일었다. ‘저건 내 달이야.’ 하고 점찍어 놓고 그 자리에서 한참 동안 달을 바라보았다.

 

우리 가게 앞의 나지막한 산바락을 대각선으로 질러 키가 훤칠한 아파트가 있다. 그 옆 아래쪽이 달의 대저택이다. 한 동인 아파트와 달이 닮았다. 하나라서 외롭다는 것이. 늘어진 나뭇가지의 잎들이 밤에는 검은색으로 일제히 변해 흐느적거리면서 괴괴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거기에 비바람까지 몰아치는 밤엔 우우거리는 바람소리가 달에 시비를 걸어온다. 설령 온갖 잡신이 괴롭힌다 한들 달의 붉은 기운이 못 물리치겠는가. 나무들은 맑고 고요한 날도 살살 부는 바람과 그림자를 빌려 달의 얼굴을 요리조리 가려 조각달로, 옆으로 살짝 비켜서 반달로 만든다. 또 바람을 숨죽여 놓고 온달로 드러나게 한다. 그림자들 유희를 달더러 즐기라는 것 같다. 그러나 달은 부동자세다. 그 의지까지는 나무들이 어쩌지 못하나 보다.

 

나무가 잎을 떨친 계절에는 달의 얼굴이 더욱 밝고 훤하다. 차가운 날씨일수록 붉은 빛이 더 도드라진다. 달도 사람처럼 추위를 타지만 겨울이 좋다고 하는 듯하다. 눈앞에서 흐느적거리던 나무 이파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간섭 받는 걸 싫어하는 건 사람과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달은 나뭇가지 위에 떡하니 턱을 괴고 흥얼거리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하도 긴 세월  앉아 있어 다리가  저려 일어나지 못할까. 아니면 나뭇가지에 걸려서 오도 가도 못하는걸까. 그 모습이 미련한 것 같기도 하고, 굳은 심지 같기도 하다. 이러한 것들에 내 마음이 꽉 붙잡혔다. 내 삶을 보는 것 같아서다. 우리 부부는 우둔하리만큼 오랫동안 이곳에서 한 업종에만 고집하고 있다. 이 달의 처지와 흡사하다고 할까.

 

달의 집 옆에 있는 아파트가 달의 파수꾼이라면, 달은 우리 가게의 파수꾼이 아닌가. 그러니 센 바람이 부는 날, 달도 가게도 걱정이 안 된다. 이렇듯 나와 연이 깊은 달은 나에게 아파트 가가호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삶을 생중계 해 준다. 밥그릇 달그락거리는 소리, 도란도란 얘기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깔아 집집이 기쁨과 웃음이, 슬픔과 눈물이 어우러진 다큐맨터리를, 내게 다채롭게 들을 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셈이다. 

 

동서남북에 붙어있는 달의 눈이 정말 예리하다. 달은 적게는 그 마을 일을 다 꿰고 있을 테고, 크게는 세상 돌아가는 것까지 관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에겐 밤마다 추억의 모닥불을 지펴 주려고 무던히 애를 쓰는 모양이 갸륵하다.

 

날마다 만나는 이 달과는 깊은 정이 들었다. 그동안 둘이서 남몰래 새긴 사랑이 달의 집에 작은 강을 이루고 있다. 그 강에 넘실대는 달빛 흥건한 곳으로 소풍을 간다. 아니 계절마다 이 달이 나를 특별 손님인 양 초대한다. 달은 교교히 흐르는 달빛 속 사계의 아름다움을 나와 나누고 싶다고 손을 살며서 잡아준다. 열두 가지 색을 내는 연둣빛의 싱그러움을, 소나무가 뿜어주는 짙은 솔향기를, 오색 단풍의 고운 자태를, 시원한 여백의 여유로움을 한 보따리씩 바리바리 싸준다. 아마 내가 이제 먼 산의 산행을 못 한다는 것을 달이 눈치챘을까. 그 아쉬움을 그나마 달래 주는 게 이 산의 달빛 소풍이다. 비록 야트막한 산이지만 촉촉한 산기운을 안겨준다.

 

그게 좋아 밤마다 하루 일과를 돌아보며 달에게 그날 있었던 일들을 주섬주섬 털어놓는 게 일상이 됐다. 말없는 달이 큰 위로가 된다. 나를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과 나만 만나주는 믿음 때문이다. 달도 때론 숲속이 갑갑하여 비가 오면 그 빗물인 척하면서 눈물을 흘리리라. 그럼에도 언제나 꽃처럼 활짝 웃고 있다.

