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戰場)에서 목이 날아간 샴페인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이현숙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멜리사 리
수필기행
조기조
김지향
송하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Mira Kim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김수동
최성길
크리스티나 리
박종배
새움터
동진
이동온
피터 황
이현숙
변상호경관
마리리
마이클 킴
조병철
정윤성
김영나
여실지
Jessica Phuang
정상화
휴람
송영림
월드비전
독자기고
이신

전장(戰場)에서 목이 날아간 샴페인

0 개 1,656 피터 황

fd7c3d1e8f63ae19fe9e057251ba2955_1562710935_6344.jpg
 

1813년 나폴레옹 전쟁 당시, 러시아가 프랑스를 침략하고 샴페인을 생산하던 랭스(Reims)지역을 점령했을 때 포도밭을 맘대로 약탈하기 시작했다. 남편 프랑수아 클리코를 여윈 어린 미망인, 클리코(Veuve Clicquot)여사도 그 지역에서 포도밭을 관리하고 있었다. 뵈브(Veuve)는 프랑스어로 미망인이라는 뜻이다. 클리코여사는 특정한 모양의 선반을 만들어 병을 거꾸로 보관해 병안의 찌거기를 제거하고 효소를 차갑게 만들어 저장하는 방식으로 샴페인 업계에 혁명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이런 새로운 방식으로 샴페인의 맛은 훨씬 더 정교해지고 덜 달았으며 거품도 적게 생겼다. 그녀의 1811년 산 빈티지는 오늘날 사람들이 먹는 샴페인의 시초라고도 불린다. 

 

그녀보다 훨씬 오랜 기간 샴페인을 만들어 온 이웃의 경쟁자들은 지하로 숨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 전쟁을 마케팅 기회로 삼기로 마음먹고 적국인 러시아 군인들에게 와인을 무료로 제공했다. 그러나 훗날 비싼 값을 받고 팔기 위해 1811년 산은 잘 숨겨뒀다. 몇 달 후 프랑스 군인들이 러시아 군인들을 몰아내기 위해 마을에 도착했을 때에도 그녀는 같은 방식으로 나폴레옹의 장교들에게 공짜로 샴페인과 잔을 제공했다. 하지만 군인들이 말 위에 앉은 채로 길쭉한 샴페인 잔에 마실 수 없었기 때문에 군용 칼(사브르, Sabre)을 이용해 병의 목을 칼로 내리쳐 직접 마시곤 했다. 사브라주(Sabrage)라고 불리는 이 행위는 오늘날에 축하파티에서 샴페인의 코르크 마개를 따기 위한 이벤트가 되었다. 그 이후 뵈브 클리코는 그 자체로 국제적인 럭셔리 브랜드가 됐고 클리코 여사는 다국적 비즈니스를 이끄는 첫 여성 사업가로 여겨진다. 

   

현재는 코르크 마개 대신 스크류 형태의 병 뚜껑(Screw Caps)이 등장했지만 코르크의 수요가 줄어들지 않는다. 이것은 실용성보다는 분위기와 멋을 중요시하는 와인의 문화 때문일 것이다. 코르크에는 속이 비어 있는 벌집과 같은 육각형의 방이 1입방 센티미터의 공간에 수천만 개가 들어있고 1입방 인치 속에 2억 개의 세포들이 수지 막에 쌓인 채 밀집되어 있다. 부피의 절반이 공기로 차 있어 매우 가볍고 연하며 탄력성이 좋아 압력을 가해도 금방 원상복구가 된다. 그러나 코르크는 표면에 있는 작은 구멍에 곰팡이와 같은 해로운 미생물이 침투하거나 먼지 등이 들어가서 와인에 말썽을 일으키는 수도 있다. 그래서 코르크는 육각형 방의 크기와 그 방이 많고 적음에 따라 품질이 좌우된다. 

