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들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는가?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선비들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는가?

0 개 1,354 명사칼럼

서양 중세의 기사와 영국 근대의 젠트리는 시골에 살더라도, 자신을 마을 사람들과는 완연히 구별되는 특수한 존재로 인식하였다. 일본의 사무라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사무라이나 젠트리는 조선의 선비들처럼 마을의 규약을 만들지 않았다. 그들로 말하면 국가의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었을 뿐이다.

 

bc97c9ef6531c6180509146ad22755b0_1563942616_903.jpg
 

조선의 선비들은 달랐다. 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이상적인 인간관계와 사회질서가 구현되기를 바랐다. 

 

그들의 노력은 다음의 세 가지 점에서 21세기 시민사회가 나아갈 지표를 제시해준다.

 

첫째, 중요한 것은 양적 성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가 고도성장을 거듭한다 해도, 시민들의 생활이 질적으로 개선되지 못하면 그 의미는 반감되고 만다. 

 

윤휴 같은 조선의 선비들은 공동체의 외적 발달과 성장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상부상조를 통해서 완벽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문제였다.

 

결과적으로 향약 계원들은 결코 방치되거나 소외되지 않았다. 질병과 가난, 그리고 천재지변으로 말미암아 생존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계원들은 언제나 이웃의 위로와 헌신적인 도움을 기대할 수 있었다.

 

둘째, 마을 사람들이 주고받는 위로와 격려, 그들의 상호연대는 가시적이고 구체적이었다. 조선의 선비들은 자신의 생활공간에서 상벌을 시행했다.

 

그들의 연대는 추상적이거나 형식적, 관념적인 것이 결코 아니었다. 실명(實名)의 개인들이 함께 웃고, 함께 땀을 흘리며 정의와 평화를 실천하고자 애썼다. 그들의 ‘마을공화국’은 국가 속의 진정한 소국(小國)이었다.

 

현대 세계는 훌륭한 제도적 • 법률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진정한 의미에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것이 형식화되고 추상화된 결과다. 대면관계의 상실이 사회적 소외를 양산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선비들의 마을공화국으로부터 배울 점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선비들의 주된 관심사는 내적 가치의 구현이었다. 그들의 마을공동체는 일종의 평생교육 기관이었다. 선비들은 인간의 삶을 끊임없는 배움과 실천이란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자연히 이웃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깊었다.

 

절도와 폭행 같은 명백한 범죄행위만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모든 사람들이 도덕적인 태도를 지향하고, 이를 언행으로 정확히 표현하기를 요구했다.

 

오늘날 우리의 삶은 어떤 모습인가. 법률을 명백히 위반하지 않은 행동이라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식이다. 타인에게는 결코 도덕을 요구하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편법적인 사고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관계의 불신이 깊어졌고, 사회 불안도 증폭되었다.

 

만약 이런 추세를 바로잡고자 한다면, 우리는 다시 우리가 지향하는 내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캐물어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선비들은 우리의 스승이 되기에 충분하다.

 

과거의 선비들이 다 옳았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지양해야 할 점도 분명히 있다. 예컨대 그들은 개인의 사생활에 시시콜콜 간섭했다. 개인의 자유에 대한 지나친 통제와 억압은 금물이다.

 

출처: 백승종, 신사와 선비, 사우, 2018.

bc97c9ef6531c6180509146ad22755b0_1563942661_7706.jpg
 

생활 속의 붓 문화

댓글 0 | 조회 1,169 | 2020.02.12
해가 바뀌어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되자 설 날을 맞이하는 서예 전시회 하나가 열렸다. 연향회(=한우리교회 문화센터의 서예교실) 회원들이 마련한 16번째의… 더보기

‘사건’으로서의 사랑

댓글 0 | 조회 1,235 | 2020.01.28
인천의 한 마트에서 사건이 일어났다. 34세 아버지와 12세 아들이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다 적발됐다. 그들이 훔친 것은 우유 2팩과 사과 6개, 그리고 몇 개의 … 더보기

뉴질랜드 시내버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3,090 | 2020.01.14
머리말2019년 11월 11일 (월요일)과 13일 (수요일) 이틀동안 오클랜드 남동부 지역을 운행하는 버스회사 Go Bus의 East Tamaki and Airp… 더보기

간디와 Salt March

댓글 0 | 조회 1,001 | 2019.12.23
해외여행이 요즘처럼 쉽지 않았던 20여 년 전… 해외출장은 또한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의 한 토막을 엿보며 상식과 상담(商談)의 자료를 쌓는데 더 없이 귀한 기회… 더보기

‘무재팔자’에 대해서

댓글 0 | 조회 1,557 | 2019.12.10
무재팔자도 돈 만지는 직업 가능 단, 거의 쓰지 않는 ‘짠돌이’ 성격기업 자금담당이나 금융업 해도 이득 없는 분야엔 한푼 안 써팔자 걸맞은 소박한 생활하며 자족감… 더보기

다양한 상속제도

댓글 0 | 조회 1,984 | 2019.11.27
인류역사상 가장 널리 퍼진 상속제도는 부계상속이다. 장남의 특권적 지위를 인정하는 장자상속을 비롯해, 막내아들이 재산을 상속하는 말자상속, 여러 아들들이 고루 나… 더보기

배리(背理)를 견디기 혹은 극복

댓글 0 | 조회 1,058 | 2019.11.13
존재론적 배리를 견디는 운명사회적 배리에 저항하는 숭고성정치가 일상이 되어야 하는 이유배리(背理)를 경험하지 않을 때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가. 모든 것이 논리대로… 더보기

지금 당신이 꽃입니다

댓글 0 | 조회 1,688 | 2019.10.22
땅에 쑥 돋아납니다. 해 뜨면 쑥 잎 끝에 보석 같은 이슬방울이 반짝이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자연은 무궁무진무구입니다. 우리의 눈과 마음이 가 닿지 못한 … 더보기

꿈이 멎어 있는 곳

댓글 0 | 조회 1,091 | 2019.10.09
■ 유 승재“말 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윤해영 작사 조두남 작곡의 선구자에 나오는 영감과 솟구치는 힘이 숨어 있는 멋 있는 구절이다… 더보기

우리는 영원히 이방인일까?

