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들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는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선비들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는가?

0 개 1,369 명사칼럼

서양 중세의 기사와 영국 근대의 젠트리는 시골에 살더라도, 자신을 마을 사람들과는 완연히 구별되는 특수한 존재로 인식하였다. 일본의 사무라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사무라이나 젠트리는 조선의 선비들처럼 마을의 규약을 만들지 않았다. 그들로 말하면 국가의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었을 뿐이다.

 

bc97c9ef6531c6180509146ad22755b0_1563942616_903.jpg
 

조선의 선비들은 달랐다. 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이상적인 인간관계와 사회질서가 구현되기를 바랐다. 

 

그들의 노력은 다음의 세 가지 점에서 21세기 시민사회가 나아갈 지표를 제시해준다.

 

첫째, 중요한 것은 양적 성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가 고도성장을 거듭한다 해도, 시민들의 생활이 질적으로 개선되지 못하면 그 의미는 반감되고 만다. 

 

윤휴 같은 조선의 선비들은 공동체의 외적 발달과 성장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상부상조를 통해서 완벽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문제였다.

 

결과적으로 향약 계원들은 결코 방치되거나 소외되지 않았다. 질병과 가난, 그리고 천재지변으로 말미암아 생존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계원들은 언제나 이웃의 위로와 헌신적인 도움을 기대할 수 있었다.

 

둘째, 마을 사람들이 주고받는 위로와 격려, 그들의 상호연대는 가시적이고 구체적이었다. 조선의 선비들은 자신의 생활공간에서 상벌을 시행했다.

 

그들의 연대는 추상적이거나 형식적, 관념적인 것이 결코 아니었다. 실명(實名)의 개인들이 함께 웃고, 함께 땀을 흘리며 정의와 평화를 실천하고자 애썼다. 그들의 ‘마을공화국’은 국가 속의 진정한 소국(小國)이었다.

 

현대 세계는 훌륭한 제도적 • 법률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진정한 의미에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것이 형식화되고 추상화된 결과다. 대면관계의 상실이 사회적 소외를 양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선비들의 마을공화국으로부터 배울 점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선비들의 주된 관심사는 내적 가치의 구현이었다. 그들의 마을공동체는 일종의 평생교육 기관이었다. 선비들은 인간의 삶을 끊임없는 배움과 실천이란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자연히 이웃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깊었다.

 

절도와 폭행 같은 명백한 범죄행위만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모든 사람들이 도덕적인 태도를 지향하고, 이를 언행으로 정확히 표현하기를 요구했다.

 

오늘날 우리의 삶은 어떤 모습인가. 법률을 명백히 위반하지 않은 행동이라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식이다. 타인에게는 결코 도덕을 요구하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편법적인 사고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관계의 불신이 깊어졌고, 사회 불안도 증폭되었다.

 

만약 이런 추세를 바로잡고자 한다면, 우리는 다시 우리가 지향하는 내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캐물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선비들은 우리의 스승이 되기에 충분하다.

 

과거의 선비들이 다 옳았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지양해야 할 점도 분명히 있다. 예컨대 그들은 개인의 사생활에 시시콜콜 간섭했다. 개인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통제와 억압은 금물이다.

 

출처: 백승종, 신사와 선비, 사우, 2018.

bc97c9ef6531c6180509146ad22755b0_1563942661_7706.jpg
 

누가 감히 우크라이나를 조롱하는가

댓글 0 | 조회 1,607 | 2022.03.23
“여기저기서 기관총을 조준사격하고 있었다. 거리에 쓰러진 시민을 구하기 위해 얇은 양철 방패에 의지해 이동하던 시민군에 또 사격이 가해졌다. 임시로 설치된 야전병… 더보기

침묵은 파시즘이다

댓글 0 | 조회 1,597 | 2019.03.14
지난해 한국인들은 <택시운전사>라는 영화를 보고 모두 감동했습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그 영화의 주인공은 바로 여기 독일 제1공영방송의 … 더보기

냉담하지 말고, 지치지 말고

댓글 0 | 조회 1,592 | 2020.08.26
법(法)의 옛글자는 灋(법)이다. 이 글자는 물을 의미하는 水(수)와 상상의 동물인 廌(태), 그리고 물러남을 의미하는 去(거)가 결합한 것이다. 해태 또는 해치… 더보기

소통이 고통인 당신… 완벽, 승리, 주역 욕심을 버려라

댓글 0 | 조회 1,572 | 2021.01.27
소통은 직장생활 내내 화두였다. 나는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하다. 소통이 안 되는 조직에서는 불안하고 답답했다. 직장생활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소통 잘 되는 조직이 … 더보기

‘무재팔자’에 대해서

댓글 0 | 조회 1,569 | 2019.12.10
무재팔자도 돈 만지는 직업 가능 단, 거의 쓰지 않는 ‘짠돌이’ 성격기업 자금담당이나 금융업 해도 이득 없는 분야엔 한푼 안 써팔자 걸맞은 소박한 생활하며 자족감… 더보기

효도계약서라도 써야 하는가

댓글 0 | 조회 1,568 | 2019.03.27
지난 30년 동안 인간사회에는 뜻밖의 변화가 많이 일어났다. 빠른 속도로 진행된 노령화도 그중 하나다.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국가채무가 급증한 것도 눈에 띄는… 더보기

한국, 세계에서 가장 개인주의적 사회?

