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그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남편의 그녀

0 개 1,385 수필기행

그가 슬며시 지나간다. 그녀를 만나러 나가는 것이리라.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알은 척할 수 없다. 알은 척 했을 때 맞닥뜨리게 될 그의 반응이 두려워서다. 오히려 앞으로 당당하게 만나러 갈 계기를 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염려를 하며 참기로 한다.  스스로 정리하고 돌아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못났다.

 

그녀는 대단하다. 누군가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산 하나를 옮기는 일만큼 어렵다고 생각해 왔다.

 

믿음으로 산도 옮길 수 있다고 했던가? 산 하나를 옮길 만큼의 믿음이면 사람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그런데 그녀는 그토록 어렵다고 생각했던 일을 간단히 해내니 정말 대단하다는 것이다. 

 

꼼짝도 하기 싫어하던 남편이 슈퍼엘 다녀온다. 차에 물건을 놓고 왔다, 잠깐 바람 쐬고 오겠다며 연신 들락거린다. 한술 더 떠 무언가 사오기를 부탁하면 오히려 고마워하는 눈치다. 질투가 난다. 남편에게 그녀는 어떤 의미일까? 혹여 그에게도 한숨을 쉬고 싶을 때 찾는 도피처인 것은 아닐까?

 

담배를 피워본 적이 있다. 맛이 궁금해서도, 피울 때의 기분을 알고 싶어서도, 그 어떤 호기심 때문도 아니었다. 단지, 깊게 들이마셨다가 그만큼 길게 뱉어 낸 연기 위로 “이건 담배 연기가 아니라 내 한숨이야.”라고 했던 한 선배의 말 때문이었다.

 

 

말이 멋있기도 하였고 한숨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기발함에 지체하지 않고 실행에 옮겼다. 먼저 깊게 마셨다가 후……. 아! 내 한숨이 올라간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담배를 처음 피울 때 흔히 하는 기림도 없었고, 기분이 이상하지도 않았고 밋밋했다. 주변 친구와 선배들은 속 담배니, 겉 담배니, 처음이 아니니하며 나를 화제 삼아 말들이 많았지만 담배는 내게 끌릴 만한 것이 못 되었다.

 

기억 속엔, 생각하면 설레는 사람이 있고 너무 싫어서 만나질까 무서운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이도 저도 아니라서 아예 기억에 없는 사람도 있다. 담배는 내게 이도 저도 아닌 사람과 같았다. 피우고 싶다는 생각도, 다시 피우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조차도 들지 않았다. 애써 생각지 않으면 피워보았다는 기억도 희미해질 판이다. 습관이 들어 끊지 못할 만큼의 단계까지 끌어들일 만한 그 무엇도 없었다. 그 후로도 누군가의 생각을 도용한 것 같은 찜찜한 마음에 오래가지 못 하였다. 이렇게 오랜 기억 속에 별 의미가 아니었던 담배에 대해 요즘 들어 자주 생각하게 된다.

 

담배가 건강에 끼치는 해악을 차치하고라면 담배만큼 좋은 것이 어디 있으랴 싶다. 청소년들에겐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 어르신들껜 무료한 시간을 보내는 소일거리가 된다.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은 애인이기도 하고 헤어졌다가도 몰래 다시 만나는 정부가 되기도 한다. 기다리는 마음이 동무요, 고독한 사색의 동반자가 되기도 한다. 직장에선 어떠한가? 상사에게 심하게 혼나고 난 뒤 가장 짧은 시간에 위로를 받는 것은 역시 비상구에서 태우는 담배 한 대일 것이다. 휴게실에서 미주알 고주알 수다 떠는 핑계거리로도  단단히 한 몫을 한다.  오고 가는 담배 속에 쌓이는 정은 또 얼마겠는가?

 

남편에게 지금 담배는 헤어졌다 다시 만난 정부이다. 이 년여를 끊어 왔던 담배를 요즘 들어 다시 피우는 눈치이다. 처음 그런 기미를 알아챘을 때는 배신감도 들고 실망도 하고 마치 그가 옛 애인 만나는 걸 눈치챈 것 마냥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꼬인 감정 저 밑에서 마음 한 구석이 저려옴을 느낀다.

 

혹여 그가 뱉는 연기 속에 깊은 한숨이 묻어나는 것은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나는 지금 그에게 한 개비의 담배만큼이라도 위로가 되어 줄 수 있을는지 구실을 만들어 들락거리는 남편을 보며 그에게 담배 같은 마누라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정부를 부러워하는 조강지처 같다. 그러나 곧 나는 조강지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한다.  