댓글 0 | 조회 2,241 | 2019.09.24
머리말1세대는 백프로 이방인(other)으로 살다 생을 마감한다고 본다. 이는 본인이 뉴질랜드를 얼마나 사랑하고 또 얼마나 많은 키위 친구들이 자기를 아끼는가 여… 더보기

나이 들어서는 음•체•미

댓글 0 | 조회 1,637 | 2019.09.10
10대 후반에 학교 다닐 때는 ‘국어•영어•수학’ 과목이 중요하다. 여기서 결판이 난다. 명문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국•영•수가 좌우한다. 진로와 직업은 명문대학을… 더보기

어느 나무의 이야기

댓글 0 | 조회 997 | 2019.08.28
“우둔한 영혼들아. 나를 보렴”다 무너진 후에야 비로소 아는 것낮고 약한 것들의 푸르른 생명성나무는 자신도 모르게 이 세상에 심어졌습니다. 하이데거의 말처럼 누군… 더보기

직업인과 직장인

댓글 0 | 조회 1,419 | 2019.08.13
나는 내 직장 길 건너에 있는 아파트에 산다. 아파트 지하 1층에는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는데 그곳에서 운동을 하던 어느 날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큰 … 더보기
Now

현재 선비들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는가?

댓글 0 | 조회 1,355 | 2019.07.24
서양 중세의 기사와 영국 근대의 젠트리는 시골에 살더라도, 자신을 마을 사람들과는 완연히 구별되는 특수한 존재로 인식하였다. 일본의 사무라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보기

꽃필수록 아프다

댓글 0 | 조회 1,319 | 2019.07.09
오래 전, 누가 바다 멀리 어느 섬에서 흐느껴 우는 소리가 자꾸 환청처럼 들려온다고 했다. 거기 섬사람들의 목쉰 통곡이 분명한데, 위험해서 아무도 건너가 위로해주… 더보기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

댓글 0 | 조회 1,727 | 2019.06.26
“올해 다들 환갑이라며?” 국어 선생님께서 물으셨다. 원탁에 둘러앉은 우리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네” 라고 답했다. 선생님 말씀 잘 듣던 모범생의 목소리도, 그… 더보기

멘토는 없다

댓글 0 | 조회 1,367 | 2019.06.12
젊은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반복해서 듣게 되는 질문이 하나 있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멘토가 누구였느냐. 처음엔 이 말을 인생 스승이 있느냐는 말로 들… 더보기

그저 그런 사람이 되는 이유

댓글 0 | 조회 1,858 | 2019.05.29
현실만 해결하려는 혁명은 높은 곳에 다다를 수 없어꿈을 가진 학생이 더 큰 열매를 맺듯이 낮은 시선은 작은 결과 낳아머물고자 하면 머물고 날고자 하면 나는 것이 … 더보기

‘보여주기’ 와 ‘보기’

댓글 0 | 조회 1,180 | 2019.05.15
‘보여주기’는 자신을 소진하고 ‘보기’는 충전하는 행위대표적 ‘보기’ 습관인 독서ㆍ여행ㆍ산책은 영혼의 충전소​우리의 일상은 ‘보여주기’와 ‘보기’로 구성되어 있다… 더보기

약 오르면 진다

댓글 0 | 조회 1,511 | 2019.04.24
어릴 적에 보았던 연속극의 한 대목이 지금까지 기억난다. 어떤 큰 부자가 집사에게 큰일을 해결하고 오라고 파견하면서 한 말이다.“약 오르면 진다.” 심리적으로 동… 더보기

1954년 2월, 한국에 온 마릴린 먼로

댓글 0 | 조회 1,751 | 2019.04.09
매년 2월이면 세기적인 매혹의 헐리우드 스타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M.M)가 떠오른다. 노마진 모텐슨이란 본명으로 가난한 고아로 태어나 195… 더보기

효도계약서라도 써야 하는가

댓글 0 | 조회 1,556 | 2019.03.27
지난 30년 동안 인간사회에는 뜻밖의 변화가 많이 일어났다. 빠른 속도로 진행된 노령화도 그중 하나다.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국가채무가 급증한 것도 눈에 띄는… 더보기

침묵은 파시즘이다

댓글 0 | 조회 1,588 | 2019.03.14
지난해 한국인들은 <택시운전사>라는 영화를 보고 모두 감동했습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그 영화의 주인공은 바로 여기 독일 제1공영방송의 … 더보기

두터워지는 새해를 위하여

댓글 0 | 조회 1,271 | 2019.02.26
우리는 한국 사람이고, 한국 사람으로 산다. 이런 점에서 이젠 한국 사람이 무엇인지도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새해에는 함재봉의 책을 읽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자. … 더보기

하늘과 우편

댓글 0 | 조회 1,331 | 2019.02.13
다시 새해다. 새해는 언제나 우리에게 설레임과 기쁜 희망을 준다. 우리들의 인생이 무언가 새해에는 달라지고 더욱 새로워지고, 바라고 원하는 것들을 기대하게 되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