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송하연
새움터
동진
이동온
멜리사 리
조병철
정윤성
김지향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하필이면

0 개 1,029 수필기행

‘하필이면~’ 이라는 말 속에는 인간의 뿌리 깊은 이기심이 도사리고 있다. 그것은 일단 존재의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하필이면 소풍가는 날 왜 비가 오는가’ 라고 하면 비의 수용과 다른 날의 허용이 있다. 그 다른 날은 전적으로 나를 중심으로 설정된다. 나에게는 비가 와도 상관이 없는 그 날이 다른 사람에게는 결혼식 날 일수도 있다는 사실은 간과한다.

 

끔찍한 일이나 불행한 일도 예외가 안다. 우리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일어나더라도 남의 일이기만 바란다. 어쩌다 뉴스에서 그런 일을 접하면 안타까워하고 개탄하며 애석해한다. 

 

그러나 만약 그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면? 분노한다. 하필이면 왜 나한테? 분노가 치밀어 올라 견딜 수가 없다. 애석함마저 생기지 않는다. 애석함은 남의 일일 때나 생기는 사치스러운 감정이다. 내가 그 일에서 비켜나 있을 때나 가능한 사적 정서다. 이기심은 이렇게 본능적이다.

 

내가 가장 격정적인 ‘하필이면’에 사로잡혔을 때는 남편이 암 선고를 받았을 때였다. C.T 촬영에서 악성종양이 발견되었을 때 나는 졸지에 지뢰를 밟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전혀 악성스럽지 않은 사람이었다. 부드러운 성품과 규칙적인 생활패턴을 가진 사람이었다. 건전하고 정직하며 성실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이었다. 잘못이라야 기껏 친구 좋고 술 좋아서 퇴근 후 더러 제 시간에 귀가 못한 정도였다. 술값 계산할 때 주인의 실수로 삼만원이나 덕을 봤다고 삼억짜리 복권이라도 당첨된 것처럼 기뻐하던 소박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하필이면 왜?

 

나는 밤을 세워 치욕에 떨며 ‘하필이면’을 분석했다. 하필이면 다른 사람도 아닌 그에게 왜? 지난한 작업이었다. 동굴 속의 암호와 마주 대한 것 같았다. 그 어떤 논리에도 이치에도 합당하지 않은 날벼락이었다. 부당하고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절망했다. 그의 고통에 무심한 듯 보이는 의사에게도, 변함없이 잘 돌아가는 세상에게도 적의를 품었다. 눈앞에 신이 있다면 대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주먹을 들어 코피라도 터뜨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마침내 남편이 죽음을 맞았을 때 나는 못다푼 분노의 숙제보따리를 다락에 집어 던지고 말았다. 그를 따라 나도 죽고 싶었다.

 

세월이 약이라던가. 어느 날 나는 우연히 나의 보따리가 한결 가벼워진 것을 알았다. 다락에 팽개친 이후 눈길 한 번 준 적 없는 분노의 보따리였다. 

 

그 무겁던 분노가 어디로 다 빠져 나갔는지는 미스터리였다. 저 혼자 아무도 없는 컴컴한 다락방에서, 발버둥치며 삭고 또 삭아내린 모양이었다. 자기방어기제가 발동했는지도 몰랐다.  

 

‘나만 예외’ 여야 한다는 생각이 오만이 아닐까 하는 자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자각은 나를 홀가분하게 했다. 다른 사람의 ‘하필이면’이 눈에 들어온 것도 그 무렵이었다. 

 

묘지에는 남편보다 젊은 사람도 많았다. 청소년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초등학생도 있었다. 그들의 가족들 또한 나처럼 ‘하필이면’에 갇혀 지옥을 경험했을 터였다. 그러나 모두 신기하게도 멀쩡하게 살아 있었다. 먹기도 하고 자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살아 있었다.

 

행복과 불행에도 질량불변의 법칙 같은 것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어쩌면 행복은 처음부터 같은 무게로 불행과 그림자처럼 어깨동무를 해 왔는지도 모른다. 

 

그것들이 어느 날 산 위의 돌멩이들처럼 사이좋게 놀고 있다가 지나가는 행인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면 어떻게 될까. 하필이면 내 앞이나 뒤의 사람이, 아니면 바로 내가 그 돌을 맞았다면? 

 

그것은 돌의 의지도, 나의 선택도 아닐 것이다. 돌은 굴렀고, 나는 그 밑을 지나갔을 뿐이다. 이를 두고 우연이라는 사람도 있고, 필연이라는 사람도 있다. 혹자는 우주의 질서라고도 한다.