댓글 0 | 조회 1,566 | 2024.02.14
저는 직업상 식민지 시대 사회주의적 독립 운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 시대의 투사들에 대한 자료를 읽다 보면 이 분들이 정말 “초인”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더보기

강원국의 리더가 말하는 법

댓글 0 | 조회 1,526 | 2020.04.06
리더는 갈등을 ‘변화의 디딤돌’로 만든다 나는 늘 갈등한다. 짜장면과 짬뽕 사이에서, 택시와 지하철을 놓고, 그리고 청소기와 세탁기 중 하나를 택하라는 아내 앞에… 더보기

역사적인 결정, 초중고 뉴질랜드 역사 교육 의무화 - 역사교육 시리즈 (1)

댓글 0 | 조회 1,525 | 2021.06.10
머리말최근 지인으로부터 초중고교 뉴질랜드 역사교육 의무화에 대한 설명회가 있으니 관심 있으면 참가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선약이 있어 참가는 못했지만, 과연 무슨 … 더보기

약 오르면 진다

댓글 0 | 조회 1,522 | 2019.04.24
어릴 적에 보았던 연속극의 한 대목이 지금까지 기억난다. 어떤 큰 부자가 집사에게 큰일을 해결하고 오라고 파견하면서 한 말이다.“약 오르면 진다.” 심리적으로 동… 더보기

‘양심을 찍는 도끼’와 ‘쇤네 근성’

댓글 0 | 조회 1,518 | 2020.09.23
코로나 사태 이전 이야기다. 문학 관련 행사가 있어서 사전 답사차 안상학 시인과 강화도엘 갔다. 강화도 토호 함민복 시인의 안내와 지시를 따를 참이었다. 강화대교… 더보기

유머감각이 리더십이다

댓글 0 | 조회 1,487 | 2020.07.29
“당신은 웃기는 사람입니까”간디가 영국 유학할 때 이야기다. 식민지 청년이란 이유로 그를 업신여기는 영국인 교수가 있었다. 어느 날 학교 식당에서 옆자리에 앉은 … 더보기

아빠, 내 이름은 무슨 뜻이야?

댓글 0 | 조회 1,468 | 2021.11.23
최근에 한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 중 특히 나이 어린 학생들이 많이 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민 2세가 태어나 자라고 있어 자랑스럽고 이들을 위한 우리 말과 글의… 더보기

말에도 뿌리가 있다

댓글 0 | 조회 1,464 | 2020.10.14
■ 강 진모말에도 뿌리가 있다. 어떤 말은 뿌리가 얕아 유행처럼 사라지는가 하면, 어떤 말은 뿌리가 깊어 왕조가 무너져도 살아남는 말이 있다. 그렇게 뿌리깊은 말… 더보기

화순 학포당

댓글 0 | 조회 1,438 | 2020.05.04
의(義)란 무엇인가, 두 번 보여준 양팽손 .천하에는 두 가지 큰 기준이 있다. 시비(是非)와 이해(利害)가 그것이다. 여기서 네 등급이 나온다. 옳으면서 이익을… 더보기

직업인과 직장인

댓글 0 | 조회 1,428 | 2019.08.13
나는 내 직장 길 건너에 있는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 지하 1층에는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는데 그곳에서 운동을 하던 어느 날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큰 … 더보기

문외한의 영시(英詩) 산책

댓글 0 | 조회 1,390 | 2020.09.09
얼마 전 아내와 함께 흰 구름도 눈 부신 오후, 봄 향기 가득한 동네길을 걷고 있었다. 쇼핑몰과 상점이 있는 마을 중심가까지 갔다가 돌아오는데 짓궂은 한줄기 소나… 더보기

부끄러워 할 줄 안다는 것

댓글 0 | 조회 1,388 | 2020.08.12
“부끄러움 아는 자기반성 능력, 인간적 활동의 출발점”일만 하면서 앞만 보고 달리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 낯선 질문에 빠지기 시작한다. 나는 왜 사는가? 삶의 의미… 더보기

멘토는 없다

댓글 0 | 조회 1,379 | 2019.06.12
젊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반복해서 듣게 되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멘토가 누구였느냐. 처음엔 이 말을 인생 스승이 있느냐는 말로 들… 더보기
Now

현재 선비들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는가?

댓글 0 | 조회 1,370 | 2019.07.24
서양 중세의 기사와 영국 근대의 젠트리는 시골에 살더라도, 자신을 마을 사람들과는 완연히 구별되는 특수한 존재로 인식하였다. 일본의 사무라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보기

하늘과 우편

댓글 0 | 조회 1,342 | 2019.02.13
다시 새해다. 새해는 언제나 우리에게 설레임과 기쁜 희망을 준다. 우리들의 인생이 무언가 새해에는 달라지고 더욱 새로워지고, 바라고 원하는 것들을 기대하게 되기 … 더보기

꽃필수록 아프다

댓글 0 | 조회 1,329 | 2019.07.09
오래 전, 누가 바다 멀리 어느 섬에서 흐느껴 우는 소리가 자꾸 환청처럼 들려온다고 했다. 거기 섬사람들의 목쉰 통곡이 분명한데, 위험해서 아무도 건너가 위로해주… 더보기

영웅은 없다

댓글 0 | 조회 1,306 | 2020.12.23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하면 비극의 주인공은 “훌륭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가 말하는 훌륭한 사람이란 결함이 없는 인품의 소유자가 아니라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을 의… 더보기

위대함의 원천

댓글 0 | 조회 1,289 | 2020.11.25
인간은 근본적으로 문화적 존재다. 자신의 생각을 반영하여 인간과 관계없이 존재하던 자연의 세계 위에 무늬를 그린다.무늬를 그리면서 자연 세계를 변화시키는 인간의 … 더보기

두터워지는 새해를 위하여

댓글 0 | 조회 1,279 | 2019.02.26
우리는 한국 사람이고, 한국 사람으로 산다. 이런 점에서 이젠 한국 사람이 무엇인지도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새해에는 함재봉의 책을 읽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자.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