 

담배는 이러거나 저러거나 해소 차원이다. 일시적인 해소를 반복하는 것이 담배가 그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이라면, 나는 한 번만으로도 가슴 깊이까지 따듯해질 수 있도록 꼭 안아 줄 테다. 그녀가 인생 뭐 있냐고 자주 그에게 속삭일 때, 나는 가끔이지만 잘 하고 있다고, 당신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해 줄 테다.

 

방금 들어온 그가 손을 씻는다. 무엇보다도 건강은 차치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닌가? 빠른 시일 내에 그에게서 그녀를 떼어 놓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조금 더 모른 척하기로 한다. 아니 끝까지 알은 척하지 않기로 한다.

 

야경을 즐겨보던 베란다로 내려선다. 저 너머 불빛들이 정겹다. 저 불빛 사이사이에선 또 얼마나 많은 한숨들이 올라가고 있을까?

 

출처  <수필과 비평>

 

■ 박 진희 

 

오늘에서야 속속들이 알아버린 E-visa

댓글 0 | 조회 1,977 | 2023.08.22
세상은 늘 변합니다.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겠구요. 제가 뉴질랜드 이민업무를 시작한 때는 1990년대 말이었습니다. 그 시대는 절대다… 더보기

한반도, 단호한 냉정이 필요하다

댓글 0 | 조회 709 | 2023.08.22
올해는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53년 7월27일, 북한 인민군과 유엔군은 상호 교전을 잠시 멈추고 더 이상의 후속조치를 멈추어버렸고 그 뒤로 … 더보기

마중 가는 길

댓글 0 | 조회 506 | 2023.08.22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아내가 귀국하는 날데리러 공항 가는 길아내 없는 동안 물 한번 주지 않은아내의 화분에 물도 주고먼지 앉은 피아노도 닦아 놓으니성가신 집안 일… 더보기

맑으면 선을 베풀 수 있다

댓글 0 | 조회 479 | 2023.08.22
탁기를 많이 받다 보면 그걸 견디는 힘이 생깁니다. 단련이 되면 어떠한 강 탁기도 무찌를 수 있는 능력이 생깁니다. 저절로는 안 되고 계속 훈련을 해야 합니다. … 더보기

코로나19 재유행?

댓글 0 | 조회 2,922 | 2023.08.18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8월 9일(현지시간) 코로나19(COVID-19) 오미크론(Omicron)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바이러스인 EG.5를 스파이크(spik… 더보기

Covid19 업데이트 - 모든 Covid-19 관련 규제 해제

댓글 0 | 조회 1,339 | 2023.08.18

멜랑콜리한 겨울 장마철

댓글 0 | 조회 960 | 2023.08.09
장마철이 계속되다 보니 대외활동이 제한되고 찾아 갈 곳도 또한 찾아 올 사람도 마땅치 않아 할 일 없이 집에만 있게 되는 날이 많아지게 되는 요즈음이다. 그러다 … 더보기

내가 여전히 잘 모르고 있는 일본인, 일본 역사

댓글 0 | 조회 951 | 2023.08.09
인류 역사상 가장 먼저 토기를 만든 나라. 토기를 처음으로 발명한 것은 일본인이다. 그들은 빙하기가 끝나자 곧 토기를 사용했다. 조몬(繩文) 토기가 그것으로 규슈… 더보기

7월을 보내며

댓글 0 | 조회 545 | 2023.08.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반듯하게살고 싶었습니다사람들 마음에 들려고거짓 웃음 짓지 않는그런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고개 숙인 자 앞에서나도 아무것도 아니라며상처 주지 않… 더보기

학생들에게 좋은 수면의 중요성 및 수면 향상 방법

댓글 0 | 조회 727 | 2023.08.09
이번 호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숙면의 중요성과 이를 개선하는 방법에 대하여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어떤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밤새 일하는 사람들”에 대… 더보기

끌어당긴 2030년

댓글 0 | 조회 915 | 2023.08.09
월드엑스포가 2030년에 부산에서 열린다. 월드엑스포가 개최되면 세계의 인적·물적 자원의 교류가 엑스포 개최지로 향하면서, 개최국의 많은 것이 달라진다고 한다.월… 더보기

생크 방지 요령

댓글 0 | 조회 639 | 2023.08.09
생크의 정의볼이 클럽의 호젤(Hosel) 부분에 맞아 오른쪽으로 날카롭게 날아가는 샷을 생크라 한다. 헤드 밑면의 힐사이드 쪽으로 맞아 나타나기도 하는데 가장 이… 더보기

허벅지살 빠지는 초보자 하체 운동 루틴

댓글 0 | 조회 624 | 2023.08.09
“하체 운동은 어떻게 시작해야하나요?무릎이 약한데 웨이트 운동해도 괜찮나요?스쿼트나 런지 하면 고관절 부분이 불편하고 아파요..”4년 넘게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며… 더보기

오픈 워크비자면 만사형통?