 

e0ddd5b1cf9c73ac98d6752ea8b21a2a_1570506743_226.jpg
 

이런 달을 내 첫 사랑인 양 비밀이 깃든 장소에서 은밀히 만난다는 사실에 가슴 떨린다.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다. 누가 본다고 달이 닳는 것도 아니요, 누가 좋아한다고 내 사랑이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그냥 그러고 싶다. 부모 사랑을 독차지하려고 떼쓰는 아이처럼. 달에 응석 부리고 싶어하는 내 마음을 알은체 하며 그저 웃어주는 달이 고맙다.

 

반면 하늘에 둥실 떠있는 둥근 달은 온 누리를 밝혀주는 절대자다. 산란한 마음을 보듬어 주는 다감한 손길에 너도 나도 위안을 받는다. 그러나 나만의 보름달을 더 의지하게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외진 숲속에서 혼자 쓸쓸하게 서 있는 저 가로등이, 아니 나만의 보름달이 측은하지만 무척 당당해 보인다. 그 누구도 저곳에 나만의 달이 있는 것을 눈치 못 챌 정도로 있는 듯 없는 듯하다. 또 눈길을 주는 이가 아무도 없지만 제 할 일을 게으름 피우지 않는 숨은 일꾼이다. 곳곳에 저 달 같은 이가 얼마나 많겠는가. 사람이든 사물이든 다 드러낼 여건이면 더 좋은 일이 많겠으나 담담하게 안거할 여력을 가진 것도 크게 나쁜 건 아닐 것이다.

 

오늘따라 나만의 보름달이 더욱 커 보이고, 광채를 더 많이 발한다. 붉은 석양처럼 눈이 부신다. 언제 왔을까. 남편이 내 옆에서 달을 보며 한마디 툭 던진다.

 

“달도 밝다.”

 

나도 한마디 거든다.

 

“보름달이거든.” 

 

출처  <수필과 비평>

 

2024년 1월 영주비자 신청 변경 사항

댓글 0 | 조회 1,708 | 2024.02.28
영구영주권은 (Permanent Resident Visa) 일반적으로 영주권이 (Resident Visa) 부여된 후의 다음 단계입니다. 주된 차이점은 영구영주권… 더보기

의지를 주도하라

댓글 0 | 조회 204 | 2024.02.28
밀린 잡무를 힙겹게 마무리하고 겨우 한숨을 돌리고 나니.. 배가 고팠습니다. 시계를 내려다보니 점심시간은 이미 한참전에 지났고 오히려 저녁먹을 시간이 더 가까운 … 더보기

침 고인다! 돌고 도는 다정다감한 맛

댓글 0 | 조회 310 | 2024.02.28
전국비구니회관 사찰음식 강좌에서주호 스님과 함께 만드는 여름 사찰음식 이야기스님을 아는 이들은 곧 자취를 감출 끝물 가죽나무순이라든가 귀한 야생 산초열매 같은 것… 더보기

우리집 물에서 녹물이 나와요!

댓글 0 | 조회 528 | 2024.02.27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오클랜드에서 플러머로 일하면서, 날마다 새로운 일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집주인 분들이 가장 당황하며 급하게 저… 더보기

잃었던 정서(情緖)를 마주하던 날

댓글 0 | 조회 418 | 2024.02.27
평소와 다름없는 평범한 일상의 하루 . . .또 한 날 선물로 받은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어영부영 보내기엔 불안하고 괜스레 죄스럽다. 컴퓨터 앞에 앉아 몇자 쓰… 더보기

인맥 관리 ‘노하우’ 5가지 오해

댓글 0 | 조회 559 | 2024.02.27
“인사나 이권을 청탁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주겠다.” 제17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노무현 당선자의 일성이다. 나는 이 말을 인수위원회 파견 근무할 때 직접 들었… 더보기

자기 전 꼭 해야하는 스트레칭 (숙면 보장, 피로 회복)

댓글 0 | 조회 687 | 2024.02.27
바쁘게 일하고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만큼 중요한 게 바로 충분히 휴식하고 재충전하는 것임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운동하는 것 만큼 수면의 … 더보기

시험 준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기 위한 5가지 팁

댓글 0 | 조회 282 | 2024.02.27
시험은 학생들 사이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마련입니다. 시험이 다가오면, 긴장의 분위기가 느껴지고, 시험에서 나올 문제들에 대한 소문이 돌며, 필기노트의 … 더보기

요즘은 비자 심사에 얼마나 걸려요?