 

이제 나는 멀찌감치서 ‘하필이면~’을 바라본다. 우연이거나 필연이거나 인생은 랜덤이다. 판도라 상자다. 세상에는 나 혼자만 당하는 기상천외한 불행도 없고, 나 혼자만 누릴 수 있는 영원한 행복도 없다. 

 

그 모든 행복과 불행이 뜻밖에도 보편적이라는 사실이 우리를 안도하게 한다. 이것이 하필이면 내가 되고 당신이 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수필세계> 발췌

 

■ 박 기옥 

 

잘록한 허리 만들어주는 3가지 운동

댓글 0 | 조회 599 | 2023.09.27
먹는 걸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때론 넘치는 식욕이 조절이 안될 때가 있는데요, 특히 저녁은 조금 일찍 먹거나 적게 먹어야지 다짐하면서도 경우에 따라 늦게 먹거나… 더보기

명쾌하게 이해되는 VISITOR비자

댓글 0 | 조회 1,210 | 2023.09.27
뉴질랜드 국적자가 한국에 입국하고자 하면 사전에 비자를 신청해서 받아야만 할까요? 반대로, 한국 국적자가 뉴질랜드에 입국하고자 한다면 비자가 필요할까요? 일반적으… 더보기

‘청어’ 신선한 열정, 멋지다

댓글 0 | 조회 615 | 2023.09.27
봄이 문 앞에서 서성대며 보챈다. 어서 반갑게 맞이해 달라고 . . .오늘아침 단장님 굿모닝 톡에도 봄소식이 묻어왔다. 고목에 새 순이 돋아나니 우리도 힘내자는 … 더보기

귀가

댓글 0 | 조회 360 | 2023.09.27
시인 도 종환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지쳐 있었다모두들 인사말처럼 바쁘다고 하였고헤어지기 위한 악수를 더 많이 하며총총히 돌아서 갔다그들은 모두 낯선 … 더보기

움직이는 봄 속에서 피어나는 것들

댓글 0 | 조회 435 | 2023.09.26
초록이 아닌 연두, 빨강이 아닌 분홍. 봄의 빛깔은 절정에 머문 것이 아니라 부단히 움직이는 과정의 빛이다.이 봄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공주이고 특히 그 중심에… 더보기

우주기와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면

댓글 0 | 조회 464 | 2023.09.26
얼마 전 호주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남반구의 오존층이 많이 파괴되어 천기 면에서 취약한 상태에 있더군요. 산소가 결핍되어 몸도 많이 나른하고요. 산소량이 부족한데… 더보기

강제 정년 퇴직

댓글 0 | 조회 1,594 | 2023.09.26
정년은 직장에서 물러나도록 정해져 있는 나이를 말합니다. 대한민국의 경우 늦어도 60세 이상이면 정년퇴직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는 특별히 법적으로 정해… 더보기

플러밍 - 뉴질랜드 비데 설치 규정 알아보기

댓글 0 | 조회 1,295 | 2023.09.26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많은 교포분들이 한국에서 사용하던 편리한 비데(핸드 스프레이 포함)를 자신의 집에 설치하고 싶어합니다. 워낙 뉴질랜드 비데 가격이 높기도 하… 더보기

잃어버린 채 살고 있습니다

댓글 0 | 조회 950 | 2023.09.26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나는 비 오는 날에 골라서 쓰고 나갈 여러 개의 우산을 갖게 되었습니다.그러나 비 맞은 아들을 닦아주는 어머니의 손길을 잃었습니다.나는 저녁… 더보기

우울증과 자살

댓글 0 | 조회 1,256 | 2023.09.22
코로나19(COVID-19) 팬데믹(pandemic, 대유행) 이후 무기력(無氣力)과 우울감(憂鬱感)이 전염병처럼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약 7천명… 더보기

이상적인 고등학교 성적평가 제도

댓글 0 | 조회 1,463 | 2023.09.20
▲ 자료 R고등학교 프레젠테이션뉴질랜드 일부 고등학교들이 새로이 바뀌는 new NCEA 프로그램을 대신하여 11학년 과정을 대체하는 학교 자체 프로그램들을 운영하… 더보기

정신건강 인식 주간 (9월 18일부터 22일까지)

댓글 0 | 조회 578 | 2023.09.18
정신건강 인식 주간은 뉴질랜드인들이 자신의 웰빙을 증진하고 정신 건강을 개선하는 방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마다 시행되는 캠페인이다. 1993년 많은 사람들이 정… 더보기

