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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이와 왕자들
잠시 후 마녀가 아들에게 세 처녀를 죽이라고 명령하는 소리가 들렸고 아들은 일생 동안 많은 사람들을 죽여 놓고 또 그러냐고 물으면서도 어머니가 무서워 시키는 대로 목에 리본이 없는 세 여자의 목을 베었다. 아들이 잠을 자러 가자 멍청이는 동생들을 깨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준 후 동생들을 데리고 도망쳤다. 이번에는 동생들도 기꺼이 언니를 따랐다.
그렇게 도망을 치던 그들은 피의 다리에 이르게 되었다. 피의 다리는 사람을 죽인 사람이 건널 수 없었으므로 멍청이는 어머니를 죽인 동생들을 한 명씩 업어 다리를 건넜고, 사람을 죽인 마녀는 더 이상 그들을 쫓아올 수가 없었다.
어느 왕의 성에 도착한 멍청이는 두 사람의 하녀를 구한다는 소리를 듣고 동생들을 성에서 일하게 한 후 자기는 대장장이의 집에 묵으면서 대장장이 아내에게 부탁해 성의 식모로 들어가게 되었다.
성에 두 명의 왕자가 있었는데 어느 날 멍청이는 장남인 왕자에게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왕자는 마녀가 가진 빛의 검을 얻어야만 결혼을 할 수 있는데 전쟁에서 사람들을 죽여 피의 다리를 건널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은 들은 멍청이는 빛의 검을 가져오는 여자와 결혼을 해달라는 약속을 받아낸 후 마녀의 집으로 갔다. 멍청이는 마녀에게 줄 죽을 끓이고 있는 아들 몰래 소금을 계속 넣었고, 죽이 짜서 먹지 못하게 된 마녀가 아들에게 화를 내며 우물에 가서 물을 떠오라고 했다. 겁이 많은 아들이 빛의 검을 주지 않으면 어두워서 우물에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하자 마녀가 빛의 검을 주었고, 아들이 물을 뜨러 가는 계단 꼭대기에 빛이 비치도록 검을 두자 멍청이가 그 빛의 검을 들고 피의 다리로 도망쳤다. 마녀가 쫓아왔으나 피의 다리를 건널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하여 멍청이는 첫째 왕자에게 빛의 검을 가져다 주어 첫째 동생을 결혼시켰다.
그리고 다시 멍청이는 차남인 왕자에게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왕자는 빛의 검보다 더 윤이 나고 주위를 환하게 비출 수 있는 검은 책을 마녀로부터 되찾기 전에는 결혼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멍청이는 검은 책을 가져오는 여자와 결혼을 해달라는 약속을 받아낸 후 이번에는 숯검정을 준비하여 마녀의 집으로 갔다. 그래서 아들이 끓이고 있는 죽에 숯검정을 넣어 마녀가 먹을 수 없게 만들었고, 역시 마녀는 아들에게 화를 내며 우물에 가서 물을 떠 오라고 시켰다. 아들이 불빛을 주기 전에는 갈 수 없다고 하자 마녀는 하는 수 없이 손에서 절대로 놓지 말라고 당부한 후 검은 책을 주었다. 그러나 아들이 물을 긷기 위해 몸을 숙이는 사이 멍청이가 검은 책을 가로채며 아들을 밀어 거의 우물 속에 빠져 죽을 뻔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하여 멍청이는 두 동생을 모두 왕자와 결혼시켰다.
그러나 검과 책을 뺏기고 힘을 잃게 된 늙은 마녀는 멍청이의 행운이 자신의 파멸로 인해 시작되었다고 하며 자기를 돌봐주면 저주를 거두고 앞으로 다시는 해를 입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멍청이에게 집으로 와서 자신을 돌봐달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하여 멍청이는 마녀를 돌보게 되었다. <다음호에 계속>
송영림 소설가, 희곡작가, 아동문학가
■ 자료제공: 인간과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