 

샴페인은 프랑스의 지명인 샤앙파뉴의 영어식 발음이다. 이 지역의 전통적인 방법(Methode Traditionelle)에 의해 만들어지는 샴페인 속의 거품(이산화 탄소)은 자연적인 발효에 의해서 생겨난 것이다. 와인은 한 번 발효시키지만 샴페인은 두세 차례 발효시키기 때문에 맛이 더 복합적이고 섬세하다. 샤앙파뉴지역이 아닌 프랑스의 다른 지방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은 ‘무세(Mousseux)’ 나 ‘크레망(Crement)’ 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샴페인은 고급품일 수록 수정같이 맑고 윤이 나며 기포가 올라오는 시간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거품이 작다. 자그마치 750ml 한 병에 2억 5000만개의 거품이 들어있다. 와인 속을 유영하는 수많은 거품들 때문에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을 스틸(Still, Non Sparkling Wine)와인과 분류하기 위해서 버블리(Bubbly)라는 애칭을 쓰기도 한다. 

 

샴페인은 단 맛이 거의 없는 것을 브뤼트(Brut), 약간 단 맛이 있는 것을 섹(Sec), 그 다음이 드미 섹(Demi Sec), 그리고 아주 단 것을 두우(Doux)라고 라벨에 표시한다. 샴페인은 세가지의 포도로 만드는데 적포도인 피노누아(Pinot Noir), 피노뫼니에르(Pinot Meunier) 그리고 청포도인 샤르도네(Chardonnay)가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세가지 포도로 블렌딩하지만 예외적으로 적포도 한가지로만 만든 샴페인은 블랑 드 느와(Blanc de Noirs)라고하고 청포도인 샤르도네만으로 만든 샴페인은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이라고 표기한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식사 전에는 브뤼트, 식후에는 섹(Sec)이나 드미 섹(Demi Sec)을 선택하며 단 맛이 나는 두우는 케이크나 디저트와 함께 하면 잘 어울린다. 

 

샴페인은 생산연도가 다른 여러 지역의 포도를 블렌딩해서 만들기 때문에 대부분 수확연도가 라벨에 표시돼 있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 넌 빈티지(Non-Vintage: NV)라고 한다. 하지만 생산연도가 표기된 빈티지(Vintage) 샴페인은 포도 품질이 좋은 특정한 해에 만든 샴페인을 말하며 그 위로 빈티지이면서 품질이 최고로 뛰어난 해에 가장 작황이 좋은 포도원에서 생산한 최고급 샴페인을 프레스티지 퀴베(Prestage Cuvee)라고 한다.

 

폭죽을 터뜨리듯이 샴페인을 흔들어 ‘펑’ 하고 소리나게 따기도 하는데 사실은 와인이 쏟아져 나오고 나면 미세한 거품의 미학을 느낄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샴페인은 차갑게 보관했다가 흔들지 않은 상태로 마개를 비틀면서 빙빙 돌려 오픈 해야 한다. 특히 샴페인을 가장 맛있게 마시려면 냉장 보관했다가 마시기 한 시간 전에 실온에 꺼내고 20-30분 전에 얼음에 담가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온도가 6-8도에서 가장 깊은 맛이 난다. 오래된 빈티지의 샴페인은 이보다 2도정도 온도를 높여서 마신다. 아무튼 샴페인은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 겨우 3세기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축하와 영광의 자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와인의 귀족이 되었다. 

 

샴페인의 성공처럼 혼란은 오히려 기회가 된다. 다만 불안과 두려움을 잘 이겨내고 굴복하지 않았을 때의 경우다. 먼저 도망갈 곳부터 찾지 말고 침착함을 유지하라. 그리고 당신의 적을 향해 건배를 제안하라.  