댓글 0 | 조회 1,173 | 2023.08.08
자국이 아닌 나라에서 체류하기 위해서는 어떤 종류의 체류 목적이든지, 비자(VISA)가 필수지요. 무비자 입국으로 체류한다 해도 비자가 발급되며 체류기한이 정해져… 더보기

리커넥트 7월 활동 보고

댓글 0 | 조회 585 | 2023.08.08
1.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따뜻함 나누기” 프로젝트지난 7월 14일, 리커넥트는 따뜻함을 나누기 위하여 오클랜드 거리로 나섰다. 대략 20-24명에 봉사자들이 … 더보기

누런 콧물이나 코피가 자주 흐르나요?

댓글 0 | 조회 848 | 2023.08.08
“우리 아이는 기침을 너무 많이 하는데, 기관지가 약한 것 같으니까 보약을 지어주세요” 라며 보호자가 직접 진단하고 치료방법을 정해 오는 경우가 있다.이 때 정말… 더보기

부부가 이혼을 할 경우 애완동물은 누구에게 소유권이 있나요?

댓글 0 | 조회 1,443 | 2023.08.08
부부가 이혼을 할 경우 보통 관계재산은 양측에게 공평하게 분할됩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애완견, 애완고양이 또는 다른 가족 애완동물일 경우, 이들이 관계 “재산”으… 더보기

사람을 살리는 온기의 힘

댓글 0 | 조회 746 | 2023.08.08
여행 가서 만나는 구들 이야기빈 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훤하다. 낙하한 잎새들이 수북이 쌓인 산길을 걸으며 낙엽의 깊이를 재어 본다. 적엽량이라고 해야 할까.… 더보기

그래도 라는 섬이 있다

댓글 0 | 조회 582 | 2023.08.08
시인 : 김 승희가장 낮은 곳에젖은 낙엽보다 더 낮은 곳에그래도 라는 섬이 있다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그래도 사랑의 불을 꺼트리지 않는 사람들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더보기

뇌과학이 알려주는 중독 (알코올, 마약, 도박 그리고 게임)의 이유

댓글 0 | 조회 1,019 | 2023.08.08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고 의지가 약하다거나 정신차리지 못한 한심한 실패자로 보고 있는 경향이 있는데, 뇌과학자들은 중독을 뇌의 보상체계에 이상이 생… 더보기

마음으로 맑아지려는 노력

댓글 0 | 조회 546 | 2023.08.08
선명하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남들이 볼 때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뭔가 삐져있는 사람입니다. 본인도 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더보기

5500만 치매 환자에게 희소식

댓글 0 | 조회 1,794 | 2023.08.05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은 치매(Dementia)이다. 물론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인 암(癌, Cancer)도 무섭지만, 말기 암 환자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 더보기

먹을 복도 자랑해야 하나?

댓글 0 | 조회 1,290 | 2023.07.26
동생이 집에 간 후 나는 몸살을 앓았다. 올 한 해의 반을 여행으로 다 보냈으니 몸살이 안 나고 배길 수 있었을까? 어제부터 몸이 조금 괜찮아지고 있음을 느꼈으나… 더보기

2023 시험비책

댓글 0 | 조회 741 | 2023.07.26
얼마전 한 학생이 거의 울상을 한 채 교실로 들어섰습니다. 이유를 물었지만 딱히 대답하지 않고 얼버무리는걸 보아하니 바로 견적이 나옵니다. 시험을 망친거겠죠. 성… 더보기

사이드 힐 업•다운(Sidehill Up•Down)

댓글 0 | 조회 766 | 2023.07.26
정의발 앞쪽이 발뒤꿈치보다 높은 경사도의 샷어드레스평상시와 같거나 스탠스의 폭을 넓게 해야 한다. 볼이 자신의 발보다 위에 위치해 있으므로 조금 더 멀리서며 상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