지기, 천기, 우주기

댓글 0 | 조회 587 | 2023.09.13
기운은 맑고 탁함에 따라 정기와 탁기로 나눈다고 말씀드렸는데, 어디서 오는 기운이냐에 따라서는 지기(地氣), 천기(天氣), 우주기(宇宙氣)로 나눌 수 있습니다.지… 더보기

우리는 왜 이토록 오만해졌을까

댓글 0 | 조회 1,146 | 2023.09.13
‘가난하되 아첨함이 없고, 부유하되 교만함이 없다’(貧而無諂, 富而無驕).‘논어’에서 제시된 이상적 인격의 형태다. 사실, 유교를 포함한 세계 모든 종교의 경전에… 더보기

아침 얼굴 붓기와 뱃살 제거에 딱! 15분 모닝 요가

댓글 0 | 조회 827 | 2023.09.13
자기전 야식이나 과식을 하고 자면 아침에 얼굴도 땡땡 붓고 배도 평소보다도 더 볼록 나오는 것 같죠?가장 좋은 건 저녁을 일찍 마치고 가볍게 산책하고 숙면을 취하… 더보기

시인의 시집을 버렸다

댓글 0 | 조회 602 | 2023.09.13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참 좋아하는 시인이었는데첫사랑에게 시인의 시집도 선물 했었는데아직도 오래된 그의 시집을 갖고 있는데그 시인만큼은 시 같이 살 줄 알았는데그를… 더보기

가정 폭력과 임대 명령

댓글 0 | 조회 706 | 2023.09.13
학대 관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 법적 수단을 가지고 있습니다. 보호 명령(Protection Order)은 피해자와 가해자 … 더보기

플러밍, 플러머, 누구를 믿을 수 있나요?

댓글 0 | 조회 1,202 | 2023.09.13
안녕하세요, 넥서스 플러밍의 김도형입니다. 코리아 포스트 ‘알고 싶어요’ 게시판에서 가끔 좋은 플러머를 구한다는 글을 볼 때마다, ‘좋은 플러머란 누구인가?’라는… 더보기

전두엽에 저항!

댓글 0 | 조회 494 | 2023.09.13
며칠전 모바일폰 배터리가 방전된 것을 모르고 잠이 들었다가 아침에 알람이 울리지 않아 낭패를 겪을 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하필 아침 일찍 공항에 나가야 하는 날이… 더보기

동두천 1

댓글 0 | 조회 535 | 2023.09.12
시인 김명인기차가 멎고 눈이 내렸다 그래 어둠 속에서번쩍이는 신호등불이 켜지자 기차는 서둘러 다시 떠나고내 급한 생각으로는 대체로 우리들도 어디론가가고 있는 중이… 더보기

피어나라, 우리들의 봄!

댓글 0 | 조회 363 | 2023.09.12
유영빈 씨 삼부자의 서울 석불사 템플스테이 체험기사진을 찍는 아버지는 어린 두 아들을 프레임에 담는다.작은 나무 같은 소년들이 아버지를 향해 손을 흔들 때 바람을… 더보기

궁금해서 알아본 비자 심사기간

댓글 0 | 조회 1,406 | 2023.09.12
뉴질랜드에서 체류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Visa(이하, 비자)가 필요합니다. 영주권자도 “영주권 비자”를 소지한 자이기에 비영주권자는 더 말할 것도 없지요… 더보기

리커넥트에서 진행한 Mangere 쓰레기 줍기 프로그램

댓글 0 | 조회 591 | 2023.09.12
지난 8월 26일 토요일, 리커넥트에서 따뜻함 나누기 (Share the warmth) 프로그램으로 Mangere 쓰레기 줍기를 2시간 동안 진행하였다. 7명의 … 더보기

오르막(Uphill)과 내리막(Downhill) 칩샷

댓글 0 | 조회 582 | 2023.09.12
오르막(Uphill) 칩샷1. 경사도를 우선 점검한다.오르막 경사도가 가파른 경우는 일반적인 샷처럼 어깨의 위치를 지면과 수평으로 이루어야 하며 체중도 오른쪽으로… 더보기

갯벌의 저주(詛呪)

댓글 0 | 조회 833 | 2023.09.12
갯벌은 살아 있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갯벌의 생태적 가치는 숲의 10배, 농경지의 100배에 달한다고 한다. 육지에서 배출되는 각종 오염물질을 정화해서 바다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