 

짜파구리와 피 맛의 추억

댓글 0 | 조회 1,920 | 2020.01.15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짜파구리는 짜장라면 짜파게티와 국물라면 너구리가 합쳐진 결과물이다. 뭐니뭐니 해도 부잣집 사모님에게 어울리는 한우 채끝살을 소금, 후추… 더보기

개천용(龍)들의 소울푸드, 라면의 정석

댓글 0 | 조회 1,918 | 2020.11.11
영화 ‘넘버 3’의 삼류킬러 송강호는 부하들에게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면서 홍수환이 챔피언이 되고 임춘애가 금메달을 딴 것이 라면을 먹고 운동한 덕분이라고 강조한다… 더보기

슬기로운 와인생활

댓글 0 | 조회 1,909 | 2020.06.10
슈퍼마켓 완전정복 (2)이태리 베네치아를 여행하다가 터미널에서 마셨던 에스프레소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버스기사가 장담하는 최고의 커피라는 말을 그땐 믿지 않았… 더보기

말(馬)이야 막걸리야

댓글 0 | 조회 1,880 | 2020.08.11
구불구불한 골목의 끝에 다다라서야 간판도 없는 피맛골의 전봇대집에 다다를 수가 있었다. 자리에 앉으면 투박한 양푼에 담긴 막걸리와 이면수구이 한 접시가 자동으로 … 더보기

거품(Bubbles)에 취하다

댓글 0 | 조회 1,877 | 2014.12.09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을 두고 거품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거품 하면 왠지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와인에서의 거품(Bubbles)은 기쁨을 함께… 더보기

불경기 와인, 쉬라즈의 매운 유혹

댓글 0 | 조회 1,844 | 2012.04.11
차가워진 바람에 젖은 낙엽이 뒹구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다 집어던지고 달그락거리는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춘천으로 향한다. 기다려주는 이도 특… 더보기

한여름 밤의 사랑고백, 로제(Rose)

댓글 0 | 조회 1,834 | 2013.03.12
감미로운 향기와 감성적인 자태를 지닌 장미의 종류가 이 세상에 25,000종이 넘는다고 한다. 같은 친척끼리만 묶어도 수백 개의 족보가 된다. 빨간 장미는 ‘욕망… 더보기

창업노트(Ⅰ)- 발 품이 금품이다

댓글 0 | 조회 1,809 | 2014.03.12
가을 같은 날씨에 늦장을 부리던 매미들이 짝을 찾아 목놓아 울어댄다. 한 여름의 힘차고 패기 있던 시절과는 달리 그 소리가 처량하고 처절하기까지 하다. 잘나간다고… 더보기

바람이 빚은 소비뇽 블랑, 그 보라빛 향기

댓글 0 | 조회 1,806 | 2013.02.13
‘싱그러운 아침 햇살이 풀잎에 맺힌 이슬 비출 때면 부스스 잠 깨인 얼굴로 해맑은 그대모습 보았어요. 푸르른 날에는 더욱더 사랑하는 마음 알았지만 햇살에 눈부신 … 더보기

우주의 리듬을 마신다, 유기농 와인

댓글 0 | 조회 1,801 | 2012.03.13
매미와 귀뚜라미가 언제 울어야 할지 헷갈려한다. 과일들이 미처 당도를 높이지 못한채 제철과일로 매장에 전시된다. 여름이 왔다간건지 우리 몸도 분간을 못하고 긴팔과… 더보기

막걸리 사발과 와인 잔에 담긴 비밀

댓글 0 | 조회 1,785 | 2012.07.11
세상만물엔 다 존재의 이유가 있다. 무심코 흐르는 냇물과 철썩거리는 파도가 만드는 거품도 그렇고 비를 만드는 구름과 바람이 빚어내는 일곱색 무지개도 그렇다. 우연… 더보기

부케(Bouquet), 당신의 코앞에 행복이 있다

댓글 0 | 조회 1,778 | 2012.05.08
집 한켠에 텃밭을 가꿔 유기농 채소를 길러먹는 도시 농부들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농사가 직업이 아닌 사람들이다. 먹거리에 대한 불신과 건강식단을 위한 이유이기도… 더보기

음식은 이제 패션이다

댓글 0 | 조회 1,767 | 2020.02.11
솔직하게 말해서 예쁜 건 마다하기 힘들다. 몸과 정신이 함께 건강한 것이 삶의 지향점이 되면서 몸에 해롭지 않은 저염식과 채식주의, 오가닉 푸드는 기본이고 거기에… 더보기

