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6] 부끄러움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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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 부끄러움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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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en we are hipped or a dear friend is dead, there stars are, constantly shining over head.(우리가 우울할 때나 사랑하는 친구가 죽었을 때도, 별은 머리 위에서 변함없이 빛나며, 그렇게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별을 바라보고 싶어 하고 노래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윤동주의 '별 헤는 밤'과 '서시' 두 편의 시도 별을 노래하고 있다.

  윤동주는 이육사와 더불어 민족 저항 시인으로 우리들 머리 속에 각인 되어있다. 그가 일제의 칼날 아래에서 옥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익환씨는 자신의 회고담에서 윤동주가 적극적인 행동의 인간이라기보다는 '고요하고 내면적인 사람'이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의 지적처럼 윤동주는 시대의 아픔에 온몸으로 저항했던 투사라기 보다는, 척박한 조국의 현실에 상처받은 자신의 영혼을 쓰다듬고 끊임없이 내출혈을 앓으면서 자신의 부끄러움을 노래했던 시인이었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을 여러가지 각도에서 얘기한다. 하나 덧 붙이자면, 인간은 부끄러움을 아는데 동물은 부끄러움을 알지 못한다. 자신의 타고난 본능에만 충실하게 살아나가면 되는 동물은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동물은 동물 이상도 동물 이하의 존재도 아니기 때문이다. 개나 돼지는 옷을 입지 않지만 인간은 겉옷 속에 속옷까지도 켜켜이 입는다. 부끄러움을 아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팬티를 입는 형이하학적 의미에서 뿐만 아니라, 인간은 형이상학적 의미에서도 부끄러움을 느낀다. 인간은 별처럼 높은 이상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나태해지고 인간 이하의 존재로, 나중엔 짐승만도 못한 흉물로 추락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인간이 지향하는 높은 이상과, 자신이 바라보는 별의 모습에 자신의 행위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많이 어긋났을 때 인간은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러한 형이상학적인 부끄러움은 자연계에서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참으로 인간적인 형벌이자 자존심이다.

  육신만이 아니라 영혼마저도 흔들리는 갈대같은 존재인 인간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아니 누구나 무수히 많은 잘못을 저지르며 벌받고 다시 별을 바라보며 부끄러워하고 반성하며 성장해 나간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에게 지탄받는 일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때 우리는 그들을 뻔뻔하다고 하고 심한 경우에는 인간성을 상실했다고도 한다. 지난 추석 기간에도 술안주로 계속 씹혔을 신씨와 변씨의 모습을 보며 법의 심판 여부를 떠나, 참으로 그들이 부끄러운 짓을 저질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자신들의 부당한 권력 유지를 위해 국군들을 동원해 국민들을 향해 총을 겨누게 하고도 위풍당당할 수 있는 광주와 양곤의 군부 실세들을 보며 인간이 어느 정도까지 뻔뻔할 수 있는지 절망스러울 뿐이다.

  그들과 대극점에 놓인 양심의 소유자가 윤동주였다. 부끄러움에 대한 성감대가 그 누구보다도 발달돼 있던 감성의 소유자 윤동주는 끊임없이 부끄러움을 노래한다. '코스모스'에서는 "코스모스 앞에 선 나는/ 어렸을 적처럼 부끄러워지나니"라고 태생적 부끄러움을 동심으로 노래했고, '쉽게 씌여진 시'에서는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세상의 편안함과 쉽게 악수하려고 하는 지식인의 나태함을 아파하고 있다.  그의 시가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그의 시 도처에 세상에 대한 모든 부끄러움을 감지하는 섬모같은 솜털들이 살아서 눈물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의 시는 인간 최고의 선 중에 하나인 '부끄러움의 미학'을 담고 있다.

  1984년 서울 종로에서 처음 교단에 섰을 때, 나는 내가 담임을 맡은 학급의 급훈을 윤동주의 서시 앞 부분으로 정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별처럼 아득한 목표였지만 치기 어린 젊은 선생이었던 나는 내 반의 급훈처럼 살며 가르치고 싶었고, 나의 아이들도 윤동주의 마음을 가진 인간으로 성숙해가길 바랬다. 그러나 영악한 세상과 점점 살을 섞어 가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 보던 나는 몇 년 후에는 급훈을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로 줄일 수 밖에 없었고, 그로부터 또 몇 년 후에는 '부끄럼이 없기를'로 급훈과 삶의 목표를 하향 조정해 버렸다. 그런데 그마저도 문득 문득 지키기 힘들어 지는 것이 부끄러운 내 자화상인지도 모른다.

  저 창 밖을 세월처럼 스쳐 가는 바람이 내가 젊은 날 심었던 그 별이 무성한 나무의 별 이파리들을 얼마나 많이 날려 버렸을까. 내 청춘의 숲을 향해 거슬러 걸어가자니 바람에 흔들리며 내가 아프게 놓쳐 버리고 슬그머니 놓아 버린 별 이파리들이 숲 길에 즐비하다. 그 별 이파리 하나에는 프란치스코가, 별 이파리 하나에는 네루다가, 별 이파리 하나에는 잔느 모로가, 별 이파리 하나에는 탄호이 저가, 별 이파리 하나에는 콜린 윌슨이, 별 이파리 하나에는 고리끼가, 별 이파리 하나에는 카잔차키스가 다시 누군가에게 별이 되어 날아가려고 반짝이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별이 빛나는 밤'처럼 아름다운 오클랜드의 밤 하늘을 우러러 보니 윤동주가 아슬히 멀리서 별이 되어 노래하고 있는 것 같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사랑과 우정, 그 중간쯔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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