댓글 0 | 조회 1,049 | 2024.02.27
늘 드리는 말씀이지만, 타국적 소지자로서뉴질랜드에 체류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예외 없이 Visa(이하, 비자)가 필요합니다. 비자는 크게 딱 2가지로 영주권 비자… 더보기

아버지의 빛

댓글 0 | 조회 544 | 2024.02.27
시인 신 달자​1아버지를 땅에 묻었다하늘이던 아버지가 땅이 되었다땅은 나의 아버지하산하는 길에발이 오그라 들었다신발을 신고 땅을 밟는 일발톱저리게 황망하다자갈에 … 더보기

흉식호흡, 복식호흡, 단전호흡

댓글 0 | 조회 300 | 2024.02.27
흉식호흡 : 가슴으로 숨 쉬는 호흡이다. 늑골이 움직이므로 늑골호흡이라고도 부르는데, 늑골의 개폐운동에 따른 기압의 차이로 공기가 드나든다. 흉곽과 어깨를 들썩이… 더보기

폐암(肺癌)

댓글 0 | 조회 547 | 2024.02.23
서구적 외모로 한국의 ‘그레고리 펙’으로 불렸던 영화배우 南宮遠(본명 洪京日) 씨가 지난 2월 5일 오후 4시께 송파구 서울 아산병원에서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더보기

한국, 세계에서 가장 개인주의적 사회?

댓글 0 | 조회 1,559 | 2024.02.14
저는 직업상 식민지 시대 사회주의적 독립 운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 시대의 투사들에 대한 자료를 읽다 보면 이 분들이 정말 “초인”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더보기

변기에서 물이 계속 흘러요

댓글 0 | 조회 1,075 | 2024.02.14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잠자리에 들어 주변이 고요할 때, 갑자기 들려오는 똑똑똑 소리는 깊은 잠을 방해하는 동시에, 아까운 물과 돈을 하수구로 … 더보기

돈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세금 계획

댓글 0 | 조회 899 | 2024.02.14
세금 계획은 비즈니스 재정을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으로, 법적으로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다시 말해, 미리 계획을 세워 세금을 지불해야 할… 더보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댓글 0 | 조회 548 | 2024.02.14
아침에 요란한 노크소리가 났다. 대충 짐작했듯이 소포들이 와 있었다. 국내에서 온 소포도 있었고, 한국에서 온 소포도 있었다. 한국에서 온 소포는 내가 기대하는 … 더보기

빈 시간에

댓글 0 | 조회 367 | 2024.02.14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슈베르트의 세레나데를 들으며아름다움이 넘쳐나슬픔 되어 옵니다쇼생크감옥 운동장에 울려 퍼지는이중창을 들으며나도 자유한 존재가 되고파혹시 내게 … 더보기

리커넥트 2024 정신건강 프로젝트 소개

댓글 0 | 조회 395 | 2024.02.14
리커넥트 사회단체란?Reconnect는 무관심에 도전하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비영리 자선 단체입니다. 2016년에 설립되었고 사회적인 이슈인… 더보기

자신을 위한 용서

댓글 0 | 조회 274 | 2024.02.14
요즘 SNS를 통해 보여지는 개개인이나 가정들은 늘 행복하고 부족함없고 삶을 즐기고 풍요롭고 사랑이 가득합니다. 그래서 과거보다 더 풍족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정… 더보기

헛 수고? 첫 수고!

댓글 0 | 조회 219 | 2024.02.14
자.. 이제 마지막... 이거 하나만 더하면....휴우.. 조심 조심.. 이제... 완성... 완성이다!! 완성이다!! 드디어 해냈다!!‘리샤르 플로’씨는 가늘게… 더보기

허벅지가 날씬하고 유연해지는 스트레칭

댓글 0 | 조회 316 | 2024.02.14
오래 앉아 있는 직업을 가졌거나 골반 좌우의 균형이 맞지 않을 때, 선천적으로 하체가 상체보다 좀더 발달한 체형 등 다양한 이유로 하체 비만을 걱정하고 고민하시는… 더보기

핵심만 파고드는 파트너쉽 영주권 가이드

댓글 0 | 조회 1,128 | 2024.02.13
애초에 영주권을 목적으로 교제를 한 것은 아니지만, 순수하게 사랑하고 영원을 약속한 사이에서 파트너쉽을 통한 영주권 신청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 더보기

사건의 지평선 그 너머

댓글 0 | 조회 367 | 2024.02.13
충주 석종사 참선 템플스테이‘5분만 바라봐’산다는 것과 초월한다는 것어쩌면 우리 삶의 곳곳에 놓인 블랙홀들과경계 언저리에서 아슬아슬 살아가는 삶그러나 언제고 꼭 … 더보기

사랑은 싸우는 것

댓글 0 | 조회 437 | 2024.02.13
시인 안 도현내가 이 밤에 강물처럼 몸을 뒤척이는 것은그대도 괴로워 잠을 못 이루고 있다는 뜻이겠지요창 밖에는 윙윙 바람이 울고이 세상 어디에선가나와 같이 후회하… 더보기

씨줄과 날줄

댓글 0 | 조회 451 | 2024.02.13
한국에 있을 때 읽었던 한 인용문을 떠올려본다. “하느님이 인간들을 천국으로 인도하려고 모든 사람들에게 실오라기 하나씩을 내려 보냈다. 사람들은 각자 실오라기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