봄은 샤도네이처럼 담백하라

댓글 0 | 조회 1,765 | 2012.09.12
냉이는 아직 이른 봄이다. 하지만 서늘한 바람에도 검은 새 한쌍이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날아갔고 겨우내 움추리던 미나리와 쑥이 밤새 내린 봄비에 쑥쑥 자라고 … 더보기

험한 세상에도 도인(道人)은 있다

댓글 0 | 조회 1,760 | 2012.01.18
일순간에 백만장자가 되고 유명인사가 되는 몇몇 사람들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어렵게 가는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지키는 사람들이 … 더보기

상식을 깨는 돌연변이

댓글 0 | 조회 1,731 | 2019.04.10
피노(Pinot)라는 말은 솔방울을 뜻하는 프랑스어이다. 그러니 프랑스 부르고뉴의 대표적인 레드 와인인 피노누아(Pinot Noir)는 검은 솔방울이라는 뜻이 되… 더보기

맛과 향의 연금술, 발효의 비밀

댓글 0 | 조회 1,722 | 2019.12.10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볶거나 갈 때 그 향은 정말 강렬하다. 제과점에서 빵을 굽는 냄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향은 막 만들었을 때만 유효하고 시간이 지나면 … 더보기

복권대신 리슬링(Riesling)과 꽃을 사라

댓글 0 | 조회 1,701 | 2012.10.10
봄은 원래 더할나위없이 변덕스럽다. 만물을 깨워 소생시키려는 봄의 기운 때문이다. 하루에 사계절이 모두 있다고 말하는 요즘같은 봄이 그래서 새싹이 돋아나는 것에 … 더보기

와인은 슈퍼마켓이 싸다

댓글 0 | 조회 1,680 | 2012.08.15
그렇다. 호객을 위해서 Loss Leader로 노마진 세일을 하는 기간을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와인시장엔 그로세리(Grocery)와인이라 불리는 슈퍼마켓… 더보기

소주, 이슬같이 투명한 그대

댓글 0 | 조회 1,671 | 2019.09.11
1991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제 1회 세계주류박람회가 열렸을 때 한국의 국민주인‘희석식 소주’의 출품을 문의했다. 그러나 발효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출품을 거절당했… 더보기

와인은 문화(Culture)다

댓글 0 | 조회 1,661 | 2013.04.10
짚신장수와 우산장수 아들을 둔 어미의 엇갈리는 심정처럼 목축농가에 재난을 안겨준 70년 만에 찾아온 건조한 여름날씨가 오히려 와인농가들에게는 30년 만에 대풍년을… 더보기
Now

현재 전장(戰場)에서 목이 날아간 샴페인

댓글 0 | 조회 1,657 | 2019.07.10
1813년 나폴레옹 전쟁 당시, 러시아가 프랑스를 침략하고 샴페인을 생산하던 랭스(Reims)지역을 점령했을 때 포도밭을 맘대로 약탈하기 시작했다. 남편 프랑수아… 더보기

바다로 간 산타클로스

댓글 0 | 조회 1,655 | 2020.12.08
숨죽여 가만히 정지해 있거나 심지어 거센 물결에 밀려서 거꾸로 걷는 것 같았던 한 해가 저물어간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거울나라에 가서 붉은 여왕과 손을 잡고… 더보기

맥주의 품격

댓글 0 | 조회 1,648 | 2020.07.15
슈퍼마켓 완전정복 (3)겨울철에도 맥주의 소비는 꾸준한 편이다. 기존의 소비자들이 맥주의 ‘청량감’을 즐겼다면 현재는 맥주도 와인처럼 향과 풍미를 음미하며 천천히… 더보기

나의 혈액형은 카베르네

댓글 0 | 조회 1,637 | 2019.06.11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있듯이 혈액형이 같은 사람은 같은 종류의 유전인자를 갖게 돼 성격, 행동, 질병이 비슷해진다고 한다. 피는 신선한 산소, 맑은 공기… 더보기